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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신본풀이와 의례의 상관성

문서에서 제주도 조상신 신앙 연구 (페이지 87-96)

만, <나주기민창조상본>의 경우 ‘안씨선조’ 집안의 ‘연양상고팡’에서 정성을 받는다 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조상신본풀이로서 자리잡게 된다. 『제주도무속자료사전』의

<나주기민창조상본>은 함께 실린 다른 자료에 비하여 축원의 내용이 구체적이다.

이러한 근거로 개인굿 현장에서 채록되었을 가능성이 보이며, 만약 실제 굿 현장이 었다면 그러한 이유로 더욱 강하게 자손 집안의 특정성이 강조되었을 가능성도 고 려할 수 있다.

(3) ‘태운 조상’ 일반신본풀이

<만이본풀이>는 ‘만이’가 ‘태운 조상’인 ‘백년해골’을 조우하고 집안에 모셔와 조상신으로 모시면서 부와 수명을 모두 이룬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조상신 신앙의 구조를 갖는다. 그런데 전형적인 ‘태운 조상’ 유형의 조상신본풀이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조상신본풀이가 갖는 기본 특성 중 하나인 자손에 대한 ‘특정성’을 확보하 지 못하였다. 본풀이 어디에도 특정 집안을 유추할 수 있는 조건이 제시되지 않는 다. 사냥하는 생업을 갖는 중산간 마을의 사냥꾼이라는 정도를 추정할 수 있으나 이러한 것으로 자손의 집안을 특정할 수는 없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물의 특정 성을 확인할 수 없다. 조상과 자손 간에 배타적 고유성의 관계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조상신 신앙으로 구분할 수 없는 것이다. 해골 숭배 신앙이나 전형적인 수 렵 생활상을 보이는 등 ‘태운 조상’ 유형의 조상 관념과 동일한 특성으로 자연신앙 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의례와 철갈이, 굿 등 무속 의례가 동시에 요구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는 조상신 의례 규범이 각기 다른 조상신 신앙 관념에 따라 어떠한 양상을 보이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조상신 의례에서 핵심이 되는 원칙은 유교식 제사와 같은 정기적인 조상 의례를 중심에 놓고, 이 의례를 받을 수 있는 존재들과 받지 못하는 존재들이 구분되며, 어떠한 방식을 통해서든 크고 작은 규모와 상관 없이 정기적인 의례를 받을 수 있 는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핵심 원칙을 두고 조상신의 특성에 따라 제향받고자 청하는 의례 형식은 조금씩 달라진다. 전제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유형 과 서사의 조상신본풀이라도 의례에 있어서는 서로 유사한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무속 의례인 굿에서 제향 받는 방식은 대부분의 조상신본풀이가 거의 동일한 내용을 청하고 있다.

“풍악으로 나 간장을 풀려도라.”-<구실할망본>80)

“울랑국 범천왕 궁전궁납 소리로 일천간장(一千肝臟) 풀리옵고”-<양씨아미 본>81)

“어야뒤야 살강깃소리 진바당 진소리로 어서 놀자.”-<광청아기본>82)

“난산국과 원산국 본산국과 난산국은 과광성 신풀었사오니 울뿍 울쩡 소리로나 신정국 태추태로 일천간장(一千肝臟) 풀려놉서. … 만천(四萬四千) 저 용 신(龍神) 놀아옵던 선왕(船王) 뒤예, 이물선왕(船頭船王)도 놀고 싶소, 고물선왕 (船尾船王)도 놀고 싶소, 든닷단 하(下)닷줄 이른닷단 중(中)닷줄 어야두야 살강기로 노래 풍악(風樂)으로 놀고 싶소.”-<나주 기민창 조상본>83)

위의 내용은 조상신본풀이에서 조상신 스스로가 청하는 제향의 방식이다. 각기 다 른 유형인 ‘혈연 조상’, ‘맺은 조상’, ‘태운 조상’이지만 ‘소리’와 ‘노래’와 ‘풍악’으

80) 현용준, 『제주도 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804쪽.

81) 현용준, 『제주도 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843.

82) 현용준, 『제주도 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833쪽.

83) 현용준, 『제주도 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796~797쪽.

로 ‘간장을 풀어달라’는 내용은 동일하다.

다음은 조상신본풀이에 대한 내용을 마무리하면서 조상 유형별 의례의 차이에 대 하여 간략하게 짚어서 정리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조상신 의례는 조상 유형 간 유사성을 많이 공유하고 있지만 조상 유형에 따른 상이성은 어떻게 발현되는지 살 펴본다. 조상신의 좌정처, 일상적인 의례, 비일상적인 의례, 정기적인 의례, 비정기 적인 의례 등 의례 양상으로 제기되는 종합적인 검토를 통하여 본풀이와 의례가 갖는 상관성을 정리한다.

