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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생태철학에 대한 비판적 견해들

문서에서 인디언의 생태철학에 대한 고찰 (페이지 48-57)

1.전근대성에 대한 논의

현대인은 신화의 벽을 허물었다.하지만 인간에게 필요한 지구의 자원은 머지않 아 고갈될 형편이고 이런 추세로 인구가 팽창한다면 지구 하나로는 부족하다.현대 과학기술도 오늘날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한다면,인류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인류의 뒤안길에서 모색하는 것도 하 나의 방법일 수 있다.우리가 인디언의 생태사상을 논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하 지만 인디언의 생태사상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가능하다.이를테면 근대를 넘어 탈 근대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전근대적인 사고에 입각한 인디언의 생태사상이 아직도 유효하냐는 비판,인디언들의 자연적 삶은 생태주의에 입각한 삶이라기보다는 결국 자연에 대한 두려움 내지는 그들의 살아남으려는 이기심의 소산이 아니냐는 비판, 오늘날 과학기술문명에 길들여져 있는 수십억 인구가 인디언들처럼 살아갈 수 있느 냐는 비판 등이 있을 수 있다.

인디언은 ‘위대한 영’이 인간을 포함한 모든 만물을 만들었다는 전형적인 신화적 사고를 한다.그리고 만물 속에 ‘위대한 영’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신비적 체험을 통해 만물은 형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인디언의 믿음은 고대 물활론(animism)의 연장이다.따라서 미개한 그들의 사고를 가지고 현대의 문제를 풀겠다는 시도 자체 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보는 이에 따라서 인디언의 사고가 용도 폐기된 게 아 니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간 인디언의 생태사상을 논하는 이유는 자연을 기계론적으로 파악하고 인간중심적 입장에서 개발하는 데서 나온 병 폐들을 반성하기 위해서이다.다시 말해서 속좁은 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서구의 근 대주의(modernism)를 비판하고 그것을 넘어서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인간끼리 상생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를 꿈꾸기 위한 것이다.인간이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생태사회로 나아가려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넘어서야 한다.

인간은 자연과 분리된 존재이고,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지배적 합리주의’가 오늘날 환경과 생태 위기를 불러왔고,그래서 인류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면,그동안 환경과 생태계를 간과해온 효용성,생산성,합리성 등의 평가 기준 들은 재고되어야 한다.[…]인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지배적 합리주의에서 간과해 왔던 생태적 요소들을 감안한 생태적 합리성이 요구된다.‘생태적 합리주의’란 인간은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므로 합리성을 평가할 때는 생태적 요인까지 고려해서 평가 하며,합리적 비판을 기꺼이 수용하는 확장된 합리주의를 옹호하는 입장이다.한마디로 자연의 일부인 인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생태적 요인까지를 고려한 합리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105)

따라서 전근대적인 사고로 근대주의(modernism)를 넘어서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카프라(F.Capra)는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The

Tao ofPhys i c

과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The T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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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서구의 근대주의(modernism)를 넘어 탈근대주의(postmodernism)로 나아가기 위해서 고대 의 동양사상을 차용한 바 있다.

카프라가 동양적 사고를 차용하는 이유는 서구의 근대주의(modernism)의 한계를 넘어 서려는 데 있다.그리고 그가 근대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탈근대주의(postmodernism)로 나아가려는 것이지 전근대주의(premodernism)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다.[…]카프라 가 동양적 사고,즉 주역,도교,불교,선(禪)등을 ‘신비주의’라고 지칭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서구의 이원론에 바탕을 둔 속좁은 합리주의 입장 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해서 ‘신비주의’라 배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카프라 가 말하는 신비주의에서 우리가 취할 것은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부분이 아니라 형 식논리와 속좁은 합리주의를 넘어서서 폭넓은 합리주의로 나아가게 하는 그 무엇이 다.106)

인디언의 삶과 사상에서 우리가 취하려는 것은 오늘날의 환경문제를 푸는 데 실 마리를 제공해줄 생태적 지혜이다.박희병은『한국의 생태사상』에서 근대 이전의 105)윤용택,「생태적 합리주의의 철학적 기초」, 철학사상문화 제11호,동국대학교 동서사상연구소,

2011,87-88쪽.

106)윤용택,「패러다임의 전환과 정교화 사이」,계간 과학사상 제50호,범양사,2005,83-84쪽.

