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 南采祐저,『靑囊訣』, 1995, 계축문화사 p.309~p.374가 침구편이다.
230) 김두종, 『한국의학사』, p.333
『한국의학대계』권15 중 『四醫經驗方』판본 및 국립중앙도서관 일산문고 소장 필사본
1)청말 간행된 『鍼灸集成』의 실상
『침구집성』이란 책이 『침구경험방』의 또 다른 傳本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이 밝 혀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 책은 그간 廖潤鴻이라는 침구의가에 의해 간행(1874년) 된 淸代의 대표적인 침구의서 중 하나로 여겨져 왔고,231) 初刊이래 최근까지도 여러 판본이 간행되어 비교적 광범하게 유행하였다. 그러나 최근 이 책은 『침구경험방』,
『동의보감』의 침구관련내용 및 『類經圖翼』의 일부를 표절하여 짜집기하고, 저자 의 이름까지도 거짓으로 같다 붙인 일종의 僞書임이 드러났다.232)233)
『침구집성』의 편집실태를 살펴보자. 이 책은 모두 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2 권은 “침구집성”으로, 3,4권은 “經穴詳集”으로 되어 있다.
〈권1〉은 침구학에 대한 기본지식을 싣고 있다. 『동의보감』과 『침구경험방』
에 나오는 鍼法, 灸法, 禁鍼穴, 禁灸穴, 訛穴, 十四經脉循行과 病候, 鍼灸吉日 등의 내 용을 모두 그대로 베꼈다. 『동의보감』→『침구경험방』→『동의보감』 순으로 번갈 아가며 옮겨 놓은 것이다.
〈권2〉는 인체 각 부위에 따른 병증에 대한 침구치료방법을 논하고 있는데, 역시
『동의보감』과 『침구경험방』을 全錄하고 있다. 『침구경험방』→『동의보감』의 순으로 옮겼다.
〈권3〉,〈권4〉는 경맥과 경혈에 대한 내용이다. 十四經脉의 流注와 수혈의 부위, 主治작용에 대해서는 『類經圖翼』권6과 『동의보감』을 번갈아 옮겨다 놓았고, 경외 기혈은『유경도익』권10과 『침구경험방』,『동의보감』의 「別穴」에서 집록하였다.
140여개에 이르는 경외기혈의 명칭, 부위, 주치에 대해 정리하고 있다.
이러한 실상을 놓고 보았을 때, 『침구집성』을 침구저술로 보기는 곤란하다. 내용 전체가 다른 책의 글자를 그대로 옮겨 모아 놓은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동의보감』의 침구관련내용과 『침구경험방』을 위주로 집록한 조선의 “침구자료 집”인 셈이다.
2) 조선중기침구학에 대한 再考
『鍼灸集成』의 이러한 불량한 편집태도는 후대의 침구문헌 연구에 많은 혼란을 초래했다. 기존의 다른 의서를 全錄했으면서도 그 集錄한 原書의 책이름을 전혀 밝히 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침구의학사, 침구사전류 등에 나오는 『침구집성』에
231) 원서명은 『면학당침구집성』이다. 많은 침구문헌 중에 잘못된 이러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232) 黃龍祥, 1996, 『鍼灸名著集成』, 華夏出版社, p.1214
233) 졸고, 「조선의 두 침구문헌을 집록한 『침구집성』의 실상」, 한국의사학회지, 2000.VOL.13, No.2 p.81~91. 특히 『침구경험방』으로부터는 서문, 발문을 제외한 전 부분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관한 기록은 진실이 은폐된 오류 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필자가 확인해 본 많은 침구 문헌들이 잘못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최근 한 출판사에서 간행된 『勉學堂鍼灸集成』
의 다음과 같은 교주설명도 그 한 예이다.
“이 책은 淸代 이전의 침구문헌 50여종을 채집하여 만든 책으로 침구학의 기초 이론에서부터 임상응용에 이르기까지 제가들의 설을 널리 모으고 있어서 내용이 풍 부하고, 청 이전의 침구학술상의 성취를 상당한 정도 반영하고 있다.”234)
『동의보감』이나 『유경도익』을 참고했다는 정도의 언급을 하고 있는 일부 문헌 들이 있기는 하다.235)236) 그러나 정작 한 글자도 빠짐없이 그대로 베껴 놓은 『침구경 험방』을 언급한 문헌들은 거의 없었다.237) 이는 허임『침구경험방』이 본 이름을 찾 지 못한 채, 『鍼灸集成』이란 이름 속에 매몰되어 있었던 셈이다.
기존의 침구의학사나 침구문헌 가운데서 『침구집성』의 특색에 대해 내리고 있는 평가 중 주목할 만한 것은 풍부한 임상경험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있다는 것과 ‘訛穴’
이라는 항목을 통해 취혈의 정확성을 강조한 것, 그리고 많은 수의 경외기혈을 수록 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평가가 허임과 『침구경험방』의 몫으로 돌려져야 한다.
