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인류의 역사를 보면 광범위한 지역에서 대규모로 유행했던 질병이 가끔씩 나타나긴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 로나19)의 유행은 세계적인 보건 및 의료 위기 상황을 불러 온 가장 최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바이러스가 확산 된 데에는 바이러스 자체의 특징이나 부실한 초기 대응도 문 제였지만 과거에 비해 활성화된 전 지구적인 이동과 같은 생 활양식의 변화도 영향을 끼쳤다. 이로 인한 감염병의 유행은 전 세계적 현상이었는데 그 대응은 국가별로 판이하게 달랐 다. 다행히 한국은 성공적으로 방역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 를 받고 있다. 이는 국내 의료 부문의 특성과 국가 및 지자체, 시민 차원의 대응 등 다양한 요인이 어우러진 결과이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방역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이 가진 의료체 계의 특성을 살피고 공공보건의료 부문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국내 의료 부문의 특성과 공공보건의료의 정의
한국의 의료체계는 요양기관의 숫자나 규모로 볼 때 90% 이 상을 민간 부문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단위의 국가 의료보험 가입제도와 이를 통한 제3자 지불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민간 요양기관이라 하더라도 의료전달 과정에서 반드시 공공성이 개입된다. 이로 인해 의료의 공공성을 논의 할 때
혼선이 생기곤 한다. 특히 공공의료와 같은 용어는 많이 사용 되지만 합의된 명확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이규식 2017).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공보건의료를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 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
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보건 및 의료 관련 주체들은 모두 공공보건의료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의료 부문은 전 과정이 연속적인 서비스로 이어져 있으므로 보건 및 의료 관련 주체들은 모두 공공보건의료 활 동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관련 정책 들은 이들 모두를 포함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설립 형태를 기준으로 정책이 시행된다. 따라서 실제 정책은 공공요양기 관이 실행하는 보건 및 의료 활동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다.
공공보건의료 관련 정책은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집중된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가 공공보건의료의 제공을 주요한 목적으로 하여 설립·운영하는 보건의료기관이다. 공공의료기관은 공 공보건기관, 즉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를 제외한 기관 을 가리킨다.
공공보건의료의 역할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국 공립인지 민간인지의 여부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민간 부문
보건 위기와
공공보건의료의 역할
기고
양호민 | 서울대학교 BK21+ 4-Zero 지향 국토공간창조사업단 연구원 ([email protected])
62
제464호 2020 June
63 에서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는 업무를 공공의료기관이 수행
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의료 이용의 과정에서 크게 다 른 점은 없는 셈이다. 따라서 국가 단위에서 보았을 때 의료 취약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형태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공공의 료의 역할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종종 의료 분야의 효율성 제고를 고찰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내 의료전달체계 자체가 공적 재원 이 투입되어 운영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국공립 요양기관 도 경영성과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은 민간 요양기관의 역할과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크게 구분되지 않는 것이다.
국내 의료기관의 숫자와 병상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민간 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의 기능 차이에 대해 알 수 있다. 인 구 대비 의료기관의 숫자는 공공의료기관 숫자와 시도별 경 향이 다르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서울, 부산, 인천은 인구 대비 전체 의료기관의 숫자는 많은데 공공의료기관은 적은 편이고 강원도와 전라남도는 그 반대로 나타난다. 이로써 인 구 대비 의료기관수의 지역별 단순 양상을 보았을 때 시도 단
위에서는 공공의료기관의 존재가 어느 정도 의료 취약지역에 대한 보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도별 인구 대비 병상수로 보면 요양기관 전체 의 병상수와 공공의료기관 병상수의 경향이 비슷하게 나타 난다. 병상수는 의료 공급의 절대적 지표라고 볼 수는 없지 만 의료 공급의 물리적인 기반을 파악하는 데 가장 대표적 지표 중 하나로 요양기관의 규모를 파악하기에 적합하다.
요양기관의 규모는 기관이 보유한 전문과목 및 전문의 숫 자와 강력한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시도별 인구 대 비 병상수는 전체 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이 비슷한 양상 을 보여 병상수로 판단할 때는 공공의료기관의 의료 취약 지역에 대한 지원이라는 목적이 잘 달성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공보건의료를 담당하는 다른 한 축인 공공보건기관은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보건의료원을 말한다. 보건 의료원은 병원에 준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다른 세 가 지는 지역의 1차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공공보 건기관은 의료행위를 수반하지만 지역사회의 노인건강 관
공공의료기관 의료기관
<그림 1> 인구 100만 명당 의료기관수(2018년)
자료: 국립중앙의료원. 공공의료기관현황;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별의료이용통계; 통계청. 인구총조사를 종합하여 저자 재작성.
1000 900 800 700 600 500 400 300 200 100 0
14
12 10
8
6 4
2
0 서울 부산 인천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2.17
2.95 3.68 2.72 906.77
793.75
688.10 663.12
736.20 779.51
604.29
566.63 561.70
597.80 555.14
730.96
628.37
560.44 575.46 695.75
5.37 4.63
0.87 3.20
2.29 13.15
6.17 6.42 6.60 12.29
8.98
6.57 7.60
(개) (개)
570.93
리, 모자보건 및 감염병 관리 등 공공의료기관에 비하면 본 격적인 의학적 치료보다는 건강 관리 및 보건 환경 유지, 복 지 부문에 가까운 기능을 더 많이 수행한다. 보건기관의 기능은 민간 요양기관의 역할과는 구별되는 편이지만 지 역에 따라 보건기관의 기능이 다르고 의료복지를 확대하 는 경향이 있으면 어느 정도 민간 요양기관과 역할이 중첩 되기도 한다.
