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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생각하는 배움의 이중성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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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석 석 석

석 사 사 사 사 학 학 학 학 위 위 위 논 위 논 논 문 논 문 문 문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배움의 이중성에 대한 연구

국민대학교 대학원

학과간 협동과정 문화교차학과

남궁 단

2006

2006

2006

2006

(2)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배움의 이중성에 대한 연구

지도교수 전 헌

이 論文을 碩士學位 請求論文으로 提出함 2007 년 7월 일

국민대학교 대학원

학과간 협동과정 문화교차학과

남궁 단

2006

2006

2006

2006

(3)

南宮 檀의

文化學碩士學位 請求論文을 認准함

2007년 7월 일

審査委員長 조 중 빈 審査委員 김 상 회 審査委員 정 선 태

국민대학교 대학원

(4)

차 차 차 차 례 례 례 례

제 제제

제1111장 장 장 서론장 서론서론서론

제1절 연구배경 및 목적 ‥‥‥‥‥‥‥‥‥‥‥‥‥‥‥‥‥‥ 1 제2절 연구의 방법 ‥‥‥‥‥‥‥‥‥‥‥‥‥‥‥‥‥‥‥‥‥ 4 제3절 논문의 구성 ‥‥‥‥‥‥‥‥‥‥‥‥‥‥‥‥‥‥‥‥‥ 7 제제제

제2222장 장 장 이론적 장 이론적 이론적 고찰이론적 고찰고찰고찰

제1절 ‘이중성’의 개념 정의 ‥‥‥‥‥‥‥‥‥‥‥‥‥‥‥ 8 제2절 기존 연구 검토 및 적용 ‥‥‥‥‥‥‥‥‥‥‥‥‥‥‥ 12 제

제제

제3333장 장 장 배움의 장 배움의 배움의 이중성배움의 이중성이중성이중성

제1절 서양의 배움은 힘 ‥‥‥‥‥‥‥‥‥‥‥‥‥‥‥‥‥‥‥ 19 제2절 동양의 배움은 기쁨 ‥‥‥‥‥‥‥‥‥‥‥‥‥‥‥‥‥‥‥ 23 제

제제

제4444장 장 장 대학생들이 장 대학생들이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생각하는 생각하는 배움의 배움의 배움의 이중성배움의 이중성이중성이중성

제1절 배움의 위기 현상 ‥‥‥‥‥‥‥‥‥‥‥‥‥‥‥‥‥‥‥ 28 제2절 배움의 이중성에 대한 인식

1.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이중성에 대한 인식 ‥‥‥‥‥‥‥‥‥ 32 2.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배움의 이중성에 관한 인식 ‥‥‥‥ 41 제

제제

제5555장 장 장 결론 장 결론 결론 ‥‥‥‥‥‥‥‥‥‥‥‥‥‥‥‥‥‥‥‥‥‥‥‥‥‥결론 50 참고문헌 ‥‥‥‥‥‥‥‥‥‥‥‥‥‥‥‥‥‥‥‥‥‥‥‥‥‥‥ 54 첨부자료 ‥‥‥‥‥‥‥‥‥‥‥‥‥‥‥‥‥‥‥‥‥‥‥‥‥‥‥ 57 Abstract ‥‥‥‥‥‥‥‥‥‥‥‥‥‥‥‥‥‥‥‥‥‥‥‥‥‥‥ 58

(5)

표차례 표차례 표차례 표차례

<표 4-1> 대학 졸업자의 취업현황 ‥‥‥‥‥‥‥‥‥‥‥‥‥‥‥ 29

<표 4-2> 분석 대상 ‥‥‥‥‥‥‥‥‥‥‥‥‥‥‥‥‥‥‥‥‥ 32

그림차례 그림차례 그림차례 그림차례

<그림 2> 삶의 세계의 사분면 ‥‥‥‥‥‥‥‥‥‥‥‥‥‥‥‥‥ 18

<그림 4-1> 대학생들의 수업 만족도 ‥‥‥‥‥‥‥‥‥‥‥‥‥‥ 30

<그림 5> 이중성과 속임수 이중성의 구별 ‥‥‥‥‥‥‥‥‥‥‥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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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요약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대학 교육에서 배움의 목적과 자세가 달라지고 있 다. 졸업과 취업만이 목표가 되고 있다. 현재 대학 교육에서는 입학식 다 음날부터 도서관에서 고시 공부나 공무원 시험, 어학, 취직 준비에 정신 없이 바쁜 대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학생들은 어학, 취업관련 수강신청 이외에는 모두 졸업이수 학점을 채우기 위해 듣기 편한 시간에 쉬운 과목을 선택해서 좋은 학점을 받고 졸업하려는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진지한 학문의 고민과 실천이 없 이 최대한 시간을 적게 투자하고 최고의 학점을 받으려고 하는 기술만 남 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배움은 무엇일까? 서양의 프란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은 힘’이라고 했다. 동양의 공자는 ‘배우고 때에 따라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했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는 것일까? 베이컨과 공자는 둘 중 하나만 잡을 것일까?

보통 두 마리를 다 잡는 것은 어렵다고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둘 다 필요한 것인데 어떻게 하나만을 잡을 수 없다. 둘 중 에 하나만 잡으면 반쪽의 배움이 되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 다면 우리는 배움의 이중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는 것일까?

본고는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배움에 관한 이중성의 자리를 밝히고 배움 에 있어서의 기쁨과 힘의 관계를 잘 이해하여, 무엇을 먼저 돌보는 것이 바른 수순(手順, priority)인가를 연구해보았다. 이것을 바탕으로 배움의 이중성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 대학 교육의 위기 상황을 바로 설명하고 예측하는 인식의 전환을 이루고자 한다.

배움의 이중성에 관한 사상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배움의 수순을 확인할 수 있다. 공자와 베이컨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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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문서를 확인해 보면 둘 다 기쁨을 통한 힘을 돌보는 수순(手順)을 통 해 조화로운 배움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배우는 것이 힘이라고 이야기한 베이컨도 그의 『학문의 진보』라는 저서에서 분명하 게 배움의 원천의 씨앗은 기쁨에서 시작되는 수순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한 공자는 기쁨을 통해 스스로 배워 힘을 키우는 수신으로 가족과 나라와 천하를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터뷰를 한 국민대학교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이중성에 대해서 거부감 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본인들도 모두 이중적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럼 이중성은 부정적인 것이고 본인도 부정적이라면 본인은 부정적인 사람이자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나요?’라고 질문을 하자, 이내 학 생들은 잠시 침묵을 하거나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본인은 부정적인 사람이다’라고 이야기 했다가 아니라고 했 다가 하는 식의 대답이 오고 갔다. 이중성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이야기하 다가 주체적인 문제로 다가오자, 말더듬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위와 같이 이중성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대학생들에게는 배움의 이중성 에서 ‘수순(priority)’을 바로 잡아, 배움의 이중성(duality)과 속임수 이중성(duplicity)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힘을 우선시 하면 대립과 갈등, 싸움과 전쟁을 통한 일방주의적인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고통스러 운 ‘속임수 이중성’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기쁨에 우선을 두면 어떤 배움이든지 새롭게 배우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이중성' 구도가 설정되어 자연스럽게 천하를 다스리는 힘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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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 제 제1111장 장 장 서론 장 서론 서론 서론

