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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궁애기본풀이>와 유사한 서사를 갖춘 민담이 있다. 죽은 어머니가 아이들을 그리워하여 밤마다 찾아오다가 결국에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이야기이기에 이들 민담을 통칭하여 사후불귀담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이야기는 예정론을 바탕으로 한다. 인간의 만남이 한정되어 있으며 결국은 망자는 망자의 세계로 생자는 생자 의 세계에 귀속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허궁애기본풀이>와 관련되는 민담의 목록 은 아래와 같다.

제 목 제보자 채록자 출 처 발표연도

<허궁애기본풀이> 내용 사후불귀담 자료 번호

㉠ 솜씨가 좋음(명주, 살림) 1, 2, 5, 6, 7, 9, 10

㉡ 저승으로 감 1, 2, 3, 4, 5, 6, 7, 9, 10, 11, 12

㉢ 이승과 저승을 오고 감 2, 3, 4, 5, 6, 7, 8, 9, 10, 11, 12, 13

㉣ 이승에 남으려 함 2, 3, 4, 6, 7, 8, 9, 10, 11, 12, 13

㉤ 저승으로 가서 이승에 못 오게 됨 2, 3, 4, 5, 6, 7, 8, 9, 10, 11, 12, 13 [표10] <허궁애기본풀이>와 사후불귀담

윤추월의 ‘허웅아기’(2)에 신화적 맥락이 녹아 있다. 윤추월의 이야기 속에서

<천지왕본풀이>의 내용이 담겨있다.157) 윤추월의 구연은 <허궁애기본풀이>가 <천 지왕본풀이>와 맥을 같이 하며 창세 신화로서 불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다.158) 윤추월 구연에서 두 개씩이던 해와 달에 관한 내용이나 이승과 저승의 왕 래라는 상황이 모두 머나먼 시원의 상황을 환기하는 요소가 된다. 귀신과 산 사 람이 서로 잘 분간이 안 되는 채로 공존했다는 것 또한 음양의 질서가 분화되기 이전의 원시적 카오스 상황을 연상시킨다.159)

사후불귀담의 내용은 <허궁애기본풀이>의 내용과 유사하다. ‘허웅애기’의 제보 자인 부의함이 구연한 ‘허웅애기’(6)를 살펴보면 특이한 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부의함은 총 9편을 제보하였는데 7편의 내용은 일반신본풀이와 당신본풀이의 내 용이다. ‘마퉁이’는 <삼공본풀이>의 내용과 일치하고, ‘원강암이’는 <이공본풀이>

의 내용과 일치한다. ‘​만이’는 <멩감본풀이>의 내용과 일치하며 ‘​청비’는 <세 경본풀이>의 내용과 일치한다. ‘안택초상’은 <칠성본풀이>의 내용과 일치하고, ‘김 동지와 애기씨’는 <일뤳당본풀이>의 내용과 일치하며 ‘과양셍이’는 <차사본풀이>

157) “허웅아기가 영원히 이제 집에서 죽으니까, 이제 다음부터는 이제 이 저승을 일절 이제 끊어져 서 이 저승광 이승 이제 을 갈라. 그때는 귀신 불르민 생인(生人) 대답, 생인 불르민 귀신 대 답면서, 이 인간에 이제 귀신덜이 이제 사람인 줄 귀신인 줄 몰라났는디, 이제 그 어느 이제 천왕페와 어느 나라가 이제 해도 하나 쏘아 불고, 도 하나 쏘아 불고, 이젠 귀신들이 말을 못

게 다 해여 불고,”

玄容駿·金榮敦, 韓國口碑文學大系 9-3: 濟州道 西歸浦市 南濟州郡篇 , 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3, 642쪽.

158) “그땐 이제 그 옛날에는 이제 아주 그저 뭐 이제 하늘에는 해도 두 개 이제 도 두 개 그러면 낮이는 막 이제 더워서 죽고 밤에는 추워서 죽고 그러는 이제 시절이었던라.”

玄容駿·金榮敦(1983), 위의 책, 640~641쪽.

