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특수신본풀이와 <차사본풀이>의 유사성

우리는 제주도 본풀이가 가지는 중요성을 재인식하여야 한다. 특수신본풀이는 단형의 완결된 서사적 형태를 가진 본풀이로 이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기에 매우 소중하게 여겨 두루 살펴야 한다. 특수신본풀이는 의존적 성격이 강하고 독 립적 제차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목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제의적 성격 역시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특수신본풀이의 제의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은 현장에서의 소멸이다. 고순안 심 방의 구연을 통해 특수신본풀이가 현장에서 사라지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고180), 오인숙 심방의 구연을 통해 근래까지 특수신본풀이가 구연되었음이 보고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특수신본풀이의 제의적 성격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고자 한다.

특수신본풀이가 이전에 불리었다는 흔적을 찾고자 한 노력들이 있었다. 강권용 은 <원천강본풀이>는 신굿의 일월맞이에서, <세민황제본풀이>는 시왕맞이 중 차 사영가 질침에서, <허궁애기본풀이>는 시왕맞이 중 <차사본풀이>에서 불린다고

178) 강정식·강소전·송정희(2008), 앞의 책, 19쪽.

179) 강정식(2015a), 앞의 책, 181쪽.

180) 허남춘 외(2013), 앞의 책, 313~314쪽.

하였다.181) 여러 심방들의 제보를 통해 제차를 확보하였다. 이 논의가 소중한 이 유는 복수의 심방에 의해 특수신본풀이의 존재가 확인되었다는 의의가 있다. 다 만 이러한 의의가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제차의 성격이 특수신본풀이의 성격과 일치하여야 하나 이러한 관련성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는 못하였다.

특수신본풀이에 대한 본격적인 해명은 아니었으나 특수신본풀이의 제의적 범 주를 죽음의 제의와 관련하여 밝히려는 시도가 있었다.182)

성인 - 정시 : 시왕맞이 > 차사본풀이(+원천강본풀이)

성인 - 생인(산질) : 시왕맞이 > 차사본풀이(+세민황제본풀이)

성인 - 어린 자녀 둔 여인 : 시왕맞이 > 차사본풀이(+허웅애기본풀이) 성인 - (이장) : 시왕맞이 > 차사본풀이(+삼두구미본풀이)

제주도 무속 제의에서 시왕맞이는 죽음과 관련된 의례와 본풀이를 받아들여 흡수하는 용광로 노릇을 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응용 원리에 입각하여 새삼스 러운 본풀이 구성이 가능하다. 특수신본풀이가 의존적 의례 구현물로서 시왕맞이 에 삽입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의 구조적 틀을 밝힘으로써 본 풀이와 제의 일반의 관계를 재구하여 환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선행하여야 할 작업은 특수신본풀와 <차사본풀이>의 친연성 여부이 다. 특수신본풀이와 <차사본풀이>의 성격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특수신본풀이를 구연하였고, 다른 이야기가 두루 섞이지 않아 <차사본풀이>의 온전한 면모를 파 악할 수 있는 박봉춘본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박봉춘본 <차사본풀이>의 서사단락이다.183)

<박봉춘본>

① 동정국범을황제 아들 구형제 중에 아래·위로 삼형제가 죽고, 남은 삼형제가 대사에 게 단명하겠다는 말을 듣는다.

② 대사는 아들 삼형제가 인간에 나아가서 은물장사, 놋기장사, 비단장사를 하며 고생 을 하면 장명한다는 얘기와 과양생이 집에 들지 말라는 경고를 전해준다.

181) 강권용(2001), 앞의 논문, 58쪽.

182) 강정식, 김헌선, <제주도 「삼두구미본풀이」의 의례적 기능과 의의>에 대한 토론문, 2017년 한국 무속학회 동계 학술대회 자료집, 한국무속학회, 2017, 61쪽.

183) 赤松智城·秋葉隆(1991), 「체사본푸리」, 앞의 책, 317~324쪽.

③ 동정국범을황제는 대사의 말대로 아들들을 세상에 내보낸다.

④ 삼형제는 주년국 연못가에서 과양생이를 만나 과양생이의 집으로 가게 된다.

⑤ 과양생이는 삼형제에게 술을 권하여 취하니 삼형제를 죽여 재물을 취한 후, 연지 (蓮池)못에 시체를 던지자 고운 꽃이 피어 그것을 집으로 가져와 문전에 달아둔다.

⑥ 과양생이가 문전에 출입할 때마다 꽃이 머리를 박박 긁어서 꽃을 불붙인다.

⑦ 청태산늙은할망이 불을 담으러 과양생이 집에 왔다가 구슬을 발견하자, 과양생이는 자신의 것이라며 구슬을 입 안에 넣고 굴리다가 삼킨다.

⑧ 과양생이는 삼형제를 낳고 공부를 시켜, 삼형제가 과거를 보러 가서 장원급제를 한다.

⑨ 잔치를 준비하던 과양생이는 삼형제가 돌연하게 모두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김 치원님에게 소지를 올린다.

⑩ 과양생이의 소지가 9상자 반이 넘자, 김치원님은 강임이에게 염라대왕을 잡아오라 고 한다.

⑪ 집으로 돌아온 강임이는 염라대왕을 잡을 길이 없어 자결하려 하자 큰부인이 떡 셋 을 만들어 조왕에 올리고, 후원에 단을 묻어 기도하고, 남은 떡은 강임이를 준다.