1) ‘혈연 조상’ 유형의 의례

‘혈연 조상’ 유형의 의례는 본풀이의 구분에 따라 대략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

의례를 밝히지 않거나, 무속 의례만을 청하거나, 무속 의례와 유교 의례까지 다양 한 방식의 의례를 청하는 경우이다.

의례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경우는 ‘혈연 조상’ 유형에서 가장 바탕이 되는 생업 수 호신의 내력으로 교술 무가 형식이다. 교술무가 형식의 본풀이에서 거느리는 조상 은 집안의 정기적인 조상 의례를 받아왔으며, 시제(時祭) 혹은 묘제(墓祭)의 대상이 되는 존재이다. 이러한 이유로 교술무가 형식의 본풀이에는 의례에 대한 청이 없 다. 조상의 내력담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취’ 경향의 ‘혈연 조상’ 유형 또한 유교 의례에 대한 청이 필요 없는 존재이다.

그러한 이유로 이 유형의 본풀이에서는 무속 의례인 굿에 대한 청만 언급되고 있 다. 다음은 <윤대장본>의 의례에 대한 내용이다.

“어서 히히낙락(喜喜樂樂)이 큰굿엔 열두석 단독굿엔 요석 앚인제 삼석(三席) 으로 놀던 조상(祖上)님네 히히낙낙이 어서 노옵소서.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 陀佛)로 어서 노옵소서. 풍류(風流)에 놉서. 장단(長短)으로 노옵소서.”84)

이렇게 굿을 통하여 ‘조상신을 놀리는’ 의례를 청하는 것은 대부분의 조상신이 청 하는 방식으로 큰 차별점 없이 동일하다.

84) 현용준, 『제주도 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847쪽.

‘혈연 조상’ 유형에서도 무속 의례와 유교 의례까지 다양한 방식의 의례를 청하는 경우는 ‘실패’ 유형이다. 이는 ‘맺은 조상’ 유형과 거의 동일한 방식이라 할 수 있 다. ‘혈연 조상’이지만 직접적인 후손을 남기지 않은 경우는 유교 의례에 대한 청 을 남기고 있다. 그런데 성취 유형의 혈연 조상인 <구실할망>의 경우도 유교 의례 에 대한 청을 남기고 있다. 이 경우는 유교 의례를 맡아줄 ‘아들’이 없는 경우이다.

딸만 아홉을 낳은 <구실할망>은 “삼멩일(三名日) 기일제(忌日祭祀) 때예도 연양 상고팡(靈筵上庫房)으로 상(床)  을 바찌곡” 굿에서도 ‘간장을 풀어 달라’고 청 하고 있다.85)

‘혈연 조상’ 유형 중 몇 가지 특별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양이목사본>은 자신의 내력담인 본풀이를 풀어내는 것에 가장 방점을 찍은 청을 하기도 한다.

<고전적본풀이>는 ‘동이풀이’라는 특별한 의례 법도를 세우기도 한다.

‘혈연 조상’ 유형의 경우 유교 의례보다는 무속 의례인 ‘굿’을 청하는 내용이 주되 게 드러나며, ‘실패’ 유형을 제외하고는 이미 조상으로서의 의례를 충분히 받고 있 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굿’에 대한 의례를 청하는 의미는 집안의 어떠한 굿을 하더라도 자신을 함께 놀려달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드시 자신을 위한 굿 을 해달라는 의미와는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

2) ‘맺은 조상’ 유형의 의례

‘맺은 조상’ 유형에서 핵심은 ‘조상으로서의 자격’을 갖추는 것이다. 자격을 갖춰

‘조상’으로서의 의례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내용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원혼’

유형의 비중이 큰 ‘맺은 조상’ 유형은 그 원한을 풀기 위하여 다양한 의례의 동시 적 제향을 택하는 경향을 갖는다. 이러한 ‘맺은 조상’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경우로 <광청아기본>을 들 수 있다.

<광청아기본>에서 ‘송동지영감’은 원혼의 맺힌 한을 풀기 위하여 먼저 심방을 불 러 바다에서 ‘광청아기’의 삼혼(三魂)을 건져낸다. 물에 빠져 죽은 영혼을 위한 의 례인 ‘무혼굿(撫魂-)’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그 후에 ‘광청아기’를 위한 ‘원성귀제맞 이’ 즉 굿을 벌인다. 여기에 더하여 자신의 셋째 아들을 ‘광청아기’에게 입양시켜

85) 현용준, 『제주도 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804쪽.

