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일_2018.08.10 심사기간_2018.09.01-16 게재확정일_2018.10.05
오인환의 나의 아름다운 빨래방 사루비아 작품에 나타난 관객참여와 정체성에 관한 연구 ‘ ’
A Study on Audience Participation and Identity in Oh In-Hwan's “My Beautiful Laundrette, Sarubia”
박영택 경기대학교 예술대학, Youngtaik Park_kyonggi University
차례 1. 서론
관객참여적 작업 2.
이강소의 선술집 2.1. < >
관객참여적 작품의 또 다른 사례들 2.2.
오인환의 빨
3. 래방 작업
관람객의 자율적 참여로 이루어진 만남 3.1.
성적 정체성의 문제 3.2.
결론 4.
참고문헌
오인환의 나의 아름다운 빨래방 사루비아 작품에 나타난 관객참여와 정체성에 관한 연구 ‘ ’
A Study on Audience Participation and Identity in Oh In-Hwan's “My Beautiful Laundrette, Sarubia”
박영택 경기대학교 예술대학, Youngtaik Park_kyonggi University
요약 오인환의 2002년도 설치작업 나의 아름다운 빨래방 은 영국의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나의 아름다운 세탁‘ ’ ‘ 소 에서 따온 제목이다 전시장 안에는 판자로 지은 빨래방이 설치되었고 이곳에서 작가는 사전에 빨래를 예약’ . 신청한 남자 관객의 옷을 빨래하고 다림질 하면서 일정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다 빨래를 의뢰한 남자들의 흔. 적은 빨래방 바깥 벽면에 붙여놓은 사진으로 대체된다 이 작업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제한된 공간 속에서 소통. 하는 순간을 형상화했다 작가와 관람객은 세탁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동성애. , 와 이성애간의 삶에 대해 일반인과 예술가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다양한 종류의 세탁물은 사람들 간, . 의 다름을 보여주는 동시에 소통을 위한 매개체로 기능한다 오인환의 설치미술 작업에서는 미술관 방문객의 빨. 래를 해 주는 과정 자체가 예술작품이 된다 오인환은 미술과 공연예술 사이의 인터아트를 통해 사전에 계획‘ ’ . 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의 소통 그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본 연구를 통해 오인환. 의 작업이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에서 행해진 해프닝과 이후 여러 관객참여형 작업들과 연관되어 있는 동시 에 앞선 작업들과는 달리 참여자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있으며 그로인해 작품을 궁극적으로 완성해 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작업을 통해 불특정한 관객과의 소통을 적극 추구하고 아울러 성정체성 타자. , , 수행성 등 동시대의 여러 중요한 이슈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 서 큰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동시대 한국현대미술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관객참여형 작업들에 주는 시사점. 이 매우 크다고 하겠다.
“My Beautiful Laundrette,” an installation art produced by Oh In-Hwan in 2002, is a title borrowed from “My Beautiful Laundrette” by an American film director Stephen Frears. In the exhibition, a laundrette made out of panels is installed and the artist washes, irons the clothes of male audience who made a reservation, and talks with them for certain amount of time. Later, the traces of these men are replaced by photos attached on the exterior wall. This artwork embodies the moment of communication with other people in a limited space. During the laundry, the artist and the viewers share talks about living as men in Korea. The conversations include talks about the lives of homosexuals and heterosexuals, and the lives of ordinary people and artists. Various types of clothes serve as a medium for showing the difference among people and communication. In Oh In- Hwan's installation artwork, 'the process' of laundry for gallery visitors becomes an artwork. Thus, it is an installation art, yet it can also be a theatrical installation art approaching theater or performing art. Oh In-Hwan developed the communication with the audience as an artwork, not deliver the planned message through interart between art and performing art. This is connected with happening many audience-participating artworks conducted in the Korean experimental arts in the 1970s, and has a significant implication in that it actively reflects several important issues such as more active role than other participants, communication, sexual identity, others, and performativity contrary to earlier artworks at the same time.
중심어
오인환작품, 세탁방, 소통, 관객참여, 정체성
ABSTRACT Keyword
Oh In-Hwan s work, Laundrette,
Communication, Audience participation, Identity
이 논문은 2015년 대한민국 교 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2015S1A5B8036874).
서론 1.
본 연구는 2002년도에 발표된 오인환의 설치작업인 나의 아름다운 빨래방 사루비아 라는 < >
작품이 지닌 여러 의미를 살펴볼 것이다 오인환은 전통적인 평면이나 입체 같은 미술작품의 . 범주로부터 거리를 두고 개념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비 물질적 과정의 기록을 중심으로 작업, - 해온 대표적인 작가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담론을 형성하는 열린 상태를 지향하는 한편 관람. 객을 작업과정에 직접 참여시키면서 작품을 완성하는 관객 참여적인 작업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그것은 관습적인 미술형식이나 영구적인 예술 오브제의 생산보다는 한정된 공간과 . 시간을 요구하는 퍼포먼스 설치 장소특정적, , (site specific)프로젝트로서 때로는 관객의 자율 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만남과 소통을 중시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동시에 성적 소수자로서의 . 자신의 차별과 일상에서의 경험을 지속적인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우선 관객참여적인 작업의 성격을 살펴보기 위해서 한국현대미술사에서 관객참여작업의 몇 가지 사례를 분석해보고 이것과 오인환 작업의 차이를 드러내고자 한다 이후 오인환의 나의 . ‘ 아름다운 빨래방 사루비아 작품이 지닌 관객참여적 작업의 의미와 함께 그의 주제인 성적 ’ 정체성의 특징이 무엇인가를 또한 살펴볼 것이다.
