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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랙 퀸의 수행성

문서에서 저작자표시 (페이지 40-44)

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성소수자 집단으로 간주되는 퀴어들은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어 있으며, 명명된 성 체계를 통해 보다 진실된 모습으로 자신 들을 정체화하고 있고, 자신을 보다 잘 드러낼 수 있는 명명 체계를 끊임없 이 탐구해 나가고 있다.

지난날 남성 지배 권력 구조에서 지배를 정당화했던 권력적 헤게모니는 오 늘날 소수자 집단들의 담론 형성에 의해 그 주체성과 당위성이 저항을 받고 있으며, 해방적인 담론 형성에 의해 상황의 전복을 경험하고 있다. 아울러 이 성애적 성 정체성을 자연적이며 당위적인 것으로 고착시켰던 기존의 권력 규 범은 해체 과정을 겪고 있는데, 우리는 그 중심에서 근대적 사유와 정의를 부정하고, 이성애 규범의 억압과 폭력을 견디며, 새로운 운동을 전개하고 있 는 퀴어들을 발견할 수 있다78). 이는 사회적 젠더가 더 이상 섹슈얼리티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하자면, 남녀가 고정 된 기존의 성 정체성을 근거로 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존재와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자신의 성 정체성이 결정된다는 의미이 다. 따라서 남녀 구분은 없어지게 되고, 개인의 정체성 자체는 모호해지게 된 다는 것이다79). 현대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젠더의 정체성 변화와 가변성으 로 인해 향후 젠더의 범위는 유동적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며, 미래 사회에 서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섹슈얼리티 개념이 등장할 것이다.

구라도 가능하며, 드랙 퍼포먼스를 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사회적 젠더의 개념도 학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드랙 공연자의 공연은 자기의 성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간주되며, 타인인 관람자에게 드랙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드랙 퀸의 퍼포먼스는 주로 특정 젠더를 나타내는 패션스타일 소개와 행위 를 이용하여 패러디를 행하는 젠더의 수행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행위는 그 들의 성 정체성을 정확하게 제시해주는 하나의 시각적 전달 수단으로 표현되 고 있으며, 수용자들에게 자신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하나의 예술적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의 수행성’이란 젠더가 내재적 속성을 지닌 자연 발 생적 개념이 아니라 처음부터 실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행위의 강제적 반복으 로 생성된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퀴어의 전복성을 드랙의 예로 제시하 였다. 그는 드랙의 전복성이 보는 사람에게 모방적인 패러디가 아니라 새로 운 원본으로 여겨질 수 있으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 이제 드랙은 오히려 하 나의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드랙이 하나의 패러디로 시작하였으나, 새로운 규범이 되면서 패러디가 아닌 드랙이 라는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원본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의미였다.

얀 괴프레이(Yau, Geoffrey, 2019)81)는 젠더란 실제로 사회적 구성 요소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으며, 특정한 옷을 입거나 특정한 움직임을 취하거나 심 지어 특정한 목소리에 의해 젠더 수행이 누군가의 젠더에 대한 인식을 바꾸 는 계기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랙 퀸에 참여하고 있는 참가자 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드랙에 대한 자아가 그들 자신의 본래 정체성의 산 물이며,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과 방법으로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82). 이는 드랙을 행하는 것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 는 행위이며, 본래적 자아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테일러와 럽(Taylor & Rupp, 2004)83)은 드랙 퀸에 대한 사례 연구, 즉 그

80) 김정연(2007), <현대 남성패션에 나타난 젠더 특성>, 한양대학교 석사논문, 25쪽.

81) Geoffrey Yau(2019), 앞의 논문, 47쪽.

82) Geoffrey Yau(2019), 위의 논문, 47쪽.

83) Verta Taylor & Leila J. Rupp(2008), Chicks with Dicks, Men in Dresses: What It Means to Be a Drag Queen, Journal of Homosexuality, 46(3-4), 113-133.

들의 정체성과 성별, 섹슈얼리티의 역할에 대해 조사를 통해, 드랙 퀸 공연이 정체성 형성과 집단정체성 형성의 과정에서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이지 않은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에그너와 말로니(Egner & Maloney, 2016)84)도 드랙 퀸 10명의 인터뷰를 통한 성별과 성적 유동성에 관한 연구에서 드랙 퀸의 성별과 섹슈얼리티의 유동적 변화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규범의 전복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새로운 젠더 탄생에 대한 섹슈얼리티의 존재를 확인해주고 있으며, 드랙 퀸들이 보 여주는 행위 자체가 새로운 젠더를 찾기 위한 저항 운동과 같은 의미를 부여 하고 있음을 제시하였다.

