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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본과의 상관관계

핵사찰과 미사일 개발의 중지, 대량살상무기 폐기, 재래식 무기 철수 등 네가지 사안에 대해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 네가지 사안의 요구와 함께 단절된 북․미 대화와 어 떻게든지 미국의 심경을 건드리지 않고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하여 북한은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작업에 나서게 되었다. 특히 한국의 햇볕정책에 대해 제동을 걸기 시작한 부시 행정부로 인해 미국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북한은 미국이 강경정책에 맞설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그 돌파구로서 일본을 선택한 것이다. 북일 국교정상화교섭이 급 속도로 진전된것도 그 이유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일본과 수교한 주변국들 중 소련을 포함하여 어느 나라도 일본과의 교섭에 순탄했던 나라가 없었다. 또한 그 수교교섭 과정을 보면 국제정치의 영향을 많 이 받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일관계는 스탈린 사후 대외정책 조절에 따른 미․

소관계 완화에 힘을 입었고 한․일관계는 동북아 안보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정 책이 조정역할을 하였다. 중․일관계는 중․미관계 개선이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즉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에 있어서도 미국의 영향력은 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할 만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다. 이것은 그만큼 북․일 양국관계개선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을 말해준다. 사실 미국 은 북․일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서 별로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 과 일본에 대한 압력을 감안할 때 역으로 일본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가장 큰 변 화가 일본이 자국의 국가이익을 앞세우고 대미일변도의 타율적인 외교에서 자율적인 쪽 으로 한 걸음 변화를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브루스 커밍스는 이것이 미국에 대한 도전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냉전시기에 형성된 일본의 대미일변도외교란 냉전시기 일본의 안보 즉 일본의 국익과 접합점을 이루었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현시점이나 앞으 로의 시점에서 일본의 국익이 보다 자율적인 외교를 필요로 할 때에는 일본의 선택도 다를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북․일관계의 획기적인 변화는 쌍방의 국가이익에서 접합점을 찾아 이 루어진 것이다. 양국이 미국의 대 이라크전과 한국의 대선을 앞두고 정상회담을 이룬 것은 그만큼 양국관계개선이 시간적으로 급박하다는 것을 역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따 라서 쌍방의 수뇌자 회담은 그 상징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그 실질적 의미가 보다 중요 한 것이다. 물론 수뇌회담 후 들끓고 있는 일본의 여론이 북․일 관계 개선에 다른 하 나의 변수로 나타나고 있지만 냉전이라는 특수한 시대에 이루어진 사건은 역시 비정상 적이었던 역사를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2000년 4월 5일부터 북일 수교협상이 재개되었다. 지난 1991년 1월부터 시작된 양국간 수교협상은 92년 8차 회담까지 진행된 뒤 중단된 상태였다. 북미관계의 점진적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북일관계의 개선을 위한 협상이 재개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북미관계가 안정화된다면, 더 이상 북일관계가 북미관계의 종속변수가 안 되는 상황으로 접어들 수 도 있을 것이다. 유엔 회원국 가운데 일본이 수교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가 북한이고, 다 른 한편으로 일본의 전후 처리 차원에서도 북일관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북 한은 전후 처리를 명분으로 일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을 기초로 경제를 재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보상은 사회간접자본의 (재)구축 비용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도 북한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매력을 느낄 수 있 다. 따라서 북일관계에서는 경제적 의미와 역사적 중요성이 중층적으로 작용할 가능성 이 있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 내부의 민감한 반응을 볼 때, 북일관계 는 동북아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된다.

현재 북일 수교협상에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는, ‘수교와 보상의 분리 여부’ ,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보상의 방식’, ‘납치 사건 문제’, ‘미상일 문제’, ‘재일 조선의 문제’

등이다.47) 간단히 정리한다면, 북한의 미사일과 일본의 배상금의 정치적 교환방식이 문 제가 되고 있다. 1999년 9월 북미고위급회담에서 미상일 발사를 유보하기로 합의한 것 은 북일관계 개선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 합의 직후, 일본은 무라 야마 전총리를 대표로 하는 초당파 의회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하여 수교교섭 재개에 합 의했다. 오히려 북한의 입장에서는 약 5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는 보상금을 통해 단기적 으로 가시적인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북일관계 개선이 북미관계 개선보다 더 중요하 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시점이다.