관객참여적 작업 2.
이강소의 선술집 2.1. < >
현대미술에서 작품의 주체인 작가와 그가 직접적으로 만든 작품이 실질적으로 소거되는 경우 는 뒤샹의 레디메이드 개념으로 인해서이다. 20세기 초 뒤샹은 전통적으로 인식되어온 수공의 제작품이라는 미술 작품의 오랜 사고를 불식시키고 작가란 존재를 손과 수공의 노동으로부터 / 독립시켰다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이가 아니라 미술이 무엇인가를 규명하고 지시하는 존재가 . 되었다 이후 작가들은 작가의 자리를 일련의 오브제와 관람자로 대체시켰고 작가의 주관이 . 제거된 비개성적 작업으로 만들어내는가 하면 관람자는 그림을 완성시키는 자 라는 뒤샹의 ‘ ’ 주장을 적극 실현하게 되었다 뒤샹의 레디메이드 개념이 이후 해프닝 퍼포먼스 및 설치작업. , 으로 전이되면서 장소성과 더불어 그 작품이 실제 시공간의 일부를 점하고 있는 시간성은 , 매우 중요한 작품의 요소가 되었다 이는 공간에 들어온 관객들에게 실제 시간이 지속 되는 . 순간의 흐름 속에 있음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작품에서 관람자는 작품의 . 동인으로서 그리고 공간 속 오브제로서 작품의 완성을 이끌어 내는 적극적인 존재 다시말해 , ,
제작자와 관람자는 독립된 주체이면서도 공동으로 작품을 완성시키는 유기적 존재 가 된다
‘ ’ .1)
또한 특정한 순간에만 일시적으로 존재하고 사라지는 일회성 작품 그러니까 해프닝 퍼포먼, , 스 설치작품 등은 삶의 어느 한 순간을 작품에 차용하는 셈이다 이는 뒤샹의 레디메이드가 , . 작품이 놓인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경험적 시간을 전제로 한다는 점과 상통한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이러한 뒤샹의 영향 아래 작가와 작품의 소거 및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작품이 가능해진다는 인식은 대략 1970년대에 와서 이루어졌다 당시 형식적 포화상태. 에 머물렀던 추상표현적 미술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미술 새로운 양식, 을 적극 요구하게 되었는데 이때 등장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개념미술이었다 개념미술이란 . 이른바 물질성에 기반 한 전통적인 미술을 부정하고 아이디어나 과정‘ (process)을 중시하는 미술이다 그것은 형태나 재료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개념과 의미에 관한 것이며 미술이란 무엇. , ‘ 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예술 을 말한다’ .2) 우리의 경우 이 개념미술의 선구자격이 바로
년대 초에 진행된 해프닝이었다 우연성이 극도로 강조되는 해프닝은 논리와 이성에 저항하
70 .
고자 한 예술이었다 결과적으로 해프닝이나 퍼포먼스는 물질적 결과물이 없는 예술행위가 . 끝나면 그 공연을 했다는 사진이나 비디오 자료 등만 남는다 물질적인 작품 자체는 소멸되고 . 단지 부재의 증거로서 사진과 영상만 남는 것이다 그것은 사라져버린 소멸된 시간의 흔적을 . , 안타깝게 응고시킨 것이다 당시 개념적 성격을 지닌 해프닝작업이자 관객참여적 성격이 강한 .
1) 윤난지 엮음 현대조각 읽기 한길아트, 『 』. , 2012, p.448 2) 토니 고드프리 전혜숙 옮김 개념미술 한길아트, , 『 』, , 2002, p.4
작업으로 작가와 작품이 소멸되는 경우를 보여주었던 가장 중요한 선구적 예가 바로 1973년 도 이강소의 작업이었다 이강소는 당시 명동화랑이란 특정 전시공간을 일주일 동안 빌려 그곳. 을 술집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실제 선술집을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 설치하여 전시장을 찾은 . 관객들이 만드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한 것이다 전시제목이 선술집 이고 부제는 소멸 이. ‘ ’ ‘ ’ 었다 작가는 전시공간에 자신이 제작한 미술작품을 걸거나 놓은 게 아니라 명동 근처에 있는 . 실제 술집의 탁자와 의자를 갖다 놓았을 뿐이다 명동화랑 주변의 술집 내부가 그대로 전시공. 간으로 들어와 버린 꼴이다 작품은 부재하고 탁자와 의자만이 놓인 전시장에 온 관객들은 . 무척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해프닝의 의도를 사전에 안 지인들의 경우는 그곳에 . 와서 술잔을 기울이고 담소를 나누며 이 프로젝트 이벤트에 기꺼이 참여했다 술집에 있던 , . 기물들은 전시장이란 공간으로 들어와 놓이는 순간 레디메이드 오브제이자 탁자라는 이중적 인 역할을 부여받는다 새로 제작하거나 주문한 것이 아니라 이미 사용되었거나 하고 있는 . 것을 그대로 갖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이 물건 도구들은 그것 자체로 무수한 사연을 간직한 / 의미심장한 오브제가 되었다 탁자와 의자가 놓이고 그 위에 막걸리와 잔이 위치하자 전시공간. 에 들어온 관객들은 지인들끼리 혹은 우연히 동석한 이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행위를 자발적으 로 하게 된다 이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일이고 그만큼 우연적이고 일시적이자 시작과 끝을 . 가늠할 수 없는 행위가 된다 결국 이강소는 전시공간을 술집이란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일상. 의 공간과 구분 지을 수 없는 곳으로 전환시키고자 했다.
