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oanalysis 2010;21:50-57
Seminar with Dr. Roy Schafer during the 46 th IPA Congress
Wangku Rho
Department of Psychiatry and Behavioral Sciences, University of Washington School of Medicine, Harborview Medical Center, Seattle, USA
제 46차 IPA 총회중 Roy Schafer 세미나 참관기
노 왕 구(盧旺九)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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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면서
2009년 여름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정신분석학회(Inter- national Psychoanalytical Association: IPA) 총회에 참 석하였다. 휴식과 충전을 했고 많은 지적, 정서적 자극을 받 은 여행이었다. 한국에서 오신 선배, 동료들을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기도 했다. 때마침 시카고는 서늘했다. 학회장을 다니 며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의 생각과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를 듣고 느 끼는 것은 흥미로웠다.
IPA는 2년을 주기로 한번은 미국에서, 다른 한번은 유럽 혹은 남미에서 한다. IPA여행 이후 몇 개월 후에 있었던 2010 년 1월의 미국정신분석학회(American Psychoanalytic As- sociation: APsaA)의 뉴욕 모임에도 참석하여 두 모임을 비 교해볼 기회가 있었다. 미국정신분석학회의 연례모임인 뉴욕 모임에 비하여 IPA의 규모와 내용은 컸다. IPA총회에서는 영국의 대상관계이론, 남미의 클라인 학파 등을 포함한 폭넓 은 이론과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뉴욕 모임은 작지만 집중 적이었다. 실질적인 내용이 많았고 참석자들의 토론도 활발 하였다. 뉴욕은 추웠다.
다음 IPA는 2011년 여름 멕시코에서 열릴 예정이다. 여력 이 된다면 한 해는 IPA, 한해는 APsaA를 가는 것이 좋겠다 는 생각을 했다. 어느 다른 여행 못지않게 즐거웠다. 쟁쟁한 노분석가로부터 젊은 수련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재미 또한 적지 않았다. 특히 임상증례 시간에서의 토론은 내가 읽고 배우고 쌓은 분석적 사고와 경험을 점검하
고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 시간의 강도는 높았다.
시카고 학회 중 우리 한국 그룹이 가진 Dr. Roy Schafer와 의 세미나가 기억에 생생하다. 우리가 질문하고 그가 답하는 자유로운 형식이었다. 좋은 질문들이 그의 다양한 생각을 이 끌어 냈다. 분석의 주요개념들을 쉽고 풍부하게 들을 수 있었 기에 나로서는 운이 좋은 세미나였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그 가 쓴 어느 글을 읽었을 때보다 그에 대하여 많은 이해를 했 다. 그가 쓴 어느 글에서도 얻을 수 없는 명료한 그의 이론적 설명을 들었다. 교육분석가로서, 특별한 재능을 지닌 저술가 로서 오랜 기간 다지고 진화한 그의 명성에 손색이 없는 좋 은 강의였다. 그의 이론이 어디에서 출발하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어디에 정착해 있는지 들었다. 그의 연륜과, 그가 읽고 쓴 많은 책과, 그가 이룩한 경험위에 그가 지적이고 투 명하고 동시에 자연스러웠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 정리해두었던 메모와 함께 한국정신분석학회 홈페 이지에 올라와 있는 녹음기록을 참고로 지금 이글을 쓴다.
녹음내용을 들으면서 그때 우리가 얼마나 좋은 시간을 가졌 던가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이중에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고, 그동안 나도 약 간의 진화를 해온 것인지 지금 다시 이해하게 된 내용도 있다.
Roy Schafer, 그는 누구인가?
그는 동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유태인 가정에서 자랐 다. 그의 부모는 가난했으며 고단한 삶을 스스로 지탱하는 데 필요한 정서적인 준비가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그는 어린 시절 적절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는 이 세계가 고난 과 비극, 덧없는 것으로 차 있다고 일찍부터 느끼며 자랐다.
그는 아웃사이더였다. 그는 종종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하 고 자문하곤 했다. 그는 신중했고, 어린 시절부터 주변을 관
Received: March 22, 2010 Accepted: March 29, 2010 Address for correspondence: Wangku Rho, MD
Department of Psychiatry and Behavioral Sciences, University of Washing- ton School of Medicine, Harborview Medical Center, Seattle, USA Tel: +1-206-744-4566, Fax: +1-206-744-8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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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하고 해석하는데 큰 흥미를 가졌다. 그는 분석가가 되었 고 환자들을 느끼고 관찰하고 해석했다.
그가 대학에서 공부한 것은 심리학이었다. 공부를 마친 후 그는 메닝거 크리닉에서 일했다. 그곳의 Rapaport에게서 ego psychology를 배웠고 Erikson, Lowenstein을 접했다.
따라서 그의 이론적 분석적 사고체계는 정통 프로이트 학파 의 토대위에서 출발했다. 자신의 정신분석 수련을 미처 마치 기도 전에 Western New England 정신분석연구소에서 교 육을 맡았다. 그 무렵의 교육경험은 그가 정신분석의 이론 적 토대를 정립하고 다듬는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문학, 철학, 실존주의에 대한 그의 관심과 이해는 깊었다.