제 제 제 제1111절 절 절 연구배경 절 연구배경 연구배경 연구배경 및 및 및 목적 및 목적 목적 목적

대학생들은 미래 전망의 부재와 취업에 대한 어려움으로 인해 불안해하 고 있다. 대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 다. 자기가 누구인지? 배움은 무엇인지? 모르고 남들만 열심히 따라다니 며 20년을 넘게 살아온 대학생은 스스로 살아가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 다. 남들 평가에만 신경 쓰며 눈치 보며 살아가기에 정신없게 되는 것이 다. 배움의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다. 자신의 모습은 잃어버린 사람이 의 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삶의 기쁨과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 까?

모든 교육이 입시와 취업에 집중 되어 있다. 이러한 교육의 문제는 정 부의 재정지원 부족과 급변하는 현실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과 사회적 의제를 제공하지 못하는 교수들의 문제도 있지만 교육을 받는 대학생들에 게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생들의 배움의 목적과 배움의 자세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를 다니는 목표가 졸업과 취업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배움이 고 왜 배워야 하는지에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입학식 다음날부터 도서관에서 고시 공부나 공무원 시험, 어학, 취직 준비에 정신없이 바쁘다. 배움의 기쁨은 사라졌다. 어학, 취업 관련 수강신청 이외에 다른 강의는 모두 졸업이수 학점을 채우기 위해 신 청한다. 듣기 편한 시간에 쉬운 과목을 선택해서 좋은 학점을 받으려고만 한다. 이러한 교과목 학생들의 학습 태도는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진지 한 학문의 고민과 실천이 없이 최대한 시간을 적게 투자하고 최고의 학점 을 받으려고 하는 처세술만 남아 있게 된다.

위와 같은 현상은 국민대학교의 수업 평가 자료를 공유하는 대표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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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로 총학생회가 운영하는 ‘좋은 수업 만들기’1)와 다음(Daum) 포털 의 ‘국민학생들’2) 카페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취업에 직접적으로 도움 이 되지도 않으면서 배움의 정진과 진리를 탐구를 위해 공부를 많이 시키 는 어려운 과목은 인기가 없을 뿐 아니라 악플(악성리플)3)만 가득한 것 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반면에 오후에 좋은 시간대의 듣기 편하고 학점도 잘 주는 과목은 인기 댓글이 이어진다. 배움을 통한 앎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편한 시간, 쉬 운 과목, 좋은 학점’의 처세술만 남아 있는 것이다. 쉬운 과목을 선택하 고 남은 시간들은 토익, 토플 공부와 고시 및 공무원 준비에 많은 배움의 시간을 쏟아 붓고 있다.

이와 같은 배움의 자리에 참된 교육과 참된 배움이 살아 있느냐? 하는 것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토익, 토플, 고시,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 는 학생들이 삶의 큰 배움을 얻었다고 하는 주위 대학생들의 고백을 들어 보지 못했다. 대학 교육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대학생들은 힘을 얻기 위해 뛰고 있다. 권력과 재력을 얻기 위한 취업 의 관문을 통과하려는 목적을 이루려는 처세술적인 배움에만 관심을 가진 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 효과를 얻어 모범답안을 제출하는 것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설령 대학교에서 좋은 가르침을 받고 배움의 기쁨을 느꼈을지라도 뒤돌 아서면 취업을 위한 ‘토익, 고시,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왜일까? 배움에서 얻는 기쁨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러한 혼란스러운 배움의 위기 현상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대학생 들은 어떤 배움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일까?

철학적으로 배움에는 크게 두 길을 있다고 이야기 한다. 서양에서는 근 대 학문의 초석을 이룬 프란시스 베이컨(Bacon, Francis)은 ‘아는 것은 힘(Knowledge is power)’이라고 한 길을 이야기한다. 동양에서는 공자 1) http://www.mykookmin.com

2) http://cafe.daum.net/kookmin

3) 惡+reply, 다른 사람이 올린 글에 대하여 비방하거나 험담하는 내용을 담아서 올린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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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子)가 이야기한 ‘배우고 때에 따라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 之 不亦說乎)’라는 길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두 길은 다른 길일까, 아 니면 같은 길일까?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는 것일까? 베이컨과 공자는 둘 중 하나만 잡은 것일까? 한 길만을 간 것일까? 대학생들은 배 움의 이중성이라는 갈림길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생들은 배움의 이 중성에서 어떻게 하면 탈출할 수 있을까?

배움의 이중성을 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행 되어야 할 연구가 있다.

바로 ‘이중성(二重性, duality)'의 개념을 꼼꼼히 다시 확인하고 재정립하 는 것이 필요하다. 이중성의 개념이 바로 자리를 잡으면 배움의 이중성에 관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이중성이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되고 있 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중성이 단순히 문제라고 생각하며 나쁘다고만 생각한다. 과연, 이중성만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배움의 이중성과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배움의 이중성이 없어질 수 있는 것일까? 이러 한 의문을 가지고 본고에서는 배움의 이중성의 자리를 철학적 역사적으로 재조명 해보고 현재 사회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대학 교육에서 배움의 이중성에 나타나는 현상을 바로 알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배움의 가치가 교차하는 현상을 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배 움의 이중성을 이해하는 것은 배움의 정적인 면을 강조하기 보다는 배움 이 교차하는 동적인 면을 살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교차된 배움의 이중성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자기 소외 에 시달리게 되고, 집단적으로 영문을 알 수 없는 사회갈등이 야기된다.

그래서 ‘무언가 잘못 되어 가고 있다’고 감지되는 순간 우리는 반사적 으로 “이게 누구 탓”인지를 밝히는데 골몰하게 된다. 너 아니면 내가 아니라 그 보다 더 깊은 곳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기 때 문이다.4) 문제의 원인을 찾을 때, 남 탓하기 보다는 보이지 않는 문화의

4) 조중빈, 2003, “한국정치연구와 문화교차학적 접근”, 『한국정치학회보』, 제37집 1호 (2003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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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잘 살펴야 바른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본고는 국민대학교의 학생들의 배움에 대 한 의미에서 나타나는 이중성을 연구하고 학교, 교수, 학생 모두에게 필 요한 구체적인 대학 교육의 배움에 관한 배움의 이중성 실태를 제공해 주 고자 한다. 배움의 온전한 자리를 찾고 배움의 기쁨과 힘을 둘 다 챙길 수 있는 '수순(手順, priority)'을 바로 잡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 려는데 연구의 목적이 있다.

