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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새로운 정보 가치관과 인간 주체성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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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 ‘재계몽’과 ‘비판 정신’으로서 새로운 정보 가치관

인터넷 시대 인간 주체성의 재구성은 새로운 정보 가치관과 관련된다. 곧, 디지털 미디어 를 이용하는 주체들은 새로운 정보 가치관을 갖춰야만 새로운 인간 주체성을 확립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네티즌들은 ‘비판정신’을 갖추어야 한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인간은 컴퓨 터 모니터나 모바일 단말기의 스크린 위에 투영되어 온 디지털 인간이자 대안 세계의 기획 자이다. 인간은 미디어의 객체가 되지만, 미디어 문화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인간 의식을 필 요로 한다. 따라서 인터넷 시대에서 살고 있는 디지털 존재는 이 시대에 상응하는 새로운 정 보 가치관을 갖춰야 한다. 인터넷 디지털 시대에 인간이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는 전 지구적 인 디지털 네트워크 미디어를 통해 ‘지금과 여기’에 있는 인간들은 ‘둘이면서 하나’라는 ‘일 원적’ 공동체를 이룬다. 개체와 타인과의 관계는 개인과 ‘이웃’사람처럼 ‘나’와의 관계가 많으 면 많을수록 ‘이웃사랑’을 더 잘 실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크린 인간’이나 모니터 위에 투영된 디지털 인간의 위상을 극복하고, 자율적인 주체로서의 인간은 놀면서 희로애락(喜怒 哀樂)의 감정을 공유하는 공동체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하기 위해서 는 자율적인 비판정신을 갖고 있는 주체성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터넷미디어 를 통해 새로운 주체가 된 디지털 존재는 ‘디지털 가상’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직면했기 때문 이다. 특히 가상현실은 실제현실과 공존하는 혼합 현실에서 생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 해 새로운 정보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곧,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새로운 계몽으로서의 ‘비 판정신’을 필요하다. 이는 아도로노와 호르크하이머가 주장한 대중 기만으로서 ‘문화산업’에 대한 ‘계몽’과 관련되고, 인터넷미디어 시대의 ‘재계몽’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시대에 새 로운 인간 주체성을 확립하려면 새로운 정보 가치관을 갖추어야 한다.

4-3-2 새로운 정보 가치관을 위한 몇 가지 제안

첫째,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테크노코드인 기술적 형상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앞서 논의 한 바와 같이 디지털 코드로 구성된 새로운 평면은 전통 그림과 달리 마지막 ‘추상’으로부터 구체적인 것을 향한 움직임의 결과이다(김성재, 2013a, 75쪽).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디지털 코드의 ‘원천’과 ‘특성’이다. 곧, 테크노코드는 문자텍스트 코드에서 나온다. 4차원적 인 물체는 ‘추상게임’을 통해 1차원적인 문자텍스트 코드로 추상되고, 다시 0차원적인 디지 털 코드로 붕괴된 점-세계는 다시 반대 방향으로 ‘조합게임’을 통해 구체화된다. 곧, 추상게 임의 끝은 조합 게임의 시작이기 때문에 문자텍스트는 기술적 형상의 모태가 된다. 따라서 문자텍스트 코드는 인터넷 시대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인터넷 시대의 인간 은 “역사와 탈역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김성재, 2013b)으로서 두 가지 유형의 코드, 곧 역사적 코드인 문자텍스트와 탈역사적 코드인 기술적 형상을 모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이성적인 사유 방식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이성적 커뮤니케이션과 감정 커뮤니케이션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역사시대에는 목 적합리성과 도구적 이성 때문에 전문화되고 추상적인 문자텍스트 코드가 불투명해지고 ‘상상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은 텍스트를 떠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탈역사시대로 진입 했다. 탈역사시대에는 인간성 회복, 소통 그리고 조화로운 사회의 형성과 유지를 위해 이성 적 커뮤니케이션보다는 감정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된다. 이러한 가정 하에 네티즌들은 인터넷 에서 대화가 지배하는 ‘네티즌 공론장’을 형성해 감정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성 적 커뮤니케이션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처럼, 감정 커뮤니케이션에도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예컨대 ‘악성댓글’, ‘인터넷 여론역전 현상’, ‘각종 거짓뉴스의 출현’ 등이 감정 커뮤니 케이션의 부정적인 사례다. 따라서 인터넷 시대에 감정 커뮤니케이션과 이성적 커뮤니케이션 사이에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이 ‘역사와 탈역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처럼 ‘이성과 감정의 경계’도 넘나들어야 한다. 곧, 어느 쪽에도 지나치게 치우치지 말고 균형을 잡아야 한 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편불의(不偏不倚)’ 곧, 어느 쪽으로도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기 위해 서는 ‘공부(工夫)’의 효용을 간과하면 안 된다.

