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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텔레마틱 사회의 미디어 기술과 인간 위상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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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한다. 이상적 사회로서 텔레마틱 사회는 오늘날 글로벌 인터넷을 통해 대화와 담론이 균 형을 이루는 사회다.

미디어를 초월하여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매스미디어는 “관행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재생산하면서 수용자를 인지적으로 자극하는 정보를 제공한다.”(Luhmann, 2003/2006, 88쪽) 매스미디어의 한계는 순간의 자극 및 단기적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곧, 매스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는 시간이 경과하면 ‘놀라움’이라는 정보가치를 상실한다. 따라서 매스미디어는 지속적으로 자극적인 정보를 생산해 제공해야 하고, 그 본질적 기능은 사회적 으로 중요한 문제를 정보의 대상으로 만들고, 동시에 문제 해결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정 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수용자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스미디어의 현실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아니고 해석을 통해 재구성된 현실이다.

매스미디어와는 달리 디지털 미디어로서 인터넷미디어는 매스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참여 가능한 대중을 만들면서 새로운 인간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탄생시켰다. 디지털 미디어 의 발전 과정은 ‘연결’의 끊임없는 진화라고 할 수 있다(彭蘭, 2013). 곧, 웹(web)1.0 시대는

‘내용의 연결’이라는 특징을 띠며 텍스트와의 링크가 주된 형태이다(예: html/ftp, homepage 등). 웹2.0 시대는 ‘관계의 연결’이라는 특징을 띠며, 사용자 개인 중심의 커뮤니 티를 기반으로 유동적 공간에서 ‘인간관계’를 구성할 수 있다(예: bloger, twitter, facebook). 그리고 웹3.0 시대는 앞선 두 시대의 특징인 ‘내용의 연결’과 ‘관계의 연결’을 토 대로 이용자 개인 중심의 맞춤형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연결’을 가 능케 한다. 웹3.0시대에는 ‘내용 네트’, ‘관계 네트’ 그리고 ‘서비스 네트’가 서로 상호작용하 면서 융합된다. 웹1.0 시대의 월드와이드웹(www)은 일방적인 정보를 수용하는 데 사용되었 으며 운영자가 올린 것만 볼 수 있는 정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웹2.0 시대에는 참 여, 공유 그리고 개방된 플랫폼(platform)을 기반으로 정보 생산과 공유(쌍방향 커뮤니케이 션)를 가능케 한다. 곧, 사용자들은 원하는 데이터를 찾기 위해 정보 생산 및 공유에 많이 참여하게 된다. 웹3.0시대는 개인화 및 지능화된 웹(semantic web) 및 클라우딩 시스템 (clouding system)으로 진화하여 컴퓨터(또는 스마트미디어)가 데이터의 의미를 파악하고 논 리적인 추론까지 할 수 있는 차세대 웹이라고 할 수 있다(김성재, 2015a).15)

15) web1.0은 텍스트와 링크가 주된 형태이며 멀티미디어의 사용은 극도로 제한된다. 검색은 검색 엔 진 내에서만 가능하다. web2.0는 2000년대 이후에 등장하였고, 개방, 공유, 참여를 바탕으로 사용 자가 직접 정보를 생산하여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한 웹 기술이다. web3.0은 개인화 및 지 능화된 맞춤형 웹 기술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 특히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모바일 미디어 터미널의 보급에 따라 언제, 어디에서든 ‘놀라움’이라는 정보가치는 창조될 수 있다. 동시에 지속적으로 24시간 중 단 없이 ‘파편적’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인터넷 언론미디어의 양적·질적 팽창이 이 루어지고 그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기존 매스미디어의 지배적인 위상이 도전받고 있다.