그는 타고난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기존의 지식을 보완해 갔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론이 임상과 맞아야 하며 통 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수련을 마친 시기는 ego psychology의 이론적 전개가 매우 활발하던 때였다. 그러나 그 방대한 이론과 metapsychologic formulation이 환자의 분석실제에서는 큰 효용성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따 라서 그는 자신의 이론적 토대였던 ego psychology와 그 분 야의 선두 이론가들이었던 Rapaport, Hartmann, Kris, Lowenstein으로 부터 멀어졌다.
이후 그의 관심은 objective naturalistic observation에 입각한 hermeneutic understanding으로 옮겨갔다. 그는 분석 중 환자의 narrative를 따라가고 그 narrative가 지닌 의미(narrative truth)를 이해하고 찾아내는 데 충실하려고 했다. 환자의 narration은 적어도 한가지 이상의 의미를 띠 고 있는 것이었고, 그 의미는 분석가와의 대화 사이에서 재창 조되기도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환자의 억압된 기억 을 고고학적 발굴을 해내듯 한층 한층 발견해내고 층층이 내재된 역사적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분석이라는 프로이트 이래의 생각에서 좀 더 자유로워진 것이었다. 따라서 narra - tive truth라는 명명에는 고전적인 분석가들이 부여한 환자 과거의 역사적 재구성(genetic reconstruction, historic tru- th)에 그 중요성을 덜 부여하고자 하는 Roy Schafer의 생각 과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Genetic reconstruction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생각 하는 것은 클라인학파의 생각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Roy Schafer가 클라인학파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과였다고 하겠다. 특히 1970년대 중반 그 가 런던에 머물면서 받은 영향은 그의 이론이 클라인학파 쪽 으로 좀 더 기울도록 하였다. 당시 클라인 학파를 이끌던 Ha- nna Segal, Betty Joseph과의 교류는 그가 미국으로 돌아 온 후에도 계속 되었다. 당시 안나 프로이트와 연관된 런던의 프로이트 학파 분석가들마저도 클라인 학파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 무렵 그가 흡수한 contemporary 클라인 학파의 중요개념들은 이후 그의 이론과 임상적인 틀 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Roy Schafer의 이론의 기저에는 이때부터 클라인 학파의 시각에 입각한 대 상관계이론이 자리 잡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클라인 학파의 범주로 분류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러한 배경에서 그가 말하는 narration은 클라인 학파가 비중을 두고 작업하는 환자의 무의식적 환상(unconscious fantasy) 및 그에 대한 분석가의 이해라고 요약해도 좋을 것 같다. Roy Scahfer자신은 환자의 story line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의 글을 여러 차례 읽기 전에는 쉽게 이해 하기 어려운 것이 narration의 개념이다. 그러나 다수의 클 라인 학파 분석가들은 이 narration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 는다. Unconscious fantasy 해석과 엄밀하게는 다른 뜻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그의 분석적 접근을 her - meneutic approach라고도 하는 것이다.
Roy Schafer의 글을 보다 보면 그가 reconstruction과 construction을 특별히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느 낄 수 있다. 그만의 특별한 구분은 아니지만 그 차이를 한번 점검해두면 그의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Re- construction은 있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복원, 재건축한다 는 뜻이다. 환자분석을 통하여 환자의 역사, 즉 어린 시절의 잊히고 억압된 그의 기억을 발굴하고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 한다고 하겠다. 이는 프로이트가 반복하여 말한 억압된 기억 의 회상, 고고학적 발굴(archeological digging)의 개념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흔히 말하는 genetic reconstruction과도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되겠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있던 그 대로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증상과 무의식 적 갈등의 원인을 알게 되고, 현재 문제의 원인이 되는 과거 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reconstruction을 통하여 historic truth에 이른다는 것이 그 요지다.
반면 construction은 새로이 건축하고 구성한다는 뜻이 다. 그 모습은 과거와 같을 수도 있고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분석의 현 순간에 드러나는 환자의 연상, 정동, 행동 에 입각하여 그에게 어떠한 역사가 있었을 것이다, 혹은 과 거에 어떠한 상태였을 것이라고 짐작하곤 하는데 이러한 짐 작의 근거를 주는 것이 바로 construction이라고 할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환자에 대한 분석가의 이해는 reconstruction
보다는 construction에 가깝다고 하겠고, 우리가 얻을 가능
성이 높은 것은 historic truth가 아닌 narrative truth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construction에 의하여 얻어진 na -
rrative truth는 시간이 지나 환자분석을 통하여 얻은 정보
가 많아지면서 reconstruction, historic truth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construction은 환자의 psychic reality 에 대한 분석가 나름의 이해라고도 하겠다. 따라서 좋은 con - jecture에 근거한 construction이 장차 reconstruction에 근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부단하게 환자의 역사, psychic reali - ty를 construction하고 또 reconstruction 한다. 최근 이와 관련된 대목을 프로이트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인 용하면 이렇다(Freud S. Constructions in Analysis 1937).