이강소의 이 설치와 퍼포먼스는 참여자들이 만드는 각본 없는 드라마인 셈이다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 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 해프닝의 성격이 강하다 이 작업은 사전 각본에 의해 .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상황과 작품에 참 여하는 관객 그리고 그것이 펼쳐지는 장소에 의해 만, 들어진다 여기에는 우연성과 우발성이 지배한다 개. . 념미술에서 중요시되는 작품 제작의 과정과 그 과정 중에 발생하는 우연성이 지배하고 있다는 얘기다.3) 이 작품의 부제는 소멸 인데 이는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일시적인 일상성의 경험을 이야기한‘ ’ , , 다 이 공간에 들어온 참여한 이들에게는 본인들이 실제 시간이 지속 되는 순간들의 흐름 . , 속에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 공간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이들의 시간이 작품의 . 내용이 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관객들의 참여 그들의 활동은 연극무대 속의 배우들과 . . 유사한 연기가 되고 그것이 고스란히 작품이 되는 한편 그 과정은 사진으로 기록된다 전시가 . 진행되는 한시적인 시간만이 작품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이강소의 이 작품은 현실의 일부분을 . 차용한다는 뒤샹의 레디메이드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자 이러한 원리를 관람자 참여/ 자에게도 적용시킨 사례로 볼 수 있다 관람객 참여자들의 신체는 공간 속 오브제로 개입하는. / 가 하면 작품을 움직이게 하는 동인으로서 작품 완성의 주체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위치 , . 전환과 물리적 전환을 통해 다양한 의미가 만들어지는 레디메이드 개념을 한 단계 확장 시킨 것이 된다 여기서 작가는 의자와 탁자를 제시할 뿐 작품의 내용에 개입하지 않으며 관객의 . , 참여 개입 경험 등이 작품의 핵심적인 내용이 된다 감상자였던 관객을 작품 속에 끌어들여 , , . 작품의 의미를 결정짓는 주체로 변모시킴으로써 작품의 중요성을 작품 에서 관객 으로 이동‘ ’ ‘ ’ 시켰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한국현대미술사에서 관객참여적 작품의 선구적 사례로 자리하고 있다.
관객참여작품의 또 다른 사례들 2.2.
이강소가 1973년도에 선보인 관객참여적인 연극적 퍼포먼스 작업 그 의미 있는 선구적 작업,
3) 이강소의 작품에서 보이는 우연적인 요소는 아래 글을 참고해 볼 것 박우찬( , 「과정과 우연이 만드는 현묘한 도의 세계 이강소와 - 개념미술」 『, 19780-80년대 한국의 역사적 개념미술 경기도미술관 눈빛』, , , 2011, p.257)
그림 이강소 선술집 소멸 명동화랑
< 1> , - , 1973,
은 이후 사실상 지속적인 전개를 보이지는 못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난 이후 . 2000년도에 안성 희와 우순옥 그리고 박기원 등의 작품에서 관객참여적인 작업의 중요한 성과들이 등장하기 , 시작했다. 2000년도에 안성희는 경주에 자리한 선재미술관에서 독특한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설치작업이라고는 하지만 전시장 내부는 매우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우선 커다란 전시장 . 내부에는 낮은 높이의 긴 의자 두 개만이 단출하게 놓여져 있을 뿐이고 흰 벽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따라서 전시장에 찾아와서 작품을 관람하려는 관객들의 의지 욕망을 무력. , 하게 만드는 편이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에 놓인 의자에 앉아 전시장 내부를 둘러보거나 흰 . 벽을 응시하다가 문득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전시장 바닥과 벽의 경계에 둘러쳐진 이른바 . 걸레받이 위에 일정한 높이를 지닌 풀 풀의 형상을 그려 넣었다 의자에 앉아 텅 빈 흰 벽과 , . 마주한 관객들의 부재에 빠진 눈이 잠시 당황하다가 그 그려진 풀 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 ‘ ’ . 넓게 펼쳐진 아늑한 풀밭과 자연풍경이 기이하게 떠오르면서 머릿속에서 모종의 풍경이 완성 된다. 그렇게 풀밭 풍경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착시 환영이 일어나는 것이다 여기서 그림, . 의 완성은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관념 속에서 , 이루어진다 걸레받이위에 그려진 풀 풀처럼 보. / 이는 물감의 흔적을 보면서 풀밭을 상상하게 되 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실제 풀이 아니라 풀. 을 연상시켜주는 풀이미지 풀을 그린 그림이, 다 순간 관객은 실재의 풀밭과 풀밭을 떠올려. , 주는 매개로서 그려진 풀밭 머릿속에서 상상되, 는 풀밭 사이를 현기증 나게 넘나든다 텅 빈 벽. 면과 초록의 붓질에 불과해 보이던 것이 느닷없 이 실재 자연풍경 너른 초록의 풀밭으로 환생, 하는 역동적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신적 활력으로 가능해진 풍경인데 이는 흡사 산수화. 를 보는 방식과 동일하다 산수화는 실재 자연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화면에 남겨진 흔적을 . 매개 삼아 정신적인 활력작용을 통해 자연을 연상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그림이다 안성희. 는 벽면의 여백과 하단에 그려진 최소한의 흔적을 통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서로 다른 체험의 역사를 갖고 있는 작가와 관객이 만나는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각기 다른 . ‘ 다양한 관람자의 기억과 상상으로 채우는 전시’4)가 되었다 전시장이란 공간에는 구체적인 . 작품 물리적 오브제는 부재하지만 공간에 들어온 관객의 참여 기억과 연상 자발적인 관여에 , , , 의해 전시공간이 광활하고 청정한 자연공간으로 탈바꿈되고 그 순간 관객은 적극적인 감상자 의 위치를 부여받게 된다.5)
한편 우순옥은 2000년 겨울에 삼청동의 어느 작은 한옥을 개조하여 공간을 주제로 한 작품 한옥프로젝트 어떤 은유들 전 을 선보였다 아트선재센터로부터 삼청동 북촌마을에 있는
(‘ ─ ’ ) .
