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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익은 환수되어야 한다?

문서에서 토지세의 경제학: (페이지 59-63)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은 소유자의 노력에 대한 대가가 아니기 때문에 사 회가 환수해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논지이다.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니다.

John Locke, Adam Smith, D. Ricardo, J.S. Mill, L. Warlas, H. George 같이 훌 륭한 학자들이 모두 토지의 사유제나 토지로부터의 소득에 대해서 적대적인 태도 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주장은 토지의 국유화나 공유화 논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학자들도 대개 이 같은 논리를 답습하고 있다11). 그리고 주장의 정당 성을 훌륭한 학자들이 이미 그런 언급을 했다는 데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그러 나 중요한 것은 주장 자체의 합리성이다. 그것을 주장한 선학들의 권위가 논리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는 없다.

물론 개발이익이 개인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맞는 말이 다.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환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가 무엇을 만들었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무엇인가를 했다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 에서 본다면 가치는 누구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누구도 그런 가치를 만들려 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저 형성될 뿐이다12).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이다. 수요 는 올라가는데 공급의 증가가 더디게 일어난다면 그것의 가치는 올라간다. 즉, 공 급의 가격탄력성이 무한대가 아닌 한 수요의 증가는 가치의 증가를 가져오는 것 이다. 이런 과정은 누구의 의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 이 원리는 토지 가치 뿐 만 아니라 인간이 필요로 하는 어떤 종류의 재화나 서비스라할지라 도 예외일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한 손재영(1993c: 386)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타인의 행위로 인해 우연한 이득을 얻는 것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에 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다른 종류의 자산을 가졌거나, 특별한 기술을 가졌거 나, 특정업종의 사업을 영위하거나 간에 자산가치와 소득의 등락은(중략) 본인의 노력과 관계없이 우연적인 소득과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은 경제생활의 일상적인 단면이다. (중략) 토지를 특별히 취급해야할 논리적 이유는 분명치 않다.

소유자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토지 가격이 뛴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발전 과 정에서 임금이 뛰는 것도 근로자들 개개인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 다. 토지 가격 상승분을 환수해야 한다면 임금 상승분도 환수하는 것이 같은 것 을 같이 취급한다는 원리에 맞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토지 가격 상승분 만을 문 제시한다.

11) 저자가 아는 한 개발이익 환수의 당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학자는 손재영(1993c) 뿐이다.

12) Hayek가 말했듯이 ‘인간행동의 산물이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아닌 것(the product of the actions of many men but are not the result of human design)'으로도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Hayek(1973: 37) 참조.

영국의 경제학자 Harvey(1981: 270)는 이런 현상을 정치적인 다수가 소수를 착취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즉, 개발이익을 누리는 자들의 숫자는 그렇지 않은 자들의 숫자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관계로 정치적 영향력도 작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당한 설득력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그 보다 는 표를 가진 대다수 유권자들의 무지나, 가진 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큰 원인 일 것 같다13).

개발이익환수론은 노동가치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즉 가치라는 것은 인 간의 노동을 통해서만 창출될 수 있다는 사상이다. 제본스나 멩거가 한계효용에 입각한 가치설을 제시하기 전까지 경제학계는 노동가치설의 지배를 받았다. 상품 이 가치는 그것을 생산해내기 위해 투입된 노동가치의 합과 같다는 견해이다. 이 학설로는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왜 높은지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하나의 역설(스미스의 역설이라 부른다)로 남겨둔 채, 노동가치설은 대부분 훌륭한 학자들의 논리 속에 스며들었다. 가치란 노동가치의 합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주장이 나온 후에야 비로소 노동가치설은 학계에서 힘 을 잃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가치설은 개발이익환수론이라는 새로운 옷 을 입고 건재해 있다.

개발이익을 환수해 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가장 중요한 효과는 토지의 소유자들이 미래에 대한 정보를 창출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생산요 소의 소유자들이 미래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것은 그것을 통해서 자기가 가진 생 산요소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미래에 대한 정보가 생산된다. 그러나 생산요소 가치의 증가분을 모두 환수해 간다면 미 래에 대한 예측을 잘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즉 미래에 대한 정보가 생산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희소한 생산 요소들이 현상에 고착된다는 문제도 있다. 노동력을 가지고 예 를들어 보자. 음식점 배달원과 공사장 인부의 임금이 월평균 100만원 정도라 같 았다고 해보자. 이제 주택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공사장 인부의 월 평균 임금이 월평균 200만원이 되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당연히 음식점 배달원 들의 상당수가 공사장 인부로 직업을 바꿀 것이고 양쪽의 임금이 비슷해질 때까 지 그런 과정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 노력하지 않은 대가는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적용해 보자. 공사장 인부의 임금 상승이 그들이 노력한 대가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우발적인 임금의 상승분인 월100만원(200만원-100만원)은 정부가 환수하기로 했다. 이런 조 치의 결과는 쉽게 예측될 수 있다. 공사장의 인부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공사장 인부가 되려는 사람의 숫자는 예전과 달라질 것이 없다. 즉 수요가 있음에도 불 구하고 생산 요소를 공급할 수가 없는 것이다.

