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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금의 미국발 국제 금융위기가 신자유주의에 기인 한 것이라는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보았다. 이번 국제 금융위 기를 포함하여 모든 금융위기는 잘못된 화폐제도와 금융제도 때문에 발생해왔다. 여기에 평등주의, 도덕적 해이, 탐욕에 기 인한 기회주의 등이 가세했음을 알았다. 미국 내 경기변동이 국제적으로 크게 확산된 것은 미국을 제외한 여타 국가에서도 통화량 과다 발행이 거의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리 고 통화량 과다 발행으로 경기변동이 초래된다는 관점에서 보 면 금융위기만을 강조하는 것은 통화량 과다 발행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왜곡할 뿐만 아니라 축소하는 것이다.

정부가 지폐라는 화폐의 발행을 독점하고 부분지급준비 제 도를 통해 민간 금융기관을 규제하는 것은 민간에 대한 규제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다. 정부가 어떤 산업을 규제하는 것 은 그 산업에만 주로 영향을 미치지만 정부가 화폐제도와 금 융제도를 통제하면 모든 산업과 경제주체가 그런 규제의 영향 을 받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경기변동은 그런 규제의 결과 이다. 물론 영향을 받는 정도는 통화량 증발의 정도에 달려있 지만 말이다.83) 그렇기 때문에 화폐제도와 금융제도에 관해서 미제스와 하이에크는 우리가 어떤 정책과 목표를 추구하느냐

83) 이번에 각국의 경기변동의 폐해가 모두 다른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것보다 더 중 요한 것은 화폐제도와 금융제도 전체의 틀, 즉 ‘화폐헌법

(monetary constitution)’의 내용이다. 즉, 화폐와 금융에 관한 규칙 과 제도가 정책과 그것을 실천하려는 의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아서 환율의 안정 이 다른 나라보다 더 절실하다. 그런데 이번 금융위기에서 위 기 시에 환율이 얼마나 변동적인가가 잘 드러났다. 그리고 그 런 극적인 환율의 변동도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화폐제도와 금 융제도 때문에 발생하고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장기적 으로 환율은 두 나라 화폐의 가치에 달려있고 각 나라의 화폐 가치는 각자의 화폐제도와 금융제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 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화폐제도와 금융제도를 개혁하는 일 못지않게 세계의 다른 나라, 특히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화 폐제도와 금융제도를 개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 달하지 않을 수 없다.

20세기에는 신자유주의가 한 번도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었 다. 비록 레이건과 그 이후 시대를 신자유주의의 시대로 규정 하는 사람이 있지만 명실상부한 신자유주의의 시대라고 규정 하는 것은 무리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시대는 명목적으로 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부분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채택했지만 부분적으로 반시장적통제주 의 정책을 채택했다. 그 결과 나타난 결과만을 두고 평가할 때 종합적으로는 반자본주의가 우세했다고 결론짓지 않을 수 없 다. 그 이후의 미국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

전 세계적으로도 신자유주의를 명실상부하게 실천한 적은

20세기에는 없다. 물론 대처 시대의 영국은 많은 연구가 필요 하다. 그러나 영국마저도 화폐제도와 금융제도에 있어서는 미 국과 대동소이하다. 현재 영국도 공공부채가 제2차 세계대전 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GDP의 100%에 달할 전망이라고 한다.

공공부채 하나만을 보더라도 영국은 신자유주의를 실천해 왔 던 국가가 아니다. 영국도 미국과 비슷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대공황 이전의 미국과 산업혁명 전후의 영국이 ‘고전적 자유주 의(classical liberalism)’ 또는 신자유주의를 명실상부하게 실천했 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를 채택한 결과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 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공황 이후의 미국이 대공황 이전보다 정부를 지속적으로 크게 만들었고물론 정부가 약 간 작아질 때가 전혀 없었던 일은 아니지만그 결과 미국 경 제의 성장은 매우 더디고 낮았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주장, ‘작금의 위기를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주장, ‘이번의 위기는 경제원론이나 화폐경 제학을 다시 써야 할 만큼의 사태’라는 주장 등은 모두 틀린 것 이다. 자본주의의 원리는 동일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식 자본주 의라는 말은 근본적으로 어폐가 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여러 전문가가 작금의 위기를 이미 예상했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 제학자들이나 사상가들은 현재의 화폐제도와 금융제도가 경기 변동의 구조적 원인이 되어왔음을 이미 지적했음을 알았다.

앞에서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이번 금융위기에 대한 미국과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각종 위기 대책과 국제공조를 평가하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이 분명한다. 그런 일은 이 글의 범위를 벗 어나는 일이지만 약간의 논평을 해보기로 한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확대하는 각종 경기 부양책은 반시장적 정책으로 문제

의 해결을 지연시키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를 누적시켜 위 기의 반복을 초래할 것이다.84) 특히 금리를 제로(zero)로 낮추 거나 제로에 근접하게 낮추는 것은 이번 금융위기로부터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 행위이다.85) ‘확장적 재정정책’과 ‘확장적 통 화정책’은 미래 언젠가 위기를 발생하게 만들 것임을 ‘지금’ 예 상할 수 있다.86) 만약 어떤 나라 경제가 만약 큰 위기 없이 지 나가더라도 두 정책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아니다.87) 다른 힘이 두 정책의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시켜 표면적으로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금융체제의 재건 을 위한 국제공조는 신자유주의적 정책 제안을 따를 때 건전 한 국제 금융질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무역을 현재보다 더 개방하는 것이 전 세계 경제를 회복시키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미국의 대공황 시에 보호무역정책이 경기회복을 지연시 켰다는 사실이 이제 확실해졌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더 개 방적인 무역정책이 경제를 더 빨리 회복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 점은 경제이론에 이미 나와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과 규제를 폐지해야 할 것을 잘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84) 폴 크루그먼은 재정지출을 늘려 사회보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 면서 재정 적자를 두려워 말라고 충고한다. 뉴욕 타임스, 2008년 11월 7일자.

85) 니컬러스 그레고리 맨큐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 연방준비이사회가 쓸 처방이 더 남아 있다. 장기금리의 인하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연준은 최근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했다.

86) Bastiat(1964)는 정부지출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음을 웅변적으로 보 여주었다.

87) 여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Mises(1996), Rothbard(1993) 등을 참조

마지막으로 앞에서 논의한 내용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 른 나라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경제원리를 포함한 신자 유주의적 정책은 불변의 것이고 각국 사람의 경제행위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발 금융위기 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체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도 있기 때문에 경제가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위기도 정도만 차이가 있지 미국과 유사한 통화량 과다 공급이 원인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그런 내용을 언 급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통화량 과다 공급으로 인한 각종 문제와 그 원인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고 있어서 안타깝다.

< 부 록 >88)

문서에서 국제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 (페이지 7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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