본고는 대학생들이 배움에 관한 이중성의 자리를 밝히고 배움에 있어서 의 기쁨과 힘의 관계를 잘 이해하여, 무엇을 먼저 돌보는 것이 배움의 이 중성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바른 수순인가를 연구해보고자 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배움의 이중성을 바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 대학 교육의 위기 상황을 바로 설명하고 예측하는 인식의 전환을 이루고자 한다.

제 제 제 제2222절 절 절 연구의 절 연구의 연구의 연구의 방법 방법 방법 방법

본 연구는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국민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 생들이 대학 교육의 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하고 있는지 문 화교차학적 접근법을 통한 에트노그라피 (Ethnography) 방법으로 연구 하고자 한다. 즉 연구 방법론(Methodology)은 에트노그라피를 사용하고 있으며, 방법(Method)은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사용하여 대 학 교육의 이중성을 연구하고자 한다.

문화교차학적 접근법은 비교문화적 접근법과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 다. 비교문화(比較文化)는 정지해 있는 명사적 문화를 연구하는 정적(靜 的)인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모든 문화는 정지해 있지 않고 움직인다. 움직이는 모 든 것은 변화한다. 끊임없는 변화에는 지속적인 교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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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할 수 있다. 상대적인 것들의 끊임없는 교차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정적인 명사보다는 동적(動的)인 교차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문화의 교차점에서 나타나는 문화 충돌의 동적인 측면을 연구할 때, 살아있는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다. 정체성은 언뜻 보면 멈춰 있는 명사 같지만 살아있는 것은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생각하면 동사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비교문화연구를 버리고 문화교차연구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명사와 동사,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둘 다 챙기자는 것이다. 문화교차학 은 통합적 접근방식(integral approach)을 취하는 학문으로 비교문화연구 를 포함(include)하면서 뛰어 넘는(transcend)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 이다.

본고의 연구 방법론인 에트노그라피는 질적연구방법론(qualitative research methodology)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질적연구방법은 연구 자가 연구 대상이 행위하고 생각하는 일상에 참여하거나 그 일상을 관찰 하면서 연구 대상이 갖고 있는 경험 세계와 가치관을 당사자의 주관적 시 각으로 이해하는 연구 방식5)이라고 할 수 있다.

에트노그라피는 참여관찰법과 심층인터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참여관찰법은 연구자가 몇 년 동안이나 현지 문화에 머무르 면서 그들의 사고를 배우고 될 수 있는 한 일상생활도 같이 하면서 연구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관찰자의 객관적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어 려움이 있다.

둘째, 정보제공자들 택하여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인터뷰를 하는 방법이 있다. 정보제공자인 대학생들은 연구자에게 그들만의 대학 교육 의 다른 중요한 측면들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주게 된다. 이 과정에서도 연구자들은 편견을 가질 위험 부담을 있다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 사용하는 에트노그라피 방법은 문화인류학자인 클리포드 기어

5) 윤택림. 2004. 『문화와 역사 연구를 위한 질적연구방법론』. 아르케,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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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Clifford Geertz)의 『문화의 해석(The Interpretation of Cultures)』

의 연구와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기어츠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살면서 심층놀이(deep play)인 닭싸움을 에트노그라피 방법을 통해 닭싸움에 얽 힌 인도네시아인들의 독특한 문화를 깊이 있게 해석하고 있다.

기어츠는 닭싸움에 함께 참여관찰하며 심층 인터뷰를 하며, 닭싸움을 보는 발리 사람들이 닭을 자신들과 동일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뿐만 아니라 닭싸움은 발리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고, 혐오하고, 동시에 매료 당하는 존재인 “암흑의 힘”과도 동일시하는 것을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닭 싸움을 참여관찰하고 구체적인 증거 수집과 진술들을 통해 닭싸움에 상징 성이 담고 있는 발리 사람들의 ‘동물적인 증오, 미학적인 힘, 지위 경쟁, 상징적인 자아간의 모의싸움 등’과 관련된 인도네시아 문화를 바로 이해 하며 해석하고 있다.6)

본고는 이러한 에트노그라피라는 질적연구방법론을 통해 대학 교육의 배움의 위기를 참여 관찰하는 동시에 심층 인터뷰를 통해 대학생들이 생 각하는 배움의 이중성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자 하였다.

에트노그라피는 외부 관찰자보다 배움의 주체가 스스로 배움을 말하게 한다는 데에 연구 방법의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학 교육을 그 주 체인 학생들에게 듣는 인터뷰 방식을 에트노그라피라고 한 이유는, 배움 의 이중성이라는 틀을 씌워 보려는 연구자보다 이중성을 직접 느끼는 학 생들의 살아있는 답을 더 중요시하는 분석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배움의 이중성은 문화라고 볼 수 있다. 문화는 보이지 않지만 인간 내 면에 분명히 존재하며 내면의 드러남으로 보여 지는 것을 통해 알 수 있 다. 드러난 현상을 해석하는 주관의 마음을 바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쌍방 향 대화이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상호주관성을 강조하는 쌍방향 대화방식의 FGI(Focus Group Interview) 방법을 사용하였다. FGI는 에트노그라피, 마케팅, 사회과학 영역에서 사용되는 질적연구방법 중에 하나이다. 일반

6) 클리포드 기어츠, 문옥표 역. 1998. 『문화의 해석』. 까치글방, P.482-532

(14)

적인 FGI는 주로 12~15명을 한 곳에 모아서 집단 토론을 하게 하는 초 점집단면접의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본고에서는 초점 그룹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면서 더 깊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1~2명과 한 곳에 모여 2~3시간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FGI를 진행하였다.

FGI는 가설을 통한 일방적인 데이터로 이론을 검증하는 하는 것이 아 니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 문헌연구, 설문조사 등의 양적연구를 통한 연구자 중심의 일방적인 연구 방법을 지양하였다.

즉, FGI 대화를 통해 연구자의 주관과 대학생들의 주관이 만나는 것이 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자의 가설과 피면접자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만나 상호 이해할 수 있는 교차점에서 가설을 검증하고자 하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위와 같은 연구 방법을 통해 일반적인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분석이 아닌, 더 나아가 학생들의 행태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대화를 통한 그들의 깊은 속내에 있는 배움의 이중성을 파악하여 대학생들이 배움의 본연의 자리를 찾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제 제 제 제3333절 절 절 논문의 절 논문의 논문의 논문의 구성 구성 구성 구성

본 논문은 서론을 포함하여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장에서는 이론 및 선행연구에 대한 고찰을 토대로 기존의 논문에서

‘이중성’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개념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에 대 한 현실 적용에 대한 적합성을 고찰한다. 또한 기존의 이중성 개념과 본 고에서 정의하는 개념의 차이를 명백히 밝혀주고 그것을 통해 이중성의 관계성을 새롭게 제시하고자 한다.

