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거운동 10년:
불량주거지 한국에서 주거권 보장과 주거불평등 완화를 외치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email protected])
청년주거정책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정책을 통해 풀고자 했던 사회문제가 무엇이었 는가를 곱씹어본다면 냉정히 말해서 청년주거정책은 우선 유행을 타는 것에 성공했을 뿐, 진정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평가해볼 수 있다. 이제 막 시작되 는 단계에서 실패를 논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나, 청년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 한 청년주거정책은 무엇인지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펼쳐진 일부 정책은 냉철히 평가받 을 필요가 있다. 어떤 정책은 겨우 나이 하나만을 이유로 청년이라는 탈을 쓴 채 되레 한 국 사회의 주거불평등 구조를 공고히 하는 데에 기여하는 잘못된 길로 나아가기도 하며, 주거취약계층이 가져가야 할 파이를 뺏어간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부유(浮游)하 기도 한다.
청년주거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기존의 주거정책이 담지 못한 사회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주거정책은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한 장치로 기능해 야 하는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고수해왔던 집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누 구나 집다운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작동해야 한다. 청년 주거정책이 등장한 이유는 그간의 주거정책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청년주거정책은 탄생 배경에서부터 짊어지고 있는 사명이 있는 것이다. 청년주거정책 은 주거권을 차별하지 않는 시대, 재산권보다 주거권을 우선으로 논할 줄 아는 시대를 선 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청년주거정책은 집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겼던 사회가 야기한 구 조적 불평등을 직시하며 과거를 문 닫고, 평등과 공존의 사회를 향해 가장 앞장서서 변화 를 시도해야 한다. 또한, 한국 사회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주거정책의 기조 자체를 근본적 으로 전환하는 데에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음식점은 문을 닫고 사업자는 자격을 잃지만, 불량주거로 돈을 버는 사람과 사업장은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는다. 불량식품과도 같은 불량주거가 난무하는 한
청년주거정책의 책임
책임 1. 불량주거
제482호 2021 December
리적인 주택임대차시장에 찌들지 않은 청년 (예비)1인 가구들은 교육 내내 자주 놀라곤 한 다. 청년들이 가장 먼저 놀라는 지점은 위반건축물에서 임대업을 하는 게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심지어 그 집이 건축물대장상으로는 당구장, 음식점, 독서실이라던가 하는 사실관 계를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중개 관행에 대해서 그럼 누가 설 명해주냐며 되물으며 당황한다. 반려동물은커녕, 벽지 가득 핀 곰팡이를 반려 삼고 살아가 야 할 것 같은 집들이 창고, 지하, 주차장이라는 본질을 벽지 하나로 가린 채 버젓이 거래 되는 것이 현실이기에, 청년들은 매번 개인이 집의 불량함을 확인하고 조심해야 하는 현실 앞에 황망함을 느낀다.
불량주거가 고작 그 정도의 주거비만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존재 하는 필요악이라는 핑계는 궤변이다. 불량주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이는 개인의 노력 탓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이 아직 그 사람의 삶에 가닿지 못한 문제 상황이라고 접근하는 것 이 맞다. 주거권을 가진 권리의 주체가 적은 주거비로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주 거공간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 행사이기에, 국가는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제 책무를 다 해야 한다.
