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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관련 노사 간 합의는 존중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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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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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공개변론을 개최하면서 통상임금에 관한 사회적 관심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필자는 본 칼럼을 통해 통상임금 이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처럼 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지, 또한 통상임금과 관련 해 어디서부터 문제가 발생하였는지, 그리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방법은 없는지 얘기하고자 한다.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이며, 1임금산정기간에 지급되는 임금 중 정기성·일률성을 가진 임금

근로기준법시행령 제6조제1항에 의하면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 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의미한다.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개 념이다. 그러나 통상임금이란 개념이 도입된 이유가 연장근로 가산수당과 같은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는 임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통상임금의 정의는 명확 해진다. 쉽게 풀이하면, 월급쟁이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평균적인 달에 정해진 업 무를 수행한 대가로 매달 받기로 미리 정한 월급을 의미한다. 따라서 1임금산정기간인 월에 발생하는 기본급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통상임금에 포 함된다. 또한 소정근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부 수당, 예를 들어, 담당업무나 직 책의 경중 등에 따라 미리 정하여진 지급조건에 의해 지급하는 직무수당, 직책수당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1임금산정기간으로 한정되는 소정근로의 의미 보다는 오히려 1임금산정기간과는 관계없이 정기성·고정성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파 악하였다. 이런 이유에서 대법원은 정기상여금과 같은 1임금산정기간을 넘어 일반적으 로 3~6개월에 한 번씩 지급되는 임금까지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다는 판결을 내렸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혼란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한편, 노사 모두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유는 쉽게 말하 면 바로 ‘돈’ 때문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통상임금의 산정범위가 넓어져 통상임금이 증가하게 되면 각종 수당을 산출하는 기준이 증가하게 되므로 그간 받았던 수당에 대

통상임금 관련 노사 간 합의는 존중되어야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

201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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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추가적으로 임금청구소송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퇴직금도 크게 증가하게 되기 때문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여긴다. 뿐만 아니라 노조가입률이 11%대에 머물고 있고 노조조직률은 10% 이하로 떨어진 현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도 조 합원에게 목돈을 안겨줘 노동조합의 결속력을 다질 절호의 기회이기에 대화와 타협보 다는 강경한 노선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통상임금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갈 경우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고, 이번 기회를 통해 노조의 영향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믿 기 때문이다. 한편, 기업 입장에서는 통상임금이 증가하면 당연히 동일한 노동에 대해 보다 많은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임금채권 소 멸시효가 3년이고 소송 기간 역시 2~3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패소할 경우 5~6년 치 임금 증가분을 한꺼번에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존속을 장담할 수 없 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통상임금의 범위와 관련해 궁극적으로 는 ‘돈’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다.

통상임금 관련 문제는 대법원의 절차상 하자와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기인

그렇다면 과연 통상임금과 관련한 문제는 어디서부터가 발생한 것일까? 일부에서는 2012년 소위 금아리무진 사건 판결(2010다91046) 이후 통상임금과 관련된 갈등이 발 생했다고 본다. 그러나 금아리무진 사건은 비중이 가장 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 시켜 노조와 기업, 그리고 일반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판결일 뿐 문제의 시작은 아니 다. 통상임금과 관련된 문제의 발단은 1996년 의료보험조합 판결(94다19501)이다. 대 법원은 1990년대 초반 수차례의 판결을 통해 1임금지급기를 넘어 지급되는 임금은 통 상임금이 아니라는 법리를 확립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법리를 뒤집고 1임금산정기간을 넘어 일 년에 한두 차례 지급되는 수당도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바로 의료보험조합 판결이다.「법원조직법」제7조(심판권의 행사)에 의하면 “종전에 대법원 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 을 인정하는 경우”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심판권을 행사 해야 한다. 그런데 의료보험조합 판결 시 90년대 초반에 확립된 법리를 변경하면서도 이러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그 결과로 의료보험조합 판결의 법리를 따르는 대법원 판결들이 이어지면서 일 년에 한두 번 지급되는 체력단련비나 월동보조비까지도 통상 임금에 포함되는 판결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일부 노동조합은 그간 대법원이 통상임금 에 각종 수당과 정기상여금이 포함시키는 일관적인 판결을 유지했다고 주장하지만, 실 은 대법원은 그간 적법한 법리변경의 절차를 따르지 않은 법리를 지켜온 것에 불과하 다. 따라서 문제의 시작은 1996년 대법원의 절차상 하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도 문제의 근원이 확대되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1988년 제정 된 통상임금산정지침(2009년 개정 고용노동부예규 제47호)에 의하면 통상임금이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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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로시간에 대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기본급 임금과 정기적․일률적으 로 ‘1임금산정기간’에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고정급 임금이다. 따라서 1임금지급기를 넘 어 일 년에 한두 차례 지급되는 수당도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1996년 의료 보험조합 판결은 명백히 통상임금산정지침과 배치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법부 의 판단과 통상임금 산정실무 간에 괴리가 발생하여 문제가 점차 심각해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지난 17년 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 았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도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법률과 행정지침을 통해 획일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보다는 그간의 노사 간 합의를 존중하는 접근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통상임금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있는 것일까?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만드는 것 도 하나의 가능성이고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산정지침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비하는 것 도 하나의 가능성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이미 실기(失機)했다고 볼 수 있다. 법원 이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면 기업과 국가경제의 미래를 감안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고 기업의 손을 들어주면 근로자들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그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도 힘든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 다. 이제는 사회적 갈등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 고 이러한 방안으로 당사자의 합의를 중시하는 법률 및 정책방향이 대법원과 정부에 의해 제시되어야 한다. 우선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 앞서 그동안 근로자와 기업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단체협약의 적합성을 인정하여야 한다. 주어진 법률 하 에서 근로자와 기업은 각자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자발적으로 단체협약을 맺어왔으며 이러한 합의에 의해 사업장별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하여 왔다. 아무리 법률이라는 이름을 앞세운다 하더라도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관행을 무시하여서는 안 된다. 고용노동부 역시 우선 현재의 단체협약의 유효성을 인정하여야 한다. 나아가 통 상임금산정지침을 개선하여 통상임금에 반드시 포함될 항목과 그렇지 않을 항목을 명 확히 구분하여 추후에 맺어질 단체협약이 이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간 법원과 정부의 안일한 태도로 인해 현재의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결자해지(結者 解之)가 올바른 해결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누구의 손도 들어줄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 이런 접근방법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차라리 지금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간의 합의를 중시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앞으로의 문제에 대해서는 근로자와 기 업이 자발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법원과 정부가 명확한 기준만 제시하는 것이 답이 될 수도 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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