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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반 디지털 콘텐츠 창작의 작업방식/노동조건 – 과중노동의 표준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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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창작활동 전 과정: 긴 작업기간, 짧은 소득기간

작품 하나를 창작하는 전체 과정은 작가가 플랫폼에 작품 연재를 하는 기간보다 상당 히 긴 사이클을 필요로 한다. 이 전체과정은 작품 준비-구상 단계, 연재처나 에이전 시 등의 업체 접촉을 위한 초기 작품화 단계, 업체와 계약 및 기획 단계, 플랫폼 런 칭 전 작품 비축 단계, 작품 플랫폼 런칭, 런칭 후 연재 작업, 완결 등으로 이루어진 다. 경우에 따라서 업체와 계약이나 유료화 전에 작품을 무료 플랫폼에서 상당기간 연재 후 계약이 성사되기도 한다. 작품 구상부터 완결까지의 기간은 연재 기간보다 짧게는 수개월 더 길고, 길게는 2배 이상의 기간이 더 소요된다. 이는 업체와의 계약 전과 계약 후 기획 수정 및 비축 단계에 상당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작품을 구상하여 계약할 업체를 접촉하기 위해서는 초기 작품화가 필요하다. 웹툰의 경우 업체 접촉을 위해서는 구상 및 작품기획을 마치고, 시놉시스를 작성하고, 콘티를 짜고, 4화 정도 분량의 완성된 작품원고를 준비해야 한다. 이 정도의 초기 작품화 작 업이 진행된 상태에서 업체를 만나게 되는데, 보통 그 과정에 소요되는 기간은 짧으 면 수개월 길면 1-2년이 걸린다. 이정도로 작품화된 작품원고를 가지고 여러 업체를 만나 연재처(플랫폼)나 대리인(에이전시)과 계약을 하게 되는데 업체와 계약이 성사되 지 않을 경우에는 평균적으로 반 년 이상의 시간과 그동안 공들인 작업이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작품 끝나면 그 다음 작품까지 6개월 이내에 보통 다 준비해서 또 계약하고, 보통 일 년 작품 끝나고, 실제로 다름 작품이 연재되기까지는 웹상에서는 일 년 정도 걸 리는데, 그 전에 준비하고 뭐 그런 기간 있잖아요. 계약하러 다니고 이런 건 6개월 10개월 그정도 안에 계속 연달아서 했던 거 같아요. (B)

단편의 경우 수개월 연재, 장편의 경우 1-2년 동안의 연재가 끝나고 완결이 나면 한 작품의 작업과정이 완료가 된다. 완결이후에는 수입이 급감하기 때문에 경제적 압박 이 심해진다. 특히, MG를 차감하고 남을 정도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는 마 지막 화 원고를 송고한 다음부터는 월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가 된다. 한 작품이 끝나 고 다음 작품을 계약하고 원고 입고를 해 MG를 받기 전까지 평균적으로 반 년 이상 정도의 기간 동안 수입이 전혀 없게 되는 것이다. 연재가 끝난 뒤 마음편한 휴식기간 을 갖지 못하고 다음 작품을 빨리 계약해야 한다는 압박과 경제적 압박감을 갖게 된

그때(연재 끝나고, 다음 작품 구상단계) 가 나름 여유가 있는거죠.(그때는 어때요, 일상이 좀...) 일상이 항상 불안해요.[웃음] 이게 몸은 편한데요. 마음이 불안한 거 있죠. 다음 작품 뭐해야 되지.(구체적으로 불안함을 표현한다고 하면) 마치 이건 한, 지금 이제 4년에서 5년차 넘어가는 백수가 된 기분,(중간 중간 계속 작업했는데도) 네, 아니 인제 뭐 연재가 끝나버리면 아무것도 없잖아요. 네박쳐진 거에요 세상에.

근데 그러면 이제 뭔가 다음 작품을 가지고 있어야, 그래도 뭐 찔러보기라도 하고 이럴텐데, 그때는 아무것도 안가지고 있으니까 그냥 머릿속에 대략의 구상만 떠돌아 다니고, 이거를 좀 실체화시키고, 상업화시키고, 작품화시켜야 어디 가서, 가져가서 들이밀 거 아니에요. 그때는 이제 쉬고 있지만 쉬고 있는 거 같지 않은, 마치 마감 이 30일인데, 28일날 여행 간 거 같은,[웃음] 일상이 그런 느낌이랄까 (B)

작품 연재를 시작하면 완결을 낼 때까지 휴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뿐더러 웹툰의 경우 매주 한 화씩 수개월 혹은 일 년 넘게 쉬지 않고 작품을 만들어 내야하는 구조 이다. 디지털 콘텐트 창작노동자들은 이러한 조건 속에서 연재 펑크가 나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작품을 플랫폼에 런칭하기 전에 최대한 비축분을 축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테면 웹툰 50화를 연재할 경우, 플랫폼에 매주 1화씩 업데이트가 되므로 50주 동안 연재가 되지만, 작가가 50주 동안만 작품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연재 되는 50주에 더해서 비축분 원고를 쌓는 기간만큼 원고 작업을 한다. 비축분 축적 기 간은 창작자에 따라 다르지만, 비축원고 없이 연재를 런칭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만 큼 필수적이 되었다.