“임대인이 한 건물에 살고 있는 건물을 보면, 임대인은 방 쪼개기를 하지 않고 한 층을 모두 쓰면서 임대 놓는 방은 적으면 5~6호, 많게는 10호 이상까지 방 쪼개기를 하여 가 구와 가구들 사이의 거리가 두 걸음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분리형 원룸이라며 보여주던 방은 말 그대로 분리만 되었을 뿐 주방과 방문 사이의 공간은 고작 한 걸음의 폭도 안 되는 크기였어요. 주방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길 가다가 보이는 원룸 건물들을 조사해보니 5개 중 4개가 위반건축물에 해당했다는 조 사결과가 믿어지는가? 2020년부터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층의 유입이 잦은 서울시 내 몇 개의 자치구를 대상으로 청년 1인 가구 밀집지역 내 원룸 건물들을 표본조사할 때마다 불 법건축물의 비율이 80%에 가깝게 나타나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아닌 다른 단체에서 방 쪼개기 등 위반건축물에 방치되는 불량주거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연구 하고 실태조사를 실시한 경우는 아직 없으며, 단속 자체가 미비한 상황에서 전반적인 지역 별 실태 파악에 용이한 신뢰도 높은 통계는 찾기 어렵다. 한국 사회가 단 한 번도 민간임대 차시장의 규모를 파악하지 못한 문제도 있다. 보증금 1000만 원 이하가 70%에 달했던 서 울시 청년월세지원 신청자들의 주거 현황을 돌이켜보며, 임대차신고제가 제외하고 있는
“외부 창문이 있는 방에 살기 위해서는 4만 원이라는 금액을 더 줘야 했기에 햇빛 없는 방을 골랐습니다. 24시간 내내 볕이 들지 않는, 작은 형광등 하나에 의지해야 하는 고 시원 복도 공간에서 살았습니다. 침대에 누워 팔을 뻗으면 양쪽의 벽이 닿았습니다. 시 계를 보지 않으면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고시원은 저를 세상으 로부터 고립시키는 공간이었고, 단절을 느끼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반지하는 왜 주거공간으로 인정되는가? 고시원에는 분명 사람이 살고 있는데 왜 최저주 거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준주택으로 분류하는가?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네가 능력껏 그러 한 임시거처에서 벗어나 더 좋은 집을 소유하게 되면 다 벗어던질 수 있는 일이라 취급하 는 사회와 공공의 시선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주거안정의 기회, 즉 주거권은 모두에게 제 공되어야 한다. 이것은 어떤 방식으로 점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자격을 주거나 박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불량주거에 대항하기 위해 접목가능한 개념으로는 최저주거기준이 있긴 하나 몹시 협소 하다. 국토교통부가 설정하는 최저주거기준은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의 영위를 목적으 로 하고 있다. 또한, 2015년에 제정된 「주거기본법」에서는 최저주거기준이 사회적 · 경제적 여건 변화에 따라 그 적정성을 유지해야 하며, 나아가 유도주거기준을 만들어 해당 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주거기준은 불 량주거의 모습을 담아내지 못하는 앙상한 그릇에 멈춰있으며, 이마저도 주택에 한해서 적 용된다. 때문에, 고시원 등 주택이 아닌 것으로 분류되지만 실상은 누군가의 집으로 기능 하고 있는 주거지들에 대해서는 규제 자체가 마땅히 없다. 유도주거기준은 아예 만들어진 적도 없다.
주택임대차시장은 일반적인 시장과 다르다. 시장 질서에만 모든 것을 맡겨 둔다면, 저 비용 고효율을 위해 소위 ‘닭장 방’이라 불리는 공간이 계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고, 존재 자체만으로 인권 침해를 행하는 집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더 좁고, 더 불량 한 주거공간들이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배경에서 세입자 개인이 더 나은 주거공간을 찾아 다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더 나은 집을 찾기 이전에, 충분히 집다운 집들이 주택임대차시장 안에 넓게 펼쳐져 있어야 한다. 지금보다 최저주거기준의 항목을 대폭 확장하고,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주거 유형들을 고려해 고시원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이미 불량주거에서 살아가고 있는 세입자들의 주거상향 지원정책 을 체계적으로 마련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482호 2021 December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전세임대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분류되는 것 자체가 모순되 는 정책이다. LH는 권리분석을 할 뿐,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연계 되는 주택관리 및 하자보수 등에 관해 전세임대 입주자들이 누리는 것은 전혀 없다. 정 부지원을 받으면서 사는 거면 그 정도는 참고 살라는 등의 말들 사이에서, 사실상 전대 인의 위치에 있는 LH가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 제도 설계방식 자체에 의문을 가지게 된 다. 또한 전세임대를 이용하기 위해 160번의 거절을 감수해야 했다는 한 청년의 이야기 처럼, 집을 구하는 과정부터 무사히 퇴거하는 과정 전반을 함께 인큐베이팅 하거나 상의 해주는 사람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관련한 정책 개선 요구들은 매번 후순위로 밀리곤 한다.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은 공공의 재원을 대규모로 투입함과 동시에 용도 상향 등 도 시계획에 대한 사회적 질서를 일부 훼손하면서까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8년 뒤에는 공 공자원이 민간에게 영속되어 토지의 가치를 사유화하도록 방치한다. 공공은 공급만 신경 쓸 뿐, 임대사업자에 대한 관리 · 감독 또한 부재하니, 실제로 거주하게 되는 청년세입자가 되레 권리 침해를 겪는 사안이 발생하기도 한다. 임차인대표회의, 관리규약 및 관리비 협 의 등은 누구 하나 제대로 설명받은 적 없으며, 되레 관리업체 등의 고압적인 태도에 고스 란히 노출되곤 한다.
