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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안정을 위해 보유과세 강화?

문서에서 토지세의 경제학: (페이지 63-78)

(1) 직관적 설명

많은 학자들이 토지보유과세 강화를 주장해 왔고, 지금도 주장하고 있다. 보 유과세강화의 당위성은 언론이나 각종 시민단체 등으로부터도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주장한다고 해서 실제로 그것이 옳다는 보장은 없다.

이들이 보유과세의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그것을 통하여 지가의 안정17), 토 지소유의 분산, 자본이득환수기능 보완, 실현자본이득과세로 인한 동결효과 방지 등 여러가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손재영 1993a). 요컨데 토지문제 의 근원은 토지 보유에 대한 과대한 수요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므로, 보유자의 부담을 무겁게 한다면 토지의 수요가 줄어 토지 문제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는 것이다. 토지 문제에 대한 만병통치약 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토지보유과세가 과연 그런 효과를 가질 수 있을까?

나는 이러한 주장이 세금의 한 면 만을 볼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음을 보이 고자 한다.

세금이 증가하면 납세자의 세 부담이 무거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와 동시에 정부의 지출도 증가하게 된다. 토지 보유세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토지보유세의 강화로 인해 토지 보유자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 다. 따라서 토지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토지의 가격은 하락압력을 받게된다. 보 유과세의 강화에 대한 기존의 논리는 여기까지이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다18). 토지보유과세의 강화가 해당 토지의 가치를 높이는 용도의 재정 지출로 연결될 경우 이는 토지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된다. 따 라서 토지보유과세의 강화가 과연 토지가격의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 올지는 어 느 쪽의 효과가 더 큰지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토지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보유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납부해야 하는 세금과 재정 지출간의 관계를 무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가지 가상의 예를들어 보자. 번듯한 도로 하나 변변히 갖추지 못한 조그마 한 마을이 있다. 도로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하기 때문에 차들도 제대로 왕 래할 수가 없다. 이러한 불편함을 제거하기 위하여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돈을 갹출하여 외부와 연결되는 도로를 만들고자 결정을 하였다. 문제는 자금을 조달

16) 김정호(1993e)를 수정‧보완한 내용.

16) 안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뚜렷하지는 않으나 아마도 하락을 의미하는 것 같다.

18) 만약 토지보유과세의 증가분과 동일한 액수 만큼을 다른 세금에서 감면해서 지방정부의 지출을 동결시킨다면 보유과세강화에 대한 기존의 논리가 맞을 수 있다(Misczynski 1978:

114). 그러나 우리나라는 보유과세의 강화가 곧바로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지출을 증가시킨다.

이에 대해서는 곧 이어서 논의될 것이다.

하는 방법인데 우선은 이장이 은행에서 필요 자금을 빌린 후 마을 사람들이 매년 토지가격의 일정 비율을 부담금으로 거두어 할부로 갚기로 하였다.

필자가 제시한 이 가상적 상황은 토지세 체계를 조그마하게 축소시켜 놓은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도로를 놓기로 결정하는 과정은 지방정부(마을의 규모 가 커져 군이나 시가 된다면 지방의회가 그 기능을 담당할 것이다)의 예를 든 것 이고 이장이 돈을 빌려 온 것은 지방채에 해당된다. 또한 매년 토지가액의 일정 율을 부담금으로 내기로 한 것은 토지 보유 과세의 부과에 해당한다. 이렇게 토 지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면 토지 가격은 어떻게 될까?

답은 이러하다. 만약 그러한 결정이 많은 사람들이 원하여 자발적으로 이루 어진 것이라면 토지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도로를 놓기로 한 결정은 토지 가격에 대하여 상반되는 두가지의 효과를 미친다. 첫째는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효과이다. 이것은 토지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갖는다. 과표 현실화를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리속에 그리고 있는 것은 이 효과이다.

그러나 거두어 간 돈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다. 토지가액에 대하여 부과 되는 부담금은 도로를 놓음으로써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데에 다시 투자된다.

