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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이야기 : 한국남동발전(주) 파키스탄 정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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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발전 김경만 차장 Mira Power Ltd. 부사장

力拔山兮氣盖世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지만 時不利兮椎不逝 시세가 불리하니 추도 나아가지 않는구나.

椎不逝兮可奈何 추가 나아가지 않으니 어찌해야 하는가 虞兮虞兮奈若何 우희여, 우희여! 너를 어찌해야 하는가.

항우가 읊었다는“해하가(垓下歌)”입니다.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읽어 봤을 초한지의 이야기입니다. 당대 최고의 영웅이었던 항우가 결국 유방에게 결국 무릎을 꿇게 됩니다. 그가 사랑하던 우희(虞姬)와 오추마(烏椎馬)를 떠올리며 최후 의 순간에 불렀던 슬픈 노래입니다.

파키스탄.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정말 이 나라에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 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처지가 외교를 전문으로 하는 외교관도 아니요, 그렇다고 이전에 내가 근무를 선호했던 남미나 동유럽국가에 포함되지 않았던 터입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다면, 필자가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하지만, 담당했던 사업국가가 주로 남미나 미국 등이었으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파키스탄은 낯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필자와 회사(한국남동발전)의 짧은 역사기록을 혼용해 간단한 소개로 삼고자 합니다. 필자는 1995년 한전(한전)으로 입사해 전력 분야에 종사를 시작하게 되었 습니다. 한전이라는 작지 않은 회사에서 특히, 발전분야에 대해 경험을 채워가는 중 2001년도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통해 총 6개 발전회사가 한전에서 분리되어 현재 까지 이르게 되었고, 남동발전은 대한민국 전력의 약 11%를 담당하며, 총 10,000MW의 설비용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총 설비용량이 약 24,000MW

부록II진출기업기고문

인 점을 상기하면 남동발전은 나름 큰 역량을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에 따라, 2006년 미국으로 유학할 기회를 갖게 되어 연소와 환경 분야에 대해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는 영광도 있었습니다.

이후 해외사업에 종사하며 파키스탄에서 2012년부터 직접 사업을 개발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현재 남동발전은 특수목적법인(SPC)인 미라파워에서 법인장 윤태학 부장, 부법인장 김경만 차장(필자), GM 정의성 대리 등이 이슬라마바드에 근무 중입니다.

항우의“해하가(垓下歌)”로 잠깐 되돌아가서 중국 중원을 호령했던, 시황제로 유명한 진나라를 멸할 정도로 중원을 호령했던 항우가 그토록 얕보았던 유방에게 밀렸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고 싶습니다. 이 글이 한국 진출기업에 무엇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취지로 쓰게 된다는 점을 되새긴다면, 다시 말해, 파키스탄에 와서 성공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알아보고, 결국 항우와 같은‘역발산 기개세’

의 큰 포부와 세상을 누를 만한 호기(豪氣)를 안고 있는 분들에게 짧은 소회로써 도움을 드리고 싶을 따름입니다.

실제 이 땅에서 비즈니스 업무를 추진하는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면 성공사례가 있는 반면, 많은 실패담이 상존합니다. 하긴, 이 대전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마찬가지 일 것이고, 결국 진부한 논리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필자가 몸담고 있는 전력 및 수력분야에 대해 국한시켜 경험 위주로 짧게 서술하고자 합니다.

파키스탄은 한반도 전체를 비교해 봤을 때 대략 4배, 그리고 남한의 면적과는 8배의 차이를 가지는 큰 나라입니다. 과연 이 나라에 어떤 잠재성이 있길래 남동발전이 이 땅에 사업수행을 하게 되었을까요?

파키스탄의 수력은 인더스 강을 필두로 크게 다섯 개의 강이 있으며, 약 40,000MW 의 잠재 성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500MW 발전소 건설을 위하여 약 1조원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투자 매력이 있는 것입니다. 특히, 파키스탄 북쪽의 힌두 쿠시, 카라코람, 그리고 히말라야 산맥의 장엄한 지형에서 나오는 Indus 및 Jhelum 강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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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왜 수력사업에 대해서 논의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파키스탄의 전력생산은 크게 기름전소 발전(29%), 가스 전소 발전(37%), 그리고 수력 사업(33%)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 부분부터는 전력분야(특히 발전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지루함을 느낄 수 있지만 남동발전과 같이 전력분야의 후속주자에 대해 독자를 제한하더라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밝힌 기름, 가스, 수력 발전을 제외하고는 소수로서 원자력과 석탄화력이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 둘 점은, 기름 및 가스는 전력 생산단가가 매우 높다는 것 입니다. 주로 전력 생산단가가 연료비와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키스탄이 해마다 순환정전, 더 나아가 전력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산업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곧바로 이해할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바로 해마다 이슈로 되고 있는 Circular Debt(순환부채)로 이어지며 파키스탄 전체 GDP의 2-5%정도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 입니다. 생산단가가 높은 기름 및 가스를 수력 및 석탄으로 바꾸려고 하는 파키스탄 정부의 입장을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전력생산 분야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파키스탄 정부는 풍부한 자원을 바탕 으로 한 값싼 수력사업을 선호하고 있으며, 또한 전력 생산분야의 빠른 성장을 위해 최근 석탄화력에도 많은 투자확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수력사업에 대해서 좀 더 논의를 해보면, 파키스탄 정부가 이 분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눈여겨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보증(Soverign Guarantee) 등이 부여될 뿐 아니라, 다양한 세제 혜택이 주어지고, 파키스탄 정치 리스크로부터 나오는 세금 변동 및 정치 리스크에 대해 개런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주로서는 사업개시(예를 들어 준공 후) 6년간 얼마간의 지분(51%)을 묶어두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이외에도 전력생산 분야 장려를 위하여, Custom Duty(약 25-30%)를 5%로 하향해주는 점, Sale Tax 면세, 사업주 배당금에 대한 본국 송금 가능 및 면세 등의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키스탄이 아직 투자등급에서 만족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나라이므로 이에 대한 리스크는 파키스탄에 진입하는 회사들이 두드려 보고, 또한 살펴봐야 할 대목일 것입니다. 이 점은 추후 논의로 남겨두기로 합니다.