제3장에서는 배움의 이중성을 문화교차학적 관점에서 동양과 서양의 배움에 관한 문화의 교차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동양의 배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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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사상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배움의 의미를 알아본다. 둘째, 서양 의 배움으로 베이컨의 사상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배움의 의미를 알아본 다.

제4장에서는 앞서의 논의를 토대로 대학생들이 실제로 체험하고 있는 대학 교육의 이중성에 대한 생각을 인터뷰 방법으로 알아본다. 대학 교육 의 위기는 무엇이며, 대학 교육에서 느끼는 배움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또 한 배움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배움 의 이중성인 기쁨과 힘의 관계성에 대해 학생들이 체험하고 있는 현실적 인 생각을 밝히고자 한다.

제5장에서는 본 논문의 결론으로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하여 대학 교 육의 이중성에 대한 대학생들의 이해가 어떠한지 정리하고 이러한 연구가 가지는 의미를 서술한다. 또한 본 논문의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16)

제 제 제 제2222장 장 장 이론적 장 이론적 이론적 이론적 고찰 고찰 고찰 고찰

제제제1111절 제 절 절 절 ‘‘‘‘이중성이중성’’’’의 이중성이중성의 의 개념 의 개념 개념 정의개념 정의정의정의

우리 사회에서 ‘이중성’이라는 개념은 두 얼굴 가진 인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른 나쁜 사람을 지칭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중성의 개념에 대한 심층적인 고찰과 이해도 없이 단순하 게 두 얼굴은 ‘옳지 않다’고 규정하며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중성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사상일까?

그렇지 않다면 현대에 들어와서 생겨난 새로운 현상일까?

역사적으로 이중성의 기원을 찾아보면 두 얼굴의 야누스(Janus) 신에 서부터 찾아 볼 수 있다. 야누스는 로마 종교에서 문간(janua)과 아치 길 (janus)의 애니미즘적 수호신이었다. 야누스 신을 숭배하는 것은 사실상 로마 시가 형성되기 전의 로물루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에는 많은 야누스(의례용 출입구)가 있었다. 이것들은 흔히 독립적 인 구조물로, ‘행운’을 주는 상징적인 출입구로 이용되었다. 로마 군대의 출정에는 특별한 미신이 결부되어, 야누스를 통해 행진해가는 방식에는 행운을 가져오는 것과 불운을 가져오는 것이 있었다. 어떤 학자들은 야누 스를 모든 시작의 신으로 생각하고 출입문을 그와 연결하여 생각하는 것 은 거기서 파생된 것이라 본다.7) 이렇듯 야누스 신을 고찰해 보면 행운 과 연결되는 긍정적인 의미가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중성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중남미 문화의 아즈텍 신화에서도 긍정성 이 잘 나타난다. 아즈텍의 신화에서는 중남미 문화의 원형인 ‘창조’ 신화 를 통해 이중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아즈텍 신화에서 창조는 상호보완적인 대립과 갈등의 결과물이다. 모든 사물의 원천이며 아즈텍 신들의 기원으 로 여겨지는 오메떼오뜰(Ometéotl)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지니고 7) 출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17)

자가생식이 가능한 양성성의 신이다. Ome는 2를 뜻하고 Téotl은 신을 뜻 하니 오메떼오뜰은 이원신인 셈이다.

이는 태극(太極)이 발현되면 음(陰)과 양(陽)으로 이원화되듯이 오메떼 오뜰이 발현되면 우주운동의 근원인 오메떼꾸뜰리(Ometecutli)와 오메씨 우아뜰(Omecíhuatl) 두 신으로 나뉜다. 두 명의 신이지만 펼침과 닫침의 우주의 근본원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8) 각각의 신이 이중성 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두신의 대립이 창조로 연결됨을 발견할 수 있 다. 중남미 문화의 아즈텍 신화에서도 창조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먼저 사 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멕시코는 이중성의 세계관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국가 중에 하나 이다. 멕시코의 화가 루피노 타마요(Tamayo, Rufino)9)의 ‘이중성’이라는 그림에서는 어둠과 빛, 해와 달을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있으며, ‘무한 앞 의 인간’에서는 태양을 검은 색과 흰 색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도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으로 나누고 있다. 타마요는 이중성을 통 해 중남미 문화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의 이중성에 대한 심층적인 고뇌를 보여주고 있다. 이중성은 인간 안에 공존하며 동전의 양면처럼 나눌 수 없는 인간 본성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중성(二重性, dualism)’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하나의 사물이 동시에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성질”10)이라고 한다. 분명히 이중성은 하나의 사물이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다고 정 의하고 있다. 이중성이 일한다고 한다면 하나의 사물이 동시에 서로 다른 두 가지를 품고 일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둘 중에 어느 하나만 가지 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동양에서 많이 이야기 하는 것 중에 하나인 음양의 원리에도 이중성의

8) 송상기, “멕시코의 바로크와 근대성”, 2002, 고려대학교출판부

9) 멕시코의 화가로 리베라, 시케이로스, 오로스코 등과 함께 멕시코의 4대 거장으로 불린다.

다른 3명과 달리 추상파적이며 벽화보다 타블로파(tableau派)에 속한다. 화제(畵題)나 색채 에서 모두 인디오의 전통이 맥맥히 흐르고 있어 누구보다 가장 멕시코적인 화가이다.

10) 출처: 동아 새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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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가 들어있다. 음양의 원리란 ‘서로 반대되면서 동시에 서로를 완전하 게 만드는 힘’, ‘서로의 존재 때문에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힘’의 관 계로 보고 있다.

『역경(易經)』은 이 원리를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행복은 불행 때문에 가능하고, 불행은 행복 속에 숨어 있다. 무엇이 불행이고 무엇이 행복인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확실한 것은 없다. 의로운 것이 갑자 기 사악한 것이 되고, 선한 것이 갑자기 악한 것이 된다.”『도덕경(道德 經)』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근원이며, 움직이 지 않는 것은 모든 움직이는 것들의 근원이다.” 회귀, 즉 끊임없는 순환은 도의 기본적인 운행 원리11)라고 설명하고 있다.

모순의 원리(The Principle of contradiction)가 작용하는 우주는 끊임 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대립(oppositions), 역설(paradoxes), 변칙 (anomalies)이 늘 발생한다. 신/구, 선/악, 강/약이 모든 사물 안에 동시에 존재한다. 대립은 사실상 서로를 완성시키고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도교 에서는 모순 관계에 있는 두 주장들이 역동적인 조화의 상태로 존재하며, 서로 대립적인 동시에 서로 연결되어 상호 통제한다고 생각한다. 도는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된다.