아담한 한옥 한 채를 제공 받아 작가가 원하는 대로 개조해서 만든 이 프로젝트는 서울에서 몇 남지 않은 한옥 밀집 지역의 어느 한 집을 의도적으로 선택해 이루어진 작업이었다. 27평 정도의 작은 한옥의 공간을 그대로 유지한 체 그 공간에 약간의 개입만을 통해 이른바 명상적 작품을 설치하고자 한 것이다 작가는 한옥에 대한 유년시절의 기억과 감상을 보여주는 작품을 . 통해 장소에 따뜻한 감정을 싣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 중의 한 작업이 바로 옥상에 설치된 . 의자가 놓인 작품이었다 마당으로 나와서 좁고 아슬아슬한 계단을 올라가면 조그마한 옥상이 . 있는데 그곳에 작가는 오죽 화분과 함께 열선을 깐 묵직한 시멘트 의자를 갖다 놓았다 순간 . 따뜻한 시멘트 의자는 겨울날 추위에 이곳을 찾아온 이들에게 온기를 선사하는 선물이자 한옥 의 온돌방 추억 그리고 그 온돌에 얽힌 여러 기억들을 상기시키는 기제로 작동한다 이곳을 , . 찾아온 관객들은 따뜻한 열선이 깔린 시멘트 의자에 앉도록 권유받는다 관객들은 그 의자에 . 앉아 육체의 피로를 이완시키는 한편 온기를 느끼고 동시에 불가피하게 정면에 시선을 줄 수밖
4) 민병직 안성희전시도록 경주아트선재미술관, 『 』, , 2000.
5) 박영택 식물성의 사유 마음산책, 『 』, , 2003, pp.37-38.
그림 안성희 상상연습 나는 풀밭에 있다 설치
< 2> , - , , 2000
에 없게 된다 얕은 의자에 앉는 순간 그 앞으로 삼청동 한옥마을의 새까만 기와지붕들이 가득 . 펼쳐져 다가온다 이 작업의 핵심은 그곳에 찾아온 관객들에게 예기치 못한 저 장면을 안겨주. 는 것이다 다시말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육체와 정신을 넘나드는 다양하고 총체적인 경험이 . ‘ 가능’6)하도록 해준다 또한 공간 자체를 작업의 대상으로 삼은 이 작가는 한옥과 그 주변 환경. 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행복한 만남의 장으로 만들어주었다.7)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내는 또는 어떤 장소에서 실행되는 장소특정적인, ‘ (site-specitic)’ 작업 이자 한옥 공간에 찾아온 관객의 참여로 인해 완성되는 작업의 한 예가 된다.
유사한 사례로 박기원은 전시장 천장 가람화랑 에 얇고 투명한 비닐만을 쳤다( ) . <수평> (2002) 이란 작품이다 바닥으로부터 사람의 평균 키보다 높은 지점과 천장 사이에 비닐은 걸쳐 있다. . 그러자 그 비닐은 마치 구름이나 하늘처럼 자리해서 관객들이 마치 실제 자연을 직접 접하고 있다는 느낌을 부여한다 작가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공간을 체험하도록 하는 동시에 . 관람객이 작품 일부로 들어가 공간을 인지하도록 한다 공간에 들어온 관객들은 자신의 머리 . 위에 비닐이 있음을 깨닫는다 반짝이며 떨고 있는 그 예민한 비닐의 상태를 올려다보게 되는. 데 결국 시간의 흐름 관객의 이동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모하는 비닐의 존재가 작품이 되었다, . 여기서는 전시장에 들어온 관객의 조건이 작품의 형성에 절대적인 조건이 된다 작가는 특정한 .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공기의 흐름이나 움직임 비침과 반사 사건 등 주변 상황에 , , 따라 달라지는 국면의 섬세한 변화에 주목하고 이 우연적이고 시간적인 요소들이 시시각각 장으로 편입되어 관객들의 신체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랑 공간이라, . 고 하는 특수한 장( )場 을 통해 일정하게 조건 지워진 대상에 대한 다양한 미적경험을 유도하고 자 하는 것이다 이는 장소특정적 현장작업에 가장 적합한 사례에 속한다 결국 작가는 전시장 . . 공간에 최소한의 물질로 개입하면서 공간 전체를 심오한 피부로 만들어버렸다.8)여기서 비닐 은 텅 빈 상태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최적의 재료이다 그 공간에 관객이 개입하는 ‘ ’ . 순간 비닐은 섬세하게 요동치고 미세하고 변화를 거듭하면서 반응한다 관객들이 그 공간에서 . 머물고 움직이고 숨 쉬는 모든 것을 충실하게 받아내고 그것으로 모종의 이미지 상황을 만들, 어내고 있다.