‘분석초기에 만약 환자에 대하여 아마도 이랬을 것이라고 반복하여 드는 conjecture가 있다면 이는 construction이 되고, 분석을 거듭하면서 나타나는 증거가 construction을 뒷받침 하게 되는 순간 이 construction은 reconstruction 이 된다.’ 따라서 프로이트는 전자를 통하여 이르게 되는 환 자에 대한 이해를 material truth, 후자를 통하여 얻게 되는 것을 historic truth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Roy Schafer의 narrative truth를 프로이트가 이미 기술한 바 있는 material truth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면 이해하기에 편 리하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세미나 진행
일 시: 2009년 7월 29일 Hyatt Regency McCormick Place, Chicago
참석자: 구정일, 김미경, 노왕구, 문경희, 유재학, 이무석, 이창훈, 정도언, 홍택유(존칭생략)
(세미나 내용을 옮기며 문맥에 따라 부분적으로 첨삭하고 의역하였다. Roy Schafer가 간략하게 설명하고 넘어간 부 분의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추가하기도 하였다. 이 점에 대한 참석하신 분과 읽는 분의 양해를 구한다.)
나의 이론은 어떻게 발전하였나?
Schafer: 어떻게 이 세미나를 시작하면 좋겠습니까? 이 시간을 위하여 제 자신이 특별히 정한 주제는 없습니다만 질문을 주시면 그에 적절하고 자유로운 방식의 대화를 전개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 합니다. 혹시 다른 생각이 있으십니까?
정도언: 좋은 생각입니다. 먼저 두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드리는 것으로 시작했으면 합니다. 정신분석의 이론과 기술을 공부하면서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특히 기존의 지식과 새로운 것을 함 께 접하고 수용할 때 그렇습니다. 정신분석의 선도적 이론가중의 한 사람으로서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특히 contemporary psy- choanalysis를 어떻게 규정하시는지요? 두 번째 질문은 당신의 na- rrative 의 개념에 대한 것입니다. 당신은 이 개념을 어떻게 형성하고
전개시켜 오셨는지요? 이점을 설명해주시면 저희가 당신을 이해하 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Schafer: 한두 가지로 답하기 어려운 것이 첫 번째 질문이라는 것을 아마 아실 것입니다. 따라서 제 자신에 대하여 약간 이야기하 는 것으로 시작했으면 합니다. 분석수련시절 저는 매우 엄격하고 고전적인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매우 일찍 교육을 담당 해야 했습니다. 겸손하게 말하건대 그 경험으로 저는 매우 많은 것 을 공부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이론과 실제 분석상 황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Hartmann, Kris, Lowenstein, 그리고 저의 스승인 Rapaport는 20 세기 고전적 이론의 걸출한 이론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론이 한편으로는 임상실제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 다. 프로이트의 생각 중에서도 구조개념, 에너지 개념, 지형학적 개 념들은 전개하기가 다소 어려운 개념들이었지만 이론가들은 그 개 념을 설명하려고 많은 애를 썼습니다. Stable, unstable, neutral, neutralized, relatively neutralized 등의 개념들이 그 예입니다. 이론 을 정립하려고 하면 할수록 이론은 환자를 이해하고 무의식을 해석 하는 데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들의 이론은 훌륭했지만 수학적이고 기계적인 측면에 치우친 감 이 있고 특히 대상관계 측면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 무렵 대상관계이론의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유럽과 남미로부 터 온 그 영향들 중 하나는 Kleinian analysis였습니다. 어떤 이론은 interpersonal한 측면, 어떤 이론은 psychological한 측면을 강조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self psychology 말입니다. 그러나 이 self psy- chology도 relational theory의 한 연장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Self- object의 경험, 이 경험을 통한 transmuting internalization 등은 환 자 혼자 이룩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라는 생각, 또한 이 경험이 분 석과정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self psychology의 근간이 라고 하겠습니다. Kohut의 self psychology가 이론적으로 완전하 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 임상적인 경험을 통하여 진화된 개념들을 통합하여 이를 일반화시킨 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중의 많은 부분은 프로이트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잠깐 프로이트에 대하여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는 19세기 말에 과학교육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electromagnetism, hydrau- lic theory 등이 그가 받은 영향입니다. 정신분석적 이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그의 노력과 작업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해는 어떤 면에서 임상적인 경험을 앞서가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론의 어려운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의 뒤를 이은 분석가들 즉 Ha- rtmann, Kris, Lowenstein들은 프로이트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간 직한 분석가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철학교육의 영향을 받은 분석가 들이기도 합니다. 프로이트자신은 simple humanistic philosophy 에는 익숙해 있었지만 깊이 있는 철학적 이해에는 이르지 못하였습