아까 이 방법을, 비축을 되게 일년 이년동안 되게 많이 하고, 연재 때 하나씩 끌면 서 이렇게 하는 방법도 있죠. 기간대비 소득은 줄겠지만... 드물게 여기서도 협상력 이나 경력이 있으면 2주로 할 수도 있어요. 근데 신인들한테는 절대 2주 연재 안 시켜주죠. 일주일이 제일 잘 팔리니까. 일주일을 해야합니다. (D)

MG가 작업원고 분량만큼 지급되는 점을 고려할 때, 비축기간을 늘려 안정적으로 연 재할 수 있는 작업기간을 확보하는 것은 분량당 책정된 금액의 개선 없이는 기간대비 단위(월) 소득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2) 수익 증대에 눈 먼 생산·유통 방식과 작업량

디지털 콘텐츠 창작물의 연재주기를 보면, 웹툰의 경우 주 단위 연재가 가장 보편화 된 연재 방식이며, 웹소설의 경우는 주 5일 연재하거나 주 2-3회 연재가 일반적이다.

창작노동자가 연재주기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에서 정한 연재주기에 맞추어 야 한다. 앞서 면접참여자 D가 언급한 것처럼 창작자가 협상력이나 경력이 있으면 2 주마다 연재하는 것으로 협상해 볼 여지가 있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 신인

작가에게는 허용되지 않으며 주간연재가 전제 된다.

업계는 연재주기가 짧은 것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자주 연재하는 것이 작품의 수 익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아래 K가 설명하고 있듯이 작품이 더 자주 나올수록 독자들 에게 어필이 된다. 주간 연재는 2주 마다 연재하는 것과 ‘비교도 안 될’만큼 경쟁력이 있다. 업계는 ‘주 2회 연재도 구상’하고 있다는 K의 이야기는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 해 작품의 연재주기가 업체에 의해 관리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업체는 수익을 최대화 하는 방식으로 연재주기와 같이 작업량 및 작업 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 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저같은 스타일도 다작을 못하는 스타일이라.. 그 한 작품만.. 한 작품이 집중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까.. 그래서 작품의 퀄리티는 높은 거고~ 그러다보니까 지금 현재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져버리는 거고~ 예.. 지금은 어쨌든 빨리 나오는 게 더.. 퀄리티가 낮더라도.. 빨리나오는 게 독자들한테 더 어필이 되는.. 시장이다보니 까! (2주마다 하는 것보다 주간연재가 더..) 비교가 안돼요. (업계에서는) 절대로 (주 간연재 포기)못하죠. 그리고 지금은.. 주 2회 연재도.. 구상들 하고 있어요. (K)

수익성 확보를 위해 작품이 매주 꾸준히 연재되도록 업계가 관리하는 또 다른 ‘규칙’

이 있다. 정기휴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업계에 표준화된 연재주기와 방식에 정기 휴재라는 체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휴재는 곧장 ‘수익 감소’로 직결된다고 보는 업계 인식이 작동하고 있다. 이같은 조건에서 창작자는 연재 기간 중 휴재를 할 수도 있다 는 생각, 나아가 ‘정기적인 휴식이나 휴가를 갖는다’는 생각 자체를 제거한 채 연재에 임하게 된다. 휴재와 휴식의 가능성이 창작자의 인식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단지 창작자의 자발적 순응으로 보기는 어렵다. 면접참여자 B가 언급하듯이 플랫폼은 ‘50 화(약 1년 작업 분량)까지는 휴재하지 않을 것’을 계약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다.

