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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진정한 문제는?

문서에서 토지세의 경제학: (페이지 93-98)

(1) 토지공급의 억제

토지시장이라고 해서 수요공급의 원리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가격을 낮추려 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린벨트, 농지/임야보존정책, 재건축 억제정책 같은 것들로 토지공급의 경로가 막혀 있다. 공급을 늘리는 대신 수요를 억제해서 토지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것은 본말의 전도이다. 수요를 억제하 겠다는 것은 주거생활을 악화시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투기억제책들은 ‘가수요’의 억제를 수단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실수요’는 그대 로 둔 채 가수요 만 억제한다는 것은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일 뿐이다. 가수요란 결국 실수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용토지의 공급을 늘려 토지가격을 낮추려면 토지이용규제들이 풀려야 한 다. 농지나 임야를 택지, 공장용지, 상업용지 등 도시적 용도로 바꾸고 필요하다 면 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전환도 해야 한다. 또 이미 도시적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 중에서 저밀도로 이용되고 있는 토지들은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통해 고밀도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진퇴양난 처럼 보이는 문제가 발생한다. 토지이용규제가 풀 리면 땅값이 뛰고 투기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투기는 무슨일이 있어도 잡아야 하기 때문에’ 토지이용규제를 완화하려면 겁이 난다. 그래서 토지공급확대는 소 리 높이 외치면서도 토지이용규제의 완화는 잘 되지 않는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 시장원리이다. 토지이용규제의 완 화는 공급의 증가이다. 그런데 공급증가가 가격상승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논리적 모순이 있는 것일까?

그러나 그것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소치이다. 토지이용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택지나 공장용지 등의 가격을 낮추기 위함이다. 물론 규제 가 풀리는 땅의 가격은 올라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을 문제시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택지나 공장용지를 얼마나 싸게 구할 수 있는가이다. 규제가 풀려 택지나 공장용지의 공급이 증가하면 그러한 토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과거 보 다 더 싼 값에 이들 토지를 구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바이다. 규 제가 풀리는 땅의 값을 묶어 둘 방법은 없다.

도시 변두리에 아파트를 지을 만한 방대한 땅이 있다고 해 보자. 지금까지는 정부 규제 때문에 그냥 방치되고 있었다. 그러한 상태에서 이 토지의 가격은 형 편없는 수준일 것이다. 이제 정부가 이 토지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고 생각해 보자. 쓸모없던 땅이 고밀도로 이용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토 지의 가격이 뛸 것은 당연하다. 그 차액을 챙기려고 ‘복부인’, ‘악덕 중개업자’

등 투기꾼들이 설치고 다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투기현상에도 불구하고 도시용 토지의 공급은 증가할 것이며 사람들은 더 싼 가격에 아파트를 구할 수 있게 되 지 않겠는가. 문제는 투기꾼들이 불로소득을 얻는 문제인데 그것은 양도소득세를 빈틈없이 적용해서 해결할 문제이다.

6공화국 최대의 치적이라고 하는 주택 2백만호건설의 역사도 따지고 보면 그 핵심은 과거 부처간 이기주의로 인하여 묶여 있을 수 밖에 없던 토지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풀었다는 것이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늘어난 것이다. 그 과 정에서 당연히 풀린 토지의 가격은 뛰게 마련이었고 돈을 번 사람도 많았을 것이 다. 분당신도시의 경우 사업이 시작되기 전 평당 10-20만원에 불과하던 땅이 지 금은 평당 700만원31)을 홋가한다. 땅값이 35-70배나 뛴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필 요로 하는 아파트의 가격은 눈에 띄게 떨어지지 않았는가?

용적율, 건폐율 등의 완화나 재건축 등도 같이 생각할 수 있다. 규제가 풀리 는 땅의 가격은 올라가지만 도시용 토지시장 전체로 보면 토지가격이 떨어진다.

규제가 풀리는 토지의 가격이 뛸 것을 걱정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너무나 당 연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택지, 상업용지, 공장용지 등 도시용토지의 전반 적 가격이 어떻게 변하는가이다. 규제가 해제되는 지역의 토지가격이 뛸것을 우 려하여 도시용토지의 공급을 망설인다면 우리는 비싼 집에서 비좁게 사는 현재와 같은 생활을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가진 잠재적 생산능력을 발휘할 기 회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토지문제의 제1원인은 과도한 토지이용규제로 인한 토지공급의 부 족에 있다. 토지문제를 해결하려면 토지이용규제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있어야 한다. 투기억제는 임시방편일 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2) 부동산투자신탁 금지

저소득층이 개발이익의 분배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것도 부동산 문제를 둘러 싼 사회갈등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논리이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의아한 면이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은 토지가치 만을 높여 놓은 것 이 아니다. 기업의 가치도 크게 높여 놓았다. 1988년 이후 나타난 주식 가격 상승 이 바로 그것을 대표한다. 그러나 주식 가격 상승은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주식가격이 오르길 바라고 있다. 두 시장 간에 어

31)분당신도시 50평 아파트의 가격은 대략 2억5천만원 정도이다. 건축비를 평당 150만원으로 보고 대지지분(垈地持分)을 25평이라 가정하면 토지 1평당 가격은 700만원이 된다.