김헌선, 「<허웅아기본풀이>의 정체와 기여」, 미발표원고, 5~6쪽.

159) 신동흔(2014), 앞의 책, 213쪽.

의 내용과 일치한다. 줄거리의 대강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내용 을 풍부하게 제보하였다. 여기에 ‘허웅애기’와 ‘콩댁이 ​​댁이’의 민담이 포함된 다.

강을생본 <허궁애기본풀이>에서 허궁애기의 이야기와 콩대기팥대기의 이야기 가 연결되었는데 부의함의 제보에서도 이러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부의 함이 제보한 내용들은 ‘콩댁이 ​​댁이’를 제외하고 모두 본풀이와 관련된 내용이 다. 그렇다면 <허궁애기본풀이>와 ‘콩댁이 ​​댁이’ 역시 신화의 맥락과 연관된다 고 추정할 수 있다.

사후불귀담의 내용 중에 허궁애기가 저승으로 못 가는 이유를 신발을 찾지 못 하여 못 가는 것으로 설정한 이야기가 있다. ‘애기엄마의 혼’(8),160) ‘죽음이 시작 된 유래’(12)에서161) 구체적인 대목을 찾을 수 있다. 신발을 찾지 못해서 천상에 가지 못하였다는 것은 신발이 천상으로 가는 길을 인도하여 주는 매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 쪽 신발이 없어 절름발이가 되어 두 세계를 연결하는 상징을 보여주는 콩대기팥대기 이야기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두 세계를 매개하는 허 궁애기의 이야기와 동일한 역할을 한다. ‘천상’을 뜻하는 신발의 상징이 두 이야 기 속에서 동일한 의미로 파악할 수 있는 소재이고,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두 이 야기가 결합한다.

강정자의 ‘저승과 이승을 오가지 못하는 이유’는 ‘허궁아기’, ‘허웅아기’ 등의 이 름이 보이지 않고 ‘아기 어멍’이 저승과 이승을 오간다고 하였다. ‘허궁아기’라는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일상적인 인물이 주인공이다. 이 자료는 민담과 본풀이가 서로 양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일상의 인물인 ‘아기 어멍’과 신성한 인물인 ‘허궁애기’가 두 축을 이루어 제주도에서 전승되고 있음을 이 자료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다. 김태일은 허웅애기를 민요 자료로 구연하였는데 주목할 부분 이 있다.

160) 그 신발을 오꼿 곱쪄 부려서(숨겨 버렸다). 그 신발을 곱쪄 부난, 애기 젖 멕여뒁 가젠 허난. 막 신 지 못허여 막 애 타단보난,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 「애기엄마의 혼(魂)」, 白鹿語文 16, 2000, 433쪽.

161) 아이고 나 시간 바빵 저 가쿠다 가쿠다, 나 신 어디간넨 어디간넨 헤가난에, 신 꼼 곱져두 고 이 항드레 제게 곱으라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 「죽음이 시작된 유래」, 白鹿語文 22, 2006, 284쪽.

이젠 채사님이 그 관장이 채사님이 어떻해선 그렇게 눈물 나남시난.

어린애기 젖주는 아기 떼고 밥주는 애기 다 떼고 다 애기들이 다 떼고 왔수니까 이렇게 눈물 납니다.

이젠 이만커난 돌맹이 옛날에 덩두렁 없수까 그걸 탁 내노면서 그러며는 이 돌에 춤을(침을) 탁 밭앙(뱉어서)

그 춤을 멀리 전에 이승에 갔다 오겠느냐.