사상 속에 깃들어 있는 생태적 관점이 비합리적인 사유의 소치이거나 현실적 사유 능력이 부족한 결과라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그는 과거의 삶에서 오늘 날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생태적 합리성’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근대 이후 우리가 망각해 가던,사물을 보는 또 하나의 다른 관 점,즉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고 내면적으로 깊이 결부시켜 파악하는 관점을 일깨 워준다는 것이다.자연과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서구적 합리주의 세계관에서 본다면 생 태적 관점은 신비주의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지 모른다.그러나 생태적 관점에서 볼 때 합리주의적 세계관은 협소하거나 편협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 렵다.사람(人)과 사물(物)의 근원적 평등에 대한 주장은 과학보다 더 높은 차원이라 할

‘생태적 지혜’의 차원에 속한다.이런 지혜의 차원에서 본다면 다 같은 자연내 존재로서 물아(物我)의 근원적 동일성에 대한 주장은 ‘진실’이고 ‘합리’일 수 있을 터이다.한국사 상의 전통을 일별하면서 살핀 이런 생태적 지혜는 우리가 장차 협소한 과학적 합리성을 변증법적으로 지양하면서 ‘생태적 합리성’을 모색하거나 원용하는 데 참조할 수 있지 않 을까 생각한다.생태적 합리성이 근대적 합리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일 수는 없을 것 이다.하지만 그것이 근대적 합리성의 기저에 놓인 기계론적 세계관을 극복하고,인간의 이성을 ‘열린 이성’으로 가져가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 다.107)

전근대적인 인디언의 사고라 하더라도 그들의 생태적 지혜가 현대인이 과학기술 문명을 토대로 대량생산과 소비로 살아가는 오늘의 생활환경개선에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세계는 복잡한 시스템이다.따라서 세계를 궁극적인 구성단위로 환원시켜 분석하고,선형적 인과관계로 설명하는 방식만으로는 복잡한 자연현상을 이해하거나 관리할 수 없다.근대적 의미에서는 환원주의적 분석적인 것이 합리적 이지만,복잡한 그물구조의 자연을 관리하는 데는 실패하게 된다.따라서 복잡한 자 연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연 속의 각 요소들의 그물망을 이해해야 한다.

현대인들은 과학기술문명이라는 바벨탑을 쌓아가고 있다.과학기술문명이 이대로 진행되고 인간 정신이 변화되지 않는 한,자연의 파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러셀 이 인디언에게 당신들은 서양 사람들에게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하고 물었을 때 “인디언은 대지를 지키는 사람들이다.인디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107)박희병,『한국의 생태사상』,돌베개,1999,34-35쪽.

지구는 벼룩을 떨어뜨리기 위해 몸을 흔드는 개처럼 크게 뒤흔들릴 위험에 처할 수 있다”108)고 대답했다.이처럼 비합리적이고 전근대적으로 보이는 인디언의 생태적 사고 속에는 눈앞의 개발이익만을 쫒는 지배적 합리주의에 대한 근본적 반성을 촉 구함으로써 생태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 요소가 들어 있다.따라서 삼라만상 이 서로 연계되어 있다고 믿고 산천초목을 경외(敬畏)하는 인디언 사상을 단순히 전근대적이라고 폄훼하기보다는 인간과 자연을 동시에 살려나가는 ‘생태적 합리성’

을 모색해 나가는데 원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2.자연적 삶에 대한 논의

인디언을 ‘20세기 생태주의의 개척자’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학자들이 있는가 하 면,‘생태학적 인디언’이란 한낱 허구적인 신화이거나 신비주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그리고 어떤 이들은 인디언의 생태적 삶이 과연 순수한 의미에서 윤리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허치슨(W.H.Hutchinson)은 인디언이 자연에 존경과 경외심을 보였던 것은 자 연 자체에 내재적 가치를 인정해서라기보다는 자연의 초자연적 힘을 믿고 두려움과 공포감 때문이라고 한다.인디언이 유럽인에 비해서 의식과 제의가 유난히 많고 금 기가 발달한 것도 특별히 영성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결국 자연을 달래어 위협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알고 보면 인디언은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자라는 것이다.109)그리고 마틴(C.Martin)역시 인디언 자연관은 도덕과 윤리의 바탕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인디언과 자연은 상호 존중하는 의미에서보다 자연의 폭력적인 두려움 때문에 생존을 위한 필요에서 계약에 의한 의무라고 보는 것이다.인디언은 자연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이기적인 마음에서 존경심을 갖게 되 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보복을 당할 것이고 그로 인하여 상당한 불편을 받게 될

허치슨(W.H.Hutchinson)은 인디언이 자연에 존경과 경외심을 보였던 것은 자 연 자체에 내재적 가치를 인정해서라기보다는 자연의 초자연적 힘을 믿고 두려움과 공포감 때문이라고 한다.인디언이 유럽인에 비해서 의식과 제의가 유난히 많고 금 기가 발달한 것도 특별히 영성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결국 자연을 달래어 위협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알고 보면 인디언은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자라는 것이다.109)그리고 마틴(C.Martin)역시 인디언 자연관은 도덕과 윤리의 바탕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인디언과 자연은 상호 존중하는 의미에서보다 자연의 폭력적인 두려움 때문에 생존을 위한 필요에서 계약에 의한 의무라고 보는 것이다.인디언은 자연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이기적인 마음에서 존경심을 갖게 되 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보복을 당할 것이고 그로 인하여 상당한 불편을 받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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