중국 CNNIC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보를 얻는 사용 자의 비율은 90.7%에 달한다. 이렇듯 소셜미디어는 이미 인터넷 사용자들의 중요한 정보원 이 되었고(中國互聯網資訊中心, 2017),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달과 모바일 단말기의 급속 한 보급은 인터넷의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3-3-2 디지털 미디어 시대 인간의 새로운 위상

1. 객관적 세계의 주인에서 대안적 세계의 기획자로

오늘날 컴퓨터와 모바일 등 기술적 형상, 곧 디지털 코드를 작동시키는 디지털 미디어는

‘추상게임’이 완결된 시점에서 시작되는 ‘조합게임’을 주도하고 있다(김성재, 2013a). 인류는 수 만 년 전부터 4차원의 세계로서 움직이는 사물에서 시간을 제거한 후 3차원적 입체코드 (예: 조각 작품)로, 다시 입체코드로부터 깊이를 제거한 후 2차원적인 평면코드(예: 전통적인 그림)로, 그리고 평면코드에서 선을 제거 한 후 1차원적 선형 코드(문자텍스트)로, 마지막에 는 이 선형코드를 다시 0차원적인 점(비츠, Bits)으로 추상하는 추상게임을 수행해왔다. 현재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추상게임은 완결되었고, 기술적 상상의 차원에서 추상게임의 역방 향으로 점의 세계를 조합해 기술적 형상이라는 새로운 평면코드(테크노 코드)를 창조하는 조 합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코드로서 컴퓨터 모니터와 모바일 스크린 위에 투사되는 선, 평면, 입체 그리고 동영상은 모두 조합게임에 의해 창조된 새로운 평면코드다. 새로운 평 면코드는 추상게임의 결과인 전통적인 그림과는 달리 역사시대의 문자텍스트, 곧 개념을 토 대로 조합게임에 의해 창조된 비물질적인 그림이다. 곧, 전통적인 그림이 구체적인 것으로부 터 추상된 것이라면, 컴퓨터그래픽과 같은 새로운 평면은 마지막 추상으로부터 구체적인 것 을 향해 점들을 조합한 결과다. “이 두 가지 상반된 피부들이 만나는 곳에 현재 우리가 서 있다.”(Flusser, 1995/2004, 58쪽)

디지털 코드로서 기술적 형상은 불과 몇 십 년 전부터 존재하고 있지만 인간의 가치, 체험, 행위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럴듯한 진리를 발견하려고 하지 않고 그럴듯하지 않는 불개연성을 발명하려고 한다(Flusser, 1995/2004, 16-17쪽).16) 곧, 불개연 적인 정보를 창조하는 인간은 점-세계로부터 설계된 새로운 평면코드가 등장하면서 더 이상 객관적인 세계의 주인이 아니고 대안적인 세계의 기획자(설계자)가 된다. 이 대안적 세계는

‘디지털 가상’으로서 인간의 의식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의 실존 문제도 뒤흔들어 놓았다 (Flusser, 1995/2004, 289쪽). 바로 눈앞에서 컴퓨터나 모바일의 스크린 위에서 발산되는 대안적인 세계들, 점-세계로부터 조합된 선, 평면, 입체 그리고 움직이는 영상들은 색과 소 리와 함께 존재한다. 이들은 가까운 미래에 만질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으며, 맛 볼 수 있 게 될 것이다. 오늘날 디지털 코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튜링 맨(Turing’s man)처럼 인공지 능으로 무장되어 이 움직이는 입체들과 대화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럼으로써 대안적 세 계에서 사는 인간은 더 이상 주어진 세계의 주체가 아닌 대안적 세계의 기획자가 된다. 결국 대안적인 세계의 기획자로서 디지털 미디어 이용자는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인간의 내부, 인간들 사이, 그리고 인간 외부적 가능성들을 정확한 계산적 사고17)로 자아를 실현하 면서 매스미디어 시대의 미디어 예속적인 위상을 극복하고 있다.