“공공이 왜 나한테 보증금을 받아야 해요? 몇 달 치 월세도 아니고 몇천만 원을 왜 받아 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일반 임대인도 아니고 공공인데.”
“2020년 1월에 행복주택 계약을 했는데, 처음 연락받았을 때 25일이라는 기간 내에 계 약금 1천만 원으로 계약해야 한다고 통보받았어요.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았죠. 계약 금은 대출이 안 되니까 주변에 사정해서 빌리고. 25일 이내라는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서요.”
“지금 살던 집의 보증금을 빼서 계약금으로 내고 행복주택 대출받고 입주할 때까지 다 른 친구 집에서 살았대요.”
행복주택은 기존 공공임대주택 유형들과는 다르게 최초로 시세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책 정함으로써, 주택지원을 필요로 하는 주거취약계층에게 한국 주택시장의 무질서함과 투기 에 대한 관리 · 감독의 부재 책임을 스스로 부담하도록 했다. 행복주택의 높은 보증금과 계 약금은 주거빈곤을 겪는 청년으로 하여금 제도 밖 대출을 이용하도록 부추긴다. 14㎡와 원
책임 2. 공공성
낮은 청년주거정책
노동 여건 등이 나쁘지 않아 손쉽게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자 등만이 해당 정책을 통해 마음 편히 주거안정을 꾀할 수 있는 경향이 짙다. 대출지원정책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 다. 더 많은 자부담금을 모을수록 대출정책을 이용하기 쉬우며, 이에 따라 더 쾌적하고 법 적으로도 안전한 집을 구하기 쉽다. 자산 구조가 취약한 채 월세로 사는 사람일수록 주거 정책에 가닿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된다. 3억이 있는 사람은 3억을 저리로 대출받아 자가 를 마련할 수 있지만, 1천만 원이 없는 사람은 집다운 집을 위해 전세대출을 이용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 자부담금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층이 가장 흔히 접하는 대출정책의 경우, 결과적으로 주거안정을 확보하는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게 된다. 대출이 가능한 안전한 집을 찾는 것, 자 부담금을 마련하는 것, 최저주거기준을 비롯해 집다운 집인지 확인하는 것, 행여나 문제가 생길 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가입이 불가할 경우 스스로 책임진다는 각오로 계약하는 것, 어떤 정책이 현재의 내 상황에 가장 적합한지를 아는 것 등이 모두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 몫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실적 좋은 상품을 소개하고 자 할 뿐, 청년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길을 안내하는 안전망은 부재하다.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과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말은 다르다. 대출은 받은 채 보 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청년이 겪는 주거불안은 몹시 치명적일 것이 뻔한 데 비해, 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미비하다.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니거나, 불가능한 경우들이 적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을 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 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주거급여는 여전히 연령에 의한 차별을 없애지 못한 한계에 직면해있다. 분리지급이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을 꾀한 2021년을 지나 청년월세지원을 전 국적으로 펼칠 2022년을 목전에 두고, 왜 사회는 청년에게 직접적인 주거비지원정책을 펼 쳐야 하는지를 돌아본다면,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바로 주거급여 다. 만 30세 미만을 동일 가구로 취급하는 원칙 자체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 또한, 주거급 여가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주거비지원정책인 만큼, 세계 적으로 통용되는 상대적 빈곤율인 하위 50%를 대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주거급여제도 의 규모를 확대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흐름에 발맞춰 청년월세지원제도를 함께 해석 하고 발전시켜가야 한다.
많은 청년주거정책이 늘 휘황찬란하게 새로 생겨나지만 정작 가장 최전선에 위치한 주 거급여제도는 옴짝달싹하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누적된 청년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연쇄 적으로 떠오르는 지점이다. 현재의 청년층이 겪는 주거문제는 그들의 생애를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여전히 가족에게 또는 개인에게 떠넘기는 정책 기조를 유지한 채, 되레 자산을 가진 자를 위한 지원정책에 힘을 주면서 화려한 청년주거
제482호 2021 December
시금 깨닫는다. 청년의 주거권은 좀 더 가벼운 것, 누군가 대신 지원해줄 수 있는 것, 혹은 일시적인 것, 가끔은 기득권에 속하는 사람을 고작 연령대 하나만으로 청년이라 과대표하 거나 사회가 선호하는 청년의 상을 앞세워 선전하는 양상에서 우리는 언제쯤 벗어날 수 있 는가? 청년의 탈을 쓴 주택장사에서 벗어나, 집과 땅에 대한 공공성을 함께 강화해나갈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한 때다.