오인환의 빨래방 작업 3.
오인환의 나의 아름다운 빨래방 사루비아 라는 시작과 끝이 있는 이 퍼포먼스 프로젝트는 < >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라는 지하 갤러리에서 진행된 작업이다 제목은 영국 작가 하니프 . 쿠레이쉬(Hanif Kureishi)의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My Beautiful Launderette)라는 소설 과그것을 각색한 영화 스티븐 프리어스( Stephen Frears 감독, 1985)를 패러디하였다 영화는 . 대처 정부 시절 영국이 인종 문화 계층 간의 긴장을 배경으로 파키스탄 이주민 세 청년과 , , 2 그의 어린 시절 단짝인 앵글로 계열의 영국인 사이의 우정이 이후 동성 간의 사랑으로 발전하 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6) 아트선재센터 어떤 은유 우순옥전시도록 아트선재센터, 『 - 』, , 2000.
7) 박영택 식물성의 사유 마음산책, 『 』, , 2003, pp.308-310.
8) 박영택 식물성의 사유 마음산책, 『 』, , 2003, p.237.
그림 박기원 수평 비닐설치
< 4> , , , 2002 그림 우순옥 하나의 의자 한옥에 설치
< 3> , , , 2000
전시장 안에는 판자로 지은 빨래방이 설치되었는데 내부에는 드럼세탁기 두 대와 각종 세제, 옷 바구니 다림질 테이블이 갖춰져 있다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관람시간이 끝나고 나면 , . 이 곳은 빨래를 예약 신청한 남자 관객과 일정한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옷을 빨래하 고 다림질 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은 대한민국 남성으로 국한되며 미리 .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희망 날짜에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때 참여자는 세탁이 끝나는 일정. 한 시간동안 밀폐된 빨래방 안에서 작가와 단 둘이서만 있어야 하고 현재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벗어서 세탁을 의뢰해야만 한다 참여자는 대화를 나누고 자신의 옷을 선택해 벗어주어야 . 하고 작가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작가는 세탁을 하는 동안 참여자와 대화를 나누고 세탁과 . 건조가 다 끝난 후에는 그 결과물을 사진으로 찍어서 전시한다 따라서 이는 관람객 참여자가 . , 전적으로 이 조건에 응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작업이다 그것은 앞서 이강소나 안성희 우순옥. , 과 박기원의 관객참여적 작업과 유사하면서도 사실은 상이한 부분이 있다 우선 보다 적극적인 . 조건을 받아들이는 관객의 참여가 요구된다 작가와 참여자의 협동과정에 의해 작업은 완성된. 다 여기에는 상당히 친밀하고 사적이며 성적인 부분이 잠복해있기도 하다 타인의 옷을 빨아. . 준다는 너무도 사적인 서비스 행위 밀폐되고 고립된 공간에서 오로지 둘 만이 일정한 시간동‘ ’, 안 대화를 나눈다는 것 특히 남성들 간에 옷을 벗고 빨아준다는 다분히 동성애적인 코드, , 전시장이 실제 빨래방 그 자체가 되었으며 아울러 그 빨래방이 일종의 공동체의 공간으로 탈바 꿈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 안에서 작가와 참여자들간의 모호하고 무의식적인 주체간의 교감, 에 관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오인환의 이 작업은 앞서 예를 든 작업들과 현격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작업이 지닌 관객참여적인 요소와 성적 정체성에 . 관한 이슈를 중점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관람객의 참여로 이루어진 만남 3.1.
작가는 전시 공간 내부에 빨래방을 설치했다 합판과 쇠못으로 지어진 박스형구조물로 이루어. 진 그 빨래방은 가운데에 창이 있어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구조물 안에는 세탁기와 . 건조기 다리미와 다리미판 선반 카메라 스탠드 두 개의 의자와 테이블이 있다 세탁소와 , , , , . 셀프서비스 빨래방을 교묘히 합쳐 놓았다 빨래방의 내부는 하얀 페인트로 마감되어 있고 외부. 는 각재가 노출되어 있다 빨래방의 출입문에는 이 프로젝트의 프로그램을 인쇄해 부착했다. . 맞은편 콘크리트 벽면에는 사진 그러니까 이 작업의 결과물, - 빨래하고 다림질해서 얌전히 개어 놓은 참여자의 옷들 이 붙어 있다 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이들은 다만 창문- . 을 통해 안에 놓인 설비물과 벽면에 부착된 결과물인 사진을 통해 그 공간 안에서 작가와 참여 자간의 모종의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빨래를 해주는 퍼포먼스는 볼 수가 없고 오로지 남겨진 . 사진을 통해 유추할 수밖에는 없다 이처럼 전시장 안에서는 작가의 프로그램에 따라 관객과 . 참여자가 공간적으로 갈라지게 된다.9) 이 프로젝트를 위해 작가는 작은 빨래방을 설치했고 초대장을 발송했다 원하든 모든 대한민국 성인남성들 은 이 임시 빨래방을 방문하여 자신이 . ‘ ’ 입고 있던 세탁물을 작가에게 건네고 세탁하고 건조하고 다림질을 하는 동안 기다리면 된다.
