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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비만세(fat tax) 정책의 실패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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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세정책과 관련된 국제동향 가운데 주목할 만한 사항 하나는 덴마크의 비 만세(fat tax) 폐지관련 뉴스이다. 비만세란 언뜻 과체중인 사람들이 내야하는 세금 인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고지방 식품(high fat food)에 부과되는 일종의 소비세 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세금이지만, 실제로 비만세는 많은 선진국에서 도입여부를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주목받는 세금이다1). 이번에 덴마크에서 폐지된 비만세는 육 류, 버터, 치즈 등 포화지방(saturated fat) 함유량이 2.3% 이상인 식품에 대해 지 방 킬로그램 당 16크로너(krone, 미화 2.7달러, 대략 3천원 가량)가 부과되는 세금 으로, 2011년 말(10월)에 도입되었다가 최근에 폐지되었다. 그렇다면 왜 덴마크에 서는 비만세를 도입한 것이며, 왜 1년 만에 서둘러 폐지한 것일까?

덴마크의 비만세는 오랜 논의 끝에 도입된 것으로, 국민건강과 의료재정의 안정 성 확보를 목적으로 추진된 정책이었다. 따라서 세금을 더 걷기위한 조세라기보다 는 특정 목적을 띤, 정책세제로서의 성격이 강한 세금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현대 사회에서 비만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심혈관계 및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 을 제공하기도 하며 나아가 암발생률까지 높이는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알려져 있 다. 고열량의 식품섭취는 비만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므로, 고지방/고열량 음식소 비의 제한은 비만을 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비만세는 고지방 식품의 소비감소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비만억제 및 건강증진을 도모하려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국민들이 건강해지면 공공의료비의 지출역시 줄일 수 있으므로 의료재정도 더욱 건실해지는 추가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개 비만이 란 풍요로운 식생활을 영위하는 국가에서 주로 발견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비만세 (또는 유사세금)의 도입은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나라들에서 주로 검 토되고 있다. 비만세를 일종의 선진국형 세금으로 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비만세는 왜 폐지되었는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정책은 긍정 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비만세 역시 마찬가지라 할 것

1) 이와 유사한 성격의 세금으로는 헝가리의 nutella tax가 있으며, 이스라엘(junk food tax), 영국(fat tax) 등에서도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덴마크 비만세(fat tax) 정책의 실패와 교훈

김상겸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1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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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데, 국민비만의 억제와 의료재정의 안정화라는 긍정적 기능의 이면에는 인플레이 션 유발, 행정비용의 소요, 관련 산업의 경쟁력 약화, 조세비효율의 증가 등의 부정 적 효과도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비만세의 폐지 이유는 순기능보다 더 큰 역기능 때문으로 이해될 수 있다. 실제로 비만세가 도입 되자 많은 덴마크 국민들은 고지방식품을 덜 먹기보다는 가격이 더 싼 이웃나라에 까지 가서 사오는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2). 이는 당초의 목적, 즉 고지방 식품소비 억제에 비만세가 유효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덴마크의 식품산 업 위축과 이로 인한 고용감소에서 찾을 수 있다. 비싸진 가격 때문에 제품이 잘 팔리지 않으니 생산을 감축시켰어야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고용감소 역시 불가피 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덴마크 정부는 세계 최초로 도입했 던 비만세를 1년 만에 폐지했을 뿐 아니라, 유사한 맥락에서 검토되어왔던 설탕세 (sugar tax-사탕, 탄산음료 등 당류가 많이 함유된 식품에 부과)의 도입 계획 역시 함께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만세 폐지의 함의, 정책의 의도와 결과는 다를 수 있어

그렇다면 비만세는 사전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고안된 세금인가? 이론적으로 비만세는 피구세(Pigouvian tax)의 작동원리를 따른다고 볼 수 있다. 다소 생소한 개념이겠지만, 피구세란 소비나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피해를 제어하기 위해 고안 된 것으로, 대표적으로 환경세 등이 이에 해당된다. 즉 타인에게 미치는 피해비용 만큼(이를 경제학에서는 외부비용이라 한다)을 세금으로 내도록 하여 부정적 효과 (예컨대 환경오염)를 억제하도록 하는 정책수단인 것이다. 비만은 비록 개인차원의 건강문제이지만, 많은 사람이 비만으로 인해 질병치료를 받게 되면 의료재정의 과 다지출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건강보험료를 내는 다수의 건강한 사람들의 입 장에서는 불공평한 결과(외부비용)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만세는 공공의료비 지출증가라는 외부비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될 수 있 으며, 이에 따라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타당한 세금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비만세 정책 도입의 실패가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관점에 따라 다양 하게 제시될 수 있을 것이지만, 필자는 ‘정책의도와 그 결과는 전혀 다를 수 있음’

을 지적하고자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덴마크의 비만세 정책은 국민건강 증 진을 위해 추진된 것으로 그 정책적 명분은 매우 뚜렷하다 할 것이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 이론적 타당성 역시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도입의 당위성과 수단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비만세 정책은 실패한 정책으로 끝나고 말았

2) ‘Denmark scraps much-maligned fat tax after a year’, Wall Street Journal, 201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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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렇다면 정책의도대로 따라주지 않은 덴마크 국민들을 탓해야 하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덴마크의 조세부담율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이를 지탱 하고 있는 국민들의 조세순응도 역시 매우 높은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결국 비만세는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아주 이상적인 조건들, 즉 정책 목적의 합리성, 수 단적 타당성, 거기에 높은 조세순응도까지 갖추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것이다.

이는 정책의도가 바람직하다고 해서 결과의 성공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님을 증명하 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고상하고 세련된 정책명분도 현실적 필요를 당해 내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고귀한 정책목적은 식료품비를 아끼 려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이겨내지 못했다.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은 실현되기 어 려운 것이며, 경우에 따라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올해는 정치의 시절이었다.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운 달콤한 공약들이 수 시로 발표되었다. 공약대로만 된다면 누구나 아무 걱정 없이 편안히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화려한 약속 뒤에 어떠한 가격표가 붙어있을지 우리는 아직 모 르고 있다. 세상엔 공짜가 없는 법이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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