도교의 창설자인 노자는 “사람들이 미를 미로서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추함에 대한 인식이 생겨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선을 선으로서 인정 해야 마침내 사악함에 대한 인식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존재와 부재는 상 생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자신을 정치가, 군인, 철학자, 시인으로 명 명했던 중국의 독재자 마오쩌둥도 “대립은 서로 맞서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호 연결, 상호 침투, 상호 관통, 상호 의존을 뜻한다”라고 기술하였다.12)

서로 다른 문화가 교차하는 체험의 현장인 우리의 ‘몸’에서도 서로 다른 두 개의 성질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공존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1) 리처드 니스벳, 최인철 역, “생각의 지도”, 2003, 김영사, P.39-40 12) 리처드 니스벳, 최인철 역, “생각의 지도”, 2003, 김영사, P.165-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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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몸은 선과 악, 안과 밖, 몸과 마음, 동양과 서양, 옛 것과 새 것이 끊임없이 교차하면서 변화와 생성을 하고 있다. 내면의 이중성이든지 아 니면 내외의 이중성이든지 이중성은 교차하는 모든 현상 속에서 본성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성을 단순히 부정적인 의미로만 설정하여 제거하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중성이라는 자체가 분리 할 수 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를 죽이면 다른 하나도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중성을 부정적인 것으로 몰아가지 말고, 긍 정적인 면이 분명하게 있음을 확인하고, 이중성(duality)과 모두가 기피 하는 속임수 이중성(duplicity)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13) 이것을 구별하 는 것이 바른 진단과 처방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이중성에 관한 연구는 이중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연구하고 있는지 살펴보 도록 하자.

제 제 제2222절 제 절 절 기존 절 기존 기존 기존 연구 연구 검토 연구 연구 검토 검토 검토 및 및 및 및 적용 적용 적용 적용

기존의 이중성에 관한 선행 연구는 사회학과 심리학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문화가 교차하면서 혼란을 체험하는 인간에 대한 중요한 연구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학문적 관심과 연구가 부족하였다. 이중가치체 계, 이중규범, 이중인격 등 다양한 표현으로 이중성이라는 단어의 개념정 의를 통일시키지 못한 채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이중성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중 성을 내면의 가치와 외부의 가치의 충돌로 보고 있다. 신구 갈등, 세대

13) 본고에서는 이중성(duality)과 속임수 이중성(duplicity)을 구별할 수 있도록 이중성에 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자 한다. 이중성은 한 가지 사물에 있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속 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긍정적인 상태이지만, 속임수 이중성은 한 가지 사물에 있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속성이 대립만 추구하는 부정적인 상태로 정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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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동서 갈등의 구조로 말과 행동의 다름에 대해서 문제를 삼고 있다.

이중성 때문에 혼란과 갈등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회학적인 측면은 언론매체의 이중성 관한 조사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 다. 한겨레신문(1997.5.16)에서 특집 여론조사 “국민의식 이중성 해부:

생각 따라, 행동 따라, 두 얼굴의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다.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병폐적 현상들의 이면에 의식 의 이중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전국의 만 20살 이상 성인남년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① 정치의식

⑴ ․ 현재와 같은 정당․후보자별 지역주의가 바람직하지 않다.

(74.0% 동의)

․ 후보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면 같은 지역 출신 후보나 정당에 투표 하겠다. (60.9%)

⑵ ․ 굶주리는 북녘의 현실을 감안해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은 해야 한다. (65.6%)

․ 북한의 변화 없이 식량지원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66.4%)

② 사회의식

⑴ ․ 대학을 반드시 다닐 필요는 없다. (70.9%) ․ 내 자식만은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40.4%)

⑵ ․ 출신대학으로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93.5%) ․ 가능하면 내 자식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를 바란다. (71.7%) ⑶ ․ 과외는 금지돼야 한다. (73.4%)

․ (내 자식의) 성적향상을 위한 과외는 불가피하다. (43.4%)

③ 성차별 의식

⑴ ․ 아들 선호는 바람직하지 않다. (89.2%) ․ 자녀가 하나라면 아들이 좋다. (43.4%) ⑵ ․ 남자도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 (88.9%) ․ 실제로 가사를 분담하고 있다. (5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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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 제 자신이나 가족의 문제와 결부시켜 실행하고 있는 것 간의 이중성이 상 당히 심각하다’14)는 논리로 이어진다. 내부의 바람직한 가치관과 외부 의 사회적인 가치관의 충돌로 인한 자신이나 가족의 문제와 연결되는 부 분의 이중성만을 보고 있다.

‘혼혈, 이주노동자, 성문화’의 이중성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실질 적인 사회문제로 자주 등장한다. 순혈주의는 혼혈을 배척하고 민족주의는 이주노동자를 소외시키고 있다. 성문화의 이중성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통해 부정적인 모습만 강하게 드러낸다.

우리 일상대화에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솔직히 말해서’이다. 평소에는 솔직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세계에서 투표가 끝난 뒤 출구조 사 통계가 틀리는 나라도 한국 밖에 없을 것이다. 익명으로 응하는 설문 에서조차 본심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항상 술을 한잔 걸쳐야 나오 는 본심, 솔직히 말해서라는 단서가 붙은 뒤에야 삐져나오는 속내15)는 이중적인 한국인의 문화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중성의 문제는 이중성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내적 가치와 외적 가치 의 다름으로 인한 충돌을 관찰하는 비교연구는 바른 진단과 설명에 어려 움이 있다. 왜냐하면 전체가 아닌 단면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 치 인간 내면에는 바람직한 가치만 있고 나쁜 행동을 이끌어내는 부정적 인 가치는 외부로부터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중성이 본성으로 존재 하지 않는 것처럼 환원시켜 논리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심리학적인 측면의 학술 연구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중성 에 대한 기준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이중성의 기준은 최봉영 (1994)의 주장으로 “이중규범, 이중가치란 동일한 상황에 성격을 달리하 는 두개의 규범이 공존하면서 행위자의 선택에 따라 규범의 적용이 달라 지는 것”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여기서도 사회학적 이중성 조사와 비 14) 나은영, 민경환, "한국 문화의 이중성에 관한 소고", 1998, 전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회과학연구』p.11-13

