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지금의 방법이 최선인가?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135-141)

지금의 방법이 최선인가?

ReSEAT 전문연구위원

강두철

금은 개인용 컴퓨터의 이동식 기억장치로 CD-ROM 드라이 브나 USB 메모리를 주로 사용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90년 대까지는 FDD (Floppy Disk Drive)의 사용률이 압도적으로 높았 다.

1960년대 후반 테이프 드라이브 대체용으로 만들어진 FDD의 구조는 크게 헤드 케리지 구동 메카니즘과 전자 제어 회로로 나뉜다. 헤드 케리지 구동 메카니즘은 스핀들 모터와 스테퍼 모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FDD의 구성은 간단하지만 일반 전자제품과 달리 기계적인 부분이 혼합된 메카트로닉스 제품이라 부품 제조가 까다로우며 동시에 품질의 균등함이 매우 중요한 제품이다. 일본 기업 연수 중 만났던 한

과장급 엔지니어는 FDD의 핵심 기계부품을 제작하기 위해 수도 없이 시행착오를 겪었고, 20년이 넘도록 개발과 생산에 참여했지만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FDD를 최초로 개발한 건 미국의 IBM이었으나, 80년대 후반에 와선 소니, 마쓰시다, 도시바, 히다치, NEC 등 일본 업체에서만 개발 생산 하고 있었다. 전 세계의 모든 PC제조 업계들이 일본으로부터 FDD를 공급받는 상황인 것이다. 나는 일본 FDD 개발/생산업체에서 기술 연수를 받으며 부품의 품질 관리, 제품의 시험평가, 에이징 등 전 생산 및 품질 관리 과정을 지켜보았다. 기술이 확실히 국내 수준보다 훨씬 앞서 있었기에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는 무척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국내 대부분의 전자 산업이 일본보다 10년 이상 뒤지고 있단 평가를 받고 있었고, 특히 FDD와 같은 메카트로닉스 제품에 있어선 그 수준차가 더 크다고 생각했었다. 때문에 지금 우리 나라가 반도체 메모리 같은 일부 전자산업 분야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한 기분이 들 정도다.

내가 FDD개발에 참여한 시기는 80년대 후반, 직장생활 8년차에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할 때였다. FDD자체가 양산제품이다 보니, 제품 연구 개발 업무 뿐 아니라 생산 기술, 품질 관리, 영업 지원 등 여러 이유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부서와 인원이 대규모로 편성 되었다.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공동 대책 회의를 열어 각 부서 별로 의견이나 요구 사항을 나누다보면 종종 갈등을 빚곤 했다.

지금의 방법이 최선인가? 133

않고서야 힘든 일이다.

그런데 딱히 용기를 낼 필요도 없이 마음껏 분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시켜서 하는 일이란 것도 잊을 만큼 집중해서 파고들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인 성취감이 있으니 업무를 하는데 큰 힘을 실어 주었고, 결과적으로 제품 설계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내는데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처음 제작에 성공했던 FDD 샘플은 일본 제품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성능 면에선 별 차이가 없었지만 디스켓 특성에 따라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다. 게다가 타 FDD와의 호환성도 부족했다. 양산 목표는 달성조차 못했고, 제작되는 샘플마다 성능 편차가 널뛰기를 했다. 처음엔 이런 문제점들을 회로 부분을 최적화해서 해결하려고 애썼지만, 개별 샘플 별로 생기는 성능 차이는 여전히 좁히기 어려웠다.

이 후, 전자회로와 메카니즘을 서로 교환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메카 니즘마다 테스트 결과가 크게 다르게 나타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샘플 간 성능 차이를 유발하는 원인이 메카니즘에 있을 거란 짐작이 가능했지만, 측정 데이터가 없으니 확신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한마디로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었던 것이다.

원인을 확실히 해야 개선을 할 텐데, 다른 부서가 메카니즘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짐작만으로 문제를 제시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메카니즘 측정 방법을 고민하던 중, FDD시험기의 전면 판넬에 명시는 되어있지만 전혀

지금의 방법이 최선인가? 135

제작과 납품, 수출 이 모든 것이 국내에선 최초의 일이었다.

타 직장으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FDD와 무관한 업무를 하게 된지 10여년 후, 우연하게 FDD산업의 퇴출 소식을 접하고 착잡한 심정으로 과거 FDD 개발 시절을 돌아보는 순간이 있었다. 당시 제품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었고 후발업체의 제품으로 해외수출까지 착수했으니 개발 목표는 달성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제품 스펙을 겨우 만족하는 수준으로 개선을 중단하거나 개선을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 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미 출시된 FDD가 PC의 사용 조건에 따라 접속 오류를 일으키기도 했고, 어떤 PC에서는 전원 공급 장치에서 나온 전자파의 영향으로 FDD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기도 해서 뒤늦게 마그 네틱 헤드를 전자파 차폐하는 방법으로 해결한 경우도 있었다.

조금의 여유만 있었더라도 제품 출시 이전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양한 PC에 연동 시험을 통해서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조치할 수 있었던 부분인데 뭐가 그리 급했는지 당시엔 그렇게 할 생각을 못했다. 제품이나 기술의 연구 개발 할 때는, 당장의 시급한 문제로 다소 여유가 없다하더라도 가끔씩은 현재의 개발 방향이 적합한지, 지금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없을지, 또 간과한 문제 들은 없는지 순간순간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정 전문가 그룹에 독점된 연구개발의 문제점 137

특정 전문가 그룹에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135-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