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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부문 공정거래 규제 법리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유통업체 사이의 갈등이 대부분 지식 경제부, 중소기업청이나 지자체에 의하여 다루어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공정위가 다루는 유통부문의 공정거래 이슈는 주로 대형 유통업체 간의 기업결합과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의 문제로 집중된다. 이 중에서 대형 유통업체 간의 기업결합 문제는 사소한 몇 개의 시정조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승인되 었기 때문에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반면 납품업체 와 대형 유통업체 간의 수직적 문제는 공정거래 측면에서 유통 부문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유통산업 변화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이 대형 유통점의 등장과 그 비중의 확대로 나타나면서 공정위는 예전보다 협상 력이 커진 소매점으로서 대형 유통점을 사실상 공정거래정책의 주요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공정위의 대형 유통점 규제를 어떠한 법리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대형 유통점을 규제하는 규정이 공정거래법 불공정거래행위의 거래상 지위남용에 있으므로 이는 대규모 소 매점 고시의 법리와 규제내용을 통해서 살펴 볼 수 있다.14)

14)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는 이 외에도 공정거래법 제3조의2(시장지배 적 지위의 남용금지)에 따라 규제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형 유 통업체에 대한 규제는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에 근 거하는 대규모 소매점 고시를 통하여 시행된다. 2000년 이후 공정위의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는 모두 대규모 소매점 고시를 통해 이루어

(1) 경쟁제한성과 공정거래저해성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대규모 소매점 고시와 여기서 나타나는 위법행위를 포함하는 불공정거래행위의 규제 법리는 이러한 거 래행위가 경쟁을 저해하기 때문에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거래 질서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호열(2000)은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이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고, 공정거래법 제23조가 공정한 거 래를 저해할 우려’를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또한 불공정거래행 위의 개별 유형에 있어 경쟁제한적 효과와는 무관한 유형이 다 수 존재하기 때문에 불공정거래행위의 위법성 판단을 위한 통 일적인 기준은 ‘공정경쟁저해성이 아니라 공정거래저해성 되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규모 소매점 고 시를 포함하는 불공정거래행위의 규정은 경쟁정책의 본류인 경 쟁의 보호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거래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 의 법체계에서는 경쟁제한금지법과 불공정경쟁방지법이 분리되 어 있는데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내용은 독일 법체계에서는 경쟁에 대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불공정경쟁방지법에서 규정 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신광식(2000)은 우리 공정거래법이 불공정성을 공정경쟁저해 성의 문제로 본다고 전제하고 거래결정의 자주성, 경쟁수단의 공정성 그리고 경쟁의 증감이 그 기준을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

지고 있다.

하였다. 거래주체가 거래 승락 여부나 거래조건 등을 자유로이 결정하는 자유경쟁기반이 확립되는 거래결정의 자주성, 가격・

품질・서비스 등 공정한 경쟁수단에 의한 능률경쟁이 이루어지 는 경쟁수단의 공정성, 그리고 경쟁이 제약되거나 감소되지 않 고 자유로운 경쟁이 확보되는 경쟁의 증감 등의 내용이 공정경 쟁저해성의 기준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2001)은 불공정거래행위의 위법성의 판단기 준으로서 ‘경쟁제한성공정경쟁저해성15) 공정거래저해 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공정경쟁저해성은 경쟁방법의 부 당성 문제와 관련되는 것으로서 실력에 기초하여 경쟁하는 능 률경쟁(competition on merits)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사회통념적 으로 비윤리적이거나 억압적이거나 기만적인 방법이나 수단을 이용하여 경쟁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경쟁수단의 공정성을 강조한 개념이다.16)공정경쟁저해성이 수평적인 경 쟁자 간 게임 규칙의 정당성을 강조한 반면 ‘공정거래저해성 수직적인 거래당사자 간의 공정성을 강조한 개념이다. , 공정 경쟁은 동일한 업종에서의 사업자들끼리 지켜야 할 게임의 규 칙을 바르게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면 공정거래는 경제적 거래 관계에 있는 사업자들끼리 지켜야 할 바른 기준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2001)은 보다 구체적으로 ‘공정거래

15) 여기서의 공정경쟁저해성은 정호열(2000)이 의미하는 공정경쟁저해성과 다르다. 정호열(2000)은 공정경쟁저해성을 경쟁제한성이란 개념으로 적 용하고 있는 반면 한국개발연구원(2001)은 이를 경쟁자들 간의 정상적 인 경쟁의 규칙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지적하는 것이다.

16) 한국개발연구원(2001), p.288.

