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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제도와 자유시장경제

문서에서 국제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 (페이지 55-61)

용하여 조세를 징수하고 그런 조세는 재산의 사적 소유를 부 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정도는 조세 부담률에 따라 다르지 만 말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완전한 사회주의는 불가능하 다. 왜냐하면 국가가 사람의 생각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인체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전 세계의 대부분 국가는 사회민주정 또는 사회민 주주의제도를 채택했다.57) 사회민주주의는 정부의 소유를 모 든 국민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제도이다. 정부를 공동 소유하 기 때문에 ‘공유의 비극(tragedy of common)’이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고 실제로 모든 민주주의 국가는 공유의 비극 을 경험하고 있다. 공유의 비극을 다른 의미로 해석하면 ‘소수 에 대한 다수의 폭력’이 합법적으로 허용된다는 것이다. 여기 에서 소수(다수)란 반드시 수적 소수(다수)가 아니라 정치력에 있어서 소수(다수)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민주주의는 경제제도 를 사회주의로 바뀌게 할 수 있다. 물론 언제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주의 역사가 가장 길다고 할 수 있는 영국 과 미국 등에서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58) 다만 민주주의 시행 에 따른 공유의 비극이 발생하는 정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그

57) 독일의 나치 정권이나 북한이나 비록 형식적이지만 민주공화국 체제 이다.

58) 이주 작은 규모의 국가나 도시에서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공유의 비극 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서로를 감시・감독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언제나 그렇 게 된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 구성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 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장기(超長期)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렇게 되는 것은 그 나라 국민의 성향, 지식, 역사적 경험, 정치 지도자 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떤가? 미국의 민주주의는 지구상의 어떤 나라보다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가장 잘 보호하는 정치제도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민주주 의는 경제제도의 하나인 자본주의를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잘 보호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59) 적어도 상대적으로는 그렇다 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 기준으로 본다면 반드시 그런 주장 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여기에서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경제제도, 특히 화폐제도와 금융제도를 어떻게 파괴해 왔는가를 간추려보기로 한다. 1907 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1914년에 중앙은행이라고 할 수 있 는 연준을 이익 집단의 이해를 돌보기 위하여 설립했다. 대공 황 직후인 1933년 미국 정부는 달러의 금 태환을 폐지했다. 그 러한 사실은 미국 내에서는 금이라는 상품화폐 제도를 완전히 포기하고 지폐 제도로 전환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대공황 직 후 위기에 몰린 소규모 은행들의 이익을 위하여 1934년에 연 방예금보험제도를 설립했다. 영국 사법부는 1848년 ‘Foley v.

Hill and Others’ 사건에서 예금과 대출이 동일하다고 판결했다.

미국은 Foley 판결에서 확립된 개념 위에 더 불합리한 것들을 추가했다. 즉 영국과 미국의 사법부는 예금과 대출을 혼동했 다. 이후 전 세계의 다른 나라는 영국과 미국의 관례를 따랐

59)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미국 회사의 몰락’ 이라는 글에서 미국의 민주주 의가 전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어떻게 위세를 잃었는가를 설명하고 있 다. 그러나 그는 민주주의가 경제제도를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Francis, Hukuyama, “The Fall of America, Inc.”, Newsweek, 2008년 10월 13일자

다. 이것으로 전 세계 민간은행은 부분지급준비제도를 공식적 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미국의 민주주의는 정부를 점점 비대하게 만들고 있는 데 앞에서 보았듯이 정부 그 자체가 사회주의의 한 형태이다.