니다. 사실 우리의 사고와 이해에는 철학적 측면의 저변이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런데 프로이트 이론의 바탕에 수학적 사고는 있지 만 수학적 사고가 철학적 이해의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프 로이트의 맹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인 학파 분석가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Schafer: 반면 후기의 분석가들, 즉, 대상관계 이론에 기반을 둔 분석가들은 좀 더 근대적인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론은 임상적 경험 에서 나옵니다. Defense, wish, unconscious같은 것 말입니다. 클 라인 학파의 이론은 임상적 경험과 관찰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들 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unconscious fantasy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unconscious fantasy와 그들이 이해 하는 unconscious fantasy는 좀 다릅니다. 그들은 또 instinct 즉, death instinct, life instinct에 대하여 거론합니다. 프로이트는 ins- tinct를 에너지 개념에 입각하여 이해했습니다. Instinct가 인간으 로 하여금 무엇을 하게 만드나,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나, 그들 의 사회기술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나 하는 점들에 대하여 생각하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나 클라인 학파는 위와 같은 생각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하 겠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분석 중 환자가 무엇에 흥미를 가 지고 있고 어떻게 적응하고 있고, 그 시간에 환자를 통하여 분석가 가 구성(construction)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집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환자가 어떻게 파괴적인지 관찰합 니다. 자신에게 파괴적인지, 아니면 타인에게 파괴적인지를 구별 하고 평가합니다. Aggression은 destruction의 한 부분이며, dest- ruction의 한 끝에 있는 것이 death instinct입니다. Love, hate, gra- titude, generosity 등에 대한 포괄적 이해도 클라인 학파 분석의 중 요한 한 측면입니다. 우리 모두는 파괴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습니 다. 이에 관한 많은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Violence, fear, anxie- ty, paranoid thinking 같은 것 말입니다. 때로는 이와 화해하고 조 절하며 살아갑니다.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화가 나면서 말입니 다. 이에 반하여 self psychology는 unconscious fantasy, motiva- tion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고 하겠습니다. 각각의 이론 은 변모하고 진화하고 때로 통합됩니다. 아직 완전하게 통합된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이러한 점이 제가 받은 질문에 대한 저의 생각 들입니다.
무엇이 치료인자인가?
김미경, 유재학: 클라인 학파는 life instinct와 death instinct를 통합할 줄 아는 능력의 형성이 환자 호전에 일조하는 한 요소로 생 각한다고 당신은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환자의 증상이 좋아지는 기전에 대한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치료에 기 여하는 한 요소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분석가의 empathic under-
standing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특히 이 점에 있어 고전적인 분석방법과 클라인 학파의 분석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 하시는지요?
Schafer: 어떻게 본다면 분석을 통하여 life instinct가 좀 더 우세 해지는 방향으로 환자가 변화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클 라인 학파는 어떻게 증상이 호전되는지에 대하여 이론적으로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전통적 프로이트 학파에서는 oedipal period, pre-oedipal pe- riod, neurotic conflict 등이 각각 어떤 것이라는 분명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각 시기에 흔한 전형적인 갈등에 대한 가설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클라인 학파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pre- oedipal period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그들이 pre-oedipal이라는 말을 잘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oedipal dynamic이 아주 어린 시기부터 존재한다고 그들은 생각하 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적용한 pre-oedipal이라는 용어는 전통 적 프로이트학파의 용어입니다. 클라인 학파는 oedipal issue를 많 은 issue중의 하나로 간주할 뿐입니다.
그들이 중점을 두는 것은 방어 해석보다는 유아시기의 paranoid anxiety라고 하겠습니다. 유아시기에 인간에게는 이미 destructive instinct, paranoid fear, anxiety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입 니다. 이 시기에 유아는 그들이 가진 destructive, aggressive instin- ct를 이미 투사합니다.
클라인 학파 분석가들은 분석시간에 일어나는 현상에 중점을 둡 니다. 그들은 전통적인 분석가들에 비하여 reconstruction에 비중 을 덜 두는 편입니다. 그들이 깊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환자의 an- xiety, unconscious fantasy, 환자가 보이는 분석가에 대한 신뢰와 불신, 의존과 공격, 그들의 narcissistic feeling, omnipotent feel- ing 등입니다. 환자는 분석가에게 의존하고 싶어함과 동시에 그들 이 가진 통제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강하게 남아있고 싶지 만 동시에 불안해합니다. 이러한 불안감을 그들은 분석가에게 투사 합니다. 분석가는 환자가 어떻게 불안해하고 어떻게 paranoid한지 분석시간에 이해하고자 합니다. 환자의 affect에 대한 깊은 관찰도 분석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분석가는 환자가 처음에 말한 환자의 life history를 revision합니 다. 이를 저는 환자의 narrative라고 명명합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어린 시절에 겪은 abuse, misunderstanding, abandonment 및 이와 연관된 죄책감, 처벌에 대한 두려움, 인정받지 못함에 대한 두 려움 등이 narrative의 내용입니다. 그 과정을 통하여 환자는 과거를 새롭게 이해합니다. 그때 그 곳에서 있었던 환자의 감정을 현재, 이 곳에서 분석가를 통하여 재경험합니다. 그러므로 과거와 현재가 연 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지금 분석가에게 어떻게 반 응하는지, 환자가 지금 분석가와 어떻게 관계하는가를 다루다 보면
과거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할수록 환자는 안 전하다고 느끼고 그의 두려움은 줄어듭니다. 그 결과, 과거로부터 벗어나는 경험을 합니다. 이 변화는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일어 납니다.