한국 사회는 청년세입자에게 늘 ‘아직’이라는 말을 먼저 뱉어낸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무 기 삼아 청소비를 뜯어가려고 하는데 내 보증금을 지킬 방법이 없냐는 질문 앞에서 주택임 대차 분쟁조정위원회의 제약적인 권한은 헛헛하기만 하다. 임차권 등기명령제도를 이용해 봤자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울 테니 그냥 잠깐만 더 기다리는 게 낫다는 공인중개사의 조언에 따르겠다는 사례자 청년에게 다시금 임차권 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또한 무 용하게 느껴지곤 한다. 전 재산과 다름없는 보증금을 떼여 당장 돌려받을 길이 없는데 이 용할 수 있는 제도가 없냐는 상담 질문 앞에 무력감을 느끼며, 아직까지 깡통전세와 갭 투 기에 의한 피해자의 서러움 속 내포되어 있는 세입자 권리 침해를 방치해뒀던 사회의 빈틈 을 발견한다.
“계약만료 의사를 밝혔으나 임대인은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계약만료일까지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 나요? 채무가 많아 전세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한 집입니다.”
“보증금을 제때 못 주겠대요. 대출받았던 보증금이었기 때문에 연체이자를 내거나 계약 자체를 연장하여 대출 상환시기를 2년 뒤로 미뤄야 하는 상황인데요. 어떡하죠.”
“이사 가겠다고 말했는데 임대인이 나중에 돌려주겠다고 하면서 계속 연락을 피해요.
임차권 등기명령을 하는 건 좀 부담스러워요. 공인중개사가 임차권 설정되면 다음 세 입자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하고, 주변에서도 그냥 이사 먼저 가라고 해서... 근데 문제 생기면 어떡해요.”
“계약만료 후 한 달 넘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어요. 임대인은 연락이 두절됐고요. 등 기부등본을 뒤늦게 다시 보니까 임차권이 이미 몇 번이나 설정된 적 있던데, 이에 대해 서 설명 들어본 적은 없어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어요. 이미 이사 간 집에도 전입신고를 해야 해서 주소를 옮겼 어요. 보증금은 여전히 돌려받지 못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책임 3. 청년세입자
원가족을 포함해 과거로부터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청년은 세입자가 되어 주거공간을 점유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보편적으로 겪는 보증금 반환에 대한 불안감을 갖 고 세입자의 삶을 살아간다. 보증금에 대한 불안감은 아주 오랫동안 쌓여온 사회문제이지 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나 제도가 마련된 적은 없다. 호주의 경우, 보증금을 공공의 중간지원기구가 맡아 보증하며, 청년이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기구에 보관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후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무기 삼은 횡포를 속수무책으 로 당할 위험이 없다.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을 순 있으나, 보증금 미반환 및 관련된 불균 형한 권력관계의 형성에 대해 공공이 역할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명확하다면, 어떻게든 길 을 찾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공공의 책무 중 하나일 것이다. 공공은 임대차계약 시 청 년당사자 개인이 위험을 알아채고 위기상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돕고, 이미 벌어진 위기상황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겠다고 하니까 그럼 관리비를 올리겠대요. 상세 내역을 달라 고 하니까 제공할 의무는 없다, 법을 봐라라고 하세요. 그리고 나중에 보증금에서 제하 고 돌려주겠다고만 해요.”
“관리비가 갑자기 올랐어요. 이유는 안 알려줘요. 그만큼이나 관리하는지 모르겠는데.”
임대차신고제 도입 이후 특정 청년밀집 거주지역 내 고시원 관리비가 15만 원으로 인상 되고, 월세가 25만 원인데 관리비가 25만 원인 집 등은 이미 지난 국정감사 등을 통해 사 례로써 드러난 바 있다. 그럼에도 공공은 여전히 주거비 범위 안에 관리비가 들어가지 않 는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실제 임대차시장에서는 관리비가 두 번째 월세로 작동하고 있다.