그 시간은 대략 한 시간에서 세 시간 남짓까지 걸렸다고 한다 참여자는 자신이 어떤 옷을 . 벗어줄 것인지 그러니까 얼마만큼 노출할 것인가를 직접 정하고 또한 빨래가 진행되는 동안 , ,
9) 배형민 예술이 갖는 특유의 제도를 이용하여 작가가 만들어낸 불가사의한 건축적인 장치 공간, ‘ ’,『 』, 2002, 8월호, pp. 160-161 그림
< 7 오인환 나의 아름다운 빨래방 사루비아> , , 360x360x220, 2002
그림 오인환 나의 아름다운 빨래방 사루비아
< 6>. , ,
사진
C-print , 50.8x36cm, 2002
작가와 마주 앉아 그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대부분 지인들이지만 혹은 낯선 이들도 참여했을 . 텐데 전시기간 동안 참여한 관객은 모두 18명이었다 작가는 그들이 의뢰했던 세탁물을 마무. 리해 정갈하게 접어 사진을 찍는 것으로 이 작업을 완성했다 작은 단으로 단정하게 개서 펼쳐. 놓은 세탁물의 사진은 두 사람의 상호작용과 교차 뒤의 잔상 에 해당한다‘ ’ .10)
한편 작업이 진행되는 도중에는 빨래방의 공간은 외부와 차단된다 따라서 그 시간동안 빨래. 방이란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바깥에 있는 관객들의 상상에 맡겨질 뿐이다.11) 이 작업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제한된 공간 속에서 소통하는 순간을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
다양한 종류의 세탁물은 사람들 간의 다름 차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소통을 위한 매개체로 기능/ 한다 한편 작가와 참여자는 세탁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이때 외부와 . . 차단된 밀폐되고 협소한 공간의 제약은 작가와 참여자를 밀착시키는 물리적 근거가 된다 한편 . 참여자가 세탁물을 맡기기 위해 불가피하게 나체가 되는 일은 다소 쑥스러운 일이지만 속내를 드러내고 소탈한 대화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고 더없는 친밀감과 우정의 표시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이 작업의 핵심은 관객이 참여가 핵심적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미술을 미술가의 전유물로 여김으로써 미술을 이해하는 것 나아가 참여하, 는 것을 무척 어려워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예술은 종교의례 등에서 보듯이 기본적으로 참여. 를 포함해왔다 현대미술에서 참여는 . 1960년대부터 점진적으로 주도적이 된 예술제작 방식을 말한다 참여는 이른바 저자성. (authorship)에 대한 신성화되고 모더니즘적인 개념을 생산적으 로 비판하는데 흔히 사용되어 왔다 저자성이란 많은 경우 물리적 혹은 상징적 참여의 경험을 . “ 통해서 힘을 얻게 되는 능동적인 주체를 창조하고 싶은 욕망”12)에서 생겨난다 반면에 참여적. 인 예술은 의미에 대한 집단적인 숙고를 통해서 사회적인 연대 를 회복하려는 목적으로 대안“ ” 적 커뮤니티와 이에 따르는 집단적 책임 을 생성하는 한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참여“ ” . 의 미학은 최근 니콜라 부리요(Nicolas Bourriaud)의 관계의 미학 등을 통해 그 중요성이 ‘ ’ 더욱 부각되었다 관계의 미학은 독립된 시적 공간보다는 인간관계 전체와 그 사회적 맥락을 . 이론적 실천적 출발점으로 삼는 일련의 예술실천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13)작가는 이제 작품 이 구성에 있어 관객을 빼놓을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작품은 작가에 의해 완성되, 어 제시되는 것이 아닌 관람객의 참여에 결정되는 것으로 변모되었다는 것이다.
오인환의 작업 역시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필요로 하는 상호작용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관람객은 단순한 응시자가 아닌 작품과 그것의 의미를 창출하는 참여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 이를 부리요 식으로 말하면 예술작품의 아우라가 관객을 향해 이동한 . 것이다 오인환의 작업에서 관람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누구나 그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 . 수 있는 적극적인 존재 생산자가 된다 또 다른 이들은 그 결과물을 응시하는 관람자가 된다, . . 관객은 스스로 작품에 참여하고 그 의미를 생성해 나가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 참여적인 작업이 지닌 의미는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한편 공공의 영역을 형성하고 요청하며 그러한 행위를 통해 독특하고 창조적인 개인이라는 전통적인 예술가 이미, 지를 적극 비판하고자 한다는 점이다.14)오늘날 작가들은 이미지나 오브제를 본래의 맥락에서 분리하며 관람자에게 더욱 적극적인 예술의 독자가 될 것을 요구하고 관람자의 의식을 독려할 , 뿐 아니라 이미지와 오브제에 의미를 생성하고 부여하는 관람자의 창조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인환의 작업 역시 비예술가 사용자를 개입시키는 참여구조를 지닌다 그러니. . 까 전시장에 찾아온 관람객이 작가의 요구에 응해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의 일부 혹은 전부를 빨아달라는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이루어지는 과정인데 이때 관람객은 작가의 이벤트, / 프로젝 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우가 되며 이를 통해 예술작품의 일부를 이루게 된다 작가는 참여.