40대의 남자 환자가 있었습니다. 많은 성취를 이룬 전문직 종사 자입니다만 사회적 기술은 부족한 환자였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체계적으로 점검하곤 했습니다.
시간을 두고 위와 같은 분석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변했습니다. 남들 을 더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좀 더 융통성 있는 사람으로 말입니다.
김미경: 그렇다면 그 환자는 어떻게 좋아졌다고 보아야 하는지 요? 환자의 태도에 대한 해석 없이도 환자에게 변화는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요?
Schafer: 그 변화의 과정은 환자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환 자에게 변화하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또 변화하고 있다 고 해서 그 점을 환자에게 특별히 환기시키지도 않습니다. 단지 그 를 따라가는 것이 저의 입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 그가 어 느 순간 다시 의심을 갖게 될 때 내가 관찰한 그의 paranoid anxie- ty에 대하여 말해주고 그에게 좀 더 연상하도록 주문합니다. 그리 고 그가 어떻게 두려워하고 어떻게 놀랐는지를 해석합니다.
환자가 갑작스런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예를 들 어 평소보다 환자가 더욱 화가 나 있는 경우인데 그 때가 바로 치료 자가 개입할 좋은 순간입니다. 해석할 때는 신중하고 섬세해야 합 니다. 환자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해 석이라도 분석가의 욕심이 앞서면 환자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어떤 클라인 분석가들은 무엇인가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환자에게 많이 말해주려고 합니다. 저는 그러한 경향이 환자에게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보다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내심을 많이 가진 클라인 분석가들도 있습니다. 환자에게 무엇인가 말해주기 전에 기다리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합니다. 환자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때까지 저는 기다리려고 합니다. 기다 린 다음에 해석했을 때 환자는 분석가를 신뢰합니다.
해석의 태도
문경희: 그러한 절제, 인내의 미덕을 이해하시게 된 계기가 있습 니까? 만약 있다면 언제쯤이었다고 기억하십니까?
Schafer: 분석가들도 연륜과 경험에 따라 변화하고 성숙해갑니 다. 성숙해지면서 인내심을 얻습니다. 젊은 분석가들은 좀 더 많은 것을 환자에게 주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서서히 진화 했습니다. 수련을 받을 무렵 저는 매우 엄격하고 고전적 지도감독을 받았습니다. 분석후보생이었던 저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많은 이 해, 많은 공감, 많은 친근감을 환자에게 보이려고 했습니다. 해석을
할 때 마음속의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환자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분석가로서 더욱 안정감을 얻게 되면서 저는 전에 비하여 덜 서두르게 되었습니다.
환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제가 무엇 을 해야 하는지 더 알게 되었습니다.
매우 강박적인 환자가 한 명 있었습니다. 분석에 대한 지식도 많 은 환자였습니다. 그는 자신을 조종할 줄 알았습니다. 제가 무슨 말 을 하면 어떻게 틀렸다고 말했고 침묵하면 나의 침묵이 잘못되었다 고 지적했습니다. 아무 것도 진전되지 않는 것 같은 분석이었습니 다. 저는 그 환자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 간 저는 환자가 보이는 그 순간의 반응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 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의 그를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 때 저 는 클라인 학파의 생각을 깊이 이해하고 있지 않은 때였습니다. 그러 나 그러한 태도와 노력이 환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생각 을 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그때 저는 40대, 50대 초반이었습니다. 저 는 다만 저의 임상적 경험을 따라갔던 것입니다. 그 과정에 저의 생 각, 이론, 태도는 조금씩 변화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진화할 수 있 었습니다.
Ego psychologist에서 클라인 학파로
홍택유: 당신의 예는 당신이 변모하게 된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당신의 글들을 읽어보면 당신은 한 때 저명한 ego psychologist였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나중에 근대 클라인 학파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고 저는 또한 이해합니다. 이 러한 태도의 전환을 저는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이에 대하여 좀 더 이야기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Schafer: 저의 이론적 변모는 ego psychology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Ego function을 잘 이해하고 관찰하는 분석의 특징은 또한 근대 클라인 학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저 의 이론적인 전환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 기 이전에 저는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현상의 construction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 이고 제 안에서 통합하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웠습니다.