그 아들을 통해 ‘축지방을 고하게’ 한다. 즉 ‘광청아기’에게 자신의 아들을 양자로 맺어주는 ‘조상 맺음’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광청아기’는 ‘조상으로 서의 자격’을 갖추고 조상에 대한 정기 의례인 기제(忌祭)를 받게 된다. 비혈연 조 상이었던 ‘광청아기’가 비로소 김녕 ‘송덱’에 만대유전하는 ‘조상신’으로 좌정하게 된다. 조상신으로 좌정한 ‘광청아기’는 자신의 맺힌 한을 풀기 위한 의례로 “신정 국 태추태로 당클에 열두석시 중당클에 석시 앚인제예 삼석시 헤(年) 넘는 철갈이로, 서대상지 안에 물멩지(-明紬) 강멩지(-明紬) 열두무색 려 놓고 상고팡 (上庫房)으로 우망(爲望)허여, 삼멩일(三名日) 기일제(忌日祭祀) 일처이(一切)  오욥고”라는 청을 남긴다.86)

좌정처와 일상적으로 좌정처에 올리는 물색, 무속 의례와 유교식 의례까지 일상과 비일상, 무속과 유교식 등 자손이 할 수 있는 모든 의례를 청하고 있다. ‘서대상지 안에 물멩지(-明紬) 강멩지(-明紬) 열두무색’은 ‘광청아기’의 넋이 실려온 신물(神 物)이다. ‘광청아기’의 존재성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상징물이다. 이러한 차원에 서 ‘광청아기씨’를 모시는 집에서는 굿을 벌일 때 심방이 여러 물색으로 만든 선앙 기를 추끼며 놀리고, 굿이 끝나면 본주는 그 선앙기에 지를 싸서 바다에 바친다.

<원당할망>은 후손이 없는 경우이지만, ‘조상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조상으로서 의 의례를 받는 것을 거부한 경우이다. 자신을 죽게 한 양반과는 절대 한 상을 받 지 않겠다며 유교 의례인 ‘제사’를 거부하였다. 무속을 억압한 유교적 관념에 대한 강한 부정적 의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 ‘태운 조상’ 유형의 의례

‘태운 조상’ 유형에서 핵심은 ‘좌정처’이다. ‘태운 조상’은 육지의 ‘말명신앙’이나

‘업신앙’, 제주도의 ‘안칠성’ 등과 유사하다. 조상신 의례 대부분이 집안의 특정 공

86) 현용준, 『제주도 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834쪽; ‘열두 물색을 놓아두는 상고팡’과 같 은 공간이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전집』 제2권에 실린 「老巫篇」에도 동일하게 언급되고 있어 흥미 롭다. [緣木爲龕僅五尺 信口自導天帝釋 釋皇本在六天上 肯入汝屋處荒僻], “나뭇조각 대고 작은 감실을 만든 뒤/ 스스로 이름지어 제석이라 하느니/제석은 본디 하늘 위에 있거늘/어찌 그런 누 추한 데 들어 있으랴.”, 집안 한켠에 이러한 감실을 만들어 ‘제석’이라 일컫는 신을 모셨다는 기 록이다. 이는 집안 수호신으로서의 ‘제석신’에 대한 개념이 아주 이른 시기부터 고유의 신앙 관 념으로 존재해 왔던 것을 보여준다.; 이규보 씀, 김상훈·류희정 옮김, 『동명왕의 노래』, 보리, 2005, 182~188쪽.

간에 ‘자신을 우망하는’ 공간을 두고자 청하며, 그 공간의 대부분이 ‘안칠성’의 공 간과 동일하다. 그렇지만 ‘태운 조상’의 경우는 다른 조상신의 양상처럼 ‘상징물’을 두는 의미 이상으로 ‘조상신’ 자체가 좌정하는 자리가 된다는 의미에서 더욱 중요 하다. 조상신을 모시는 집안은 그 집안만의 방식으로 좌정처를 마련한다. 대개 안 방이나 안고팡 등 사적(私的) 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집안에 중요한 일이 있거 나, 자손이 외지에 드나드는 일이 있을 때 인사를 올린다. 돈이나 물건 등이 집안 에 새로이 들어오는 경우에도 조상 앞에 올리는 의례를 행한다. 삭망제(朔望祭)를 모시는 예법과 유사하다.

조상신 신앙의 전승 약화 양상에는 가옥 구조에 의한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개량된 가옥 구조에는 조상신이 좌정할 만한 공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간의 소실로 인하여 이 공간에서 행해지던 일상 의례 또한 더 이상 전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내부는 거의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나 마 외부의 경우는 아직 유지되는 경우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뱀신앙’의 조상 신과 ‘밧칠성’은 이제 거의 신앙 관념의 구분 없이 함께 전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 여진다. 중산간 지역 마을 중 마당이 있는 집안의 경우, 밧칠성을 모시는 집안을 발견하는 일이 아주 어렵지만은 않다. 밧칠성을 계속 모셔오던 집안에서 그 터에 약간의 개량을 하는 방법 등 터 자체를 없애지는 않고 전승을 이어가는 경우이다.

이에 비하여 안칠성이나 조상신은 집안에 고정적으로 모실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아 기제나 명절제, 집안에서 벌이는 크고 작은 무속 의례에서만 위하게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진1] 밧칠성_남원읍[2022.3.15.올레코시] [사진2] 칠성비념_남원읍[2022.3.15.올레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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