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산업의 발전이 도시구조를 어떻게 변모시킬 것인가에 대한 (아마도) 최초의 논의는 미국 버클리대학의 도시계획교수인 멜빈 웨버(Melvin Webber)로부터 시 작되었다. 기념비적인 그의 저서 『Order of Diversity: Community without Propinquity』에서 그는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도시를 구조를 확산적이고 다양하 며 공간을 많이 소모하는 구조로 만들 것이라고 전망하였다(Webber, 1963).
◦멜빈 웨버의 저작이후 정보화의 발전에 따라 기업들이 입지가 보다 자유롭게 되 어 도심에 입지할 필요성이 줄고, 통신이 사람들의 교통을 대체함에 따라 도시가 외연적으로 확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상식의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Garreau, 1992). 정보화가 교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내의 거의 모든 연구가 이러한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1997: 124)에서 펴낸 『세계화․정보화․지방화를 위한 도시의 계획과 관리③』은 교통과 통신의 비교를 통해 ‘첨단통신이 보급될수록 통신에 의한 정보교류가 교통부문의 실물이동을 상당부문 흡수함으로써 상호보완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다음과 같은 정책제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1997: 129-30).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를 확장하고 지하철을 건설하는 일은 장단기적인 예 측이나 대중적인 판단에 의해 수행되며
,
도시는 도로나 교통시설을 설치하는데 토지 이용상의 한계나 재원조달의 제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문제해결방법으로서 는 근본적인 치유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통신에 의한 교통수요 절감방법은 실제 의 통행수요를 감소시켜 도로상의 교통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의 일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통신이 교통수요를 모두 흡수할 수는 없기 때문 에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수요 공급 차원에서 적정 수준의 교통시설이 확충되어야 하며,
기본수요가 초과되어 불경제가 심화될 때 통신에 의한 교통수요 흡 수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상호대면을 중시하는 회의나 비즈니스의 통상관념,
재 택근무자의 인간성 상실이나 회사의 중앙통제 결여 등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재택근무를 확대하여 출퇴근 교통수요를 줄이고,
화상회의와 팩시밀리 통신을 실용화 하여 업무 목적 통행을 감소시키며,
택배서비스를 확대시켜 쇼핑통행 등을 줄여나간 다면,
도시의 교통문제는 새로운 시설투자 없이도 완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며,
통 신시설에 의한 통행회수의 감소는 물론 더 나아가 자원의 절감,
기회비용의 확대라는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통신기술에 대한 개발,
보급의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 다.
◦결국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교통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러한 주장은 국내의 다른 연구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안제와 양지청(1998 : 299-307)은 지역의 정보 화는 지역 잠재력의 개발과 활용을 촉진하며,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함으로써 궁 극적으로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계획학계의 원로 박병주(1998: 675) 역시 정보화시대의 도래에 따라 ‘원격교 육, 원격 의료 등의 시스템으로 지역간 격차가 축소될 것’이며, ‘지역간 정보밀도 의 격차가 해소되면 전국 어디에서나 서울 등 대도시와 대등한 정보를 수발신하 게 되므로 주택의 입지선정에도 종래에는 다른 패러다임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 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지역의 비교우위 상실은 궁극적으로는 도시의 해체라는 신화로 발전 한다. 대표적인 미래학자인 앨빈토플러(Toffler: 1980)는 새로운 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과거 도시지역이 누렸던 비교우위를 상실하게 됨에 따라 물리적 근접성에
기초한 집적의 이익을 누렸던 도시는 그 기능이 약화되거나 소멸할 것이라고 주 장하였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교통을 대체해 결국은 도시지역의 비교우위를 소멸시킬 것이라는 이러한 주장에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화시대에 대 한 많은 연구를 한 다니벨 벨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도시입지조건을 결정하는 하부구조의 상대적 중요성이 바뀌었을 뿐 도시 그 자체가 해체되는 것은 아니라 고 주장한다.
◦다니엘 벨에 의하면 역사적으로 도시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사회하부구조 (social infrastructure)는 운송수단과 에너지, 그리고 통신시설을 들 수 있다(Bell, 1991 : 82-8). 운송수단의 경우 오솔길, 도로, 운하, 강, 철도, 비행기 등이 역사상 차례로 등장하였으며, 에너지의 경우도 수력, 석유, 가스․전기 등이 순차적으로 인류사회에 도입되었다. 통신의 경우도 전신, 전화, 무선, 위성, 팩시밀리, 전자우 편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여왔다.
◦다니엘 벨에 의하면 정보화시대에서는 이러한 하부구조들의 상대적 중요성이 크 게 변하며, 이로 인해 도시입지조건과 시장의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산업 사회의 운송수단으로 가장 편리했던 것은 수운이었기 때문에 전산업사회의 대도 시들은 거의 모두 해안이나 강변에 입지하였다.
◦하지만, 통신망의 발달은 도시의 입지와는 관계없이 장거리의 상호교류가 가능하 게 되어 수운의 상대적 중요성은 위축되었지만, 오히려 통신기반시설이라는 하부 구조의 중요성은 더 커졌고, 이러한 하부구조를 갖춘 곳은 급속한 도시발전을 경 험할 수 있었다. 즉 사회의 부가가치창출기반이 기계기술에서 지식기술로 바뀜에 따라 대도시의 입지는 에너지공급의 제약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었지만, 실리 콘밸리나 보스톤 128번도로변지역과 같이, 지적 기반시설을 갖춘 곳은 급속한 도 시발전과 그에 따른 도시집중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정보화시대 지적기반시설을 갖춘 곳이 도시발전을 이룰 수 있고, 또 이러한 지적 하부기반시설을 정비한 곳에 도시집중이 일어난다는 주장은 정보화시대 도시기반 시설의 정비비용측면에서도 고찰할 수 있다. 만약 정보화시대에 필요한 지적기반 시설의 정비비용이 크다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지역만이 정보화시대의 혜 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며, 그렇지 못한 가난한 지역은 정보화시대의 혜택을 누 리지 못하게 됨에 따라 지역격차는 오히려 커질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앨런 스코트(Allen Scott)는 그의 책 Metropolis(1988)에서의 실증연구를 통 해 정보통신기술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사회기반시설투자가 필요
하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지역은 지방의 전원도시가 아니라 기존의 대도 시지역이며, 그 비용을 투자할 수 있는 기업도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뿐이어 서 정보화시대에 오히려 지역격차와 기업규모에 따른 격차가 더 커지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정책적 시사점>
◦정보화시대는 일반의 상식과는 달리 국토․도시지역의 지역간․계층간 격차를 확 대시킬 것이다.
◦국토․도시지역의 지역간․계층간 격차의 확대는 정보통신인프라가 밀집된 기존 대도시지역의 재해취약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