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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연구 배경

2000년 6월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한때 남북한 관계가 급속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북 적십자회담을 통해서는 여러 차례 이산가족의 만남과 서신 교환이 이루어졌다. 직접 군(軍)과 관계된 사안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경의선 철도 연결 문제와 관련하여 남북한 군 당국자가 만나 공사가 일부 진척되기도 하였다. 또한 남북장관급회담에서는 남북 간 의 경제협력 분야 4대 합의서에1) 서명했으며 곧이어 남북장관급회담 산하

1) 2000년 11월 평양에서 개최된 제2차 남북 경제협력 실무접촉에서 남북한 당국이 서명한 4대 합의서는 ‘남북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 ‘남북사이의 청산결 제에 관한 합의서,’ ‘남북사이의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방지 합의서,’ ‘남북사이의 상사분쟁 해결절차에 관한 합의서’ 등이다(통일부, 2000. 11). 아직 국회의 비준

에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2) 경제 분야의 교류협력을 협의․

실천키로 하였다.

남북한 관계의 진전과 함께 북한의 변화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내부 움직 임도 있었다. 2001년 1월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상하이를 방문하여 중국 의 시장경제 상황을 둘러보았다. 이 방문은 이중의 목적 하에 추진된 것으 로 분석되었다. 요컨대 표면적으로는 시장경제 개혁 이후의 중국 경제 상 황을 시찰하고 학습하는 것이었으나,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수뇌부가 직접 체제전환 이후의 시장경제를 체험하는 모습을 내외에 공개함으로써 자신들 에 대한 긍정적 여론과 경제협력을 유도하는 효과를 추구했던 것으로 보인 다.3)

당시의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각 분야에서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이 착수 되고 곧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최 근까지 남북한 경제협력은 여러 분야에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다. 그것 은 남북한 양측이 경제협력에 대한 필요성과 접근 방법에 관해 구체적인 인식을 결여하고 있던 데 기인하고 있다. 예컨대 북한의 개혁․개방과 경 제협력에 대한 입장, 남한의 대북 경제지원 및 협력에 대한 의지와 준비, 그리고 협력이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과 후속 실무 절차가 남아 있으나(2002년 11월 말 현재), 이들 합의서 채택으로 남북한 사이의 상업적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커다란 관문 하나는 통과했다고 평 가할 수 있다.

2) 남북장관급회담 양측 수석대표와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양측 위원장은 각각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차 회의 합의문’에 서명하여 2001년 2월 3일 문건을 교환했다(통일부, 2001. 2).

3) 이종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상하이(上海) 방문은 북한이 국가 주도의 외자유 치에 의한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이종석, 2001).

와 자료의 교환 미흡 등 남북한 모두 경제협력 추진을 위한 준비가 부족했 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남북한 관계의 정체 상태는 2002년 초까지 지속되었다. 이러한 정체를 타 개하기 위해 남측은 2002년 4월 대통령 특사를 평양으로 파견하여 남북한 현안에 대해 협의하였다. 이 협의가 성과를 거두어 몇 가지 사안에 대해 남 북한 간 합의를 도출하게 되었다. 주요 합의 사항을 보면, 남북장관급회담 및 경제회담 준비, 철도․도로 연결공사 및 개성공단 개발 1단계 공사 연 내 착수 협의, 남북경협 4대 합의서(2000. 12 체결) 발효를 위한 내부절차 조기완료 추진, 북측 경제시찰단 방문 추진 등이다. 이러한 사항에 대한 합 의를 토대로 이후 남북한 간 대화는 크게 진전된다.

한편 2002년 중반 이후 북한 내부의 변화도 종래와 다른 수준으로 발전 한다. 북한 내부의 변화는 주로 경제 부문의 개혁‧개방적 조치 시행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물가‧임금‧환율을 현실화하고 단일화하는 경제관리 개선조치(2002.7.1)를 단행했고 최근에는 신의주특별행정구 설치(2002.9.1)를 위시하여 잇달아 금강산지역과 개성에도 경제특구를 설치(2002.11)하는 등 새롭고 강도 높은 개혁‧개방 실험에 돌입하고 있다.

