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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국회와 내각의 예산권한

1. 예산권한 배분의 현황

(1) 예산의 의의와 법적 성질

일본에서 예산의 의의는 실질적인 측면과 형식적인 측면의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되고 있다. 우선 예산을 실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1회계연도의 정부 시책을 재정적인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협의의 예산 개념 내지 실질적 의미의 예산). 즉 실질적 의미의 예산이란 1회계연도에 일본정부가 필요로 하는 경비와 이를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대조하여 일본정부가 그 연도에 실시하려고 하는 모든 시책을 금전적 측면에서 계통적으로 뒷받침하는 계획이다.176) 그리고 예산을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면 입법부로부

175)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예산을 법률과 다른 형식으로 운용하고 있는 점을 주된 근거로 하여 예산비법 률주의를 취하고 있고, 일본도 우리나라와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예산법률주의 를 취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미국 등 다른 국가와 다소 다른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일 뿐이며, 일본의 학계나 실무가 자국이 예산비법률주의를 취한다고 언명한 적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이 예 산비법률주의를 취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결론을 어떻게 내리는지에 대한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후술하는 바와 같이 일본에서의 예산의 법적 성질이나 예산과 법률 이 불일치한 경우 등에 대한 논의는 그대로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176) 小村武, 予算と財政法, 五訂版, 新日本法規, 平成28年(2016年), 161頁. 예산의 개념과 관련하여 일반적 견해 는 협의의 예산(고유한 의미에서의 예산)과 광의의 예산(재정법상의 예산 내지 형식적 의미에서의 예산-국가의

154 재정법제연구(Ⅰ) 의회․행정부 관계와 예산권한 배분에 관한 연구

-터 행정부에 대해서 이루어지는 재정권한부여의 한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제도의 측면에서는 이 예산의 형식적인 측면에서의 의의, 즉 “입법부로부터 행정부에 대한 재정권 한 부여의 한 형식”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분석이 이루어지는 것이 주안점이 된다.177) 예산이 정부의 행위를 규율하는 법규범인 점에는 이론(異論)이 없으나, 그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구 헌법 하에서 논의가 있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예산과 법률을 구 별하지 않지만, 이와 달리 일본에서는 과거에 예산의 법적 성격을 행정으로 파악하는 견해 (예산행정설 내지 승인설)가 유력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예산을 법률과는 다른 법형식으로 해석하는 견해(예산법규설 내지 예산법규범설)가 다수설의 지위를 차지한 다. 다만 최근에는 법률과 동일시하는 견해(예산법률설)도 유력하게 주장되고 있지만, 여전 히 다수설인 예산법규설과의 사이에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우선 승인설 또는 예산행정설(A설)은 예산의 법적 성격을 부정하는 견해로, “예산은 국회가 정부에 대하여 1년도간의 재정계획을 승인하는 의사표시이며, 오로지 국회와 정 부 사이에 그 효력이 있다”고 해석한다.178)

이와 달리 예산법규설 내지 예산법규범설(또는 예산국법형식설․예산법형식설)(B설) 은 예산에 법적 성격을 인정하지만, 법률과는 다른 국법 형식으로 해석하여 “예산에는 1회계연도에 있어서의 국가의 재정행위의 준칙, 주로 세입 세출의 예정준칙을 내용으로 하며(실질적 의미의 예산), 국회의 의결을 거쳐서 정립되는 국법의 한 형식을 말한다(형 식적 의미의 예산)”고 한다.179) 이 견해를 취하는 학자들은 예산은 정부를 규율하는 법규

세입세출의 준칙은 예산이라는 형식으로 정립된다는 것)을 구별한 후에 일본헌법 제86조에서 말하는 예산을 협 의의 예산으로 해석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예산의 정의에 국고채무부담행위를 포함하지 않아도 일본헌법 제85 조의 해석론으로 법률이 아닌 의결로 충분하다고 한다(木村琢麿, “予算 ․ 会計改革に向けた法的論点の整理", 会計検査研究, 第29号, 会計検査院, 2004.3, 54頁). 이와 달리 일반적 견해와 같이 해석하면 국고채무부담행위 를 예산이라는 의결로 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설명이 곤란한 점을 근거로 일본헌법 제86조 소정의 예산의 정의로 세출세입 이외에 국고채무부담행위 등 지출부담행위의 권한 부여를 포함한 의미(광의의 예산 개념)로 파악해야 한다는 견해도 주장된다(甲斐素直, 予算 ․ 財政監督の法構造, 信山社, 2001 참조).

177) 小村武, 予算と財政法, 前揭書, 161頁.

178) 美濃部達吉(宮沢補訂), 日本国憲法原論, 有斐閣, 昭和27年(1952年), 344頁. 오늘날에는 지지자가 없다.

179) 芦部信喜․高橋和之 補訂, 憲法, 前揭書, 362-363頁; 清宮四郎, 憲法I, 前揭書, 269頁; 高橋和之, 立憲主義 と日本国憲法 第2版, 有斐閣, 平成22年(2010年), 329頁은 예산이 “법률에 기초하는 행정”의 최소한의 근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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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으로 “보통의 법령과 그다지 다르지 않지”만, “예산은 말하자면 국가 내부적으로 국가 기관의 행위만을 규율하며, 게다가 1회계연도 내의 구체적 행위를 규율한다는 점에서 일 반국민의 행위를 일반적으로 규율하는 법령과 구별된다”고 주장한다.