토지도 마찬가지이다. 용도변경으로 인해 개발이익이 발생한다고 할 때, 개발

13) 손재영(같은 논문, 같은 쪽)도 같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 “ 대부분의 경우 개발이익에 대한 문 제의식은 토지라는 재화의 이론적 특성에 기인하기 보다는 토지를 소유,개발,이용하는 계층의 행태 와 토지에 관련된 제도운영에 대한 실망감이 집약된 역사적 산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익을 모두 환수해 버리게 되면 누구도 현재의 용도를 좀더 생산적인 용도로 바 꿀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즉 토지의 용도가 현상에 그대로 고착되어 버리 는 것이다. 개발이익환수제는 가격규제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위험 부담도 문제이다. 토지 소유자들이 얻는 이득 중 어느 정도가 위험 부 담에 대한 대가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이익의 일정 부분을 거두어 간다면 그것은 위험부담에 대한 대가를 거두어가는 것이기도 하 다. 가격하락으로 인한 손실은 보상하지 않고 이득 만을 거두어간다면 위험 부담 에 대한 대가는 줄어들게 되고, 그 만큼 위험부담을 하려는 인센티브는 떨어지게 된다14).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개발이익의 환수 필요성을 완전히 부인하는 것은 아니 다. 정부의 투자 같은 것으로 인해 우발적인 이익을 받는 토지소유자부터는 그 이익을 환수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도로를 개설한다든가, 공원을 설치하는 등 정 부가 공공투자를 하게 되면 인근의 지가는 올라간다. 이런 이익을 무상으로 주게 되면 비용 부담자와 수익자가 달라지고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 behavior)를 통한 자원의 낭비가 나타날 것이다. 지하철 노선을 서로 자기 동네로 끌어 들이 려고 시위를 하거나 또는 로비를 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개발이익의 환수는 이런 문제를 상당히 해소해 줄 수 있다.

Harvey(1981: 270) 같은 학자는 재산세(토지보유세)의 징수만으로도 그런 효 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개발이익을 일시에 거두는 제도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 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토지세제 하에서는 설득력이 없 다. 비용은 넓은 행정구역의 모든 토지소유자들에게 분산되는 반면 땅값의 상승 을 통해서 이익을 보는 수익자는 좁은 범위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개발허가로 인해 개발이익이 생겼을 경우에도 환수의 필요성이 인정 된다. 그러나 환수의 필요성은 그것이 개발이익이기 때문이 아니라 환수하지 않 을 경우 과도한 토지이용규제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이익의 환수가 전혀 불가능해질 경우 개발허가권자는 개발의 비용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고 편익 은 계상하지 않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그 결과 과도한 토지이용규제가 초래된다.

여기서 중요한 하나의 문제가 생겨난다. 누가 개발이익의 환수자가 되어야 하는 가의 문제이다. 그것은 당연히 개발허가권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허가권자일 경 우 중앙정부가 개발이익을 거두어 간다면 허가권자가 과도한 토지이용규제를 하 려는 인센티브는 사라지지 않는다15).

개발이익의 환수는 토지소유자가 그것을 만들었는가를 기준으로해서가 아니 라,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않을 경우 어떤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기준으로

14) 손실 보상 까지 하게 되면 시장기능은 완전히 마비된다. 이에 대해서는 Heyne (1994: 298) 참조.

15) 이 문제에 대해서 익명의 심사자는 개발허가권자와의 협의를 통한 환수가 발가능하기 때문 에 양도소득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 이 지적에 대해서 필자는 의견을 달리한다. 허가권자 와의 협의를 통한 환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 협의 환수의 대안으로 양도소득세 를 사용할 경우 뚜렷한 이유없이 오르는 땅값의 상승분을 환수해가는 역기능은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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