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신본풀이의 고대 서사시적 요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비교에 적절 한 대상을 이난나신화·길가메쉬 서사시라 생각한다. 특수신본풀이와 <바리덕이>
무가, 이난나 신화의 연관성을 먼저 지적하고 다음으로 <허궁애기본풀이>는 이난 나 신화와 <세민황제본풀이>와 <삼두구미본풀이>는 길가메쉬 서사시와 비교하여 보도록 하겠다.257)
인간의 죽음은 살아 있는 자에게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다. 망자와 가까운 관계 일수록 살아 있었던 존재가 사라져 버렸다고 유에서 무로 인식하기는 어렵다. 이 러한 바람은 영과 육의 분리를 가져와 육은 비록 이승에 있지만 영은 이승이 아 닌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생각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볼 수는 없지만 다른 곳 으로 이동하여 이승과 같은 삶을 그곳에서 영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단지 공간을 이동할 뿐이며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저곳에 서 새로운 형태로 살아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수메르인들이 ‘위대한 하계’라고 부른 죽음의 땅을 바빌로니아인들은 ‘돌아오지 않는 땅’이라고 불렀는데 ‘불귀(不歸)의 땅’은 죽음의 영토를 지칭하는 가장 오래 된 말의 하나다.258) 수메르의 여신 이난나(Inanna)가 지하계에 내려온 선례를 구 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하여 먼저 ‘이난나의 저승 여행’ 신화의 내용을 제시하고자 한다.
‘하늘의 여주’ 이난나는 하늘과 땅을 버리고 저승으로 내려가겠다고 결심을 했다. 일곱 개의 도시에 있는 자신의 신전들을 버리고 사제권과 주권의 상징인 왕관, 가발, 목걸 이, 잣대와 측량줄, 제위복 등을 걸치고 저승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뒤따라온 시종 닌 슈부르에게 만일 자신이 저승에서 다시 올라오지 않으면 엔릴과 난나와 엔키에게 달려 가 그녀를 구해달라고 요청할 것을 당부했다. 이난나는 저승 입구에 당도하여 저승으 로 들어갔으나 일곱 개 저승 대문을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그녀의 몸에 입고 걸쳤던 각가지 장식들을 빼앗겼다. 끝내 벌거숭이가 된 이난나는 저승신들 앞에 웅크리고 앉 았다. 저승의 여주 에레쉬키갈라는 그녀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으며 그 순간 이난나 는 에레쉬키갈라의 의자에 주저앉는다. 아눈나키 큰 신들이 이를 지켜보며 이난나를 저주하여 그녀는 두들겨 맞은 고깃덩어리처럼 변하여 담에 걸렸다. 3일이 지나도 이난 나가 저승에서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녀의 시종 닌슈부르는 엔릴과 난나에게 가서 그녀를 구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엔키에게 달려가 애원하자
257) 2017년 8월 2일 칠머리당 영등굿 전수관에서 ‘제주신화의 시·공간, 허웅아기본·세민황제본’이라 는 제목으로 강의한 발표문의 6쪽을 참고하였다.
258) 金烈圭(1977), 앞의 책, 229쪽.
엔키는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하고, 그의 손톱 밑에서 때를 꺼내어 ‘곡(哭)꾼’ 두 명을 만들어 그들에게 ‘생명초’와 ‘생명수’를 들려 저승으로 보낸다. 신음을 하며 누워 있던 에레쉬키갈라의 호의를 얻은 두 곡(哭)꾼은 담벼락에 걸린 두들겨 맞은 고깃덩어리를 내려 달라고 하여 그 위에 생명초와 생명수를 뿌렸다. 이난나는 일어났다. 그녀가 저 승을 떠나 올라오려고 할 그 때 아눈나키 큰 신들은 그녀를 막으며 그녀가 저승에 내 려온 이상 온전히 살아 올라갈 수는 없으니 그녀를 대신할 누구를 붙잡아 오라고 저 승 사자들을 그녀와 동반시켜 보낸다. 그들은 세상에 올라와 그녀가 돌아오지 않아 슬퍼하는 닌슈부르와 그녀의 두 시종을 만난다. 저승 사자들이 그들을 붙잡아 가려고 하였으나 이난나는 반대하였다. 그들은 그녀의 남편인 ‘양치기’ 두무지가 사는 곳으로 갔다. 그는 화려한 옷을 입고 즐기고 있었다. 화가 난 이난나는 그를 붙잡아 가라고 그 들에게 말했다. 저승 사자들에게 붙잡힌 두무지는 이난나의 오빠 태양 신 우투에게 살 려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우투는 두무지의 손과 발을 도마뱀의 것으로 바꿔 주어 도망치게 하였다. 그래서 두무지는 양조장으로 도망을 갔다. 그런데 파리가 그가 숨은 곳을 그의 누이 ‘포도주 여신’ 게쉬틴안나에게 알려 주어 두무지를 찾게 했다. 또한 파 리는 이난나에게도 두무지가 숨은 곳을 알려 주어 그는 붙잡히게 되었다. 이난나는 두 무지와 게쉬틴안나에게 각각 반 년씩 저승에 가 있을 것이라며 그들의 운명을 결정해 주었다.259)
이난나의 저승 여행은 특수신본풀이와 유사한 서사를 갖추고 있다. 앞에서 <바 리덕이> 무가를 살펴보았는데 특수신본풀이, 이난나 신화와 더불어 비교한 후 구 체적으로 이난나신화·길가메쉬 서사시와 특수신본풀이를 비교하고자 한다. <바리 덕이> 무가를 이난나 신화와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바리덕이> 무가 속 에서 고대 서사시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으며 특수신본풀이의 서사와 관련하여 유사성을 앞에서 거론하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의미를 제시하기 위해서 이다.
