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방향

가. 저출산-고령화 사회 대응으로서의 조부모 지원 정책 수립

우리사회의 오랜 숙원인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대응방안으로 자리매김하는 방향으로 조부모의 양육지원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혈연을 중시하고 서양 문화하고는 분명 차이가 있는 부모-자식 간의 정서를 잘 읽어내서 이를 정책에 반영할 것을 제안한다. 영유아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정에서 조부모 양육이 주 로 이루어지 있다는 본 연구결과를 토대로 조부모 양육지원책은 저출산 사회에 서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데 분명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여성을 지원한다 는 점에서 영유아 손자녀 양육을 전담하는 조부모에 대해 국가는 지원할 필요 가 있다. 물론, 손자녀 양육 수당이 여성노인인력을 가정으로 다시 구속시키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적 의견도 있다. 그러나 자녀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자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서) 양육비도 받지 않고, 일반 근로자 그 이상의 육아노동을 하는 조부모에 대해 일정 부분 국가가 노고의 차원에서 경 제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본 조사결과에서는 80%이상의 조부모와 부모, 그 리고 일반국민까지도 이와 같은 조부모들에게 양육 수당 지급을 찬성하는 것으 로 나왔다. 수당정책은 현금지원이므로 엄밀한 정책설계가 뒤따라 하겠으나, 최 근 호주에서도 조부모 양육 수당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일본도 최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인력의 활용을 위해 ‘3세대 동거 세대 지원’이란 조부모 지원 정책을 내 놓은 사례를(연합뉴스, “일본, 육아부담 경감위해 '3세대 동거' 지원”, 2015년 11월 25일자) 보면, 우리도 현 시점에서 조부모 양육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나.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 일환으로써의 맞벌이 가정 조부모 손자녀 양육 지원 정책 수립

조부모 영유아 손자녀 양육 실태를 알 수 있는 모집단 통계자료는 없다. 따 라서 본 연구의 가구조사는 모집단을 추정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결과라 하겠 다.¹⁹⁾ 맞벌이 가정이 90.2%, 외벌이 가정 7.2% 표집 됨으로써 영유아 자녀를 조 부모에게 위탁 양육하는 가정의 대부분은 맞벌이 가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 아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정에서 조부모는 중요한 양육지원자임을 알 수 있다. 외손자를 돌보는 경우가(56.8%) 친손자보다(38.8%) 많이 나와서 친정 부모한테 맡기는 것이 더 일반적임을 알 수 있다. 자녀를 출산 한 후에도 자신의 직업을 계속 유지하고자 조부모에게 자녀양육을 위탁하며 조부모 집과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출퇴근 하면서 자녀를 맡기는 형태가 가장 많았다. 조부모 입장에서도 손자녀 양육을 수락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자녀가 마음 놓고 직장생활(또는 학업)을 하게 도와주려고’였다. 30대 초중반의 맞벌이 가정의 일-가정 양립을 위 해서 실제 조부모는 큰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책지원은 필요하다.

육아는 젊은 부모에게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본 조사에서 손자녀 양육을 하고 있는 조모의 평균 연령은 60.45세로 생애주기 상 여생을 즐겁게 보내거나 용돈벌이로 다른 소일거리를 할 수 있는 나이이다. 그러나 손자녀를 양육하기에 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자녀의 직장생활을 위해 어린 손자녀를 양육하고, 자녀 로부터 양육비를 받기가 마음이 편치 않다면 이에 대한 경제적 대가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본 연구진이 면담하면서도 조부모가 자녀의 일 -가정 양립에 있어서 그 어떤 지원책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육아휴직이 아직 현실적으로 편안하게 사용하기 어려운 기업 문화에 서, 또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만 1세는 육아의 손길이 여전히 많 이 필요한 어린 시기라는 점에서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은 지속된다. 이러한 면 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 수당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 토할 필요가 있다.

19) 본 조사의 표본추출은 Ⅰ. 서론의 3절 연구방법 참조바람.

다. 지자체 특화사업으로서의 육아지원정책은 존중

조부모 손자녀 양육 수당이 가정양육 수당과 중복수당이라는 논란 속에 수당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일부 지자체는 위축된 분위기이다. 그런데 가정양육 수당 의 지원 대상은 “어린이집·유치원·종일제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가정 양육 아동”(보건복지부, 2015: 284)이다. 다시 말해서, 기관을 다니지 않거나 시 간제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한다면, 가정양육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일부 지자체 에서 실시하고 있는 조부모 양육 수당은 시간제 아이돌봄서비스에 맞춰 수당을 책정하고 있다(시간당 6,000원). 따라서 기관을 다니지 않으면서 시간제아이돌봄 서비스에 준하는 조부모 양육 수당을 받고 있다면, 가정양육 수당을 받을 수 있 다. 또, 조부모 양육 수당은 조부모에게 지급하고 가정양육 수당은 부모에게 지 급한다는 점에서 두 수당을 중복수당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지역특성에 따라 전액 시비 또는 구비 예산으로 지급하는 수당의 경우, 중앙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지방분권 차원에서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라. 생애주기 차원의 조부모 교육프로그램 개발

조부모 손자녀 양육프로그램은 일반적인 교육프로그램과 수당을 받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두 종류의 프로그램은 베이비 마사지, 목욕 시키기, 동화책 읽어주기 등 양육 기술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본 설문조사에 서는 교육프로그램을 받지 않은 조모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앞으로도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제기한 수당지원을 위해서는 일정 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하는 조건은 필요하다. 조부모 양육 수당을 지원 하고 있는 국내 및 호주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조부모만이 수당 대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부모 손자녀 양육프 로그램을 양육 기술을 습득하는 차원이 아닌 좀 더 깊이 있는 교육철학을 기반 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현재 손자녀 양육을 하고 있는 많은 조부 모들은 본인의 자녀는 본인이 키웠으면서, 손자녀까지 키우는 세대이다. 따라서 양육의 어려움을 알고 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책임을 요하는 어려운 일 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손자녀 양육을 자식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수락 한 경우가 76.0%로 훨씬 더 많았다. 비자발적으로 손자녀 양육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에서 조부모 손자녀 양육프로그램이 단순한 양육기술 습득에 그 칠 것이 아니라 생애주기 이론을 기반으로 노령기의 육아의 의미를 접근할 필 요가 있다. 조부모 손자녀 양육기간의 평균 21.0개월이며 이 기간도 진행 중이 므로 손자녀 양육의 조부모는 육체적일 뿐 안이라 정서적, 심리적으로 힘들 수 있다.

손자녀의 건강한 양육은 조부모의 건강한 심리상태에서 나올 수 있다. 따라 서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프로그램은 양육 기술 습득과 더불어 조부모의 건강한 심리와 정서적 지지를 위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이에 조부모 교육프로그램 내 용에는 본인 건강에 대한 중요성, 자가진단이 가능한 간단한 건강진단체크리스 트 및 심리진단체크리스트 등의 내용을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