미국의 조세부담률은 2005년 현재 20.6%이고 여기에 사회보장 기여금을 포함하면 그 부담률은 2006년 현재 28.2%이다. 이 정 도의 조세부담률만 하더라도 큰 정부를 의미한다. 더 큰 문제 는 정부의 재정적자이다. 재정적자의 규모는 2008년 말 현재 GDP의 약 81%인 11조3,150억 달러로 추계되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 를 잘 보호해 왔다고 하지만 조세부담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이미 사회주의 국가이고 그런 경제제도는 민주주의가 초래한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가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잘 보호한다는 믿음은 전적으로 틀린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명시적으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 를 잘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파괴해 왔다는 것이다. 정치제도라는 관점에서 민주주 의는 자유시장 또는 자본주의를 파괴하는 제도임이 분명하고 그 점에서 미국은 이미 신자유주의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진 나라이다. 대공황 이후에 정부의 크기가 작아진 역사는 없다 는 측면에서도 시간적으로 보아도 미국은 대공황 이후에 조금 씩 신자유주의로부터 멀어져왔다.

그러면 자유시장 또는 자본주의를 잘 보호할 수 있는 정부 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 ‘작은 정부’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 나 그런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없다. 호페(Hoppe)는 이에 대해 다음과 주장한다. “모든 최소 국가는 최대 국가가 되는 내재적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일단 정부 기구가 어떤 세금이라도 징 수하면, 그것이 얼마나 작든지 무슨 목적으로 징수하는 것과 상관없이 그 정부 기구는 징수한 그 세금을 이용하여 동일한 목적, 또는 다른 목적을 위하여 미래에 항상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하려는 자연스러운 경향을 가질 것이다. 그와 유사하게, 일단 어떤 정부 기구가 어떤 사법 권한이라도 독점하면 특권 적 지위를 이용하여 그 사법 권한의 관할 영역을 미래에 확장 하려는 자연스러운 경향을 가질 것이다.”60) 그리고 실제로 미 국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초기에 미국은 조세부담 률이 거의 없는, 아주 작은 정부를 가진 국가였지만 지금은 너 무 큰 정부임이 분명하다는 점을 앞에서 지적하였다. 정부에 의한 평등주의 실현이 이번 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데 작 은 정부라면 그런 일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자유시장 또는 자본주의를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정치제 도는 ‘자연적 질서’이다. 여기에서 자연적 질서란 치안과 국방 을 수행하는 정부의 기능을 인정하지만 강제와 폭력에 기초한 정부가 아니라 그런 기능을 순전히 민간이 담당하는 것을 말 한다. 몰리나리(Molinari)는 치안과 국방이 생산 활동의 하나로 서 다른 경제 활동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전문화와 분업의 원 리에 대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61) 많은 경제 전문가 가 치안과 국방만은 전문화와 분업의 원리에 대한 예외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치안과 국방을 민간이 담당하더라도 그것을 통제하는 법체

60) Hoppe(2002), p.xxi에서 인용. 이탤릭체는 호페가 강조한 것이다.

61)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Molinari(1977) 참조

계 또는 법질서는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사회민주주의의 한 계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지적하였다. 자연적 질서에서 어 떻게 법체계 또는 법질서를 만들 것인가? 좀 더 직접적으로 법 을 어떻게 만들고 그때 무엇이 ‘정의’인가? 이 질문은 정치 철 학의 영역이다. 롤스(Rawls)는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정의론을 제안했다.62) 그러므로 논의에서 제외한다. 노직(Nozick)은 리버 테리언적 관점에서 정의론을 제안했다.63)64) 그러나 노직은 ‘최 소국가’를 정당화하였고 앞에서 그런 철학은 성립할 수 없음을 이미 지적했다. 그리고 경험적으로도 그렇다는 것을 미국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라스바드는 ‘자유를 위한 윤리(The Ethics of Liberty)’라는 역저에서 ‘자연법적 접근법(natural law approach)’에 의해 자연적 질서가 성립할 수 있음을 증명하 고 처음으로 법학을 과학화했다.65) 그러므로 자연적 질서는 라스바드에 의해 완전하고도 실행 가능한 체제가 되었다.

62) 그 점에서 롤스의 저서가 정치 철학 연구자와 비전문 지식인에게 널 리 알려진 것은 불행한 일이다. Rawls(1971) 참조

63)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자 등과 같은 용어는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는 반면에 그와 거의 유사한 의미로 미국에서는 리버테리어니즘, 리버테 리언 등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64) Nozick(1974) 참조 65) Rothbard(200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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