대안적 세계의 설계를 통해 과학과 예술, 진리와 가상 간의 차이를 더 이상 구별할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 ‘디지털 가상’의 목적이다. “모든 예술형식들은 디지털화를 통해 정확한 과학적인 학문분야가 된다.”(Flusser, 1995/2004, 303쪽). 여기서 과학은 모든 예술형식들을 위한 하나의 패러다임에 불과하다. 모든 예술형식들이 경험적 지식을 버리고 과학에서 도달 했던 이론적인 정확성에 도달한다면 그 때 비로소 진정한 실제가 된다. 곧, 실제는 창조된다 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학은 일종의 예술로 인식되고, 예술과 과학의 구

16) 여기서 개연성(蓋然性)은 그럴듯한 것을 의미하고, 그 반대 개념으로서 그럴듯하지 않은 불개연성 (不蓋然性)은 ‘정보’와 관련된다. 불개연성을 대표하는 정보는 이제 더 이상 연구되지 않고 발명된 다. 그렇다면 정보로 이루어진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자는 예술가가 될 것이며, 점의 조합으로 이루 어진 그림의 세계를 설계함으로써 인간다운 존재에 부합되는 그림을 만들면서 인생에 새로운 의미 를 부여한다.

17) 기술적 상상력을 갖춘 미디어 이용자들은 ‘세계’를 단순히 관찰하지 않고, 세계를 손안에 넣는 것, 곧 세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면 그 세계를 계산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다시 말해 서 세계는 상상할 수 없고 묘사할 수도 없지만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한 ‘세계’는 바 로 기술적 형상으로 만들어진 대안적 세계다.

별은 사라진다. 아직 ‘아무것도 아닌’ 가능성, 곧 불개연성을 창조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주어져 있지 않다. 우리가 세계라고 부르는 것, 우리의 감각으로는 완전히 통찰하지 못했던 인지방식, 감정, 소망 등은 디지털화됨으로써 ‘디지털 가상’이라는 계산적 인식 기준에 따라 판단된다. 소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인식은 더 이상 논리적 기준이 되지 않으며 ‘미학적 기준’에 따라 판단된다(Flusser, 1995/2004, 304쪽). 왜냐하면 디지털화된 세계의 진리 기준 은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가상’이라는 단어는 ‘아름답다’라는 단어와 동일한 어원을 가지 고 있는데, 디지털 가상이 더 아름다울수록 투영된 대안 세계들은 더욱 실제적이고 진리에 가깝다. 따라서 대안 세계의 기획자로서의 인간은 ‘미학적인 인간’(심혜련, 2015)18)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안적인 세계들은 아름다운 것으로 체험될 수 있으며, 그러한 대안적 세계 들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2. 노동하는 생산적 인간에서 노는 유희적 인간으로

플루서는 인간 커뮤니케이션이 담론과 대화로 구성되어 정보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가정한다. 그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담론과 대화의 편중(偏重)에 따라 사회를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담론적 사회, 대화적 사회 그리고 담론과 대화가 균형을 이루는 이 상적 사회를 제안했다. 그리고 담론적 미디어 위주로 구성된 담론적 사회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텔레마틱이라는 대화적 회로도를 이용해 담론과 대화가 균형을 이루는 이상적 사회로서 텔레마틱 정보사회 이론을 내놓았다. 오늘날 텔레비전을 비롯한 매스미디어는 기구를 이용해 자동적으로 담론을 프로그램화한다. 동시에 네티즌들은 인터넷 기반의 컴퓨터나 모바일기구 를 이용해 매스미디어에 의해 프로그램화된 담론에 대한 텔레마틱적 대화를 끊임없이 생산하 고 분배한다.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담론은 한 방향으로 전달되는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는 반 면, 인터넷 기반의 텔레마틱적 대화는 쌍방향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분배함으로써 ‘권위가 없