10) 오인환전시도록 아트선재센터, , 2009, p.18 11) 오인환전시도록 아트선재센터, , 2009, p.118
12) Clare Bishop, “Introduction,” participation(Document of Contemporary Art)(London: Whitechaple Gallery: Cambridge, Massachusetts: The MIT Press, 2006), p.12
13) 니콜라 부리요 관계의 미학 현지연 옮김 미진사, 『 』, , . 2011, 참조
14) 알렉산더 덤베이즈 수잰 허드슨 엮음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 옮김 라운드 테이블 예경, , , 『 』, , 2015, p.261
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옷을 세탁해주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세탁물 완성된 작품 을 ( ) 상대방에게 건네준다 그 결과물은 사진으로 촬영해 둔다 관람객은 여기서 작가는 다만 참여. . 자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소통할 수 있고 그를 위해 봉사하는 틀 또는 환경을 구축하였을 , 뿐이고 참여자 역시 자신의 참여가 미술작품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의 . 세탁과정이란 것도 생각해보면 지극히 일상적인 수행이자 활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다분히 여성에게 주어진 희생 노동이기도 하다 오인환은 이를 남성의 노동으로 , . 전환시키고 일상적인 빨래를 작가와 참여자가 상호 긴밀히 연동되어 이루어내는 일로 만들어 내면서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필요로 함을 드러낸다.
성적 정체성의 문제 3.2.
년대 후반과 년대 초반에 열린 다양한 현대미술 전시들은 집단 정체성 그중에서도
1980 1990 ,
인종 민족 젠더 섹슈얼리티의 측면에서 규정되는 정체성에 각별히 주목했다, , , .15)특히 정체성 은 젠더나 섹슈얼리티 민족 계급 종교 공동체 국가와 같은 여러 변수의 복잡한 매트릭스 , , , , , 속에서 형성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현대에 있어 정체성 개념의 핵심은 . 정체성이 구성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프랑스 후기구조주의자들의 영향에 크게 힘입었다. . 특히 미셀 푸코는 정체성이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문화와 정체적 환경 안에서 습득된다고 보았다 주체란 고정된 실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형성되는 구축물이며 . 하나의 근원에서 발생한 단일한 개체로서의 자아 는 사회 문화 심리적 담론들의 그물망에서 ‘ ’ , , 생산되는 다수적 자아들로 대치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눈은 더 이상 개인과 그 중심을 . 향해 있지 않고 그 대신 개인이 구축된 문맥과 소외된 주변을 탐색하게 된다, .16) 좀더 그의 논리를 따라가 보면 주체란 지배와 의존에 의해 어떤 이와 관계를 맺는 측면과 양심과 자의식 에 의해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밀착되는 국면 모두를 포함하는데 이 두 양상 모두를 포괄하는 , 주체는 권력의 형태로 드러난다고 보았다 따라서 스스로 기원을 갖는 자율적 주체란 사실상 . 허구이며 그것은 결국 권력관계들과 그것을 행사하기 위한 전략관계들 그리고 그것들간의 , , 관계에서 오는 결과들로 이루어진 전사회적 지배구조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17) 오늘날 현대미술에서 사용하는 정체성이라는 용어는 통상 사회적 문화적 정체성을 의미하는 데 이 정체성은 상관적인 것이고 다른 이들과의 유사성과 차이에 의해 정의된다고 본다 따라, . 서 정체성은 상당히 유동적이고 맥락이 변화함에 따라 변형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이른바 . 유동적인 정체성(fluid identity)이라고 부른다.18)이 정체성 개념은 불가피하게 주체와 타자 를 호출한다 타자. (Other)란 무언가 다르다고 선정된 누군가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부정적 . 비교를 통해 문화적 타자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관습을 이른바 이타성(alterity)이라고 한다. 젠더와 성정체성의 경우가 단순하고 위계적이며 정체성의 범주 안에 다양성을 평준화시키려 는 이분법적 용어를 통해 타자성을 구축하는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이성애는 . 동성애와 반대로 정상적인 것으로 규정되며 남성과 여성은 명백한 대립쌍으로 이해되는 식이 다 오인환의 작업은 바로 이러한 인식에 저항한다 그가 생각하기에 실제 삶에서 젠더와 성적 . . 정체성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며 변화와 논쟁에 열려 있는 개념이라고 이해된다 그의 . 나의 아름다운 빨래방 사루비아 작업 역시 젠더와 성적 정체성이 인종이나 출신 국가로 정형
‘ ’
화되는 방식을 해체하고자 하는 시도의 일환이다 특히 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 정체성 특히 성적 정체성이다 오인환은 , .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한국의 오픈리 게이 미술가이다 이 게이 미술가 라는 호칭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 . ‘ ’ 작업으로 구성하게 하며 그러한 고민이 개인의 성적 정체성을 넘어 사회전반에 개입하고 가시 화하는 작업으로 확대되게 한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대한민국 사회 제도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 , 정체성을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이 틀 안에서 사는 사람들 역시 그러한 정체성을 매우
15) 진 로버트슨 크레이그 맥다니엘 문혜진 옮김 테마현대미술노트 두성북스, , , 『 』, , 2011, p.72 16) 윤난지 현대미술의 풍경 예경, 『 』, , 2000, p.37
17) 미셀 푸코 오생근 옮김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 나남출판, 『 : 』, , 1994, pp.289~329 18) 진 로버트슨 크레이그 맥다니엘 문혜진 옮김 테마현대미술노트 두성북스, , , 『 』, , 2011, p.93
단순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순혈주의와 남성중심주의 부계중심사회 이성애중심주의. , , 가 유난히 강조되는 대한민국에서 이와는 다른 정체성을 추구하기는 매우 힘들고 어렵다 그가 . 생각하기에 주체란 하나의 습관 나라고 이야기하는 습관 일 뿐이다, ‘ ’ .