셋째, 인터넷미디어 소양 곧, 미디어 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 기술적 형상의 본질, 이성적

커뮤니케이션과 감성적 커뮤니케이션 사이의 균형을 잡는 데 미디어 교육의 역할이 없다면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교육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사업성(事業性)과 산업성(産業性)의 균형을 미리 잡아야 한다. 곧, 문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미디어로서 인 터넷의 문화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게 하려면 오락 커뮤니케이션과 교육 커뮤니케이션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 오락 커뮤니케이션, 곧 정보의 오락화가 상업적 논리를 따르는가, 아 니면 공익적 논리를 따르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공익적 오락 커뮤니케이션, 예컨대 공공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은 교육적 오락물(entertaiment-education)을 제공하는 미디어를 통해 대중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Rice & Atkin, 2013/2015, 502-524쪽)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정보의 오락화가 상업적 논리를 따르는 것은 교육 커뮤니케이션에 적합하지 않다. 정보의 오락화, 곧 오락 커뮤니케이션은 인터넷 문화의 산업성을 기준으로 ‘자본’을 지 향하면서 이윤창출을 근본적인 동기로 삼아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테크노코드가 문자텍스트 코드와 같이 ‘불투명성’을 초래하면 ‘상상’이 불가능하게 된다. 이 는 결국 인터넷 문화의 위기를 초래한다. 반면, 교육 커뮤니케이션이 중시되면 ‘문화’가 인간 을 변화시키는23) 이념과 가치관이 관철된다. 따라서 인터넷미디어를 이용해 오락 커뮤니케이 션과 교육 커뮤니케이션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 오락 커뮤니케이션은 교육 커뮤니케 이션에 의지하고, 교육 커뮤니케이션은 오락 커뮤니케이션에 의존해야 한다. 양자(兩者)는 동 전의 양면과 같아서 어느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발전 상황을 보면, 오락 커뮤니케이션이 대세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산업 사회에서 자본, 곧 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 커뮤니케이션이 없 다면 ‘문화산업’론에서 아도로노와 호르크하이머가 지적한 ‘대중 기만’과 별 차이가 없을 것 이다. 따라서 교육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자율적인 학습’ 능력을 향상시켜 오락 커뮤니케이션 과 교육 커뮤니케이션 사이의 균형을 스스로 잡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인간과 기술 사이의 관계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인터넷이란 도구를 이용 해 세계를 정복하거나 타인과 경쟁하는 것을 넘어 타인과 함께 같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23) 곧’이문화인(以文化人)’이라는 이면과 가치관으로 사람의 변화와 완성을 근본으로 추구한다. 여기 서’문화’는 명사가 아니다.’문’이란 문화이며,’화’란 변화하다는 의미다. 곧 문화로 사람을 변하게 한 다는 뜻이다.

것을 도모해야 한다. 기술 역시 인간과 결합하여 인간-기술 연합체, 곧 플루서가 말한 ‘기구 -작동자 복합체’ 모델이나 시몽동(Simondon)이 말한 ‘개체초월적인 인간-기계 앙상블’ 모델 로 인간과 기술의 새로운 관계를 도모해야 한다(김재희, 2016). 곧, 인간 개체를 독립적인 실 체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인 미디어와 분리될 수 없는 실체로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과 미디어를 한 시스템으로서 일원론적 존재로 봐야 한다. 인간은 미디어를 이용해 세계를 정복하거나 타인과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며, 미디어에 예속되어 기술에 의해

‘이화’된 타율적인 존재도 아니다. 따라서 인간은 인터넷이란 기술적 미디어의 본질을 알고, 인지방식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벤야민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 작품>에서 지적했듯이, 시 대마다 ‘통각의 새로운 과제’를 인식해야 한다. 영화시대에 전통적 미술시대의 관조적 집중에 서부터 영화의 쇼크효과(shock effect)가 강조되었듯이, 인터넷 시대에는 기술적 상상력이 강조되어야 한다. 예컨대 ‘파편적 시공간’에 의한 ‘파편적 사유’방식에 적응하는 것인데, ‘파 편적 읽기’는 바로 ‘파편적 사유’ 방식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훈련이다. 이러한 읽기 방식은 깊이 없는 사고방식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지만, 인터넷에 익숙해진 인지방식이다. 따라 서 이러한 인지방식의 장단점을 파악해 부정적 효과를 방지할 수 있는 비판 정신이 필요하 다.

이렇게 인터넷의 특성에 적합한 인간의 인지 능력을 갖추게 되면 ‘기구-작동자 복합체’를 형성하게 되어 능동적인 네티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곧, 인간은 기구로서 인터 넷을 기반으로 교환되는 기술적 형상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형성·유지할 수 있다. 그럼으로 써 인간과 기술 사이의 관계를 탈역사, 곧 인터넷 시대의 ‘공존-공진화’의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기술이 할 수 있는 가능성보다는 인간이 그 가능성을 견제하 는 것이다(김재희, 2014).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고려한다 면 인간-기술, 인간-기계 복잡체의 조합은 인터넷 시대를 사는 동시대인들의 중요한 과제다.

그럼으로써 네티즌들 간의 관계는 ‘공생-공진화’의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게 되며, ‘공동체적 삶’은 경쟁이 아닌 유희에서 찾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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