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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중심의 연구가 새로운 답이다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83-89)

소프트웨어 중심의 연구가 새로운 답이다

ReSEAT 전문연구위원

박정화

간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1승 4패로 패하 며, 컴퓨터의 놀라운 발전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멀 지 않은 미래에 인간의 일을 대신할 컴퓨터의 등장을 두고 갑론을박 이 이어지고, 이 가운데에 IBM에서 개발한 왓슨 컴퓨터가 의학 분 야에 적용되어 암 진단 및 치료법 등에 쓰일 것이라는 기사가 세 간의 화제를 모았다. 이때, 이들 컴퓨터의 소프트웨어가 인공지능 이라는 사실도 함께 알려지면서 소프트웨어의 관심이 높아졌다.

소프트웨어는 과학과 기술 분야에 특히 필요하다. 새로운 공학 현상을

해석하고 이해할 때, 물리학 수식으로 표현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해석하면 빠르고 정확하게 해답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80년대엔 실험적인 연구 방법에 밀려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연구가 환영 받지 못했는데, 내가 BFC (Body Fitted Coordinate)를 이용해 관내 원형 입자의 주위에 흐르는 유체 흐름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한 때가 이 무렵이었다.

BFC는 자연적인 형태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수치 해석을 하고 원하는 해답을 구하는 방식이다. 대학생이 사용하는 수준의 일반적인 수치 해석 소프트웨어보다 조금 더 진보된 방법이다. 다행히 BFC의 Fortran 원시 프로그램을 인쇄된 형태로 구할 수 있었고, 이를 편집기에 입력해서 Cyber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정비했다. 처음 시도하다보니 정비 과정 에서 오류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특히, 수학적 모델로 유도한 후 알고리즘에 맞게 프로그램이 짜여 있는 지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이 작업을 수행하며 수치 해석에 대한 특성, 연산 순서, 제약 조건 및 경계 조건 등 심도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습득하게 되었다. Cyber 컴퓨터는 유로로 사용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용이 많이 들었고 나중에는 중지하게 될 상황까지 왔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당시 처음 나온 조립식 386 PC를 구입했다. 이 PC로 한 개의 조건을 계산하는 데는 약 20시간 이상이 소요됐는데, 아마 현재 사용하는 개인용 PC의 작업 속도 기준으로 계산하자면 1시간 이내로 소요될 것이다. BFC에 의한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을 마무리 할 즈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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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그래서 전 처리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첫 째, 계산 정의구역을 설정하기 둘 째, 사용할 요소의 형태를 정의하기 셋째, 요소의 기하학적 형상 즉 길이, 면적 등을 정의하기 넷째, 요소의 연결성 즉 요소 망을 형성하기 다섯 째, 경계 조건을 설정하기 이렇게 5단계를 거친다.

500m 깊이의 처분 용기를 중심으로 계산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물처럼 생긴 격자를 생성해서 수치 해석을 해야 한다.

이때, 특성상 각점에서 구하는 해답을 찾기 위해 격자의 길이를 결정을 해야 한다. 그래서 처분 용기 주위에는 격자 길이를 짧게 해서 격자 간격이 조밀해지도록 하고, 처분 용기에서 멀어지는 쪽은 격자 길이를 길게 만들어 격자 간격이 넓어지도록 하는 방법을 썼다. 이 방법 으로 계산 영역을 만들어 열의 이동으로 인한 온도 분포를 구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지금은 버전 6.6에 ABAQUS/CAE가 결합되어 있어 격자를 만드는 작업이 쉽지만, 당시만 해도 수작업으로 해야 했다. 열 해석은 다른 전산 소프트웨어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앞에서 서술한 것처럼, 열의 이동과 함께 지하수가 이동하면서 벤토나이트가 물과 열에 의해 팽창 하는 현상들이 함께 일어나기 때문에 열-수리-역학이 서로 영향을 주는 현상을 시뮬레이션 해야 했다.

열과 지하수 이동 및 벤토나이트 팽창에 의한 응력과 변형률을 각각 독립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들에 적합한 전산 소프트웨어를 선택해서 계산하면 된다. 하지만 이 중 둘 또는 셋 모두가 서로 영향을 주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연구가 새로운 답이다 83 현상을 해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제한적이다. 열 해석을 위한 프로 그램으로 ABAQUS를 선정한 이유는 이와 같은 현상도 함께 해석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기 위해서였다. 이 프로그램은 지하수 이동과 역학적 변형에 관해선 어느 정도 해석이 가능했지만, 열의 이동으로 인해 벤토나이트가 건조해지는 현상과 지하수가 이동해 물로 포화시키는 현상이 결합되면 많은 제약이 생긴다.

한 예로, 지하수가 확산 과정을 통해 이동하는 경우 이를 해석하기 위해서 원시 프로그램(source program)을 편집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면 이와 같은 상용 코드는 원시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없어 불가능하다. 해서, 건조한 벤토나이트의 흡수현상을 통해 물의 이동을 해석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현재는 구조 역학, 동력학, 물질 이동 등 각 분야의 특성에 맞는 상용 전산 소프트웨어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래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코드 매뉴얼과 예제의 해석 절차에 많이 의존 한다. 그러나 앞에서 서술한 것처럼 수치 해석 절차를 철저히 분석할 것을 권장하고 싶다. 즉, 현상에서 물리적 내용을 수학적 방법으로 표현해야 한다. 수학 방정식의 해답을 얻기 위해 여러 조건을 가정하고 수치 해석이 필요하면 수치 해석 식을 유도 해야 한다.

유도한 수치 해석 식을 어떤 상용 전산 소프트웨어가 잘 수용할 수 있을 지 또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수용되는 지 등을 검토해 전산 소프트

웨어를 선정해야 하는데, 상당히 귀찮은 작업이긴 하지만 정확성과 한계성 검토, 오류 수정에 꼭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현재 학생들이 작업의 효율성을 위해 상용 전산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는 일은 바람직 하다고 생각한다. 하드웨어 중심의 교육과 연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교육 및 연구로 시대가 바뀌어가는 만큼, 더 나은 연구와 기술 개발의 발전을 위해 소프트웨어 논리와 구조에 대한 철저한 학습과 능력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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