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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신본풀이와 일반신본풀이

문서에서 제주도 조상신 신앙 연구 (페이지 84-87)

조상신본풀이는 ‘신과 인간의 조우’라는 특정적 화소를 일반신본풀이 일부와 공유 한다. 그런데 일반신본풀이와 공유하는 화소는 배타성이 거세된 ‘조우’이다. 조상신 의 특성을 이루는 것이 배타적 고유성이므로 이러한 특성이 사라지고 나서야 일반 신본풀이로서의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배타적 고유성의 배타성이 거세되면서 특정적 고유성이라는 조상신본풀이의 특성은 없어지고 일반신본풀이로서의 보편성 을 획득한다.

앞에서 조상신본풀이와 당신본풀이를 ‘조상’ 관념의 유형을 기준으로 삼아 분류하 였다. 그 과정을 통하여 ‘혈연 조상’, ‘맺은 조상’, ‘태운 조상’의 관념이 두 갈래의 신앙 관념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세 유형으로 구분 되는 조상 관념은 일반신본풀이에서도 부분적으로 적용된다. ‘생업 수호신’의 영역 으로서 <초공본풀이>는 ‘혈연 조상’ 유형의 조상 관념과 연관된다. <칠성본풀이>는

‘태운 조상’으로서의 ‘뱀신앙’ 관념과 ‘맺은 조상’으로서의 한반도 교류담을 함께 담고 있다. <만이본풀이>는 전형적인 ‘태운 조상’의 구조를 드러낸다.

일반신본풀이 갈래에서 주목할 지점은 제주도 고유의 서사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 부이다. 조상신본풀이와 유사성을 공유하는 일반신본풀이는 다른 일반신본풀이와 달리 제주도 고유의 서사를 담고 있다. 일반신본풀이의 대개는 육지부 전역에 광포 된 설화가 유입되어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중 조상신본풀이와 구 조를 공유하는 일부의 일반신본풀이는 제주도만의 고유한 서사를 담고 있다는 점 에서 전체 일반신본풀이 내 변별성을 확보한다.

<초공본풀이의 유씨 대선생>, <칠성본풀이>, <만이본풀이> 등은 ‘배타적 고유

성’ 중 거세된 배타성이라는 특징을 갖지만, 일반신본풀이 영역 안에서는 다른 일 반신본풀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배타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신과 인간의 조 우’라는 조상신본풀이의 핵심 구조를 공유한다. 일부 일반신본풀이가 조상신본풀이 와 이러한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 다. ‘혈연 조상’이 갖는 보편적인 ‘조상 숭배’ 관념은 육지부와 공유하며 수용하였 다 하더라도, 일반신본풀이 중 조상신본풀이의 특성과 구조를 갖는 유형은 제주도 만의 고유한 화소를 특징으로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제주도의 조상신 신앙이 육 지부의 신앙 관념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토착적 조상 관념을 함께 총화하여 형성된 신앙 관념이라는 것을 밝히는 하나의 근거로 작용한다.

다음에서는 일반신본풀이 중 <초공본풀이>, <칠성본풀이>, <만이본풀이>를 ‘혈 연 조상’, ‘맺은 조상’, ‘태운 조상’의 기준으로 다시금 살펴 본다. 두 갈래 간의 공 유의 접점이 적은 만큼 간략한 내용이 될 것이다.

(1) ‘혈연 조상’ 일반신본풀이

‘생업 수호신’의 영역으로서 <초공본풀이>는 혈연 조상 유형과 연관이 있다. ‘군 웅본판’에 등장하는 다양한 생업 수호신 영역에 심방의 무업 수호신인 ‘당주일월’

이 있다. 제주도 무조신의 내력을 풀어낸 <초공본풀이>는 심방의 직업 수호신인

‘당주일월’의 내력으로서의 의미도 갖는다.

<초공본풀이>는 제석본풀이 유형으로 육지부에서 유입된 신화로 제주도만의 고유 한 신화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른 일반신본풀이가 광역적 설화를 수용 하여 형성된 것으로 보는 맥락과 동일하다. 그런데 이것은 <초공본풀이> 전반부에 한정한 내용이다. 본풀이 후반부 내용인 최초의 심방이 세워지는 내력은 제주도에 서만 전승하는 고유성을 갖는다. 물론 오랜 전승의 과정 속에서 육지부에 잔존하지 못한 것을 제주도에서만 전승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그에 대한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발견하지 못한 상황으로 제석본풀이 전승의 상대적 변천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진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전승하는 본풀이에 제한하여 논의를 진행한다면, <초공본풀이> 후반부에서 조상신본풀이와 유사한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최초의 심방 조상인 ‘유씨대선생’