15) 이원복, “이중성”, 2000, 신동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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슷하게 상황적, 구조적 관점에서 이중성 연구를 하고 있다. “동일한 상 황”에서 나타나는 성격을 달리하는 규범의 이중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위와 같은 심리학의 논리는 신수진, 최준식(2002) “현대한국사회의 이 중가치체계”라는 연구에서 인간의 심리를 사회와 문화변동에 따른 이중가 치체계의 구조적 분석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사회변동에 따라 전통 대 근 대, 집단주의 대 개인주의, 사적 관계 대 공적 관계, 권위주의 대 평등주 의, 자연 수용 대 자연 통제, 인본주의 대 물질주의, 과거(전통)지향 대 현대(미래)지향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 내면과 외부의 갈등과 싸움으로 몰 고 간다. 마치 승자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다. 하나는 옳 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것처럼 구도를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도리어 이러 한 구도가 이중성이라는 것 자체보다 더 혼란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상식적인 이중성은 인간 자체 내면의 이중성을 먼 저 보지 못하고 내면과 외부의 교차를 통한 충돌만을 보는 논리로 전개되 고 있다. 또한 급격한 산업화와 서구문물의 도입으로 인한 과도기적 현상 으로 전통과 현대, 서양과 동양의 문화 충돌의 관점으로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이중성을 사회적인 문제로만 보는 부정적인 관점과 달리, 긍정적인 관 점으로 이것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이룬 영역도 있다. 이러 한 영역은 경영학의 마케팅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시대의 트렌드(trend)와 유행에 가장 민감한 곳은 소비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의 최근 트렌드는 이중성을 부정적인 요소로 보지 않고 있다. 이 중성의 긍정성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고객 감동과 소 비자를 만족시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이고 긍정적인 적용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소비시장에서는 이중성이라는 말과 비 슷한 양면성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통용되어서 쓰이고 있다.

이중성의 사전적 의미는 ‘하나의 사물이 동시에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성질’이고, 양면성(兩面性)의 사전적 의미는 ‘한 가지 사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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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하여 있는 서로 맞서는 두 가지 성질’이다. 이렇듯 이중성과 양면성은 하나의 사물 안에 공존하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소 비시장에서는 이러한 소비자의 이중성을 파악하고 소비자가 중심인 소비 시장의 이중성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시장의 양면성은 개인의 상반된 가치들이 생각에 머물러 있던 과거 와 달리 현재는 양면성의 가치들이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둘 중 하나(either/or)”가 아닌 “둘 다 (both/and)”를 공략하는 전략을 필요로 한다.

위와 같이 소비시장에서는 이중성을 부정적인 관점으로 보고 문제로만 삼는 것이 아니라, 양면성을 인정하고 바로 이해해 마케팅에 긍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양면성의 긍정적인 사용을 통해 소비시장은 경쟁하면서 어느 하나를 타파하거나 죽이는 레드오션 전 략(Red ocean strategy)이 아니라 서로가 상생하는 블루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16)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현실적인 이중성 적용 사례를 제외하면 기존의 대부분의 연 구가 ‘말 따로 행동 따로, 겉과 속이 다른 것’에 대한 내부의 가치와 외부 의 영향을 다룬 구조적 상황의 이중성 자체를 문제로 삼아왔었다. 반면에 본고에서는 이중성과 속임수 이중성을 구별하고 이중성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내적 갈등과 내외 갈등을 통한 결과의 드러남이 나쁠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는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그동안 학술 연구에서 배 제되었던 이중성의 긍정적인 면을 연구함으로써 이중성의 본질을 분석하 16)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 인시아드의 한국인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Renee

Mauborgne) 교수가 1990년대 중반 가치혁신(value innovation) 이론과 함께 제창한 기 업 경영전략론이다. 블루오션(푸른 바다)이란 수많은 경쟁자들로 우글거리는 레드오션(red ocean:붉은 바다)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경쟁자들이 없는 무경쟁시장을 의미한다. 이 새로 운 시장은 차별화와 저비용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가치의 비약적 증진을 제공하는 시장으로, 다른 기업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무경쟁 시장이다. 쉽게 말해 기존의 치열한 경쟁시장 속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 인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시장, 곧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시장을 만 들어 내는 전략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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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수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고에서는 기존의 비교연구의 정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이것을 포함하 면서 뛰어 넘을 수 있는 문화교차의 동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통합적 접근 으로 이중성을 본질을 연구하려고 한다. 이런 사고의 틀을 잘 설명을 위 해 켄 윌버(Ken Wilber)의 도식을 빌어 이해를 도와 보고자 한다.

<그림 2> 삶의 세계의 사분면

내면세계 외부세계

intentional

behavioral 개체

cultural (worldspace)

social

(system) 집단

출처: Ken Wilber,

A Brief History of Everything

, Boston:

Shambhala, 2000, 65.

우리의 “삶의 세계”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분류되는 서로 연관된 네 개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x, y 축을 상정하고 그에 따라 나뉘는 사분면(四分面)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 될 것이다.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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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축은 위아래로 우리의 “삶의 세계”를 개체와 집단으로 나눈다. 물론 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루지만 개체와 집단은 각각 자기의 영역에서 독자 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상호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하나가 다른 하나 의 상태를 결정하지 않는다. 달리 표현하면 하나가 다른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로축은 우리 “삶의 세계”를 내면세계와 외부세계로 나 눈다. 내면세계라 하면 개체와 집단이 가지는 “의미의 세계”를 말한다. 주 체적 세계라고 말하기도 하며 해석과 이해가 필요한 존재양식이다. 이에 반해 외부세계는 이들이 가지는 객체적 세계를 말하는데 이는 그 실체가 바깥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오관에 의해 직접적 관찰이 가능한 존재양식을 말한다. 내면과 외부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아무리 분리시키려 해도 분 리시킬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 속에 있다. 외부가 있으면 반드시 그에 상 응하는 내면이 있게 마련이다.17)

이중성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은 이중성을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게 한다.

부정적인 요소만 강조하게 된다. 긍정적인 이중성(duality)의 면과 부정적 인 속임수 이중성(duplicity)의 구별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모든 이중성을 속임수 이중성으로 보고 없애야 할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이중성은 두 얼굴 중에 어느 하나의 얼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 니라 선과 악, 긍정과 부정, 몸과 마음이 부단히 교차하며 새로운 변화와 생성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삶의 세계의 사분면은 상호작용을 통 한 개체와 집단, 내면과 외면은 서로 분리시키려 해도 분리시킬 수 없는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 입체적이고 통합적으로 문화교차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7) 조중빈, 2003, “한국정치연구와 문화교차학적 접근”, 『한국정치학회보』, 제37집 1호 (2003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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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 제 제3333장 장 장 배움의 장 배움의 배움의 배움의 이중성 이중성 이중성 이중성

제제제1111절 제 절 절 절 서양의 서양의 서양의 서양의 배움은 배움은 배움은 배움은 힘힘힘힘

17세기 영국의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근대 과학적 접근방 법과 영국의 경험론의 초석을 이룬 철학자이다. 그는 ‘아는 것이 힘이다 (Knowledge is power)’라는 명언으로 유명하다. 이 명언은 『신기관』