북일협상에서 주요한 변수로는 무엇보다도 일본 국내정치를 지적할 수 있다. 북한은 헌법개정 움직임을 포함한 일본 내부의 보수화 경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 기도 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 보수화의 빌미를 제공했고, 사실상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북한의 일본 국내 정 치에 대한 비판은 다시금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일 본의 보수화는 북한에게 안보적 위협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일본의 국내정 치에서는 북한변수를 두고 ‘북한위협론’과 ‘북한협상론’이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자가 북한과의 적절한 긴장을 통해 일본의 군비증강이나 내부의 보수화 추진에 이용 하려 한다면, 후자는 일본이 안보와 경제의 측면에서 지역협력을 주도하는 지역강국으 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도 북한과의 관계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48) 일본의 국내여론이 북일관계 정상화의 최대 장애물이라는 지적은 적절한 듯 보인다.49) 북일관계의 개선은 북미관계의 진전과 달리 경제교류와 직접 연관되어 있다. 북일협상 에 따라 일본이 제공하는 경제적 지원의 내용과 형태가 결정되겠지만,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북일경협과 남북경협의 관계다. 북일경협이 남북경협에 미치는 영향에 대 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존재한다. 첫째, 북일경협이 남북경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라는 견해다. 지금까지 일본은 전후 보상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국가들을 종속적 분업구조에 편입시켰다는 것이다.50) 이 견해에 따르면, 일본의 대북 진출 전략에

47) 서동만, “북일 수교 전망과 정치․경제적 대응 과제.“ 『통일경제』 3월호 (2000) ; 진창 수, “북․일관계: 국교수립의 정치적 요인,“ 백학순․진창수 (1999) ; 신정화, “한반도와 일 본의 새로운 관계정립,“ Int'l Conference on The Restruction of Northeast Asian Order Organized by the IFES (2001)참조.

48) 김용복, “북일관계정상화의 정치경제: 북일경협과 동아시아 경제협력과 동아시아 경제협 력,“ 미발표 원고 (2000), p. 3.

49) 와다 하루끼, “무리야마 방북단 이후의 북일관계를 생각한다,“ 『통일시론』, 5호 (1999), p. 65

대한 적절한 견제가 이루어져야 하고, 따라서 일본이 재화와 용역의 형태로 북한에게 지불하는 보상금 사업에 남한도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북일경협이 남북경협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북일수교에 따라 막대한 자본이 북한에 투여될 경우, 남한의 경제규모로 감당할 수 없는 북한 경제의 재건에 필요한 방대한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의 적절한 분업관계의 설정에 따라 북일경협은 남북경협을 촉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51)

따라서 남한정부 및 남한기업의 북일경협에 대한 태도가 중요한 듯이 보인다. 북한도 남북경협이 남한 우위의 종속적 분업구조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할 것이다.52) 북한의 입 장에서는 남한과 일본의 경쟁으로 북한이 반사적 이익을 얻는 상태를 희망할 것이다.

남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북한경제의 재건을 위해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일본자금으로 해결하면서 동시에 북한진출에 있어 남한기업이 선발자의 이득을 누리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사실 이 선택은 북한에게 달려 있다. 북한이 어떤 국가의 기업을 우선적인 경협 상대로 선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남한 내부의 우려처럼, 북미, 북일관계의 개선은 남 북관계의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더구나, 북한과 일본의 수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한 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주장이 흔들리게 될 때, 국내정치적 반발 또한 만만치 않 을 것이다. 햇볕정책의 고비는 바로 북미, 북일관계가 개선될 때다. 김대중 정부의 베를 린 선언은 대북진출의 이니셔티브를 민족적 이익의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게 했다는 점 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남북 공동의 이익에 대한 쌍방의 인식이 존재할 때 한일협 력을 통한 대북진출이 남북경제공동체 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남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북한경제의 재건을 위해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일본자금으로 해결하면서 동시에 북한진출에 있어 남한기업이 선발자의 이득을 누리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사실 이 선택은 북한에게 달려 있다. 북한이 어떤 국가의 기업을 우선적인 경협 상대로 선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남한 내부의 우려처럼, 북미, 북일관계의 개선은 남 북관계의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더구나, 북한과 일본의 수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한 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주장이 흔들리게 될 때, 국내정치적 반발 또한 만만치 않 을 것이다. 햇볕정책의 고비는 바로 북미, 북일관계가 개선될 때다. 김대중 정부의 베를 린 선언은 대북진출의 이니셔티브를 민족적 이익의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게 했다는 점 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남북 공동의 이익에 대한 쌍방의 인식이 존재할 때 한일협 력을 통한 대북진출이 남북경제공동체 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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