떠한 차이가 있는가? 가장 중요한 차이는 주식시장에는 몇 만원만 있어도 참여할 수 있다는 반면 토지시장에는 웬만한 정도의 돈으로는 엄두도 내기 힘들다는 것 이다. 그래서 작은 돈을 가진 사람이라도 주식가격상승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

다른 투자대상들과 비교하여 볼 때, 토지는 분할에 따른 불이익이 크다는 특 성을 가지고 있다. 증권이나, 채권, 예금 등 금융자산의 경우 큰 액수를 투자하든 작은 액수를 투자하든 수익율은 동일하다. 그러나 토지에 대한 투자는 약간 다른 면이 있다. 토지이용의 효율성은 필지의 규모가 클수록 커진다. 따라서 같은 토 지라 할지라도 분할하지 않고 취득하려는 자의 지불용의가격은 여럿이 분할하여 취득하려할 경우 단위토지면적에 대하여 제시되는 지불용의가격에 비하여 높게 마련이다. 만약 자본시장이 완전하여 누구나 자신이 취득하려는 토지를 담보로 하여 원하는 만큼의 자본을 차입할 수 있다면 이러한 토지시장의 특성이 토지시 장에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효율성의 상실을 감 수하면서 토지를 분할 취득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은 매우 불완전하여서 큰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자금동원능력이 작은 사람의 경우 토지를 취득하려면 분 할 취득에 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은 큰 자본을 동원하여 토지를 분할하 지 않고도 취득할 수 있는 자와의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 전자의 경우 단위면 적에 대하여 제시되는 지불용의가 후자의 경우에 비하여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의 토지로부터 높은 개발이익이 생길 것이라는 동일한 예상을 하더라도 그 토지를 취득할 능력을 갖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개발이익의 불공 평한 분배라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분할취득 의 불이익과 개발이익의 분배와는 거의 아무런 관계도 없다. 분할취득이 어렵기 로 따지자면 기업이 토지보다 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이라는 것이 생 겨나와서 작은 돈으로도 기업의 분할취득이 가능해졌다. 토지에 대해서도 그런 식의 분할취득 방식이 나올 만 한데 왜 나오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투자자들의 돈을 맡아서 대신 투기를 해 주는 기업이 나올 수 없도록 규제되어 있기 때문이 다.

만약 부동산의 보유행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없었다면 부동산에 대한 투자 또는 투기를 업으로 하는 기업(부동산 투자신탁회사)이 생겼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러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누구나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증권신탁은 허용하면서도 부동산투자신탁은 금지된다. 사회적 분위기 때 문에 누가 그것을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래서 돈이 없는 사람들은 토지 가격상승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선진국의 예를 보더라도 부동산투자신탁 이 허용된 미국은 지가가 상승하더라도 그것이 사회갈등으로 표출되지 않는 반면 그런 제도가 없는 일본은 지가상승이 사회갈등으로 이어진다.

개발이익의 분배를 위하여 우리나라가 선택한 방법은 지가상승분에 대한 각

종 세금 및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다양한 비과세 및 감면, 지가평가의 문제, 중복과세 등의 문제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토지이용규제가 심한 상황에서 토지가격은 정부의 개발계획에 크게 의존한 다. 개발계획에 대해 남모르는 정보를 가진 사람은 큰 돈을 벌 수 있다. 투기억제 를 하려고 하면 할수록 개발계획은 점점 더 밀실에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그 리고 그 계획을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줄어든다. 이는 개발이익이 소수 의 손에 집중될 수 밖에 없음을 뜻한다.

지금까지 살펴 보았듯이 투기를 잡을 수는 없다. 어떻게 하든 가격은 움직이 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투기는 발생한다. 따라서 강력한 투기억제수단을 동원 하면 할수록 없는 자들이 개발이익을 나누어 가질 기회는 축소되고 그 개발이익 은 소수의 손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개발이익의 불공정한 분배는 자금력이나 정보등의 편중에 그 원인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계획이나 용도지역 변경에 관한 정보를 입안 단계 부터 공개해야 한다. 투기억제를 염두에 두면 둘수록 계획은 밀실로 숨어들어 가 고 정보는 더욱 편중된다. 또 부동산투자신탁을 허용해야 한다. 그래서 증권시장 에서와 같이 원한다면 누구나 토지가격 상승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나누어 가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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