그간 왜곡되었던 사실의 시정은 곧 조선침구학의 실체와 그 위상을 올바로 찾는 길이기도 하다.238)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침구경험방』과 『동의보감』침 구편 이 두 책은 원전에서부터 明代까지의 침구의서를 폭넓게 수용한 바탕 위에 조선 의 독자적인 침구임상경험을 가미하여 정리한 17세기 조선침구학의 성과이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침구집성』의 집록 태도가 후대에 끼친 많은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이 들 책은 국적이 감추어진 체 淸末 이후 중국에서 유행하였고, 일정한 평가와 함께 적 지 않은 학술적 영향도 끼쳤다. 이런 점에서 『침구집성』이 원래 의도한 바는 아니 234) 1998년 중국중의약출판사에서 간행된 『면학당침구집성』의 교주설명이다. “該書采輯淸同治以前有關鍼 灸的醫學文獻50餘種, 從‘內經’ ‘難經’ ‘銅人’ ‘甲乙’ ‘千金’到 ‘醫學入門’ ‘醫學綱目’ ‘類經圖翼’ 等均有所載.
全書從鍼灸學基礎理論到臨床應用, 博采諸家之說, 內容豊富全面, 很大程度上反映着淸以前鍼灸學術上的成 就.……” 이러한 류의 언급은 1994년 沈愛學, 包黎恩의 点校로 인민위생출판사에서 간행된 『면학당침 구집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35) 국내에서 간행된 두 종의 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재동외 공편의 『중국침뜸의학의 역사』1997, 집문 당, p.344. 한의학대사전편찬위원회찬, 『한의학대사전』의사문헌편, 1985, p.314
236) 王德深, 1996, 『中國鍼灸文獻提要』인민위생출판사, p.164
237) 특히 『침구경험방』의 경우는 황용상을 제외하고는 거의 주목하지 못하였다. 그는 『침구명저집성』
의 ‘未收鍼灸名著提要’중에 『침구경험방』을 소개하고 있다. 『中國鍼灸文獻提要』에서는 조선의 침구 문헌으로 『鍼灸擇日編集』과 『동의보감』을 소개하고 있지만, 『침구경험방』은 빠져 있다. 이러한 침구문헌에 대한 총람 형식의 책에 『침구경험방』이 빠져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238) 거의 모든 중국침구학사 책들이『침구집성』이라는 책에 대해 잘못 기록하고 있다. 이는 원전을 직접 검토하지 않고 앞 사람의 언급을 답습하는데서 오는 나쁜 연구 풍토 때문이다. 僞書라는 논란에도 불구 하고 이 책이 조선 침구학의 성과를 모은 책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책이 『동의보감』과 『침구경 험방』을 위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올바로 밝히는 것은 잃었던 조선침구서의 위치를 바로 자리매김 하고, 조선침구학의 성과를 제대로 파악하는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었겠지만, 조선의 양대 침구문헌인 『침구경험방』과 『동의보감』을 한데 묶어 놓음 으로써 조선침구의학의 면모를 중국에 부각시키고, 이들의 침구의학적 가치를 재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는 뜻밖의 기여를 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100여 년이 넘도록 『침구집성』의 내용에 대한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은 조선의 침구문헌에 대한 정리와 소개가 그만큼 미흡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조 선의 침구문헌이 해외에서 받은 주목만큼도 정작 제 땅에서는 연구의 대상으로 관심 을 얻지 못하였던 것이다.239) 『침구경험방』과 『동의보감』을 축으로 하는 조선중기 침구의학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보완연구가 새삼 요망되는 시점이다.
3)『침구경험방』에 대한 최근의 평가
최근인 1994년 『침구경험방』은 중국에서 鍼灸善本醫書로 선정되어 影印 간행되 었다.240) 실로 오랜만에 이름과 실제가 부합된 본연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淸의 太醫였던 力軒擧가 소장하고 있던 珍本의서 중 학술가치가 높고 연구가치가 있 는 책을 선택하여 총서로 발간하였는데, 그 가운데 『침구경험방』을 포함시킨 것이 다. 판본으로는 일본 安永7년(1778년) 浪華書林판이 사용되었다.
아울러 내용 개요를 통해 “조선에서 편찬한 침구전문서의 효시로……전 책의 내용 이 간명하고, 조리가 분명하며, 독특한 특색을 갖추고 있어서 침구임상에 있어서 비교 적 실용성이 있는 참고서라 할 수 있다.”241)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또한 黃龍祥은 역대침구명저를 소개하는 책에서 『침구경험방』에 대해 “편자의 다년간의 침구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지어진 것으로, 여러 서적에서 취하여 싣기는 했 지만, 편자의 임상경험에 근거하여 수혈을 언급한 뒤에 침법과 뜸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어, 임상적 가치가 높으며, 문헌을 끌어 모으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 다.”242)라고 경험을 바탕으로 편찬된 허임 『침구경험방』의 특색을 평가하고 있다.
8. 맺음말
許任은 16세기말에서 17세기 전반기에 걸쳐 활동하며 명성을 떨쳤던 조선의 鍼灸 醫家이다. 賤出이라는 신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그는 선조, 광해군, 인조 3대에 걸쳐 왕실진료에 참여하였으며, 침의로서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일생동안 쌓은 폭넓은 침구임상경험을 바탕으로 1644년 『鍼灸經驗 方』을 저술한다. 이는 조선 최초의 본격적인 침구전문서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색 239) 주4)와 9)에서 언급한 최근 중국에서 간행된 두 종류의 『침구집성』교주본은 이를 말해 준다.
240) 中醫古籍出版社 간행: 1994, 日本安永刊本 사용, 傅景華 等編
241) “爲朝鮮編鍼灸專書之始……全書內容簡明, 條理淸楚, 具有獨特之處, 是鍼灸臨床的較爲實用的參考書”
241) “爲朝鮮編鍼灸專書之始……全書內容簡明, 條理淸楚, 具有獨特之處, 是鍼灸臨床的較爲實用的參考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