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 for 55 패키지와 CBAM 의 시사점

4.1. EU Fit for 55 패키지와 CBAM의 의미

Fit for 55 패키지는 2030년 감축목표의 달성을 위한 실질적 정책수단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경제 전반의 저탄소화 이행을 위해 부문별로 핵심 정책을 강화하거나 새로 도입하여 목표 달성을 위한 강력한 정책 추진 동력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선언적 의미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아니라 목표의 달성을 위한 정책 수단 및 세부목표를 구체화함으로써 현재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EU의 의지 및 글로벌 리더 십을 보여준 사례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U의 Fit for 55 패키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전반적인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면서도 그간 감축의 성과가 부족하였던 부문에 대해 감축정책 을 강화하거나 신규 정책을 도입하여 정책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이번 패키지에서는 수송 부문과 건물 부문에 감축 정책의 강화가 드러나고 있다. 건물과 도로수송 부문에 별도 ETS를 통해 탄소 가격체계를 도입하고 배출량 기준, 연료 규제 등을 통해 촘촘한 감축 이행의 체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관련 정책을 도입하여 이행하려는 국가에게 훌륭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Fit for 55 패키지는 EU 자체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위한 정책 수단이므로 EU 역외의 국가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는 CBAM은 교역 상대국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제도이다. CBAM은 교역되는 제품에 내재된 온실가스 (계속)

배출을 근거로 탄소가격을 부과하는 무역 규제적 정책이기 때문에 많은 수출국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EU의 CBAM을 효시로 유사한 무역 규제적 정책이 현실화되 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도 지속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을 근거로 CBAM과 유사한 무역 규제적 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종합하면 향후 기후변화 대응을 근거로 CBAM과 같은 무역 규제적 조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4.2. EU Fit for 55 패키지와 CBAM의 우리나라 농업부문 시사점

우선 EU의 농업부문에 대한 Fit for 55 패키지와 CBAM 시행안의 영향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볼 수 있다. EU의 Fit for 55 패키지와 CBAM 모두 농업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 Fit for 55 패키지 내에서 건물, 수송 부문 등 감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관련 정책을 제안하고 있으나 농업부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은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있다. Fit for 55 패키지 중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제도는 ESR의 강화일 것이다. ESR 목표의 강화는 농업부문이 포함된 비ETS 분야에 전반적인 감축목표가 상향되었다는 것이며 농업부문도 상향된 감축 노력이 필요하 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다만, ESR의 특성 상 EU 각 회원국들이 자율적으로 이행 수단을 마련하기 때문에 농업부문에 어느 정도의 감축 노력을 부여할지에 대해서는 불명확한 상황 이다.

CBAM도 현재로선 농업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는 아니다. 현재 CBAM의 대상 품목은 소수의 제조업 제품에 한정되어 있어 농업부문과 직접적 연관성은 낮다. 간접적 으로는 CBAM의 대상에 비료가 포함되어 있어 수입되는 비료의 가격이 상승할 경우 EU 농업 생산비가 상승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초기에는 CBAM에 의한 전반적 조정 수준이 크지 않을 것이며 점진적 방식으로 도입하므로 간접적으로도 농업부문 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우리나라와 EU 간에는 비료 교역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EU의 Fit for 55 패키지와 CBAM이 우리나라 농업부문에 시사하는 바를 검토하자면 우선 EU의 패키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제 전반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서 농업부문도 예외일 수 없으며 앞으로 농산물 생산 과정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EU의 Fit for 55 패키지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해 점차 강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면세유 의존도가 작지 않으며 양분수 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농업부문도 예외일 수 없다. 결국, 농산물 생산에서 사용되 는 에너지의 절약 및 친환경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아울러 농업부문에서 배출되는 비에너지 배출량도 간과하여서는 안 된다. 통상 농업 부문 의 비에너지는 분명한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 부족하거나 농업의 구조변화 등의 노력이 필요 한 경우가 많아 효과적 감축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농업부문 비에너지도 지속적으로 감축수단을 발굴하고 적절한 정책 조합을 통해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할 필요성 이 점차 높아질 것이다.

한편, CBAM은 제품 생산에 결부된 온실가스 감축을 근거로 무역규제를 가하는 조치인

만큼 향후 농산물도 CBAM의 대상이 된다면 농산물 생산에 결부된 온실가스 배출 자체가 CBAM에 대응하는 국제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번 CBAM 시행안에 농산물이 포함되지 않았 으나 농산물 수입에 CBAM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한 바가 있다. 예를 들어 Beate Kasch 독일 연방 식량농업부 장관은 지난 1월 농업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 약화가 오히려 농업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음을 지적하며 농산물에도 CBAM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⁷⁾ 요컨대 농업부문도 향후 교역에서 온실가스 배출 등 “탄소경쟁력”이 한층 중요성을 가질 것이며 농업 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경쟁력 향상 의 요소가 될 것이다.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 관련 무역 규제적 조치에 대응하여 우리나라 농업 부문에서도 우리 농산물의 탄소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과 지원 이 충실히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7) Clean Energy Wire. 2021.1.20. German agriculture ministry wants EU carbon border tax for farming imports

참고문헌

Bloomberg New Energy Finance (BNEF). 2021. The EU ‘Fit for 55’ Plan Unpacked.

Clean Energy Wire. 2021.1.20. German agriculture ministry wants EU carbon border tax for farming imports.

European Commission (EC). 2021a. ‘Fit for 55’: delivering the EU’s 2030 Climate Target on the way to climate neutrality. COM/2021/550 final

European Commission (EC). 2021b. Directive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amending Directive 2003/87/EC establishing a system for greenhouse gas emission allowance trading within the Union, Decision (EU) 2015/1814 concerning the establishment and operation of a market stability reserve for the Union greenhouse gas emission trading scheme and Regulation (EU) 2015/757. COM/

2021/551 final

European Commission (EC). 2021c. Proposal for a Regulation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n the establishment of a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OM/2021/564 final

장영욱·오태현. 2021. EU 탄소감축 입법안(‘Fit for 55’)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KIEP 세계경제 포커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참고사이트

European Environment Agency (https://www.eea.europa.eu/data-and-maps/daviz/ghg- emissions-by-aggregated-sector-5#tab-dashboard-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