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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검증을 하는 실증적 사례연구는 자연과학 연구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 이유는 통제된 관찰 값이라고 보기 부족하고 통제된 추론이라고 보기 어렵거나 반복 가능성이 없으며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들은 적합한 사례연구 설계를 통해 극복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례연구에서 통제된 관찰 값은 실험적인 혹은 통계적인 통제로부터 획득하기는 어렵다. 반면 사례연구자들은‘자연적인 통제(natural control)’를 사용함으로써 통제범위의 결핍을 보상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마커스(Markus, 1993)의 연구에서 의미하는 자연적인 통제는 회계정보시스템의 도입 초기에 지지하던 회계사가 관리 부서로 옮긴 후에 저항을 보이기 시작한 그의 행동 변화이다. 이것은 그의 새로운 부서에서의 역할이다. 따라서 사례연구는 전통적 연구 방법과 비교하여 이러한 자연적인 통제들은 사전에 예측할 수 없다. 사례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는 통제 가능한 변수들을 찾는 노력을 함으로써 이러한 통제들에 대해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놀랍게도 자연적인 통제는 천문학, 지리학, 인체생물학과 같은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사용된다.

통제된 추론의 문제점은 사례현장에서 주어진 대부분의 질적 자료의 추론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적절한 양적 자료가 부족한 것과 관련이 있다. 가설검증을 위한 양적 자료의 부족이 사례연구에서 통제된 추론의 행동을 예측함으로써 획득 가능하다. 이러한 예측은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예측을 검증해왔던 것이다. 마커스는 자신의 연구에서 이를 적용하여 저항에 대한 세 가지의 이론적 가설을 각각 설정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관측된 행동과 설정한 가설이 일치하지 않아 두 개의 가설을 기각하였다. 이 경우에서 가설은 통계학적 검증보다 논리적 명제를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그 이유는 통계검증은 논리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셋째, 반복 가능성의 문제점은 주어진 사례현장의 특이성과 독특성을 가진 현상을 반복하여 관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연구자가 마커스의 세 가지 이론을 사용하여 앞선 현장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사례현장에서 동일한 이론을 검증한다면 앞선 세 가지의 결과에 대한 예측은 검증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례연구의 현장이 반복되지 않을지라도 사례연구의 추론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넷째, 사례연구는 일반화되지 않을 수도 있는 독특하고 반복되지 않는 현상들을 살펴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자연과학에서의 일반화는 추가적인 연구에 의해 성립된다. 서로 다른 현장에서 도출된 예측들이 다른 연구들과 통합되고 일관성 있는 결과들로 검증된다면 사례연구는 일반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국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는 과학적 이론의 네 가지 필요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

(1) 이론은 반증 가능해야 하며, (2)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3)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4) 경쟁 이론보다 더 나은 해석을 제공해야 한다. 사례연구에서 앞의 세 개의 필요조건은 사례연구의 현장, 대체 가능한 예측의 수, 분석의 단계를 늘려 관측된 결과 값의 자유도를 높임으로써 만족시킬 수 있다, 이것은 마커스의 연구에서 부서별 회계사와 기업 회계사 간의 다중

집단의 행동을 조사하고 세 가지 경쟁 이론에 따른 충분한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검증되었다. 포퍼의 네 번째 조건은 하나의 가설이 두 개의 경쟁 가설보다 더 나은 관측된 관찰을 함으로써 검증하였다.

제 12 장 해석적 연구

앞장에서 해석적 연구(interpretive research)의 소개와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았다면, 이번 장에서는 해석적 연구의 다른 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앞서 소개하였듯이, 실험실 연구와 설문조사와 같이 실증적(positivist)이고 연역적(deductive) 방법론은 가설과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방법론이고, 행동연구나 민족지학연구와 같이 해석적(interpretive)이고 귀납적(inductive) 방법론은 이론을 성립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실증적 방법론과 달리, 해석적 연구는 특정 현상에 대한 관찰데이터의 해석과 그를 바탕으로 한 이론의 구성에서 출발한다.

‘해석적 연구(interpretive research)’ 는 종종 ‘질적 연구(qualitative research)’ 와 혼용되기도 하는데, 실제 두 연구의 기본개념에는 차이가 있다. 해석적 연구의 기본 연구 패러다임 (3 장에서 설명)은 사회적 현상이 객관적이기 보다 인간의 경험과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존재론), 주로 특정인의 주관적인 해석이 요구되는 연구(인식론)에 적합하다.

해석적 연구는 사회현상 안에 내재되어 있는 추상적 개념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기정에서 이것을 이해 (sense-making)하고 해석(interpret)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반면, 실증적 연구는 현실세계를 관찰 가능한 형태로 일련의 맥락에서 추상적인 개념으로 정의하고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수단을 통해 실증적인 검증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어, 해석적 연구와 대조적인 면을 보인다. 따라서, 연구자는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여, 두 방법론 중 적합한 것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한편, 질적 연구(qualitative research)와 양적 연구(quantitative research)은 자료의 형태, 자료수집과 분석방법에 따라 실증적 연구이거나 자료 기반의 연구를 수행한다. 질적 연구는 통상 인터뷰나 관찰과 같이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자료를 바탕으로 수행하고, 양적 연구는 점수, 통계치 등 수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행하는 연구이다. 따라서, 질적 연구에서는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과 같이 통계적인 해석이 아닌 내용분석(content analysis)과 같은 간접적인 코딩을 통한 해석이 필요하다.

코드화 된 질적 자료는 코드가 나타난 개수에 따라 양적 연구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통계적인 분석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통 해석적 연구자들은 코딩 접근법(coding approach)이 객관적이고 통계적인 시각을 포함하였다하여 질적 연구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해석적 연구가 주로 질적 자료를 기반으로 하지만, 종종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서 양적 자료를 활용하곤 한다. 예를 들어, 이센하들트(Eisenhardt 1989)의 사례연구에서 대기업이 보다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거치는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전략적 의사결정이 소요되는 기간(대략 1 개월 반에서 18 개월), 의사결정에서 고려되는 의제의 수 등 수치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동시에 응답자들이 조직내부에서 생기는 의사충돌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하기도 했다. 응답자들의 주관적인 편견 없이, 수적 데이터를 이용하여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 집단과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느린 집단을 객관적으로 나눌 수 있게 해주었고, 연구자는 각각 두 집단에서 생기는 의사 충돌에 관해서도 살펴 볼 수 있었다. 이렇듯, 해석적 연구뿐 아니라 실증적 연구에서도 보다 정확한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 질적 자료와 양적 자료 모두를 살펴 보아야 한다. 질적·양적 자료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혼합설계(mixed-mode design)’라고 하며, 이를 이용하여 보다 새로운 시각에서 과학적이고 통찰력을 가진 연구로 접근 할 수 있다,

해석적 연구는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언어학, 기호학에서 출발하여 실증적 연구보다 훨씬 이전인 19 세기 초반부터 널리 사용되어왔다. 실증적 연구자들이 종종 해석적 연구가 질적 자료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주관적이고 오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실증적 연구 또한 이론을 일반화시키고 적용하는데 있어 많은 오류를 보여, 해석적 연구의 신뢰성과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인하여 1970 년대 이후부터 해석적 연구가 재조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