때문에 토지의 가격은 다시 올라가려는 압력을 받게 된다. 토지 가격이 상승할 것인가 또는 하락할 것인가의 여부는 어느 쪽의 효과가 더 큰가에 달려 있다. 도 로의 개설로 인하여 동네가 살기 좋아지는 정도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 보다 크다 면 토지의 가격은 올라갈 것이고 반면 살기 좋아지는 정도에 비하여 내야하는 돈 이 많다면 토지의 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주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만약 공공재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공공재의 공급증가에 따른 주민의 후생증 가효과가 토지세부담증가를 넘어설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세부담의 증가를 택 할 것이다. 즉 공공재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토지보유세부담의 상승이 토 지가격의 상승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유는 우리나라의 토지세와 토지가 격간의 관계를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가지 조 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보유세 수입의 용도와 관련된 조건이다. 즉, 증가된 토지보유세의 수 입이 토지의 가격을 높이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만약 증가된 수입이 해당 지역 토지의 가치와 관련이 없는 지출로 흘러가거나 또는 토지의 가 치를 오히려 떨어 뜨리는 용도로 사용된다면 보유세수의 증가가 토지의 가치를 높일 가능성은 없다.

둘째, 첫 번째 조건이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보유세 수입의 증가가 전반적인 재정지출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만약 보유세 수입이 증가한 만큼 다른 세금이 축소된다던가, 또는 중앙정부로부터의 보조금이나 교부세19)의 액수가 삭감된다면 보유세 수입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방 재정 지출은 그대로

19)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로의 재정지원은 국고보조금, 지방양여금, 지 방교부세의 세가지로 구성된다. 우리가 여기서 살펴 보는 것은 주로 교부세이다.

일 수 있다. 그러면 토지소유자의 부담 증가에 따른 토지가격의 하락압력 만이 있을 뿐 지출증가로 인한 토지 가격의 상승압력은 작용하지 않는다.

이제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이 두가지의 조건이 충족되는지를 살펴 보자. 우 리나라의 토지보유과세인 종합토지세는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세이다. 그리고 기초자치단체의 업무들은 (상위정부들에 비해서) 토지가격을 높이는 데에 보다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 따라서 보유과세인 종합토지세 수입의 증가가 기초자치단 체의 재정지출(또는 총세입) 증가를 가져오는 한 보유과세의 강화는 토지가격에 상승압력을 가하게 된다.

그러면 보유과세 수입의 증가는 기초자치단체의 총세입의 증가를 가져올 것 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보유과세와 다른 기조자치단체의 세원과의 관계, 그리고 상위정부로부터의 재정지원간의 관계를 따져 보아야 한다.

먼저 기초자치단체 중 시‧군의 지방세원은 종합토지세를 비롯하여 주민세, (건물분)재산세, 자동차세, 농지세, 담배소비세, 도축세, 도시계획세, 사업소세가 있다. 이들 중 종합토지세의 세수가 증가하다고 해서 세수가 줄어들만한 것은 없 다. 종합토지세와 면허세, (건물분)재산세, 사업소세를 지방세원으로 하는 자치구 의 경우(이상희 1992: 279)도 종합토지세의 세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다른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즉 종합토지세의 세수가 늘어나게 되면 같은 액수 만큼 기초자치단체의 자체수입은 증가하게 된다. 그러면 중앙정부로부터의 재정 지원은 어떻게 될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한가지 상기되어야 할 것은-보유과세인 종합토지세가 기초자치단체의 세원이긴 하지만-보유과세의 강화는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다. 즉 보유과세의 강화로 인해 보유과세의 수입이 증가하는 현상은 모든 기초자 치단체가 공통적인 경험하게 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광역자 치단체로부터 기초자치단체로의 재정지원에 충당되는 재원의 총량이 자체수입의 증가에 의해서 달라지지 않는 한 보유과세의 강화는 모든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지 출(또는 총수입)을 증가시키게 된다. 그러면 종합토지세수의 증가와 기초자치단체 에 대한 상위정부로부터의 지원액은 어떤 관계를 가질까?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상위정부의 재정지원은 크게 나누어 지방교부세와, 국 고보조금, 지방양여금으로 구성된다. 이 중 지방교부세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게 내국세 총액의 13.27%를 나누어주는 제도이다. ‘기준재정수요액’과 지방정부 의 자체수입간의 차이가 재원을 배분하는 기준이 된다(이상희 1992, 379-458). 중 요한 것은 지방교부세의 총액이 내국세총액의 13.27%로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다. 따라서 어느 한 기초자치단체의 종합토지세 징수액이 다른 기초자치단체에 비해서 특별히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지 않는 한 각 기초자치단체가 받게 될 지방 교부세의 총액은 달라질 것이 없다. 교부세나 지방양여금의 경우도 그 총액이 보 유과세 수입에 따라 달라질 이유가 없다. 따라서 보유세 강화의 결과로 인한 보 유세 수입의 증가는 같은 액수 만큼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지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한 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토지보유과세의 강