‘연재 기간 중 휴재없음’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는 데 업체의 요구가 분명히 작동하 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루라도 휴재를 하면 결국에는 성적에, 자신의 성적에 반영이 되기 때문에 연독률 이 깎여요(연동은 계속 꾸준한…) 연독률이라고 해서 내가 이번 일화를 올렸을 때 천명이 봤는데 2화는 보통은 950명이 보거든요. 1화가 마음에 안 들었으니까. (근 데 더 많이 볼 수도 있겠죠 하하하) 더 많이 볼 순… 이게 유료화로 들어가면. 왜냐 하면 유료에서 유입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계속 깎여와요. 수익은. 그렇기 때문 에... 근데 문제는 한번 휴재를 하면 원래 50명 깎일게 100명 깎여요. (아, 휴재를 하게 되면은) 그래서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휴재를 안 하려고 하죠. 왜냐하면 수익에 바로 타격이 오니까. (G)

저는 일단 그런 개념(정기적인 휴식이나 휴가) 자체가 없어서, 작품을 시작하면, 작

능해요. 거기선 업체 측에서는 연재하는 일 년 특히, 제일 큰 업체들 네이버, 카카 오페이지 이런데서는요. 요청을 해요. 그냥 계약하기 전에 일 년 50화이상은 절대 휴재 없다. 그렇게 말을 하고 이거 자신 있으면 연재해야 된다. 자신 없으면 연재 계약 안 해준다. (그쪽에서 아예 조건을 걸어요) 네, 요청을 강력히 해요. 그래서 (요청이 아니라 계약사항인거죠) 그쵸, 뭐 담당자입장에서는 그쵸. [중략] 그때 네 이버로 갔을 때 그 얘기도 또 왔었거든요. 절대 50화 이상 될 때까지 절대 휴재 없 다, 그래서 이거 꼭 지켜주셔야한다, 이런 얘기 자꾸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작품이 하는 동안에 그런 건 쉴 수 없다 라고, 작품에 임하구요. (B)

웹툰의 경우 주간으로 작품을 게재하는 것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이는 창작노동자에게 결코 적절한 작업량이 아니다. 주간 연재에 맞춰 매주 한 화 분량의 작품을 꾸준히 완성해 가는 일은 안정적이고 인간다운 작업 활동이 보장되는 지속가 능한 작업량이 아니다. 안정적으로 주간 연재 스케줄을 맞추기 어려운 만큼, 창작자에 게 ‘연재 펑크’는 어쩌다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사고’가 아니라, 예견되는 일이고, 대 비가 필요한 일이 된다. 주간연재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창작자들은 연재 런칭 전에 비축 원고를 최대한 쌓는 방식으로 개인적인 고육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작품 런칭 후 독자의 반응에 따라 수정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비축원고를 무작정 많이 축적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 경우에는 이미 완성된 분량만큼의 수정 작 업량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수익 증대를 목적으로 업체에서 설정한 연재 주기가 애초 에 창작자의 지속가능한 작업량, 작업 강도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재주기에 맞 춰 작품을 연재하기 위해서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오롯이 창작자 개인에게 전가된다.

아래 사례는 주간 연재라는 시스템이 창작자에게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창작자가 개 인적으로 어떤 방법을 강구하며 그런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는지 보여준 다. 주간연재 작업분량을 지속적으로 ‘도저히 못 맞출’ 것 같다는 면접참여자 I는 5화 연재하고 1주 휴재하는 방식으로 정기휴재를 원하고 있다. 1주 휴재를 하는 기간동안 작업을 보충해 6주 동안 5화 분량의 원고를 생산하는 것으로, 5화 분량의 작업을 위 해 5주가 아닌 6주를 확보하는 셈이다. 작업기간을 늘려서 작업강도를 조절하는 것으 로 주간연재라는 무리한 조건에서 살아남는 것은 창작자 개인의 몫이 되어 버렸다.

저 같은 경우 왜 들어가고 싶었냐면, 약간 작품특성이 카카오페이지에서 잘 팔리는 종류이기도 하고, 정기휴재를 하고 싶은 거에요. 주간연재를 못 하겠는 거에요. 좀 퀄리티를 높이니까. 정기휴재 없이는 도저히 연재를 못할 거 같아서, 정기휴재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겠냐하니까, 카카오페이지밖에 없는데요, 하시는 거에요. (카 카오페이지는 정기휴재가 있어요?) 거기서는 이제 에이전시한테 알아서 맡기니까, 정기휴재를 해도 되나봐요. 네이버나 다음은 무조건 주간연재이기 때문에, 약간 시 즌휴재라서, 한 달 휴재하는 거 아니면은 도중에 휴재는 할 수 없는 거에요. 그래서 만약에 저는 정기휴재 한다면 5회 연재하고, 1주 휴재 이렇게 할 거거든요. [중략]

(휴재 기간에) 사실 쉬는 건 아니에요. 쉴 수가 없는데, 주간으로 할 수가 없는 거에 요. 작업량이. 그래서 어쩔수 없이 지금~ 이렇게 한주를 (휴재를)안하면은, 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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