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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장거리 트레일, 하이킹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각 지방정부와 사단법인 등은 과도할 정도로 많은 도보 길을 만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트레일이 매력이 떨어지는 길로 외면 받고 방치되었다. 따라서 하이킹을 즐기는 이들의 요구와 행태를 보다 면밀하게 관찰하여 이를 트레일 설계에 반영해야 할 시점이다. 트레일에 관한 기존 연구는 주로 빅 데이터와 통계적 접근을 이용한 양적 연구가 주 를 이루었다. 크게 두 가지의 흐름으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이 용자 선호도 연구(이태숙 등, 2020; 이미경 등, 2020)와 설문조 사, 통계적 방법론을 사용한 이용자 행태 및 태도, 만족도 등에 관한 연구(김선희, 2015; 정윤정 등 2018) 등이 그것이다. 또한 해당 연구의 대상지는 등산로 혹은 숲 길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등산 및 산책 이용자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해파랑길과 같 은 장거리 하이킹을 즐기는 이들을 반영한 질적 연구가 필요하 다고 보았고, 심층인터뷰와 이를 활용한 근거이론 연구를 수행 하게 되었다. 연구 대상지는 2010년 조성된 한국 대표 장거리 트 레일 해파랑길이다. 경상남도, 경상북도, 강원도를 지나는 총 길 이 770km와 50개 코스로 동해안이 가진 자연과 어촌경관을 도 보 여행자들에게 제공한다. 연구는 해파랑길을 걷는 이들의 인 터뷰를 바탕으로 근거이론 분석을 진행, 하이킹 이용자의 요구 및 행태, 하이킹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함의를 찾는다.II. 연구 방법
2020년 2월 동해 해파랑길 전 구간을 걷는 월별 모임에 합류 하여 이틀간 19-20 코스를 이들과 함께 걸으며 심층인터뷰하였 다. 인터뷰 대상은 해당 모임 총 41명 회원 중 이날 행사에 참석 한 참여자들 가운데 8명을 무작위로 선정하였다. 각 인원 당 약 30분의 인터뷰를 진행, 녹취하였고, 질문의 내용은 하이킹 입문 배경 등 비교적 참여자 배경정보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하여 참 여자가 경험한 해파랑길의 문제점 및 개선사항과 만족도, 나아 가 참여자가 바라보고 인지하는 한국 하이킹 문화에 대한 제도 적, 사회적 개선사항 등으로 진행하였다. 녹취 파일을 바탕으로 문서화 작업을 거친 후 Nvivo(1.2)를 사용하여 개념들을 범주화 했다. 그리고 각 코딩에서 추출된 상위 범주를 패러다임 모형으 로 도출하고 최종적으로 하이킹 문화 이용자들의 이용행태에 대 해서 근거이론 방법으로 해석하였다. Figure 2. 연구과정III. 연구결과
참여자의 심층인터뷰를 바탕으로 Table 1과 같이 개방 코딩 과 축 코딩의 범주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165개 개념, 48개 하위범주와 13개의 상위 범주를 도출하였고, Figure 3과 같은 패 러다임 모형을 얻었다. 인과적 조건과 맥락적 조건은 참여자가 해파랑길을 걷게 된 직접적 배경, 사회적 배경에 대한 내용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중심현상을 통해 참여자가 해파랑길 걷 기를 경험하게 되었다. 중재적 조건은 건전한 하이킹 문화가 정 착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적 관점에 대한 언급이다. 작용상호작 용은 참여자가 직접 현장을 걸으며 느꼈던 해파랑길 매력요인에 관한 내용이며, 최종적인 결과를 통해 해파랑길 만족도 및 하이 킹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석하였다.하이킹 문화의 근거 이론적 해석
- 해파랑길 걷기 참여를
바탕으로-정욱재
*․손용훈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석사과정․**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부교수 a: 해파랑길 전체 코스와 대상지 b: 대상지 19-20 코스 Figure 1. 연구 대상지 2020 추계학술대회 논문집 29 1. 인과적 조건 인과적 조건은 참여자의 하이킹 문화 유입배경을 설명한다. 가족 혹은 지인과의 취미 공유 및 책, 소셜미디어 등 각종 매체 를 통한 하이킹 문화 유입 외에 기존 등산문화와 여행 형태를 탈피하고자 하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해당 내용을 통해서 도전 을 수반한 빠르게 정상을 오르고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 정통 적인 등산 문화에 대한 반감을 볼 수 있었으며, 이는 기존 여행 의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부분에서도 유사한 맥락을 지니고 있 었다. 특정 관광지를 빠르게 둘러보는 식의 여행 형태를 탈피, 하이킹을 통해 지역을 보다 느리게 여행하며 집중하려는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위 두 가지 관점은 단체보다는 소규모 혹은 개인을 지향하고 있었다. 2. 