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출 처 보도일자 [수학으로 보는 세상] <6>
당구공과 소행성의 공통점 한국일보 2014.06.02(월)
시나이 교수의 당구공 불규칙성 소행성의 혼돈 연구에 가교 역할
5월 21일 노르웨이 오슬로대에서 아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2003년 시상을 시작한 아벨상 의 올해 수상자는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와 러시아 란다우 이론물리연구소 겸직 교수인 야 코프 시나이다.
연예계, 스포츠계 등 다른 분야는 위대한 인물이 왜 위대한지 일반인이 쉽게 알 수 있으나 과학과 수학 분야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과학 분야는 노벨상 등 다양한 상을 받 은 과학자의 업적을 눈에 보이게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학은 일반인은 물론 다른 분야 의 과학자, 심지어 동료 수학자도 어떤 연구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위대한 수학자를 소개할 때, 그가 몇 십 년 동안 풀리지 않은 문제를 풀었고 어떤 수학상을 받았다고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가 올해 여름 서울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 개최국의 국가원수,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이 위대한 수학자 몇 분에게 필즈 메달을 수여한다. 필즈 메 달은 40세 미만의 수학자만 수상할 수 있다.
반면 아벨상은 5차 이상 방정식의 답을 구하는 수식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1829년 28 세의 나이에 요절한 노르웨이의 수학자 아벨의 이름을 딴 상으로, 같은 ‘벨’자가 들어가는 노벨상처럼 매년 수여되고 나이 제한도 없다.
시나이 교수는 동역학계의 혼돈(카오스) 연구에 기여한 공으로 상을 받았다. 그가 지도교수 였던 콜모고로프와 함께 제안한 동역학 엔트로피는 동역학계의 운동이 얼마나 복잡한지 또 는 질서정연한지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쓰인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열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에너지의 총합이 보존된다는 에너지보존의법칙 으로, 제2법칙은 열역학계의 무질서한 정도를 나타내는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는다는 엔트 로피증가의법칙으로 각각 알려져 있다. 이 엔트로피는 20세기 후반 디지털 정보통신 시대에 정보의 양을 나타내는 정보 엔트로피의 개념으로 확장됐다.
통계열역학 연구 대상처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입자들의 복잡한 운동이 아님에도 불구 하고 장기 예측이 불가능한 카오스는 아주 간단한 동역학계에서도 나타난다. 시나이 교수의 이름이 붙은 ‘시나이 당구대’는 정사각형 당구대 한가운데 원기둥이 달랑 하나 서 있다. 여 기서 당구공을 튕기면 스핀을 고려하지 않은 당구공의 궤적은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는 반 사의 법칙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 그렇지만 당구대와 원기둥에서 몇 번 반사된 이후의 궤
적은 예측이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결정돼 있으면서도 장기 예측이 불가능한 혼돈의 경우 콜모고로프와 시나이의 동역학 엔트로피는 0보다 큰 양의 값을 가진다.
이에 비해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궤도는 어제도 오늘도 내년도 변함없이 규칙적이다.
이렇게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동역학계의 엔트로피는 0이다. 정보론적으로 표현하면 새로울 것이 없다는 말이다. 가끔 지구 문명을 위협하는 소행성들의 불규칙해 보이는 운동도 그 궤 도는 뉴턴의 운동법칙으로 결정돼 있지만, 혼돈적이어서 동역학 엔트로피가 양의 값을 가지 고 끊임없이 새로운 뉴스거리를 제공한다. 시나이 교수는 혼돈 연구를 통해 수학과 물리학 을 이어주는 위대한 역할을 했다.
김재완ㆍ고등과학원 교수 겸 오픈키아스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