은 ‘지멩왕아기씨’와 부모 자식 간의 인연으로 ‘조우’한다. 부모·자식의 인연을

맺고서야 ‘유씨대선생’은 ‘지멩왕아기씨’에게 ‘일천기덕 삼만제기’를 받아 최초의 굿 자리에 나선다. 지금까지도 ‘멩두’를 물림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도 중 하나가 부모·자식의 연을 맺는 것으로, 최초의 멩두에 대한 역사가 현재에 이르러서도 그 대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초공본풀이>가 보여주는 것은 개별 집안의 내력은 아니지만 하나의 생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유사 혈연 집단이 형성되는 의미로 해석 될 수 있다. 이 내력에서 ‘유씨대선생’은 특정성을 확보한 심방 집단이라는 새로운 생업군을 처음 시작한 생업 시조신으로 좌정하게 되고 심방 집단의 조상으로 수호 신의 직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즉 <초공본풀이> 후반에 삽입된 ‘유씨대선생’의 내 력담은 ‘혈연 조상’ 유형이 갖는 조상신본풀이 구조와 동일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2) ‘맺은 조상’ 일반신본풀이

<칠성본풀이>는 ‘태운 조상’의 특성을 갖는 신격이면서, ‘맺은 조상’의 서사적 특 성을 함께 공유한다. ‘맺은 조상’ 유형의 특성 중 하나는 육지부와의 교류 양상이 본풀이의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송대장부인과 칠성아기씨들의 ‘조우’, 송대 장 부인의 치마폭에 안겨지는 칠성아기씨들의 ‘수용’은 ‘태운 조상’ 갈래에서 살펴 볼 <만이본풀이>에 비하면 특정적이다. 그러나 본풀이 후반에 칠성아기씨가 각 처로 흩어지는 과정을 통하여 미약하던 특정성 조차 완전히 와해된다. 이는 <나주 기민창조상>이 안씨 선주 부인의 치마폭에 안겼다가 다시 조천리 새콧알에 좌정한 것과 비교되는 내용이다. 여기서는 ‘조천리 새콧’ 알을 지나는 ‘삼천수와 일만어 부’의 당신이면서, 안씨와 함께 나주기민창에 갔던 송씨, 박씨 집안의 조상신으로 도 전승하였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 본풀이 후반부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 다. “안씨선조(安氏船主) 상단골(上丹骨) 무어 연양상고팡으로 삼멩일(三名日) 기일 제(忌日祭祀) 메  기(一器) 정성(精誠) 받고 손(子孫)덜 번성(蕃盛)시겨 동여 국이 내 지던 나줏을 기민창(羅州濟民倉) 무곱섬(貿穀石)에 롸오던 부군칠 성(富君七星)이 뒈옵네다.”79) 좌정처와 신직으로 보면 당신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 내지만, 의례를 보면 개인 신앙으로서의 조상신 의례의 내용이다. <칠성본풀이>와

<나주기민창조상본> 모두 개인 신앙에서 공동체 신앙으로 변형되는 구조를 보이지

79)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796쪽.

만, <나주기민창조상본>의 경우 ‘안씨선조’ 집안의 ‘연양상고팡’에서 정성을 받는다 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조상신본풀이로서 자리잡게 된다. 『제주도무속자료사전』의

<나주기민창조상본>은 함께 실린 다른 자료에 비하여 축원의 내용이 구체적이다.

이러한 근거로 개인굿 현장에서 채록되었을 가능성이 보이며, 만약 실제 굿 현장이 었다면 그러한 이유로 더욱 강하게 자손 집안의 특정성이 강조되었을 가능성도 고 려할 수 있다.

(3) ‘태운 조상’ 일반신본풀이

<만이본풀이>는 ‘만이’가 ‘태운 조상’인 ‘백년해골’을 조우하고 집안에 모셔와 조상신으로 모시면서 부와 수명을 모두 이룬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조상신 신앙의 구조를 갖는다. 그런데 전형적인 ‘태운 조상’ 유형의 조상신본풀이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조상신본풀이가 갖는 기본 특성 중 하나인 자손에 대한 ‘특정성’을 확보하 지 못하였다. 본풀이 어디에도 특정 집안을 유추할 수 있는 조건이 제시되지 않는 다. 사냥하는 생업을 갖는 중산간 마을의 사냥꾼이라는 정도를 추정할 수 있으나 이러한 것으로 자손의 집안을 특정할 수는 없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물의 특정 성을 확인할 수 없다. 조상과 자손 간에 배타적 고유성의 관계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조상신 신앙으로 구분할 수 없는 것이다. 해골 숭배 신앙이나 전형적인 수 렵 생활상을 보이는 등 ‘태운 조상’ 유형의 조상 관념과 동일한 특성으로 자연신앙 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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