한편 예산법률설(C설)은 예산이라는 명칭의 법률이라고 해석하는 것으로, 이 견해 에 따르면 근현대의 시민헌법의 국민대표제 하에서는 조세법률주의와 함께 예산법률설 이 적합하다고 한다.180) 그리고 예산이라는 명칭의 법률의 의결에는 원칙적으로 일본헌 법 제59조 제1항이 적용되며, 특별한 경우에 중의원의 우선심의권과 중의원의 우월 규정 이 적용된다고 한다. 또한 예산이 법률로 의결되어 성립한 경우에는 국무대신의 서명(제 74조)과 천황의 공포(제7조 제1호)가 필요하게 된다고 한다.181)

B설의 비판에 대하여 C설은 법률의 역할은 일반국민에 대한 규제로 한정되지 않는 점, 예산의 효력이 1년으로 한정된다고 하더라도 법률에도 한시법이 있는 점, 예산의 의결도 규제적 효과를 가지는 규범의 확정인 점 등을 반론으로 내세운다. 또한 C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예산을 법률로 보면 국회가 예산수정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아무 런 제한을 받지 않으므로, 예산과 법률이 불일치한 경우에 아무런 곤란함이 생기지 않는 점을 강조한다.

한편 C설에 대한 B설의 반론은 예산을 법률과 동일하게 공포해야 하는지 여부는 입법론적 문제이며, 예산의 공포를 헌법상 의무 짓기 위하여 법률 속에 예산을 고려 하는 것은 해석론의 범위를 넘는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이 오늘날 B설과 C설의 주된 차이는 예산과 법률의 불일치와 예산수정권에 대한 귀결에 있다고 해석되지만, 그 근원에는 제41조의 입법 개념이나 권력분립원칙에

될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그 예산 속에 국민의 권리제약에 관한 근거까지 파악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며, 파악할 수 없다면 역시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게 된다고 한다.

180) 杉原泰雄, 憲法II, 前揭書, 444頁.

181) 小嶋和司, 憲法概説, 良書普及会, 昭和62年(1987年)[再版․信山社, 平成19年(2007年)], 254頁 이하; 吉田善 明, 日本国憲法論, 第3版, 三省堂, 平成15年(2003年), 208-209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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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이해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는 점에도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182) (2) 국회의 권한

예산에 대한 국회의 권한과 관련된 문제로 국비 지출에 대한 의결권과 관련하여 일본헌법 제85조와 제87조의 관계, 국회가 예산에 대한 의결권을 가지는 것과의 관계 에서 국회가 예산에 대한 수정권을 가지는지 여부 및 가진다면 그 구체적인 인정범위, 예산의 의결에 있어서 중의원의 우월성을 규정한 일본헌법 제60조의 의의 등이 있다.

이하에서는 이들을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1) 국비 지출에 대한 의결

일본헌법 제85조는 “국비를 지출하거나 국가가 채무를 부담하려면 국회의 의결에 기초할 것을 필요로 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국회중심재정주의, 재정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출의 측면에서 구체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국비의 지출이 란 “국가의 제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현금의 지급”(일본재정법 제2조 제1항)으로, 지급의 근거가 법령의 규정에 기초한 것 이외에 사법상의 계약에 기초한 것이나 기타 근거에 기초한 것도 국비의 지출에 포함된다. 나아가 국비의 지출에 대한 국회의 의 결은 법률의 형식이 아니라 일본헌법 제86조가 규정하는 “예산”의 형식에 의해서 이 루어진다. 이와 같이 일본헌법 제85조는 국비의 지출은 국회의 의결을 요한다는 실질 적 측면에서, 일본헌법 제86조는 그것이 예산이라는 형식으로 의결된다는 형식적 측 면에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일본재정법은 “세입 세출은 모두 이를 예산에 편입하여야 한다”(제14조)고 규정한다.

또한 일본헌법 제87조 제1항은 “예견하기 어려운 예산의 부족에 충당하기 위하여 국회의 의결에 기초해서 예비비를 마련하며, 내각의 책임으로 이를 지출할 수 있다”

182) 辻村みよ子, 憲法, 前揭書, 502頁. 그밖에 예산은 효력의 범위가 한정된 특수한 법규범(세출법)이라고 해석하 는 견해도 있다(渋谷秀樹, 憲法, 有斐閣, 平成20年(2008年), 575頁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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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규정한다. 그러나 용도의 내용이 확정된 지출에 대한 국회의 의결은 일본헌법 제 85조의 의결이라고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제87조 제1항의 의결은 예비비를 마련하는 것에 대한 의결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85조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된다.

그리하여 동조 제2항에서는 “모두 예비비의 지출에 대해서는 내각은 사후에 국회 의 승낙을 얻어야 함”을 규정한다.

국가가 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도 국회의 의결에 기초하여야 한다(일본헌법 제85조).

국가가 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도 국회의 의결에 기초하여야 한다(일본헌법 제85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