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법제 법
제 시 론
Legislation
근래 들어 우회입법에 대한 비판적인 언론기사(언론에서는 흔히 請負立法이라고 칭한 다)나 학회 발표가 부쩍 늘었다. 과거에도 그런 지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빈도나 수 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부부처 입장에서는 부처협의, 규제심사를 피해서 법안을 신 속하게 처리할 수 있고,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입법실적을 올릴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선택’이지만 이는 행정규제기본법 위반이고, 이로 인한 부실법안은 국민피해로 이 어진다”(노컷뉴스 2014. 1. 8, 유사한 비판 기사로 헤럴드경제 2014. 5. 14, 한국경제 2014. 5. 6. 등)라든지 “규제가 양산되는 것은 정부부처와 국회의원이 협의해 추진하는 우회입법, 청부입법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규제학회 의원입법세미나, 2013. 7. 4.)라 는 기사 또는 발표가 그것이다.
우회입법은 통상 정부 개별 부처가 정부전체 차원의 의견조율이 안 된 상황에서 여러 가지 이유와 목적으로 자신이 성안한 법안을 정부 내 입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원 을 통해서 발의하는 것을 일컫는다. 정부가 자신이 마련한 법안을 의원발의 형식으로 추 진하더라도 개별 부처입장이 아닌 정부전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경우 즉, 긴급한 현안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거나 그 밖에 의원발의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 아 추진하는 의원입법은 사전에 정부차원의 의견조율이 있었다는 점에서 여기서 이야기 하는 비판대상의 우회입법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긴급한 주택안정화를 위해 관련 법 안을 여당을 통해서 추진하는 경우, 정부출범을 앞두고 인수위에서 만든 정부조직개편 관련 법안을 조만간 물러갈 정부가 아닌 정권을 창출한 집권당을 통해서 추진하는 것들
우회(迂回)입법은 비정상이다
임송학
법제처 기획조정관
2014. 12|3
우회(迂回)입법은 비정상이다
이 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우회입법을 추진하는 이면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가장 큰 이유 는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는 경우와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경우의 입법절차가 확연히 다 르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입안 후 관계부처 협의, 입법예고,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 여러 단계의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소요기간이 6개월이 훌쩍 넘기는 경우 가 다반사다. 반면, 국회의원이 발의하여 제출하는 경우에는 입안 후 10명 이상의 의원 만 서명하면 바로 제출할 수 있다. 신속성이나 효율성에 있어 우회입법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개별 부처에서는 부처협의나 규제심사 그리고 법제처 심 사를 거치면서 당초 개별 부처 입장에서 추진하고자 계획한 내용들이 수정되고 삭제되는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을 것이다. 관련부처의 반대나 규제심사 등으로 업무영 역의 확대, 조직과 예산의 확보 등 부처입장의 숙원사업이 좌절될 때 이러한 절차를 피해 갈 수 있는 우회입법에 유혹을 느낄 수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우회입법 에 대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원인은 정부 부처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회의원 에 대한 시민단체의 의정활동 평가도 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의정활동 평 가에서 입법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이미 법안이 성안되어 있고, 거기에다 입법에 필요한 관련 자료가 갖추어진 경우 국회의원 입장에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언론에서 비판한 이른바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다(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국회의원이 여러 경로를 통하여 입법수요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입법화하는 것은 국회의원 본래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산적한 국정현안을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입법의 신속성과 효율성도 매우 중 요한 가치이다. 하지만 입법절차에 있어서 의견수렴, 조율 등을 거쳐 정합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 신중한 숙의를 거침으로써 법안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국민의 수용가능성과 정 부의 집행가능성을 높이는 문제는 항상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비록 시간이 다소 많이 걸리고 절차가 복잡하더라도 간과해서는 안 될 가치이다. 우회입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몇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우회입법은 정부입법절차를 거치는 경우와 달리
4|법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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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를 받지 않아 규제영향평가 결과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방 법이 없다. 잘못된 규제는 경제성장은 물론 국가발전의 동력마저 위협할 만큼 중요한 사 안임을 감안할 때 깊이 고민해야할 과제이다. 의원발의 법안에 대해 사전 규제영향평가 를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나 적용범위를 국회 등 헌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로 확 대하는 「국민행복과 일자리 창출ㆍ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특별법안」이 발의된 이유도 이런 맥락이라 하겠다.
또한 우회입법을 통해 국회 제출은 신속하게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법안심의가 오히려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국회 소관 상임위는 통 과하더라도 뒤늦게 관련 부처의 이견 제기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리는 사례도 여러 번 목도된 바 있다(각 상임위에서 넘어오는 법안에 대해 위헌성이나 법체계적인 문 제들을 다루는 국회 법사위에 정책적인 문제로 정부의 관련부처에서 이의를 제기할 경 우 법사위에서도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고, 실제 법제처 소관 법사위 회의에서 우회입법 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우회입법의 문제점은 국회심의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 다. 우여곡절을 거쳐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법률에서 위임된 사항을 정하는 하위법령을 마련할 때에는 어차피 부처협의,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의 절차를 피할 수 가 없어 하위법령 마련에 진통을 겪게 되고, 결과적으로 법안의 원활한 집행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는 정부 내부 갈등을 넘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
그간 우회입법을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비공개 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우회입법의 특성상 정확한 통계나 현황을 파악하기도 어려 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그저 보이지 않는다는 핑계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올해 들어서도 정부에서는 우회입법을 줄이기 위한 논의를 계속해 왔다. 우회 입법이 지양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국무회의, 차관회의, 국정과제전략 협의회, 당・정・청 협의회 등 각종 회의체에서 지속적으로 그 문제점을 설명하는 한편, 2014년 11월 19일에는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정부 관계부처 협의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법제업무 운영규정」을 개정하였다. 개정안에서는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 면 소관기관의 장은 예산ㆍ조직ㆍ규제 등과 관련해 부처 간 협조가 필요한 경우 10일 이
2014. 12|5
우회(迂回)입법은 비정상이다
상의 기간을 정해 관계기관의 장의 의견을 듣도록 정하고 있다. 종국적으로 입법권은 국 회에 있기 때문에 의원발의 법안에 대해 정부 내에서 이견을 미리 조율한다고 해서 입법 내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는 없을 것이나, 이렇게 함으로써 해당 법안의 소관 부 처로 하여금 자신만의 견해가 아닌 정부 전체 차원의 입장과 견해를 고려하도록 하였다 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국회 심의단계에서도 부처 간 이견으로 심 의가 지연되는 일을 줄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회 입법활동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 대된다.
법안에 대해 정부제출 제도와 의원발의 제도를 함께 두고 있는 현행 헌법 하에서 정부 부처에서 입안한 정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부 내 절차를 거쳐 국회에 제출하는 것 이 정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회입법은 일종의 편법이고 비정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비정상의 정상화는 현 정부의 핵심과제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회입법 지 양 및 의원입법 협의 강화” 관련 과제를 금년도 법제처 소관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로 채택하여 본격적으로 이에 관한 대책을 강구해 나가고 있다.
우회입법을 막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 우회입법의 큰 이유 중 의 하나가 정부입법절차가 의원입법절차보다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에 있 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정부입법절차를 효율화하는 방안은 없는지도 함께 고민해 보아 야 할 것이다. 우회입법은 다양한 원인과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정부 각 부처에서 우회입법이 가지는 문제점을 깊이 인식 하고 우회입법을 막기 위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