저해성’을 대규모 소매점 고시와 관련된 거래상 지위의 남용과 관련하여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수직적 거래에서 제기될 수 있 는 ‘억압성’의 문제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17)

(2) 유통부문 공정거래 규제 법리의 한계와 문제점

1) 규제형식상의 문제점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공정거래 규제인 대규모 소매점 고시 외에도 다수의 불공정거래행위는 경품고시, 병행수입고시, 신문 고시 등 특정한 사업자나 특정한 행위에 적용하는 이른바 ‘ 수고시’에 의하여 규정되고 있다. 1996년의 법 개정을 통해 과 거의 일반고시가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의 [별표 1]로 수용 되었다는 점에서는 다소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러나 여전히 이처럼 특수고시에 의한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정 호열(2000)의 지적18)처럼 법치행정의 원칙상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해 한정적 열거 주의 입법에 기초하고 있다.19) 법 제23조에 따른 공정한 거래 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6가지 유형의 행위를 제1항에서 규정하 고 있다. , 부당한 거래거절이나 차별적 취급, 경쟁사업자 배 제, 부당한 고객유인 또는 거래강제, 거래상 지위의 남용 또는 사업활동의 방해, 구속조건부 거래와 사업활동의 방해, 그리고

17) 한국개발연구원(2001), p.331.

18) 정호열(2000), p.384.

19) 정호열(2000), p.386.

부당한 자금・자산・인력의 지원 등의 행위를 사업자가 그 스스 로 행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행하도록 하 는 것을 금지하는 것 등이다.

법 제23조 제2항에 나타나듯이 불공정거래 유형의 구체적 유 형 또는 기준의 설정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시 행령은 불공정거래행위의 모든 세목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 모든 사업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유형과 기준은 시 행령 [별표 1]에서 정하고 있지만 특정한 분야 또는 특정한 행 위에 적용되는 유형 또는 기준이 필요할 경우 특수고시로 이를 정하고 있다. 이를 정호열(2000)은 “행정규제주의와 직권주의에 의한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규제를 가하겠다는 입법자의 의지가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20)

고시는 공정위가 국회의 동의 없이 만들고 또 개정할 수 있 는 법규이다. 따라서 공정위가 입법부의 견제 없이 구체적인 규제사항을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규제방식은 아니 며 행정기관이 법을 시행하기 편하도록 제도화된 행정편의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공정거래법에서 불공정거래행 위를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표현하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나치게 일반론적이고 추상적이다. 따라 서 이처럼 추상적으로 규정된 불공정거래행위의 개념을 정부가 고시를 통해 별다른 제약 없이 구체화하는 것은 정도 이상으로 행정규제의 자의성을 높이는 규제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논의한 것처럼 불공정거래행위의 위법성이 경쟁제한

20) 정호열(2000), p.386.

성보다는 공정거래제한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규제의 자의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경쟁제한성의 경우 비 교적 정형화된 경쟁제한의 기준이 많은 판례에서 제시되고 있 으며 시장지배적 사업자나 시장획정과 같이 경쟁제한성을 가늠 할 수 있는 기준과 개념이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 정거래제한성의 경우 사회의 통념이나 도덕적 개념까지도 동원 하여야 하기 때문에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경쟁방법의 부당성 문제와 관련해서 어디까지가 정정당당한 경쟁이고 어디부터가 불공정한 경쟁인지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민원에 의한 문제제기가 많은 불 공정거래행위의 경우 비효율적인 사업자들이 ‘부당하게’ 경쟁에 서 도태되고 있다고 불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당한 경쟁 의 결과와 부당한 경쟁방법을 확연히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21)

수직적인 거래관계도 양자 간의 협상력에 의해서 이익이 분 배되기 마련이므로 어느 특정한 경우를 불이익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거래의 자유에 제한이 있었다는 이유로 위법성을 검토하는 것도 매우 자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22)

21) 한국개발연구원(2001), p.287.

22) 이와 유사한 관점을 한국개발연구원(2001, pp.336-337)은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계약은 기본적으로 계약체결 당사자 쌍방의 자유를 어 느 정도 구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 약자 일방의 경제자 유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 대방의 제한은 경제효율을 증진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거래당사자 일방 의 경제자유의 구속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정거래행위에서 ‘부당성’을 판단할 때 통상적으로 충분히 나 타날 수 있는 경제적 이익 분배의 경우에 대해서도 더 얻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여 사후적으로 이를 부당하다고 느 끼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수직적 거래관계에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를 규제기관이 판단해 내는 것은 매우 자의성이 크다고 지적할 수 있다.

2) 경쟁이 아닌 경쟁자의 보호

거래상 지위남용행위의 구체적 위법성을 규정한 대규모 소매 점 고시의 기본적 법리는 강자인 대규모 소매업자가 약자인 납 품업자와의 거래에 있어서 지나치게 큰 협상력을 발휘하므로 약자인 납품업자를 보호한다는 것이 그 근본취지이다. 공정위 의 2010년 업무계획에서도 ‘중소기업 및 영세사업자 보호’라는 제목하에 공정한 유통질서 확립이 나타나고 있다. 본질적으로 대규모 소매점 고시는 대형 유통업체와 같은 ‘강자’가 납품업자 와 같은 ‘약자’에게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온정주의적인 시각이 스며들어 있다. 또한 이러한 규정의 이면에는 큰 협상력을 갖는 강자인 대형 유통업 체가 협상력이 작은 약자인 납품업자에게 부당한 행위를 강요 해서는 안 된다는 강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배어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관련된 불공정성의 문제가 소비자와의 관계 보다는 사업자 간의 문제에 더욱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우리 공정거래법의 본질적인 문제이다. 신광식(2000)은 국내에서 통 용되고 있는 불공정성 개념이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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