⑫ 강임이가 길을 떠나 조왕할망을 만나 조왕할망이 준 떡을 먹으니 자신의 처가 만든 떡임을 알고 염라국 가는 길을 묻는다.

⑬ 조왕할망은 연지(蓮池)못에 가서 목욕제계하고 정성을 다하여 향화(香火)를 피우고 떡을 올려 기도하면 삼신선이 내려온다고 일러주자 강임이가 그대로 행하여 삼신선 이 강임이에게 청풍채(靑風扇), 금풍채(金風扇), 홍세줄(紅金線)을 내어준다.

⑭ 강임이가 청풍채, 금풍채를 던지며 길을 찾아 가는데 저승차사 이원잡이 보인다.

⑮ 강임이와 이원잡은 서로 통성명을 하고 음식을 교환하여 먹고 나서, 강임이가 이원 잡에게 염라대왕을 만나는 방법을 묻는다.

⑯ 강임이는 염라대왕을 향해 홍세줄을 던져 붙잡으려 하자, 염라대왕은 강임이의 용 맹을 칭찬하고 유승상집을 다녀오고 나서 가겠다고 말한다.

⑰ 강임이가 김치원님께 내일 염라대왕이 온다고 하자, 김치원님은 이를 헛말이라고 하여 강임이를 하옥한다.

⑱ 다음 날 염라대왕이 들어오자 김치원님은 기둥으로 변신하여 나오지 아니하니 염라 대왕이 그 기둥을 베라 하자 나타난다.

⑲ 염라대왕은 김치원님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하며 연지못의 물 을 푸고 과양생이를 잡아 오라고 하였다.

⑳ 염라대왕의 말대로 행하자 삼형제의 시체가 발견되어 과양생이는 자신의 죄를 인정

하고, 자신의 아들 무덤이라고 생각했던 곳에는 시체 대신 허수아비가 있었다.

㉑ 과양생이는 벌을 받아 죽고, 염라대왕은 강임이가 영리하고 용맹하기에 강임의 혼 을 빼어 염라국의 차사로 앉힌다.

<차사본풀이>에서 강림이가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이동 양상은 특수신본풀이 의 이동 양상과 동일하다. 인간인 강임이가 이승에서 저승을 가고, 저승에서 염 라대왕을 만나고 이승으로 돌아온다. 특수신본풀이의 오늘이, 세민황제, 허궁애 기, 삼두구미도 죽음과 친밀한 세계와 이승을 오간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강임 이와 특수신본풀이의 오늘이, 세민황제, 허궁애기, 삼두구미 모두 원조자의 도움 을 받아 이곳과 저곳의 경계를 넘고 목적을 달성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강임이가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 아내가 원조자로 등장하여 이승 길을 예비하 여 주는 것과 비교하여 볼 수 있다. 이러한 원조자의 등장을 통한 경계 이동은 이승과 저승이 분리되어 있는 상태를 말하여 주는 동시에 이러한 분리가 완전한 단절이 아니어서 생인(生人)이 오갈 수 있는 사정을 말한다.

<차사본풀이>는 다층적 성격을 지녔다. 중세 서사시이면서 신앙 비판 서사시의 성격을 지닌다.184) <차사본풀이>는 민담과 신화의 영역에서 이야기들을 흡수하면 서 확장하여간 본풀이다. 이러한 확장은 남겨진 자들이 죽음에 대한 관심이 얼마 나 지대한지 알 수 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삶이 죽음으로 바뀐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기에 이러한 과정을 풀어내기 위해 서사가 확장되는 것이다.

백록어문 20·21집에 실려 있는 ‘강림이야기’는 특수신본풀이와 <차사본풀이>

의 관련성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료이다. 송금양이 구연한 ‘강림이야기’

에서 화자는 강림이가 어떠한 일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각시가 12 명인 강림이’에서 <차사본풀이>의 정확한 내용을 구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림 이가 회의에 늦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강림이나 연날엔 죽지 않는 이역을 갓다왓다 허멍 살곤 헷거든. 이젠 그레신디 저승가 그네 곧 가그네 늦게 회 참여를 못 가부난, 그 죄 받앙 그 죄로써 염라왕 잡아오라 염 라왕 잡아.185)

184) 조동일, 동아시아 구비서사시의 양상과 변천 , 문학과지성사, 1997, 72~97쪽.

185)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2005), 앞의 책, 523쪽.

그리고 ‘강림이야기’에서 이역에 가게 된 이야기를 하게 된다. <허궁애기본풀 이>와 유사한 내용에 허궁애기 대신 강림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이야 기를 잘하는 이야기꾼들이 강림이와 허궁애기를 혼동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결말을 보면 <차사본풀이>와 <허궁애기본풀이>는 동일한 이야기로 보인다. 강 림이와 허궁애기의 육신은 이승에서 가지게 되고, 영혼은 저승에서 가지게 되는 결론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차사본풀이>의 확장성과 주제의식을 고려하였을 때 특수신본풀이의 서사는

<차사본풀이>와 연관된다. 저승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평범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죽음이 닥쳤거나 죽음을 떠올릴 만한 어떤 일이 생길 때에 저승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특수신본풀이의 이야기들이 명계와 관련된 이야기이기에

<차사본풀이>와 특수신본풀이의 구술 상황이 동일할 수 있다.

<차사본풀이>와 특수신본풀이의 구술 상황이 동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