분석은 지금 현재의 상황을 다루는 것입니다. 환자의 초기 경험 이 어떻게 지금 이 순간에 나타나는가를 다루려는 것입니다. 클라 인 학파에서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머물라고 합니다. 환자의 과거 는 지금 이순간에 영향을 줍니다. 이른바 전이는 이 순간에 영향을 준 과거가 있다는 것이고 그 과거를 찾아 이 순간과 연결하고 환자 에게 해석해주라고 하는 것이 전통적인 분석의 관점입니다. 그런 데 클라인 학파는 다른 곳으로, 즉, 과거로 가지 말고 바로 현재의 그 상황에 더욱 머물러 있으라고 주문합니다. 그러면 현순간의 환 자 감정은 충분히 드러나게 됩니다. 그렇게 될 때 환자는 자발적으
로 과거를 기억하고 그 과거가 현순간에 연결됩니다. 순서가 약간 바뀐 것입니다. 제가 수련 받을 무렵에는 클라인 학파를 마치 사악 한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고 따라서 그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 차 대다수의 분석가들은 불편하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느 순간 저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옳은 점을 이해했고 제 자신이 단단 히 묶여있던 오해와 편견으로부터 벗어났습니다.
홍택유: 그 때의 기분은 어떠셨습니까? 또 어느 글에서 당신은 Betty Joseph으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썼는데 당신이 받은 그 인상에 대하여 말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Schafer: 그 때의 기분은 행복했습니다. Michael Feldman, John Steiner, Ronald Britton, Betty Joseph 등의 그룹은 나의 친구이며 동료이자 또한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풍부한 dimension, 역전이에 대한 이해 등은 제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특히 Betty Joseph이 그렇습니다. 그녀는 전통적인 분석가에 비하여 환자의 reconstruction에 주의를 덜 기울입니다. 대신 환자의 현순간, 현재 의 삶, 이에 바탕한 환자-분석가 간의 상호작용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분석합니다. 무의식적 환상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석재료 입니다. 분석가의 역전이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Betty Joseph 의 특징입니다. 특히 투사적 역전이(projective identification)의 개 념은 이 역전이 반응과 환자의 emotional position, 양자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분석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겠 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근대 클라인 학파의 특징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인 학파에 대한 저의 관심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에 이르기까지 점점 커졌습니다. 저는 이미 제가 믿음과 신뢰를 가 지고 해왔던 저의 방식위에 이 클라인 학파의 방식을 통합하게 되었 습니다. 클라인 학파는 각각의 치료 시간이 환자로부터 얼마나 많 은 영향을 받는지를 이해하라고 강조합니다. 저는 그들이 너무 많 은 것을 환자의 탓으로 돌린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 니다. 그 비난은 전통적인 분석가들의 생각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점은 사실과 다릅니다. 환자에게 느끼는 분석가의 생각과 감정 을 모두 환자에게서 온다고 주장하는 부분 말입니다.
분석가는 환자에게 항상 많은 것을 느낍니다. 때로는 매력, 흥 분, 흥미 등을 느끼고, 또 어떤 경우는 환자를 보는 것이 지루하고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패턴이 평범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만약 평소 지루하게 하지 않던 환자가 그날 따라 분석가를 지루하게 하고 있다면 분석가는 이 느낌이 어디서 온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그 순간 분석가는 ‘지금 내 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내가 지금 이렇게 느끼는 것일까?’
라고 자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지금 환자와 나 사이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자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날따
라 분석가가 어떤 걱정이 있어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환자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는 것입니 다. 다시 말하면 무엇인가 예외적인 것, 드물게 일어나는 현상을 분 석가가 경험할 때는 진지하게 자문해야 합니다. ‘나를 이렇게 예외 적으로 화나고 불편하게 만드는 환자의 현재 요소는 무엇인가?’하고 말입니다. 이러한 점이 역전이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한 기준이 될 수 있겠습니다.
김미경: 그러나 역전이의 이해에 입각한 분석가의 해석을 환자 가 부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석가에 비하여 자신이 열등하다 고 느끼거나 두려움을 느끼고 방어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Schafer: 그렇습니다. 어떤 환자는 지나치게 겸손하다가도 또 어느 순간에는 분석가를 심하게 공격합니다. ‘당신의 해석은 늘 이 런 식인가요?’ 하고 말입니다. 문제는 분석가가 불안하고 확신이 없 는 해석을 할 때 벌어집니다. 분석가가 환자의 감정을 예민하게 이 해하듯 환자 또한 분석가의 감정을 예민하게 잘 이해하기 때문입니 다. 역전이의 이해를 통하여 환자에게 분석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 기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이해를 통하여 그 순간의 환자를 이해 하라는 것입니다.
어려운 해석
노왕구: 당신의 역전이 설명과 관련하여 두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역전이를 잘 이해하려면 분석가의 창의적인 능력이 뒤따라야 한 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 자신에게 그러한 능력이 부 족하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이러한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 한 노력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또 다른 질문입니다. 어 떤 분석가들은 클라인 학파 분석가들이 환자의 상태나 분석의 진행 정도를 고려하지 않는 해석을 한다고 지적합니다. 치료초기에 너 무 깊은 해석을 하는 경우 말입니다. 특히 작고한 로스앤젤레스의 Greenson, 보스턴의 Meissner 등이 그러한 우려를 했습니다. 그러 한 해석이 어떤환자들에게는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 에 대하여 저희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는지요?