18) ‘미학적 인간’이란 인간은 디지털 가상을 통해 대안적 세계를 창조하는 대안적 세계의 기획자로서 인간의 몸 자체도 인간에 의해 창조된 작품인 대안 세계의 일부분이 된다. 따라서 인간은 기계와 공 생하면서 확장된 몸으로 예술을 체험하는 확장된 지각(감성 지각, 곧 판단)의 주체로 변신한다. 같은 맥락에서 플루서가 “예술은 진리보다 더 낫다. (...) 디지털 가상이 더 아름다울수록, 투영된 대안 세 계들은 더욱 더 실제적이고 진리이다.”(Flusser, 1995/2004, 303쪽)고 주장한 것은 디지털 가상이 일종의 예술로서 ‘인간에게 수순한 미학(체험)’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진리 곧, 실제를 체험한다는 의미로 파악될 수 있다.

는 대화’라고 할 수 있다(김성재, 2013a. 79쪽). 따라서 텔레마틱 정보사회는 인간이 실제로 창조한 사회 중 ‘최초의 자유로운 사회’이다. 이 사회의 구성원들은 대화적 게임을 통해 새로 운 정보를 생산하면서 컴퓨터나 모바일 등 기술적 형상을 이용해 정보를 창조하며, 정보를 가지고 노는 ‘정보 유희(遊戱)자’가 된다(김성재, 2015c).

‘유희적 인간’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창조한다. 텔레마틱 정보사회에서는 새로운 평면인 그 림을 매개로 기구를 관통해 기구를 프로그램화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 간의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합의를 통해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되고 다른 모든 사람들과 게임을 즐기 면서 새로운 정보를 창조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미디어에 의한 만인동참(萬人同參)의 방식으 로 유토피아를 실현한다(김성재, 2013a, 83쪽). 구체적으로 인간은 ‘디지털 가상’을 창조하고 교환하는 과정에서 체험할 수 있는 순순한 미학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존엄성을 확인한다.

곧, 타인과의 관계에서 목적 없는 정보적 게임을 즐기는 가운데 타인을 위한 축제적(공동체 적)인 존재로서 자아실현을 만끽하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인간은 대안 세계의 계획자로서 객체인 동시에 주체다. 유희를 통해 인간은 더 이상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의해 강요받는 수 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객체에서 주체로 부활함으로써 새로운 디지털 인간의 탄생이 예고된 다(김성재, 2017).

새로운 디지털 인간은 텔레마틱 사회의 주체로서 오늘날 지배적인 정보통신 수단이 된 인 터넷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하여 인간됨을 완성한다. 곧, 개인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완 성(自我完成)을 수행한다. 구체적으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라는 개념에서 출발하여 정보 창조에 사용되는 불개연적인 우연들이 복합적인 체계들(개인들의 의식체계를 포함)에 의해 자동적으로 조종된다. 그리고 순수미학, 곧 순수체험으로서 사회 모든 구성원의 상호

‘내적 대화’(김성재, 2013a, 84쪽)19)를 이끌어 나간다. 그래서 인간은 매스미디어시대의 ‘보 는 인간’20)을 넘어 디지털시대의 ‘동참하는 인간’ 곧, ‘유희적 인간’으로서 세계의 ‘주인’이 되어 고독한 인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궁극적으로 인간은 ‘일’로 맺어진 관계를 떠나

19) 여기서 ‘내적 대화’는 순수한 체험과 순수한 관계들이 인간 뇌신경의 사이버네틱스처럼 기능한다.

이 대화는 모두 잠재적이고 순간적인 것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동참할 수 있는 책임감 강한 상호 게 임이다(김성재, 2013a).

20) 매스미디어는 담론적 미디어로서의 대화 없이 인간에게 정보를 한 방향으로 전달한다. 그렇기 때문 에 그의 수동성, 무(無)비판성은 인간을 깊은 생각 없이’보기만’하는 인간으로 만들어 냈다.

‘놀이’로 맺어진 관계망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생산하는 인간에서 노는 인간으로 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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