화는 일차적으로 토지소유자의 세부담을 증가시켜서 토지보유 수요와 토지가격에 대한 하락 압력을 가한다. ② 이와 동시에 토지보유세인 종합토지세수의 증가액 만큼 기초자치단체의 지출이 증가될 것이고, 이는 토지수요와 토지가격에 대하여 상승압력을 가하게 된다. 이와같이 하락압력과 상승압력이라는 상반된 두가지의 힘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토지보유과세의 강화가 토지가격을 올 릴지 떨어 뜨릴지는 어느 쪽의 힘이 더 큰가에 달려 있다.

도시경제학지(Journal of Urban Economics)의 편집장인 브러크너교수는 재 산가치극대화가설(Property Value Maximization Hypothesis)이라는 것을 주장했 다. 지방공공재에 대한 지출과 수입의 구성이 최적일 때에 그 자치단체 내의 토 지가격은 극대화된다는 가설이다20). 그는 미국 지방정부들의 데이터를 사용해 재 산가치극대화가설이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보였다(Brueckner 1979, 1982, 1983).

지방세의 세율과 종목, 지방예산의 구조 등 지방재정에 대한 권한의 큰 부분 이 중앙정부에 의해서 규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지방정부 들이 브러크너의 재산가치극대화가설에 따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가설은 보유세의 세수와 토지가격간의 관계에 대한 사고 실험(thought-experiment) 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수입과 지출을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상황을 상정해 보자. 이 때의 수입과 지출은 최적 예산액일 것이고, 해당 자치단체 내의 토지 가 격은 극대화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예산액이 그 보다-그것이 얼마인지는 모르 지만- 작을 경우, 점진적인 예산액의 증가는 토지가격의 상승을 초래한다. 즉 이 때는 보유과세의 강화에 따른 토지소유자의 부담증가분 보다, 공공재의 공급이 늘어나서 주민들의 삶이 풍요로와지고 그에 따라 토지가격이 올라가는 효과가 더 크다. 반면 현재의 예산이 이미 최적예산을 초과해 있을 경우는 보유과세의 강화 로 인한 예산액의 초과는 토지가격의 하락을 초래하게 된다. 토지소유자의 부담 증가분에 비해 공공재의 공급 증가에 따른 만족도의 증가효과가 작기 때문이다.

다시말해서 과표현실화를 통한 토지보유과세의 강화가 토지가격의 하락으로 이어 질 것인지에 대한 답은 각 자치단체의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논의는 순수한 사고 실험에 불과하다. 기초자치단체의 재정 자치권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어 실제로 주민들이 원하는 최적의 예산액이 얼마 인지, 그리고 지출의 용도별 구성이 주민들이 원하는 바대로 짜여져 있는지를 확 인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엄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가 지의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지방공공재적 성격의 재정 지출이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단순히 지방정부의 지출은 지방공공재의 공급 에 충당될 것이고 중앙정부의 지출은 국가적 차원의 공공재를 공급하는데에 충당 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데에는 많은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지출 중

20) 재산가치극대화가설에 대해서는 곧 이어서 논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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