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연이어 출간된 두 책의 성격과 편제상의 특징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과연 『동의보감』은 『침구경험방』의 편제와 내용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을까?
먼저『동의보감』침구편/침구법의 편제방식을 보자. 『동의보감』은 복합구성방식 으로 침구관련 부분을 다루고 있다. 즉 별도의 鍼灸篇을 두어 침구이론에 대한 전반 적인 내용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 한편, 침구치료에 관한 내용은 內景, 外形, 雜病이라 는 『동의보감』만의 독특한 편제방식에 따라 각 병증문 끝에 분산시켜 “鍼灸法”이란 제하에 수록하고 있다.
『침구경험방』의 편제는 다음의 [표5]에서 볼 수 있듯이,『동의보감』의 편제에 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표5]『동의보감』침구편과 『침구경험방』의 편제 비교
[표6]『동의보감』침구법과 『침구경험방』의 병증문 비교
생각한다면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서로 비슷한 시기에 나온 이 두 책은 침구이론과 임상, 양 면에 걸쳐 각기 나름대로의 특징적 체계를 가지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함께 지 니고 있어 조선침구학 발전의 귀중한 성과로 비교연구의 가치가 크다고 생각된다. 뒷 날 이 두 책을 중심으로 『침구집성』이라는 撰集이 나오게 되고 그 가치를 평가받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닌 것이다.95)
6. 허임『침구경험방』의 학술내용과 그 경향
『침구경험방』은 어떤 침구의학적 내용을 싣고 있으며, 허임은 어떤 생각을 가진 침구의가였을까? 기존의 침구의서나 침구의가의 학술내용을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 인 것은 무엇이며, 허임이 이를 자신의 독특한 관점으로 변용하거나 창안한 특색 있 는 내용은 무엇일까? 이를 침구학사 전반을 놓고 비교 검토함으로써 허임 『침구경험 방』이 지니는 침구학술내용과 그 경향성을 파악해 보기로 한다.
본 내용으로 들어가기 앞서 우선 침구의가로서 허임의 학풍의 면모를 간략히 살펴 보면, 무엇보다도 그는 ‘臨機應變’을 매우 강조한 의가였다고 말할 수 있다.96)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을 들어보자.
“經에 이르기를 ‘醫’는 ‘意’라고 했다. 만약 생각이 꽉 막혀서 변화를 알지 못하 면 더불어 병을 논할 수 없다. 병을 논할 수도 없는데 하물며 어떻게 병을 치료할 수 있겠는가?”97) (서문 중에서)
허임은 “醫者意也”라는 구절의 의미를 의사는 마땅히 臨機應變 할 줄 알아야 한다 는 뜻으로 풀어내고 있다.98) 모름지기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려면 병증을 잘 판별할 뿐 아니라 상황에 맞게 질병의 변화를 인식하고 그에 올바로 대응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허임은 경험을 중시한 실용적 학풍의 소유자였다. 이는 책이름을 ‘…經驗 方’이라고 붙인 데서도 드러난다. 허임이 책 내용의 전부를 그가 직접 시술하고 경험 한 사실만을 기록했을까 하는 의문은 있다. 하지만 『침구경험방』을 보면 허임은 자
이다.
95) 이에 대해서는 7장에서 자세히 재론하기로 한다.
96) “醫者 宜臨機應變” (25후면, 29후면) 허임은 두 곳에서나 이를 언급하고 있다. 또한 “運意轉換”, “轉換 之機” 등의 언급도 나오는데, 이 역시 생각을 이리 저리 바꾸어 가면서 할 것을 권하는 의미로 여겨진 다.
97) “經曰, 醫者意也, 或若膠滯, 不知變化則不可與論病, 論病尙且不可, 況望其能治乎” (서문 중에서) 98) 김훈, 「“醫者意也”의 기원에 관한 고찰」, 한국의사학회지, 1999
신의 임상경험을 매우 중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침구임상에 실용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간결함을 지향했음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저자의 면모를 염두에 두면서 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 나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