(Novum Organum)에 “인간의 지식이 곧 인간의 힘이다”, “인간의 힘과 인간의 지식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18)고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뭔가 역동적인 그의 학문에 대한 사상은 자본주의 시대인 현대 문화에 서는 힘의 논리인 재력, 권력, 군사력 등과 연결되어 있다. 그 중에서 자 본주의 시대의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는 단선적인 문화에서의 힘은 단연 재력(돈)이라고 볼 수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은 베이컨이 원하 든 원치 안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또 하나의 강한 지배 논리로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베이컨이 예상치 못한 우상인 것이다.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 의 우상, 극장의 우상을 모두 포함하는 우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의 학문의 지식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돈이 되지 않 으면, 지식이 곧 힘이 되지 않으면 학문을 하는 필요가 없다는 논리가 성 립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그 당시 베이컨이 원하는 경험주의 실용 학문일까? 그는 당시 영국과 유럽을 지배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학풍과 스콜라 철학의 학 문 방법이 결코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의 논리학 즉, 삼단논법(syllogism)은 명제로 구성되고 명제는 단어로 구 성되고 단어는 개념의 기호로 구성되는데, 건물의 기초에 해당하는 이 개 18) 프란시스 베이컨, 진석용 옮김, “신기관”, 2003, 한길사, p.39,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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념이 “모호하거나 함부로 추상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개념들을 기초로 세운 구조물은 결코 견고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 은 실용에는 전혀 쓸모가 없으며, 연역적 논리학은 새로운 지식을 얻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기 관』(Organum)에 나오는 연역법에 저항하며 『신기관』(Novum Organum)을 통해 근대 과학적 연구 방법의 초석인 귀납법을 주장한다.

베이컨은 학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편견이나 선입관 에서 벗어나 올바른 연구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는 우상론(偶像論)과 귀납법(歸納法)을 제시한다.

인간의 정신을 사로잡는 우상으로 ‘종족의 우상(Idola Tribus), 동굴의 우상(Idola Specus), 시장의 우상(Idola Fori), 극장의 우상(Idola Theatri)’으로 구별할 수 있다.19) 베이컨은 이러한 네 가지 우상을 제 거하는 좋은 방법으로, 실험을 통해 얻은 경험에서 공리를 끌어내고 그 공리로 다시 새로운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험, 관찰, 경험이 중요 한 영국의 경험론은 여기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베이컨은 우상을 벗 어나 관찰과 실험에 기초하여 귀납법적으로 지식을 탐구하는 것이 중요하 다고 생각했다.

19) 첫째 ‘종족의 우상’은 인간성 그 자체에, 인간이라는 종족 그 자체에 뿌리박고 있는 우 상이다. 이것은 자기의 의지나 감정에 의하여 생각이 흐려진다거나 또한 감각 기관에 의해 착각이 일어나는 것처럼, 모든 인간이 본능적으로 쉽사리 이끌려 들어가는 여러 가지 착각 을 말한다. 둘째 ‘동굴의 우상’은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우상이다. 이것은 개개인마다 가진 서로 다른 성격, 기질, 교육, 관점, 처지 때문에 생기는 편견이다. 각 개인은 자기만의 독특한 동굴에 갇혀 있는 것과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편견을 갖게 된다. 마치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개인적인 편견의 동굴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시장의 우상’은 인간 상호간의 교류와 접촉에서 생기는 우상이다. 말 때문에 생기는 편견이다. 잘 못된 언어는 우리에게 편견을 심어주고 모든 것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에서 많은 말들이 오가며 소문과 과장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 시장의 우상이 다. 넷째 ‘극장의 우상’은 철학의 다양한 학설과 그릇된 증명 방법 때문에 생기는 우상 이다. 베이컨은 무대 위에 꾸며진 것을 보고 환호하는 관객들처럼, 전통이나 권위를 등에 업고 나타나는 지식이나 학문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가리켜 극장의 우상이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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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학문에 종사한 사람들은 경험에만 의존했거나 독단을 휘두 르는 사람들이었다. 경험론자들은 개미처럼 모으기만 하고, 독단론자 들은 거미처럼 자기 속을 풀어서 집을 짓는다. 그러나 꿀벌은 중용을 취해 들에 핀 꽃에서 재료를 구해 자신의 힘으로 변화시킨다. 참된 철학의 임무는 바로 이와 같다. 참된 철학은 정신의 힘에만 기대라는 것도 아니요, 자연지나 기계적 실험을 통해 얻은 재료를 가공하지 않 은 채로 비축할 것도 아니다. 그것을 지성의 힘으로 변화시켜 소화해 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인간의 지성 안에 세계의 모형을 세우는 것이다. 아마 그럴 것이라고 어림직한 세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인간의 이성으로 세우자는 것이다. 이런 일은 세계를 주도면밀하게 해부하지 않고는 해낼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 는 먼저 사람들이 철학적 공상으로 날조해놓은 어리석은 세계의 모 상(模像)부터 철저히 파괴해야 한다.20)

베이컨의 말 중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위의 구절은 그 당시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서 경험의 능력과 이성의 능력의 긴밀한 동맹을 통한 지식 생 산을 주장하고 있다. 우상을 타파하고 실용적인 실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귀납적 연구방법은 근대 과학의 진보를 이루는 초석이 되었다. 현재 세계 에서 가장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실용주의(pragmatism), 실증주의 (positivism)'의 모태가 되었다. 근대 이후 베이컨의 사상은 실용, 실증을 바탕으로 한 힘의 논리 구조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베이컨이 하나인 배움의 기쁨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은 아니다. 베이컨은 『학문의 진보(The Advancement of Learning)』라 는 저서에서 ‘모든 지식, 그리고 지식의 씨앗인 경탄은 본질적으로 즐거 움(pleasure)에서 비롯된 인상이기 때문이다’21)라고 분명하게 언급하고 20) 프란시스 베이컨, 진석용 옮김, “신기관”, 2003, 한길사, p.107-108

21) "all knowledge and wonder (which is the seed of konwledge) is an impression of pleasure in itself" Bacon, Francis. 1954. 『The advancement of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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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학문의 진보를 주장하고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학문을 한다고 하면 서, 사람이 근본적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배움의 기쁨과 즐거움 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학문의 참된 진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는 것 이 힘이 되고 그것이 진정으로 실용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 힘이 삶에 기쁨으로 드러나야 한다. 진정한 힘의 원천은 기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세 학문에 대한 진지한 고뇌와 학자로서의 자기반성이 만들어낸 학문 에 대한 그의 사상은 분명히 유용하고 실질적인 것이었다. 학문의 두 얼 굴을 모두 제시하면서 학문의 본질을 바르게 제시하였다. 베이컨의 의도 와는 달리, 후대에서 ‘아는 것은 힘이다’라는 것만을 차용하였기 때문에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 베이컨은 분명히 기쁨을 통한 호기심과 다양한 경험의 귀납적 힘을 주장한 것인데 이것이 왜곡되어 힘이 지배하는 사회 가 되고 말았다.