부록II진출기업기고문

마지막으로, 소위“일과 놀이”의 병행 점을 두고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즉, 파키 스탄이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연 조건과 역사를 언급하지 않으면 진정 이 나라에 대 한 얘기를 마치지 못할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힌두쿠시, 카라코람, 그리고 히말 라야의 큰 산맥이 모여드는 나라이므로 천혜의 자연조건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 도입니다.

영화“알렉산더”를 본 사람들은 후반부에 알렉산더가 힌두쿠시 산맥에 다다랐던 광경을 기억할 것입니다. 따뜻한 지중해의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더는 황금의 나라 인도를 향해 가던 중 맞닥뜨린 힌두쿠시 산맥의 엄청난 기백을 보고 매우 놀랐을 것입니다. 아마도 알렉산더가 영웅이 아니었던들 장대한 힌두쿠시 산맥 정복을 뒤로하고 그 기나긴 원정을 끝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장병들을 격려하여 힌두쿠시 산맥을 넘게 되지만, 옛 인도지방 의 코끼리 전투단과 만나 알렉산더는 첫 패배를 맛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마케도니아로 돌아가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지금도 알렉산더의 후예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파키스탄 북쪽에 살고 있고, 이른바“칼라쉬”지역에는 파란 눈동자의 사람들이 수 천년의 역사를 안고 지내고 있습니다. 필자가 칼라쉬 방문 시 그들의 역사관을 물어 보았지만, 알렉산더의 의미는 희미하게만 알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알렉산더와 그들과의 역사적 연계성은 퇴색된 지 오래임을 알게 되어 조금 실망감은 있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전통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또한, 파키스탄에서 유일 하게 무슬림이 살지 않는 곳입니다. 그 외에 특이한 것은 공동묘지에서 시체를 매장 하지 않고 관을 열어 두는 조장(鳥葬) 풍습이 있고, 생리를 시작한 여자들을 따로 모아 놓아 금남의 집에 살게 하는 풍습 등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서북쪽 카라코람 산맥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가 장엄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높게 솟은 봉우리.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고봉(高峰)으로 바로 이 곳 파키스탄에 있습니다. 무려 8000m가 넘는 봉우리가 5개가 있어 트레킹의 본 고장인 네팔을 무색케 합니다. 또한, 이 지역의 훈자(Hunza Valley)는 최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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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 되었고, 장엄한 카라코람 산맥을 파노라마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치안이 안정되지 못해 자유로운 여행이 힘들다는 점이 아쉬울 뿐 입니다.

그 외에 잠깐 역사 얘기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영국식민지로부터 해방된 것이 1947년도로써 우리나라와 2년 차이로 비슷 하고, 광복절도 우리나라가 8월 15일인 점과 비슷한 8월 14일입니다. 영국으로 부터 해방 시 종교적 차이점으로 인해 모하마드 알리 지나 초대 대통령의 영도로 파키 스탄으로 분리되었으나, 영토분쟁으로 결국 인도와는 세 번의 전쟁을 겪게 되고 아직도 양국 간의 평온함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위 AJ&K 지역은 세계지도에

“Disputed Area”라고 표기되어 있고, 분단의 비극이 우리나라의 형편과 비슷 합니다.

또한, 세계 4대 문명 중의 하나인 인더스 문명이 자리 잡은 곳으로, 모헨조다로 및 하라파 등의 유적이 파키스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류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 일지라도, 인류의 기원을 느껴보고, 사유(思惟)하고 싶다면 파키스탄에서 빼 놓지 말아야 할 인류학적 유산입니다.

맺음말로서, 파키스탄은 향후 잠재력이 큰 나라인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세계 유수의 평가기관들이 파키스탄을 낮은 투자등급으로 두는 것은 그 만큼의 리스크가 있다는 것임을 반증합니다. 후속기업이 파키스탄에 들어올 때 이러한 리스크 등이 사업 추진 중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 점을 꼼꼼히 살펴야 함은 두말할

부록II진출기업기고문

<K2> <훈자계곡> <칼라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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