이민선 외(2012)85)는 게이들의 패션에 관한 연구에서 게이들은 자신을 표 현하고 외모를 부각하는 이미지를 창조하는데 적극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으 며, 문화, 예술, 정치, 경제 등 많은 영역에서 활동하며 그들만의 고유한 입지 를 굳히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의 성 정체성을 나타낼 줄 수 있는 외모 표현의 수단으로 패션스타일을 중시하고 있으며, 이들은 패션 산 업의 중요한 소비자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드랙이 일탈에 의한 유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는 동성애 해 방 운동에서 높은 가시성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홍보 효과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은 개인의 젠더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는 패션 트렌드 등에서 많은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 으로 성소수자의 패션스타일은 주류 규범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을 보여 주고 있으며, 상징적 아이템을 통해 젠더 정체성을 암시적으로 표현해주고 있고, 특정 섹슈얼리티를 표현하는 집단으로만 이해되고 있다86). 현대 사회의 규범화된 사회 구조 내에서 패션스타일은 젠더를 표현하는 외적 표현 수단으 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드랙들의 패션스타일 연출은 자신들의

84) Egner & Maloney(2016), It Has No Color, It Has No Gender, It’s Gender Bending: Gender and Sexuality Fluidity and Subversiveness in Drag Performance, Journal of Homosexuality, 63(7), 875-903.

85) 이민선, 김미자(2012), <게이 자아 정체성에 따른 게이의 의복 특성: 드라마 <퀴어 애즈 포크>를 중심으로>, 한국의류학회지, 9쪽.

86) 김규연(2019), 앞의 논문, 2-3쪽.

젠더 수행성에 대한 이행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디스 버틀러는 “드랙이야말로 젠더의 표현 양식과 진정한 젠더 정체성이 라는 개념뿐 아니라 내부와 외부 심리공간이라는 구분을 완전히 전복한다 .”87)고 주장했다. 그는 드랙이 패러디적 정체성 문제에서 원본을 모방하는 것 이 아니라 원본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사회 권력의 편견에 의해 만들어진 패 러디된 여성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며, 드랙의 행동은 여성이라는 패러디에 대한 모방으로부터 얻게 되는 새로운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이는 원본이라고 인지되었던 원본의 진정성은 완전히 전복되었으며, 새로운 젠더가 등장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드랙 퀸은 여성이라고 생각되었던 원본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라 고 규정되었던 여성성이라는 이상적 관념을 모방하고 있으며, 남성과 여성이 라는 성 구분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의 허상임을 지적하고 있다. 인간은 태 어나면서부터 생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구분을 갖 게 되었으며, 자라나면서 ‘남성은 남성답게’, ‘여성은 여성답게’라는 훈련과 반 복을 통해 해당하는 성을 모방하도록 사회적으로 교육받았다. 인간은 이에 대한 아무런 의문도 없이 훈련과 반복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성을 본래의 성 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다. 따라서 남성과 여성은 성 정체성에 대한 수 행성을 따르고 있는 것이며,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구분은 수행성에 의한 결 과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드랙은 여성성의 모방이라는 경계를 넘어 모방이 아닌 새로운 젠더의 제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행 성은 주디스 버틀러의 대표적 개념이었다. 그는 사회적으로 정해진 젠더를 수행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정의하고, 젠더는 현재 제시되고 있는 섹 슈얼리티에 한정된 개념이 아니라 지속적 행동을 통해 구성되어지는 개념이 라고 말했다.

주디스 버틀러가 제시한 수행성은 사회구성주의 이론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는 수행성을 자연적인 것이거나 변하지 않는 진리로 간주하지 않고 유동적 인 사회적 구성물로 간주하는 시각에 근거한 주장이었다88). 그는 섹슈얼리티 개념도 사회적 구성물의 하나로 생성되고 발전되며 지속적으로 변화되는 유 87) 주디스 버틀러, 조현준 역(2008), 앞의 책, 342쪽.

88) 성정숙(2010), 앞의 논문, 33쪽.

기적인 개념으로 간주하였다. 따라서 섹슈얼리티의 발생 동기와 발전과정에 대한 원천적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섹슈얼리티란 어떤 것으로도 규정되지 않았던 역사 속에서 사회적 규범 에 의해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 개념으로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주장 했는데, 이는 섹슈얼리티를 개념화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배경이 되었다.

젠더는 몸을 양식화함으로써 젠더에 따라 몸을 어떻게 꾸미고 어떤 행동을 연출할 것인지로 결정된다. 가령 걸음과 손이나 몸의 동작 등도 수행성의 일 부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면, 젠더는 ‘여성이라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

는 규범적 관행에 의해 수행적으로 생산되고 강제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사 회의 지배 권력은 당위적 담론을 기반으로 한 명시적 권력을 행사하면서 주 체를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 구분으로 끊임없이 훈육하면서 고정된 성 권력을 재생산해내고 강제로 인지시키려 하고 있다.

드랙 퀸은 고착화된 젠더 개념으로부터 벗어나 여러 젠더를 자유롭게 움직 일 수 있는 능력이나 심지어 여러 젠더를 동시에 점유할 수 있는 능력89)을 지니고 있다. 젠더의 유동성과 지속적 행동에 의한 변화의 가능성이라는 의 미에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동성애자임을 유추할 수 있는 특정한 기호들은 식별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지식, 통념, 문화 등을 배경으로 상대방을 인지 할 수 있기 때문에,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직접 말하지 않아도 같은 동성애자 에게 비교적 높은 가시성을 부여하게 된다90). 이러한 이미지 전달 또한 끊임 없이 반복과 훈련에 의한 모방성에 의해 표출된 결과로서 수행성을 띠고 있 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젠더의 외형적 표출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보 여줄 수 있는 가장 뚜렷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반복되는 외형적 표출 을 통해 젠더의 전복이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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