이렇게 방치된 정책의 빈틈은 실제로 전 · 월세 상한 5%를 피하기 위해 관리비를 인상하는 문제, 전 · 월세 상한제 시행과 전 · 월세 의무신고제(보증금 6천만 원 이상, 월세 30만 원 이상)를 피한 관리비 편법 인상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원룸, 다가구주택은 대부분 대 학생 또는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의 거주 비율이 높고 피해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다. 주택임 대차보호법 안에서 보호하는 항목 중 관리비에 대한 항목을 신설하고, 부당한 방식으로 이 득을 취하고자 하는 임대인으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세입 자 중 특히 청년일수록 몰상식한 요구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경향이 짙을 수 있기 때문에, 보 다 적극적으로 정책의 커다란 사각지대 중 하나인 관리비에 대해 표준표를 제작하고 가이 드라인을 배포하는 등의 구체적인 권리 증진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등록임대주택에서의 불법행위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방치되는 점, 임 대인이 주택관리 의무를 청년에게 떠넘기는 과정에서 부당함을 주장할 방도가 마땅치 않 고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는 권한이 몹시 협소한 점, 계약서를 쓸 때 임대인 부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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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이뤄지는 점 등 부당한 중개 관행과 빈번한 세입자 권리 침해 및 다양한 형태의 주거불 안문제가 상담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어떤 부문은 법률 자문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볼 수 있지만, 다수의 상담은 대응방안이 마땅히 없는 경우가 많다. 중개 관행을 바로 잡고 주 택임대차시장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보다 사회적으로 선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공이 나서서 지자체를 비롯해 민간임대차시장을 관리 · 감독하기 위한 체계를 갖춰나가 야 한다. 불법건축물에 대한 감독관제도를 한국 최초로 청년주거정책에서 시행하기 시작 한 것처럼, 청년이 민간임대차시장 내의 무질서 앞에 홀로 놓이지 않고 위기와 문제적 상 황은 함께 중재 및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 또한 청년주거정책으로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는 빠르게 변한다. 국적, 결혼 여부, 가구 구성 방식, 연령 등을 이유로 주거권을 침해 하거나 주거불평등을 공고히 하는 문턱은 이제 없어져야 하며, 청년을 비롯한 주거약자들 이 겪는 차별과 배제의 경험을 더 이상 누적해선 안 된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여전히 다양 한 현장에서 ‘우리에게 주거권이 어디 있냐, 주거권은 없다, 세입자에게 권리가 어디 있냐, 억울하면 집을 사라, 부모님 집에 들어가서 살아라, ‘라떼’도 고시원에서 살아봤지만 열심 히 노력해서 지금 얼마짜리 집을 몇 개 가진 선량한 서민으로 살고 있는데 우는소리 하지 말라’라는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왜 열악한 고시원에 살았는가? 그리고 그 서러움을 왜 타인의 주거권을 침해하면서 보상받고자 욕망하게 되었는가?
민달팽이로 살아가는 청년 모두에게는 여전히, 앞으로도, 보다 점유 중립적인 주거정책 이 필요하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어느 공간을 점유하고 있든 그 자체로 주거권이 보장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는 보다 높은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고, 불평등 한 구조 속에서 과도한 이득을 취했던 것들을 다시 사회로 환원 및 분배해야 하고, 도시가 누구에게나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포용적인 도시재생을 펼쳐야 하며, 보 다 다양한 불평등이 교차하고 있는 시대를 반영한 복합적인 주거복지 전달체계를 마련해 야 한다. 그 흐름 안에서 청년주거정책은 불량주거를 근절시키고,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 고, 더 튼튼한 주거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집다운 집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갈 권리가 있다. 사회는 이들이 보다 안 전한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위험 상황에 놓인 자가 그 위험을 딛고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회구성원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주거불평등을 완화 하기 위한 노력은 언제나 절실했다. 그리고 그 시작을 가장 절실히 원하고 있는 청년 당사
책임 4. 사회 변화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올바른 길임이 틀림없다. 2020년 처음 시행된 이래 수천 명의 청년 들이 이용했던 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와 청년월세지원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지지와 호 응이 이를 증명한다. 서울시는 되레 청년주거상담센터 사업 자체를 없애면서 퇴행적인 시 정을 펼치고 있다. 그렇게 정책이 뒷걸음질치는 동안, 그 정책을 필요로 했던 청년의 일상 은 계속되고 있으며, 고작 예산 100% 삭감이라는 조치가 청년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시대적 흐름을 막을 순 없을 것이다. 2021년부터 포문을 열기 시작한 불법건축물 감독관 제도와 주거급여 분리지급 또한 청년의 일상 속에서 주거권 보장을 위한 안전망으로 작동 하기 위한 시작을 다지고 있다고 믿는다. 청년의 일상을 모아, 제도개선을 통해 서로의 삶 을 바꿔나가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민달팽이는 느리지만 늦지 않는다. 공공도 이 흐름에 발맞춰 보다 적극적으로 기존의 빈틈을 채워가며, 장차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뻗어 나가기 위한 경로를 함께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