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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의 개념과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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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소수자란 사회가 규정해 놓은 중심 권력에서 이탈되고 배제된 자들 인데, 사회에서 다양한 소수자 집단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 자로서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으며, 자신들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 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63).

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양성’과 ‘수용’이라는 이념에서 출발하였다. 모더니즘에서 주장했던 전통적인 방식에 대한 거부감에서 시작 된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은 모든 대상에 대해 수용적 태도와 다양성 인정이라 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전환을 추 구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가부장적 남성 중심 사회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 던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를 확보하고 여성의 권리를 확대하는 일이다. 이 시 기에 제3세대 페미니즘이 등장하였다. 이들은 남성 중심의 권력에서 벗어나 여성의 인권 신장과 사회적 권리 보장, 그리고 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표 로 젠더를 인정했던 제2세대 페미니즘을 거쳐 여성 외에도 사회적 소수자로 취급되었던 약자들의 인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였으며, 이들의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제3세대 페미니즘은 앞선 포스트모더니즘 담론과 페미니즘 운동의 접점으 로 등장하였으며, 페미니즘의 주체인 여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시작 되었다. 1990년대 그동안 여성 보편의 주체를 백인 중산층 여성으로 상정했 던 흐름에 대한 비판 운동이 일어났다. 이는 여성들 간 인종, 성, 계급 등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체성 문제에 주목하는 계기를 만들었다64). 이후 여성 외에 타자의 정체성을 경험하는 성소수자나 이주민 운동 등도 페미니즘 의 범주에 포함키려는 경향이 등장하였으며, 이는 포스트 페미니즘이라고 정

63) 전영평(2007). <소수자의 정체성, 유형, 그리고 소수자 정책 연구 관점>, 정부학연구, 13(2), 107-132쪽.

64) 서성숙(2008), <2000년 한국 미술 속의 여성미술 경향에 관한 연구: 젠더규범의 해체와 정치성을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석사논문, 24-25쪽.

의되었다65). 포스트 페미니즘 관점에서, 섹슈얼리티와 젠더라는 성 개념은 사 회문화적으로 규정된 개념으로서 남녀를 넘어선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포함한 성평등 문제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성소수자 집단은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성애자와 다른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로서 사회문화적 환경으로 제약된 성의 불평등에 의해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차별을 겪고 있으며, 직·간접적 차별과 배제를 경험한 집단을 일컬었다. 따라서 성소수자 집단은 단순히 수적으로 열세인 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소수 집단66)을 의 미하였다. 성소수자의 범위를 규정하는 퀴어(Queer)라는 용어는 ‘LGBTAIQ’, 즉 동성애자인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바이섹슈얼(Bisexuality), 트랜 스젠더(Transgender), 무성애자(Asexual), 간성(Intersexual)67), 젠더 퀴어 (Genderqueer)68), 그리고 자신을 퀴어로 간주하는 사람들을 포함하는 집단을 식별하는 용어69)로 사용되고 있다.

퀴어라는 용어는 1990년 테레사 드 로레티스(Teresa de Lauretis)가 ‘퀴어 이론(Queer theory)’이라는 새로운 조어를 제안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70). 그리고 1991년 『퀴어 이론 Ⅱ(Queer Theory Ⅱ)』를 통해 퀴어라는 단어가 레즈비언이나 게이 등 기존의 동성애를 지칭하는 명칭의 대안71)으로 등장하 였다. 마이클 워너(Michael Warner)는 정치적 측면에서 퀴어 정치는 특정한 인구집단의 정치가 아니기 때문에 젠더 정치와 인종 정치처럼 정체성을 지닌 정치적 주체를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될 수 없다72)고 주장했다. 퀴어라는 용 어는 이성애 중심의 사회에서 사회문화적으로 주변화되어 있는 성적 주체들

65) 서인숙(2003), 『씨네 페미니즘의 이론과 비평: 정신분석학에서 포스트페미니즘까지』, 책 과길, 95쪽.

66) 신지영(2011), <편견이 성 소수집단 간의 적대감에 미치는 영향: 집단정체성의 조절효 과>, 고려대학교 석사논문, 33쪽.

67) 태어날 때부터 남・녀로 구분하기 어려운 생물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68) 자신의 성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69) 다빌라 나탈리아(2019),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포스트 디자인 연구: 성 소수자 ‘LGBT’

내용을 중심으로> 건국대학교 석사논문, 4쪽.