Schafer: 첫 번째 질문에 대하여 저는 분석가의 불안감을 지적 하고 싶습니다. 불안감은 자신의 불안정감에 대한 방어입니다. 경 험을 축적할수록 분석가의 불안정감은 줄어들고 환자에 대한 이해 는 늘어갈 것입니다. 분석가가 자신의 분석을 통하여 얻은 유익한 경험, 임상경험을 통한 자신의 방식에 도달함에 따라 분석가는 안 정되고 자신의 느낌에 대하여 좀 더 자신감을 얻습니다. 이 설명이 당신의 질문에 답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받는 분석 이 당신에게 가장 많은 것을 말해줄 것이며 당신 자신에 대하여 배 우는 기회를 줄 것입니다. 이 개인분석을 통하여 환자에 대한 분석
가의 감수성, 예민한 것을 느낄 수 있는 능력도 자라날 것이며 다음 순간에 일어날 일이 무엇일지 예측하는 능력도 발전될 것이라고 저 는 생각합니다. 당신도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인간입니다. 당신도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느끼고 원하고 흥분하고 자극을 받고 모든 종류의 환상을 가진다는 점을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go psychologist들은 환자가 놀라지 않는 방식으로 천천히 해 석하라고 합니다. 때 이른 과감한 해석이 환자를 놀라게하고 화나 게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때 당신이 불안하지 않고 환자 의 다음 순간을 예측하고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다면 위험하지 않 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만약 환자가 매우 약하다면 신중하게 접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환자를 이해해버리고 나면 환자를 분 석가의 생각으로 고정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 다. 만약 분석가가 환자를 위험하다고 보지 않으면 위험한 일은 일 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Classical ego psychologist인 Nunberg가 한 분석가를 지도할 때의 일화입니다. 분석가는 남자, 환자는 여자였습니다. 분석가의 사 례 설명을 듣던 Nunberg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지금 환자가 당신에 게 거의 달려들 기세로 보이는 것이 너무도 분명합니다.’ 그 때 분석 가가 Nunberg에게 되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환자에게 그렇게 말해주라는 뜻입니까?’ Nunberg는 다시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그 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라면 ‘예,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습 니다. 만약 다음 순간을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환자 가 곧 쓰러질 지경에 있다고 당신이 느끼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대 부분의 환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게 방어를 하고 있습 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환자의 그 방어를 제거하자는 것이 아니 라 환자가 그 defense를 덜 자주, 덜 즉각적으로 사용하게끔 도와 주는 것입니다.
Narration
저는 이제 narration에 대하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Narration 에 대한 글을 쓸 때 저는 분석의 실제보다 분석 중에 어떤 일이 일 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meta-theory에 대한 글을 쓰려고 의도했었 습니다. 인생의 어떤 측면, 그 인생을 formulation하는 한 방법, 그 다음에 오는 것은 무엇인가, 일상적인 대화, 환자가 지금 말하고 있 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일정한 추측 등을 기술하려고 저는 의도 했습니다.
인간의 삶을 추측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인간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 또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되는가? 삶의 특정한 시기 다음에 일어나는 다음 일은 무엇인가? 하는 추측들 말입니다. 각각 의 이론들은 이 추측과 사고, 설명을 제시하고 있고 또 각각 다른 방법으로 그 추측에 이르고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본능이론, 클라 인 학파의 이론, Heinz Kohut의 Self psychological thinking 등이
좋은 예입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삶이 어떻게 전 개되고 종래에 어떻게 통합되는지 추측하였고 그 추측을 뒷받침하 는 임상적 관찰을 토대로 인간의 삶에 대하여 기술했습니다. 또 그 삶을 이야기하는 환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듣고 어떻게 이해하고 어 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습니다.
클라인 학파는 초기 갈등(적개심, 의존, 전지전능감, 불안)에 대 하여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 갈등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시기 적으로 어떻게 변모하고 통합되는지를 기술했습니다. 예를 들어
‘초기 유아기에는 paranoid anxiety가 우세하다, 그런데 이때 libido, love 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세하지 않을 뿐이 다.’ 이런 추측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추측이 여러 관찰을 통하여 확 인되면 다른 환자를 볼 때 paranoid-schizoid phenomenon이 우 세하게 나타날 때 그때 그 장소에서, 즉 아주 어린 시기에 환자가 느꼈던 불안의 내용이 어땠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 좀 더 쉬워 지는 것입니다.