보건 위기 상황과 공공보건의료 기능 전환
한국의 공공보건의료는 전체 의료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로 낮은 편이고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기능적으로 민간 부문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의료 영역 전체로 보 았을 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잘 드러나는 편은 아니다. 그런 데 위기 상황에서는 공공보건의료 영역의 역할이 뚜렷이 구 별된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공공보건의료 부문은 현장 지 원 및 응급 이송 등의 역할이 주효하다. 재난 상황은 일반적 으로 응급성이 요구되지만 전반적인 보건 위기에 따른 대응
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현재의 코로나19 유행과 같은 감염 병 대응에서는 공공보건기관과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모두 필요하다.
감염병 대응에서는 공공보건의료 부문의 진단, 이송, 치 료 모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전염성이 강한 경우 빠른 진단이 중요한데 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위해서는 검 체가 필수적이므로 진단 단계부터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전 면적으로 활동한다. 이번 감염병의 경우에도 국가 대응체 계 변화에 따라 공공보건기관은 기존의 업무를 대폭 축소 하거나 중지하고 선별 진료소로 전환하여 전국적 검체검사 를 할 수 있었다. 또한 격리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공 공의료기관이 중심이 된다.
이번 사태에는 국가 차원에서 병상을 관리하였으나 지역 별로 보면 공공의료기관의 수용력을 넘어서는 경우가 발생하 였다. 감염병 확진자와 관련되어 일부 의료기관이 일시적으 로 폐쇄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의료 취약지역에서는 매우 큰 문제가 된다. 지역사회의 의료기관 수용력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의료기관의 폐쇄는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 선택지를 줄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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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기관 병상수 의료기관 병상수
<그림 2> 인구 1000명당 병상수(2018년)
자료: 국립중앙의료원. 공공의료기관현황;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별의료이용통계; 통계청. 인구총조사를 종합하여 저자 재작성.
25
20
15
10
5
0 30
3.0
2.5
2.0
1.5
1.0
0.5
0.0 3.5
서울 부산 인천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0.86
1.18 1.49
0.47 1.85
2.07
0.11 0.00 0.69
2.55
1.80
1.65 1.91
2.92
1.69 1.91
2.20
8.95 20.74
15.12
11.59 27.33
15.79 13.46
4.06 10.20
13.86 13.05
22.16 23.22
16.61 19.21
7.50 11.74
(개) (개)
이는 정도를 넘어 근거리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상 황을 만들어 다른 응급 상황의 치명률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 다.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 인구밀집 지역이 병증의 확산에 취 약하다면 인구희박 지역은 의료 부문 자체가 더욱 취약해진 다. 감염 환자에 대한 수용은 인접 지역에 의지한다고 하더라 도 대안 요양기관이 없고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지역 에서 지역 의료기관이 폐쇄되면 이는 소규모 의료 붕괴로 이 어질 수도 있다.
공공보건의료 부문이 보건 위기 상황에서 민간 분야와 분 리되어 작동하면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첫째, 공공보 건의료 부문의 우선적 동원으로 비상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 할 수 있다. 둘째, 민간 운영 기관과의 분리를 통해 비상 상 황에서도 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준다.
다만 한국의 의료 부문은 민간 부문의 비중이 매우 큰 만큼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역할만으로는 이러한 효과를 얻을 수 없으며 민간 주체들과의 협조와 연계가 필수적이다(서경화 2019).
맺음말: 공공보건의료의 강화
현재까지 공공의료체계를 중심으로 성공적인 방역 관리가 이 루어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감염병의 특성상 언제든 다시 위 기 상황으로 확산될 위험성은 존재한다. 일단 보건 위기가 닥 친 이후에는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데 많은 난점이 생기므로 비위기 상황일 때 이러한 시스템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보건의료 부문은 수익성 등의 경영성과를 중시하더라도 경제 적 효율성을 갖추기 어려운 면이 있다. 특히 공공보건의료 부 문은 공공 재원의 투입이 더 많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보건 위기 상황이 아닐 때의 성과 관리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다.
의료가 취약한 지역은 더욱 공공보건의료체계의 확보가 중요하다. 이러한 지역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의료가 취약 하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보건 위기에서는 더욱 취약할 수밖 에 없다. 한편 관리 기능이 주요한 공공보건기관은 감염병 위 기 발생 시 인구밀집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 한 기관을 움직이는 의료 인력의 훈련과 확보도 함께 이루어 져야 한다. 의료 인력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재훈련이 필요할 수 있으며 위기 대응 경험의 축적도 중요한 역량이 된다.
공공보건의료 부문은 기본적으로 법적 감염병 관리, 노인 및 의료 취약자 지원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관리는 민간 부문도 함께 담당하기 때문에 공공보건의료의 특징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보건 관련 위기가 발생할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재편이 가능한 자원이 된다는 점이 민간의 료 부문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공공보건의료 부문은 보건 및 의료 위기 상황에서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다만 공공기관의 특성상 자율성이 보장되기는 어려운 체계를 가 지고 있어 보건 현상으로부터의 상향식 제안 창구가 필요하 다. 여기에 응하는 상위 및 관련 기관의 피드백 반영과 기민 한 대응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발생하겠지만 최종적으로는 피해 최소화가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민간의료 부 문과의 협업 통로를 보다 체계화하여 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의료 수용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제464호 2020 June
65 서경화. 2019. 한국적 상황에서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 대안. 의
료정책포럼 제16권 제4호: 60-66.
이규식. 2017. 공공의료의 올바른 정의와 발전방향. 대한공공의학회지 제1권 제1호: 79-97.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