70) Halperin, D. M.(2003). The normalization of queer theory. Journal of Homosexuality, 45(2–4), 339–343.

71) 한국영미문학페미니즘학회(2011), 『페미니즘 차이와 사이』, 문학동네, 34쪽.

72) Warner, M.(1991). Introduction: Fear of a queer planet. Social Text, (29), 15–

16.

을 통틀어 일컫는 용어로서 아직도 그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 중에 있는 비 확정적인 용어73)로 정의되고 있다.

퀴어 이론은 단순히 성소수자를 탐구하는 이론이 아니라 퀴어 담론을 새로 운 시각과 관점으로 접근하는 이론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퀴어라는 용 어는 성소수자의 범주를 넘어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화된 이성애 중심 사회 구조에 저항하고, 당연시되고 있는 전통적 성 구도의 이원적 위계를 해체하 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판단하면, 퀴어 이론은 사 회문화적 변화에 따른 성 정체성 문제와 사회 중심 권력 구조 문제와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성이라는 젠더를 본질 이외의 것으로 보는 ‘표현적(expressional)’ 모델이 아닌 강제적인 실천을 통 해 구성되는 ‘수행적(performativity)’모델로 해석하는74) 전통적 페미니스트들 은 이런 퀴어 이론에 반기를 들며 비판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 어 이론은 과거 남성 중심의 성 권력 구도에서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통 념들을 거부하고 해체하였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으며, 과거의 성적 선호, 지향성, 정체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계급, 이익집단들이 만들어 놓 은 부적절하고 부족한 관념들을 해체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그 개념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75).

주디스 버틀러는 자연으로서의 섹스와 구성물로서의 젠더, 그리고 이에 기 반하여 결정된 섹슈얼리티는 교차 담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로 간의 관 계는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이라고 말했다76). 이는 퀴어 이론이 해체론의 통 찰을 바탕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개인의 섹슈얼리티는 파편화되고, 유동적이 며, 역동적인 섹슈얼리티의 집합체로 존재한다는 의미이다77). 현재 표면적 젠 더 이외에도 새로운 젠더의 탄생이 지속되고 있으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섹슈얼리티도 고정화된 개념이 아니라 유동적인 개념으로 변화를 겪

73) 조선정(2014), <포스트페미니즘과 그 불만: 영미권 페미니즘 담론에 나타난 세대론과 역 사쓰기>, 한국여성학회, 30(4) 58쪽.

74) 성정숙(2010), 앞의 논문, 42쪽.

75) 박정혜(2015), <한국 현대 소설의 퀴어 비평적 연구: 1990년과 2000년대 소설을 중심으 로>, 동국대학교 석사논문, 1.쪽

76) 주디스 버틀러, 조현준 역(2008), 앞의 책, 76쪽.

77) 박정혜(2015), 앞의 논문, 1쪽.

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성소수자 집단으로 간주되는 퀴어들은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어 있으며, 명명된 성 체계를 통해 보다 진실된 모습으로 자신 들을 정체화하고 있고, 자신을 보다 잘 드러낼 수 있는 명명 체계를 끊임없 이 탐구해 나가고 있다.

지난날 남성 지배 권력 구조에서 지배를 정당화했던 권력적 헤게모니는 오 늘날 소수자 집단들의 담론 형성에 의해 그 주체성과 당위성이 저항을 받고 있으며, 해방적인 담론 형성에 의해 상황의 전복을 경험하고 있다. 아울러 이 성애적 성 정체성을 자연적이며 당위적인 것으로 고착시켰던 기존의 권력 규 범은 해체 과정을 겪고 있는데, 우리는 그 중심에서 근대적 사유와 정의를 부정하고, 이성애 규범의 억압과 폭력을 견디며, 새로운 운동을 전개하고 있 는 퀴어들을 발견할 수 있다78). 이는 사회적 젠더가 더 이상 섹슈얼리티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하자면, 남녀가 고정 된 기존의 성 정체성을 근거로 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존재와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자신의 성 정체성이 결정된다는 의미이 다. 따라서 남녀 구분은 없어지게 되고, 개인의 정체성 자체는 모호해지게 된 다는 것이다79). 현대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젠더의 정체성 변화와 가변성으 로 인해 향후 젠더의 범위는 유동적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며, 미래 사회에 서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섹슈얼리티 개념이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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