힘이 지배하는 사회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힘이 지배하는 사회는 힘이 있는 사람만 기쁠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은 상대적인 것이다.

힘이 있다가도 없을 수 있고 없다가도 있을 수 있다. 적은 자가 있으면 큰 자도 있다. 이런 사람이 함께 같은 지구 안에 살아가는데 힘이 있는 사람만 기쁨을 누리면서 살아가고 힘이 없는 다수는 기쁨을 잃어버린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세계는 힘이 없는 사람은 살기 더 힘들어지고 힘이 있는 사람과 국가는 더 풍요로워지는 지배구조로 가고 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모든 가치 를 뒤로 하고 너도 나도 힘을 먼저 키우기 위해, 돈을 모으기 위해서만 노력한다. 이런 문화 속에서 대학생들에게는 대학 교육에서 배움의 목적 이 힘을 키워 돈을 벌기 위한 취업에 의미를 두는 것은 당연한 논리인지 도 모른다.

위와 같은 논리가 통용되는 대학 교육에서는 우수 대학교 선정 기준으 로 취업률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는 문화로 이어지게 된다. 학교도 학생도 나라도 모두 ‘취업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양하

London : 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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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많은 일 속에 많은 배움이 있고 다양하고 많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일자리가 있지만 모두 획일한 된 힘의 논리의 맞는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직장만을 원하게 되는 문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 열풍이 불 수 밖에 없다. 수많은 인재가 다른 많은 문은 쳐다보 지도 않고 있다. 안정된 직장을 얻는 배움 외에 다른 배움은 중요하지 않 고 생각한다. 오로지 취업에 도움이 되는 학문만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힘이 모든 걸 말해주는 문화는 피곤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일등은 언 제나 한명이다. 지배하는 힘은 언제나 하나이다. 하나만 행복하고 다수가 불행하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제제제2222절 제 절 절 절 동양의 동양의 동양의 동양의 배움은 배움은 배움은 배움은 기쁨기쁨기쁨기쁨

배움이란 무엇일까? 우리들이 지금까지 공부해 온 것들이 공자의 말처 럼 기쁜 가운데 이루어져 왔던가? 우리들이 영어단어를 외우고 수학문제 를 풀고 국어문법을 외우고 하던 배움의 과정이 기쁨으로 이어져 오지 않 았다면, 우리들이 배웠던 내용은 공자가 말하는 배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들의 공부는 왜 기쁘지 않고 공자가 말하는 학문 은 왜 기쁜 것일까?

우리들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공부하고 노력한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 가? 아마도 대부분은 나의 육체가 필요로 하던 먹이(구체적으로 의․식․주 등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돈)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들은 고등학 교에 진학하기 위하여 중학교 과정의 공부를 하였고,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하여 고등학교 과정의 공부를 하였으며 취직하기 위하여 대학교 과정의 공부를 했다.

취직이란 결국 나의 육체가 먹고 입고 거주하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하여 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제한된 물질을 소유하려고 한정된 취직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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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배움만이 남아있다.22)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유교 창시자인 공자(孔子: B. C. 511 ~ B. C.

479)는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 제1장에서 배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배우고 제 때에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먼 지방에서도 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아니해도 화나 지 아니하니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子曰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 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23)라고 했다.

공자는 배움을 통해서 죽음을 포함한 모든 고통까지도 해소할 수 있다 고 생각했다. 유학에서는 죽음의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지 않고 배움에 대한 기쁨이 강조되는 것이다. 배움의 대상들을 알고 그것을 제 때에 익 히는 과정에서 절로 기쁨이 우러나오는 것이다. 벗이 먼 지방에서 배움의 기쁨을 함께 나누니 기쁠 수밖에 없다. 멀리서 찾아온 벗이 기쁨을 나누 면 그것은 즐거움으로 발전된다.

학문의 과정은 원래 자신의 괴로움을 극복하고 기쁨을 터득하는 과정이 기 때문에 그 자체로 기쁜 것이다. 남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배우는 그 자 체로 기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 공자는 이러한 가르침을 대화와 행동을 통해 평생의 배움의 기쁨을 실천한 사람이다. 배움은 기쁨 이고 즐거움이다. 배우고 그 배움을 익히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쁨과 즐거 움을 가지고 있다.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끊임없이 배우면서 살아간다. 밥 먹는 것, 말하는 것, 글 쓰는 것, 농구하는 것, 피아노 치는 것, 사랑하는 것을 배 우고 익히며 살아간다. 배움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살아가는 기쁨과 즐거 움이 된다. 당구를 즐기고 싶으면 당구를 배우고 익혀야 하고, 사람이 사 람으로서의 삶을 즐기고 싶으면 삶의 모든 것을 겸손하게 배우고 익히면, 기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이 배움이라는 것이 가진 자리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자주 그

22) 이기동, “논어강설”, 1992,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p.33 23) 이기동, “논어강설”, 1992,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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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배움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힘만 있으면 절로 기쁨이 생기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나중에 몸의 힘만 비대해지고 마음은 비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괴로워한다. 혼란스러워한다.

공자는『논어』에서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24)고 하였 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식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식만 쌓으면 잘살 거라고 생각한다.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다. 된장찌개에 대해 잘 안 다고 된장찌개를 맛있게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는 것을 익 히는 과정을 통한 훈련으로 조금 나아지며 더 나아가 즐길 줄 아는 사람 이 잘 사는 사람이고 행복한 사람이다.

지식을 쌓아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도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 고, 아는 것이 많고 좋아하더라도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삶에 있 어서 즐거움, 배움의 즐거움은 모든 것을 포함하면서 뛰어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배움의 기쁨을 알고 익히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행복하 게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는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확립하였으며, 마흔 살에 혹하지 아니하였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고, 예순 살에 귀가 순했고, 일흔 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르지만 법도에 넘지 않았 다.(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 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25)라고 말했다. 배움의 과정은 하루아침 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배움은 바로 삶이다. 공자는 평생을 배우는 삶을 살았다. 하늘의 마음을 품고 실천하면 그 결과는 천치만물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형태로 나타나고 모두가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도를 이루게 된다.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그것이 법도가 되고 진리가 되므로 절대 자유를 누리며 기쁘게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배움의 기쁨을 알고 있는 공자는 “아침에 도에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24) 이기동, “논어강설”, 1992,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p.203-204 25) 이기동, “논어강설”, 1992,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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