예 갔다 오겠습니다. 경허난 이젠

동네 사난 할망 하는 말은 그 아기덜 보난 이아기야 이아기야 어멍 업서두 어떵하난

지체로 고은옷 입고 머리단장 허여놓고 이엉무신이난 아이구 우리 어머니 밤에 옵네다 밤이오먼 왔다 만다 애기들 젖기른애기 젖먹여두고 밥기른 애기 밥멕여두고 [이거 심방(무당) 헌거라]162)

김태일은 심방들이 부르는 노래와 자기가 밭에서 어머니께 배운 김매는 노래 를 구분하였다. 이는 서사무가로서의 <허궁애기본풀이>가 존재하고, 이러한 서사 를 담은 노래가 각각 존재하였다는 것이다. 무속서사시인 본풀이의 서사가 서사 민요에 녹아 구비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무속서사시가 아직까지 불 리고 있고, 무속서사시와 연관되는 서사민요가 불린다는 것은 신성성의 갈래와 일상성의 갈래가 양립하고 있으며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허궁애기본풀이>에서 혼과 육신이 분리되는 의미는 이승과 저승이 완전히 단 절되어 죽은 사람이 부르면 산 사람이 대답하고, 산 사람이 부르면 죽은 사람이 대답하는 혼란의 시기에서 이승과 저승의 질서가 잡히는 시기로 이행하는 이야 기가 담겨 있다. 사후불귀담의 제목을 보면 ‘죽으면 못 돌아오게 된 유래’, ‘죽음 이 시작된 유래’, ‘죽음이 생겨난 유래’ 등이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저승의 존 재와 이승의 존재들이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말에 드러난 허궁애기 의 죽음은 이승에 더 이상 올 수 없어 아이들과 만날 수 없기에 이러한 민담들 은 죽음의 기원과 연관된다.

허궁애기는 아이들을 낳고 저승으로 간다. 어머니는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다 가 탄생시키는 존재이다. 어머니와 아이가 뱃속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감 안할 때, 허궁애기의 존재에 대한 상징은 탄생과 죽음이 연결되는 존재이다. 이

162) 2012년 8월 21일 고산리 경로당에서 김태일의 허웅애기 이야기와 민요를 채록하였다.

서영숙(2018), 앞의 책, 477~478쪽.

제 목 제보자 채록자 출 처 발표연도 (채록연도) 1 버드나무잎이

제일 무섭다 신석하 성 기 열 · 정기호

韓國口碑文學大系 1-7 (京畿道 江華郡篇)

1982 (1981) 2 와라진 귀신 윤추월 현 용 준 ·

김영돈

韓國口碑文學大系 9-3

(濟州道 西歸浦市 南濟州郡篇)

1983 (1981) 러한 이미지는 달이 하루를 기준으로 커지고 작아지는 것과 허궁애기의 삶의 유 사성을 토대로 재생의 의미와 연관 지을 수 있다. 달은 밤이 되면 나타나고, 낮 이 되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다시 다음 날 밤이 되면 나타난다. 초승달에서 보름달이 되는 것처럼 달은 끊임없이 기울고 차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반복은 끊 임없는 재생을 말하며 이러한 재생은 영생과 연관된다. 허궁애기도 밤이 되면 이 승으로 나타나고 낮이 되면 저승으로 가는 달과 같은 존재이다. 달의 재생의 이 미지와 허궁애기의 이미지는 일치한다고 볼 수 있기에 <허궁애기본풀이>에 근원 적 신화소가 담겨 있다. 더욱이 이방아, 윤추월의 이야기 속에 일월조정 화소가 있는 것을 보면 일상적인 이야기 안에 신화적 생명력이 숨 쉬고 있는 이야기임 이 분명하다.

4) ‘아’라는 귀신담

<삼두구미본풀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민담이 2편 있다. ‘버드나무잎이 제일 무섭다’와 ‘와라진 귀신’이다. 한 편은 韓國口碑文學大系 9-3: 濟州道 西歸 浦市 南濟州郡篇 에 수록되어 있고, 다른 한 편은 韓國口碑文學大系 1-7: 京畿 道 江華郡篇 에 수록되어 있다. 비록 적은 편수이나 <삼두구미본풀이>와의 유사

<삼두구미본풀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민담이 2편 있다. ‘버드나무잎이 제일 무섭다’와 ‘와라진 귀신’이다. 한 편은 韓國口碑文學大系 9-3: 濟州道 西歸 浦市 南濟州郡篇 에 수록되어 있고, 다른 한 편은 韓國口碑文學大系 1-7: 京畿 道 江華郡篇 에 수록되어 있다. 비록 적은 편수이나 <삼두구미본풀이>와의 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