오인환 작업의 화두인 정체성에 대한 관심은 타자 동성애자로서의 자신의 성 정체성과 직결된/ 다 오인환은 이러한 자신의 삶과 직결되고 있는 게이의 은폐된 삶과 언어에 주목해 이들 혹은 . 자기 개인의 주체성과 가치관을 근간으로 작업한다 게이의 성 정체성을 비롯한 타자와 젠더 . 이슈는 타자 이슈와 맞물려 1970년대부터 대두되었으나 게이들의 주체성과 가치관에 대한 인식의 전환 및 몸의 정치학 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 참여는 에이즈의 확산과 공포로 인해 ‘ ’
년대 말 절정에 달하게 되었다
1980 .19) 오인환이 미국 유학길에 오른 1994년은 바로 이러한 게이들의 저항과 공동체 의식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였기에 당시의 상황이 작가에게 성 정체성 과 이에 근간한 그의 작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이해된다 오인환의 나의 아름다운 . ‘ 빨래방 사루비아 를 통해 관람객 참여자들의 옷을 무료로 빨래해주는 궁극적인 이유는 자신의 ’ / 성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공개하는 방법에 해당한다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 편견이 . , 지배적인 우리 사회에서 게이 커뮤니티를 나열하는 일은 그가 조심스레 숨겨왔던 자신의 성정 체성을 작품에 투영하는 것이자 작품을 통한 일종의 커밍아웃에 해당한다 동시에 그것은 단지 .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동성애에 대한 환기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성적 소수자로서 주변화 되었던 위상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환기되고 수정될 수 있는지 고찰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결론 4.
오인환의 작업은 사전에 계획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의 소통 그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중요한 사례에 해당한다 실제로 전시 공간 사루비아 빨래방 에서 우리가 . ( ) 만날 수 있는 것은 매우 절제되고 개념적인 조형언어로 구성된 몇 가지 설치물뿐이다 그러나 . 이 오브제들은 관객들이 감상할 완성된 오브제 가 아니라 작업의 진행을 위한 일종의 장치 에 ‘ ’ ‘ ’ 해당한다 이는 작가와 관객들 간의 긴밀한 만남을 가능케 하며 작업을 탄생시키는 중요한 . 요소가 된다 그의 작업은 공간을 찾아온 방문객의 옷을 빨래를 해 주는 과정 자체가 예술작. ‘ ’ 품이 된다 관람객의 옷을 빨아주면서 그와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 다양한 타자. , 들과의 경험을 교류하려는 시도 자체가 작업이 되었다 이는 관객 참여적 작업의 의미 있는 . 진전이라고 본다 오인환이 관람자에게 제안하는 것은 그 스스로가 작품의 주체가 되고 생산자. 가 될 수 있으며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예술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획일성에 저항하는 자아, 주체를 누리도록 권유한다 그리고 이는 한국의 집단적인 근대문화에 대한 대응방식의 하나로 . 볼 수 있다 또한 그의 작업은 부계중심 사회 체제와 계급구조 내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 타자로 인식되어 자신들만의 소공동체를 이루고 나름의 특수 언어와 문화를 전개해가고 있는 게이 문화의 다양한 국면과 변화의 추이를 가장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방식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작업의 사례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것이 또한 어떻게 관객들에게 읽혀지고 소통될 수 . 있는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처럼 그는 일반화 보편화 획일화를 규정하고 강제하는 대한. , , 민국 사회모델에 개입하여 이른바 반복과 비틀기 를 시도한다 그는 보편적인 이념과 규범을 ‘ ’ . 지향하기 보다는 무수한 차이를 지닌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여러 가지의 공동체를 그려, 보인다 이러한 오인환의 작업은 결론적으로 정형화된 언어와 정체성의 구조적 해체를 통해 . 한국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가부장적 이성애 남성 중심의 지배 담론에 도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적정체성에 관한 흥미로운 메시지이자 획일성의 문화에 저항하는 개별성 주체성의 . , 전략적 측면 또한 내포되어 있기에 그렇다.
이처럼 오인환의 작업은 상당히 적극적인 관객참여형 작업을 통해 보다 직접적인 관객이 참여, 소통을 도모하는 한편 이를 통해 작품을 궁극적으로 완성해나가는 한편 그와 더불어 추구하는
19) 휘트니미술관기획 리사 필립스 등 지음 송미숙 옮김, , , The American Century: 『 현대미술과 문화 1950-2000 , 』 학고재, 2008, pp.454~463
메시지가 한국사회의 남성가부장적 사회구조에 균열을 내는 동시에 이성중심의 사회와 획일 성의 문화에 저항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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