비슷한 원칙이 ego psychology에도 적용됩니다. 인간의 존재는 적개심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 쪽으로 불균형을 취하려는 경향이 있 다고 그들은 가정합니다. 그들은 균형의 개념에서 인간의 발달과 성장, 현존재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삶의 한 시기는 그 이전 시기 에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갈등을 내재하고 있을 것이고, 오이디푸 스기에 접어든 어린 아이는 자신의 삼각관계 갈등을 어떻게 겪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을 것이며, 그의 초자아는 공격할 수 없는 부 모의 권위를 내재화하고 동일화하는 방법으로 극복했을 것이고, 부모에 대한 복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그들과 동일화하면서 false reparation을 시도하고 동시에 identification with aggressor 라는 방어를 사용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등등의 추측을 바탕 으로 환자의 현재 이야기를 듣고 그의 과거를 재구성하려는 것이 ego psychologist들의 입장입니다.
제가 말하려는 narration은 인간의 발전을 다른 시각으로 보려는 것입니다. 환자는 자신을 말하는 story line, 즉 이야기의 얼개를 가 지고 있다는 것이며 그 이야기의 얼개는 하나가 아니라는 것입니 다. 환자가 분석시간에 이야기 합니다. 그것은 narration입니다. 분 석가는 해석합니다. 이 또한 narration입니다. 즉 정신분석에는 이 na- rration이라는 매우 큰 측면이 있습니다. 누군가 말하는 모든 것에 바로 이 narration의 측면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누군 가 말하고 있다면 저는 ‘그가 무엇인가 말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지금 한 가지 이상을 말하려고 한다. 그 순간 나는 그를 듣고 새로 운 것을 construction한다.’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환자는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story line을 가지 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혹은 자신만의 방어기제에 따라 자신을 속이며(self deception, defense), 그때 그때 다른 story line을 이야 기합니다. 즉 narration합니다. 이 점이 제가 narration을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인간의 삶, 인간의 자아(self)가 하나이므로 우리
가 관찰하고 구성하는 이야기는 하나, 즉 총체적이라는 입장과 다 른 것입니다. 물론 저는 이러한 한 인간의 monoistic narrative를 지 지합니다. 그러나 제가 지지하는 story line은 하나의 마음(mind), 하나의 자기(self)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한명의 인간(person as agent)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인간(person)이 narra- tor로서 여러 개의 self를 narration한다는 것입니다. 즉 한 인간이 여러 개의 자기를 말합니다. 여러 개의 자기는 각각 다른 자기일 수 도 있고, 조각난 자기일수도 있으며 자신을 방어하며 속이고 있는 자기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 여러 개의 자기를 듣고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합 니다. 예를 들어 평소 자기에 대해 비판적이고 지나치게 겸손하던 환자, 즐거운 것에 대하여 말할 줄 모르던 환자가 어느 날 평소와 다 른 story line을 narration하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때 환자는 두 가지의 story line을 기술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좋은 것을 말하기를 꺼려하는 한 story line, 또 그 반대의 story line을 narrat- ion하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날 평소와 다 른 태도로 다른 story line을 환자가 이야기 할 때 분석가는 상황에 맞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프로이트와 많은 분석가들이 고수해온 입장 중의 하나는 single noble reality의 입장입니다. 즉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삶입니다.
많은 분석가가 이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Narrative의 입장은 상대주의를 배제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가 듣는 환자의 입장에서 그의 말이 어떤 의미를 만드는 것인가를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환자의 삶에 어떤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삶은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우리의 이론은 임상적 이론입니다. 만약 환자가 불안하게 말하고 있다면 그 순간 환자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열 가지도 넘을 것입니다. 전지전능감, 의존, 유기감 등등 말입니다. 환자의 기본적인 narrative는 어디까 지나 임상적 상황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Ego psychology의 입장 은 어떻게 본다면 ‘더 나은’의 단서를 환자의 경과에 붙여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single-person program이 multiple-self program보다 편 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이해하고 듣고자 노력 하는 방식은 multiple-self version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제가 의도하는 narration의 바탕에 있다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미국, 프로이트, 나의 환자들
문경희: 임상적인 질문은 아닙니다. 제가 받은 인상 중의 하나인 데 저는 프로이트의 어떤 부분이 미국에는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합 니다. Weltanschauung(philosophy of life)이 그 중의 한 가지입니 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정신분석에는 프로이트의 임상적 개념만 있고 그의 다른 어떤 개념들(예를 들면 종교에 대한 그의 생각, 문
화관, 인간에 대한 일반적인 그의 견해 등)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점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Schafer: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그런 점이 있다고 동의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지만 말입니다. 지나친 일반화를 좋아 하지 않습니다만 미국에 그러한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 국의 경향은 덜 어둡고 보다 낙관적이고 자신만만한 것입니다. 우 리가 ‘고칠 수 있다’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관점, ‘우 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럽식 생각에 양보 하지 않으려는 경향과 보다 이 지상에 발을 디디고 있는 듯한 경향 이 미국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창훈: 너무 직접적인 질문일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치료하신 환자 중 얼마정도가 중간에 탈락되는 경험을 하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Schafer: 약 4~5명 정도였습니다. 비행이나, 법적 문제가 있어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경우들이었습니다. 제가 본 증례는 약 50~
60명이었습니다. 제가 본 환자들은 대체로 8~10년씩 지속될 정도 로 분석이 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