<바리덕이> 무가와 이난나 신화는 특수신본풀이에서 특수신이 이승과 명계를 넘나드는 여정과 관련하여 비교할 수 있다. 바리덕이는 부모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생명수를 찾아 저승 여행을 떠나고, 이난나 신화에서는 이난나가 지하세계 를 정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저승여행을 떠난다. 이 신화들은 명계(冥界) 여행을 떠나는 목적, 생명수가 존재하는 곳, 죽음을 맞는 자, 저승에서 행하는 일, 이승 과 저승의 교체 등에서 서로 차이점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사항을 표로 간략 히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259) 조철수, 수메르 신화(神話) Ⅰ, 서해문집, 1996, 105~106쪽.
신 화
다산의 여신이다. 그러한 여신이 저승으로 간다는 것은 생명력의 소멸이 아니라 땅속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결국 죽음과 생명은 맞닿 아 있다는 것을 이들 신화를 통하여 알 수 있다.
특수신본풀이, <바리덕이> 무가, 이난나 신화에서 신들이 명계에서 하는 일은 뚜렷하다. 명계에서 행한 행동으로 인해 이승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오늘이는 원천강의 세계를 알게 되어 이를 이승에서 전파하게 되고, 세민황제는 자신의 잘 못을 깨달아 이승에서 그 잘못을 바로 잡으려 하고, 허궁애기는 이승에서 계속하 여 아이들을 돌보려 하다가 이승과 저승의 세계가 단절되게 만들고, 삼두구미는 자신의 시체가 가루가 됨으로써 죽음이 세상에 퍼지게 된다. 바리덕이의 목적은 처음부터 부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생명수를 찾는 데에 있다. 이난나는 생명수 를 자신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세계를 정복하기 위하여 저승여행을 떠난다. 이난나가 저승 문지기에게 하늘의 큰 황소 장례식에 애도를 표하러 들어 가겠다고 하나 이것은 저승에 들어가기 위한 구실이었을 뿐, 실제적인 목적이 아 니다. 저승에 들어간 후에 이난나의 행위를 보면 장례식과 어떠한 관련도 맺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저승에서 행하는 일을 보아도 바리덕이는 생명을 잉태하는 행위를 하나 이난나는 에레쉬키갈라가 벌거벗은 그녀를 향해 달려 들 때에도 거 부하는 행위를 보인다. 바리덕이에게 중요한 것은 생명이고, 이난나에게 중요한 것은 생명보다는 저승의 옥좌이다.
이난나신화는 이난나의 저승여행을 통해 삶이 무엇이고,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 한 해답을 마련한다. 이난나가 죽음을 맞기 위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을 모 두 내려놓는다. 죽음은 천상의 여신이라는 권능마저도 내려놓고 진정한 자아와 만나게 하는 것이다.
특수신본풀이, <바리덕이> 무가, 이난나 신화 사이에는 공통점이 내재한다. 명 계로 여행을 떠난다는 점, 명계에서 행한 일로 인해 이승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 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은 이들 신화들이 인간이 거부하고 부정하 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살면서 굶주리지 않 고 따뜻하기를 원하고 죽음에 당도해서는 다시 살아나기를 희망한다.
<원천강본풀이>, <허궁애기본풀이>, <바리덕이> 무가, 이난나 신화는 여성의 명 계 여행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 방향성에 있어서 차이점들이 보인다. 오늘이
는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그 근원을 알기 위해 자식이 부모를 찾아가는 형태 를 띠고, 허궁애기는 모성의 근원이 되는 자식들에게 어머니인 허궁애기가 찾아 가는 형태를 띤다. 바리덕이는 부모의 생명을 구하려 하였고, 이난나는 죽음의 세계인 저승까지도 제압하려 하였다. 이들은 삶의 영역에서 죽음의 영역을, 죽음 의 영역에서 삶의 영역을 지향했던 것이다.
<바리덕이> 무가와 이난나 신화 속에서 등장하는 저승에서의 삶은 꽃이 피고 열매가 결실을 맺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말한다. 혹한 바람이 몰아치고 식물들이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이나 땅속에서 양분을 비축하여 결실을 맺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바리덕이가 아이들을 낳는 것이나 이난나가 저승에 잡혀 있는 것에 대한
<바리덕이> 무가와 이난나 신화 속에서 등장하는 저승에서의 삶은 꽃이 피고 열매가 결실을 맺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말한다. 혹한 바람이 몰아치고 식물들이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이나 땅속에서 양분을 비축하여 결실을 맺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바리덕이가 아이들을 낳는 것이나 이난나가 저승에 잡혀 있는 것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