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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과학이 담긴 국보(6) - 경주 불국사(사적 제 502호) 대 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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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 News, Volume 19, No. 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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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담긴 국보(6) - 경주 불국사(사적 제 502호) 대 축단

강 병 희 강사 (한양대학교)

그림 1. 불국사 대 축단.

2016년 9월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경상북도 경주시 남남서쪽 8 km에서 일어났다. 일명 양산 단층이 움직인 것이라 한다. 땅이 흔들리면서 상가의 유리가 깨지고 기와집 지붕이 파손되고 벽에 금이 가자 시 민들은 크게 놀랐다. 이후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임 이 밝혀지고 여진이 잇따르자 공포에 휩싸였다.

더욱 심각한 일은 첨성대의 돌 간극이 벌어지고 사찰 기와가 무너졌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옛 신라 수 도에 남아 있는 많은 문화재나 국립 경주박물관의 유물들이 안전한가에 대한 염려가 이어졌다.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의하면 신라 혜공왕 15년(779년),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여 민가가 무너지고 백 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고 하며, 1038년에도 지진으로 인해 파손된 석가탑을 중수하였다는 기록이 석탑 탑신부(塔身部) 2층 사리공(舍利孔)에서 수습된 「불국사 서 석탑중수기(西石塔重修記)」에 전한다.

1038년의 지진은 󰡔고려사󰡕 정종 2년 6월 21일조에도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때의 지진은 한반도 남부, 중부, 북부에 이르는 개성, 경주, 상주, 광주, 함흥 지역에 걸쳐 일어나 많은 가옥이 무너졌으며 특히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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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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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에는 3일 간이나 이어졌다고 한다.

고려 정종 4년(1038년)에 쓰여진 「불국사 서석탑 중수기」는 석가탑이 세워져 고려 9대왕인 덕종(德宗, 1031-1034년)대까지 아무 재앙이 없다가 정종(靖宗) 2년(1036년) 6월 21일 진시(辰時, 오전 7-9시)에 지진이 나서 불국사 남쪽 계단 부속시설, 사찰의 문과 행랑이 손상을 입었으며 석가탑이 기울어져 무너 질듯하여 버팀목을 대 놓았다고 전한다.

이상을 통해 볼 때, 신라 혜공왕대의 지진에 석가탑은 별 이상이 없었던 듯하고 고려 정종대의 큰 지 진에도 무너지지는 않아서 이후 해체하여 새로 조립하는 중수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지진에도 석 가탑과 다보탑은 거의 손상이 없고 많은 부재로 이루어진 다보탑도 일제강점기시기에 보수한 난간 돌란 대가 어긋나 제자리를 벗어났을 뿐이다.

이런 다행스런 일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국사 대 축단(그림 1)의 과학적 배려를 지적했다. 불국사는 동북쪽이 높고 서남쪽이 가장 낮은 구릉 지역에 세워졌다. 현재 불국사는 4단 의 큰 평지를 축대로 조성하여 낮은 곳부터 극락전, 대웅전, 비로전, 관음전이 들어서 있다(그림 2-1, 2).

그림 2-1. 불국사 전경. 그림 2-2. 불국사 전경 2.

그림 3-1. 불국사 대웅전 앞 대 축단.

그림 3-2. 대 축단의 그랭이 수법.

그림 4. 기둥과 인방 사이 동틀돌의 튀어 나온 다듬어진 머리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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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는 기록에 30년에 걸쳐 완성되었음을 전하고 있는데 이 대축단의 조성에도 많은 공력이 들어갔 음이 짐작된다. 대 축단은 크고 작은 돌을 쌓아 조성하였는데 이러한 구법은 다듬어진 돌을 정밀하게 쌓 아 맞춘 구조보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상부 건축물에 흔들림을 완화시켜 전달한다는 것이다. 한편 대 축 단의 드러난 면들은 막돌 기단의 투박함을 일정 규모의 다듬어진 기둥과 인방(가로 지르는 부재)의 구획 으로 정리함으로써 규율성과 안정성을 도모했는데 이때 막돌과 다듬어진 돌의 만남에 그랭이 공법을 사 용하였다는 점(그림 3-1, 2), 다듬어진 축단에 동틀돌을 사용한 점(그림 4) 등도 지진과 횡압력에 대한 구조물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는 요소이다.

그랭이 공법은(그림 3-2)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 목조 건축 기둥을 세울 때 많이 사용하는 구법 으로 밑 주춧돌의 윗면을 다듬지 않고 그 울퉁불퉁한 자연 상태의 면에 맞추어 나무 기둥 밑둥을 다듬어 세우는 방법이다. 이는 기둥과 주초를 다듬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견고하고 흔들림에 강하다. 동틀돌 은 석굴암 돔에도 사용한 방법으로(그림 5-1) 긴 못처럼 생긴 돌을 만들되 밖으로 내밀어지는 못 상단은 의장에 맞게 다듬고(그림 5-2) 못 하부는 자연석 그대로 울퉁불퉁하게 두는 것이다. 이를 축대 기둥과 창방 결구 중간에 삽입하면 좌위상하의 돌을 견고하게 잡아 주는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옛 선조의 과학적 기술이 현재의 문화재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그림 5-1. 석굴암 돔 구조의 동틀돌.

그림 5-2. 석굴암 돔 내부의 동틀돌 상단 모습.

한편 불국사 대 축단은 그 모습에서도 이 사찰의 조성 배경인 화엄사상을 잘 대변해 주고 있어 화엄 불국사 유적의 백미로 회자되고 있다. 󰡔화엄경󰡕의 온전한 이름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혹 은 󰡔잡화경(雜華經)󰡕이라고도 한다. 언뜻 넓고 큰, 부처로 장엄된 경전, 여러 가지 꽃으로 장엄된 경전이 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무슨 뜻일까?

화엄경은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불성(佛性)이 있음을 설하며 일체 사물은 이 불성이 드러나고 있 어 빛을 발하고 있다고 한다. 어둡고 악한 현실은 밖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이고 본질적으로, 참모습은 부 처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 넓게는 모든 사물은 존재 가치가 있으며 존중받아야만 하 는 대상인 것이다.

결국 이 세상은 이러한 부처들이 살고 있는, 즉 개개의 하나에 부처의 세계가 있는 그들이 만드는 세 계로 장미꽃이나 이름 없는 풀꽃이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세계인 것이다. 참으로 장엄한 세계 이지 않은가? 󰡔화엄경󰡕은 이를 굳게 믿고 그 본질적인 세계의 실현을 위해 실천하는 삶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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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것이 대 축단의 모습이다.

크고 작은 돌들은 대 축단의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로 각각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화 엄적 세계가 그리는 세상처럼 크던 작던, 잘났던 못났던, 역할이 중요하던 그렇지 않던 대 축단에는 없어 서는 안 되는 고귀한 존재이며 서로 기대어 큰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완성된 그들이 보여주는 시각 적 세계도 역시 소박하면서도 정감 있고 웅장하면서도 조화롭다(그림 6).

건축은 아름답기만 해서는 안 된다. 구조적으로 잘 서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훌륭한 건축은 아름다우 면서 튼튼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불국사 대 축단은 그런 면에서 성공한 건축이라 할 수 있다.

그림 6. 불국사 극락전 측면 대 축단.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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