맥락적 조건 맥락적 조건은 하이킹 문화가 확산되는 사회적 배경을 설명 한다. 삶의 질이 높아지며 레져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였고, 이는 다양한 레져로 발전되었다. 기존 아웃도어 문화에 큰 틀을 형성 했던 등산과 캠핑이 결합된 형태인 장거리 하이킹 문화로 발현 되었다고 해석된다. 이러한 하이킹 문화를 즐기는 이들은 중․ 장년층에게 각광받던 기존 등산 동호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보다 건전한 형태의 아웃도어 문화에 대 한 요구를 반영하고 있었다. 한편으로 이동수단의 과도한 발달 로 인한 역작용으로 느리게 걸으며 전원을 여행하고자 하는 요 구 또한 인상적이다. 한국의 잘 연결된 도로망과 이동수단은 특 정 대상지로 빠르게 이동이 가능한 장점을 가진 반면, 이동과정 에서 마주치는 풍치를 여유롭게 경험하며 사색하는 것을 차단시 킨다고 보았다. 이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일상을 탈피하고자 하 는 욕구가 강하고 따라서 느슨한 형태의 이동성을 채택한 걷기 여행을 선호한다고 해석된다. 3. 중심현상 인과적 조건과 맥락적 조건을 통해서 참여자는 해파랑길 걷 기라는 중심현상에 도달했다. 참여자 중에는 오래전부터 하이킹 을 즐기는 이들과 첫 경험으로써의 하이킹을 해파랑길로 정한 이들로 나뉘었다. 이 중 첫 하이킹을 해파랑길로 선택한 참여자 들은 이미 해파랑길을 경험한 지인의 추천, 오래전 자신이 방문 한 여행지에서 우연히 해파랑길을 접한 경우, 그리고 앞서 언급 한 인과적 조건, 맥락적 조건처럼 기존 여행의 형태에서 식상함 을 느끼고 새로운 방식의 여행을 추구하고자 하이킹에 입문하게 된 경우였다. 반대로 하이킹 경험이 비교적 많은 참여자들은 새 로운 장거리 트레일 대상지를 찾다가 지인의 권유 등으로 해당 해파랑길 걷기 모임에 참여하여 걷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4. 중재적 조건 중재건 조건은 하이킹 문화가 한국에 정착하기에 필요한 사 회적, 제도적 관점에 대한 부분이다. 참여자는 하이킹 문화가 기 존 아웃도어 레저들에 비해 보다 자연 친화적이길 원했다. 따라 서 하이킹 행위는 보다 자연에 집중하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하 며, 이를 위해서는 자연의 가치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교 육적 프로그램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은 기 존 아웃도어 문화가 자연 본연의 가치를 음미하기 보다는 또 다 른 소비의 장으로 소구하고 있었다는 성찰과 반성을 내포한다. 나아가 제도적 관점 역시 개발 행위를 수반한 과도한 시설투자 등으로 자연을 지나치게 관광 자원화 하려는 기조를 비판한다. 5. 작용 상호작용 참여자들은 해파랑길 만족요인으로 동해 해안을 조망하며 걷 는 경관과 지역 어촌마을 체험을 꼽았다. 이는 참여자 대부분이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어 비교적 생경한 정취를 ‘걷기’라는 느슨 한 형태로 경험했기에 나온 결과로 판단된다. 불만족 요인으로 화장실, 야영장 등 편의시설 부족 및 관리 미흡, 코스 일부 지역 에 간헐적으로 보이는 경관을 해치는 개발 행위, 각 코스의 관리 주체가 달라서 야기되는 코스별 관리수준의 격차, 코스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홍보부족 등을 꼽았다. 6. 결과 참여자들은 하이킹을 통해 환경의식 중요성 인지, 공공기관 에 대한 이미지 향상, 트레일 유치를 통한 지역 발전 도모 등을 인지하였다. 짐을 최소화해야 하는 하이킹에서 불필요한 물품과 음식, 자신의 행동으로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환경행동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했다. 또한 하이킹을 경험하기 전에는 몰랐던 국민건강과 지역 관광에 예상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정부와 공공기관에 전반적인 만족감을 보였다. 또한 해파랑길이 가지는 다양한 매력을 통해 주변 지인들에게 이 길 을 추천하고, 추후 19, 20코스 외 코스를 방문할 의사를 표명했 다. 한편으로 하이킹 문화가 나아가기에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 서는 하이킹 참여자의 매너 필요, 기존 장거리 트레일이 가지고 있는 도전적 이미지 탈피, 집단성을 강조하는 문화에서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꼽았다. 하이킹 문화가 잘 발달한 나라의 경우 하이킹은 자연과 전원에 직접 들어가 체험 하며 생태 감수성을 일깨우는 것에 상당한 초점을 두고 있다. 반 대로 우리의 걷기 문화는 목표지점에 반드시 도달해야 하고, 국 토 대장정과 같은 도전적 성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장거리 트레일과 하이킹은 어렵고 힘들다는 이미지를 생산해 왔고, 이 는 도보여행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30 마지막으로 기존 아웃도어 문화를 향유하던 이들이 가진 지나친 소비적 성향, 과도한 음주 등 환경과 건강에 유익해 보이지 않은 행동 역시 개선해야 할 사안으로 인지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