‘7.1경제관리개선조치’의 주요 내용은 가격과 임금의 현실화, 환율의 단일 화, 배급제의 변화, 경제계획 및 경영관리의 분권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하 는 측도 있고 비대해진 비공식 부문을 공식 부문으로 흡수하기 위한 불가 피한 조치로 해석하는 측도 있다. 견해가 갈리는 만큼 이 조치의 경과와 성 과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과 자료가 필요하며, 따라 서 향후 북한 경제상황의 변화를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7.1경제관리개선조치’에 관한 관심이 한창 높아져 있을 때 북한은 ‘신의 주특별행정구’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비록 초대 행정장관 임명 실패로4)

출발이 지연되고 있고 일반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고 있으나, 신의주특구 경 제실험이 담고 있는 파격성은 후속되는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의 성격에 대한 전망과 관련하여 여전히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우선 초대 행 정장관에 외국인을 임명하려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의지 를 읽을 수 있으며, 특구기본법이 담고 있는 내용이 전향적이며 구체적이 라는 점에서 종래와 달리 개혁‧개방조치의 지속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 때 문이다.

이러한 북한 내부의 변화와 함께 대통령특사 방문시 합의내용이 남북한 간에 이행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남북한 간에 개최키로 합의된 당국간 대 화가 여러 차원에서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더욱 긍정적인 것은 짧은 시간 에 대부분의 사안에서 합의와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 경 제협력추진위원회 개최(2002.8.27~30), 대북 식량차관지원 합의와 북송(8.30

~), 남북적십자 회담 개최와 제5차 이산가족 상봉(9.6~18), 금강산관광 당 국회담(9.10~12), 비료 추가지원분 북송(9.13~), 남북 철도도로연결 실무 협 의와 경의선‧동해선 연결공사 착수(9.13~), 남북 DMZ 군사보장 협의와 지 뢰제거 착수(9.15~), 북측 임남댐(금강산댐) 공동조사 실무 접촉(9.16~18), 부산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북한선수단 파견(9.24~), 남북 경제협력추진위 원회 제3차 회의(11.7~9) 등이 2002년 하반기 2~3개월에 걸쳐 남북한 사이 에서 발생한 주요 사안이었으며, 금강산관광 관련 당국자 회담과 임남댐조 사를 위한 실무접촉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안에서 합의 혹은 긍정적인 성 과를 도출하였다.

남북한 관계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남북한 당국자간에 경제

4) 초대 행정장관으로 내정되었던 중국의 경제인 양빈(楊斌)은 탈세 등의 혐의로 2002년 10월초 중국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협력에 관한 실질적인 사항이 다시 본격적으로 협의 될 수 있음을 의미한 다. 이 중요한 시점에서, 과거 남북한 관계가 준비 부족으로 인해 장기간 정체 상태에 빠졌던 전철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금은 남북한 양측이 경제협력에 대한 필요성과 접근 방법 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경제협력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와 자료를 교환 함으로써 경제협력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준비 를 갖추어야 할 때이다.

1.2. 연구 필요성과 목적

북한의 식량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남북한 농업협력의 필요성은 오랜 기간 강조되어 왔다. 남북한 농업협력은 북한의 농업생산을 향상시킴으로 써 식량 문제 해결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 남북한 농업의 보완관계를 활용 할 수 있다는 점, 또 농업협력 과정에서 남북한 간의 화해와 신뢰가 구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남북한 양측은 농업협력사업을 무리 없이 추진할 만한 준비를 미처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남북 한 간에 농업협력사업이 순조롭게 착수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추진되더 라도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남북한의 조심스런 관계를 고려할 때 개 별 농업협력사업의 실패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게 된다. 양측간에 신뢰를 상실케 하며 다른 협력사업에까지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될 수도 있다. 남북 한 농업협력사업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성격에 비추어 볼 때 협력사업 추 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남북한 간에 농업협력이 어떤 분야에서 추 진될 필요가 있으며 얼마나 잘 추진될 수 있겠는가는 기본적으로 남북한 양측의 관련 정책, 그리고 북한이 농업복구 및 개발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요청해 온 지원 및 협력수요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남북한의 경제협력 정책기조를 보면 남측은 북한과 경제협력에 적 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반면 북측은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남 측은 대북 관계에 정경분리 원칙을 설정하고 경제협력 활성화를 통해 화해 와 신뢰 확대를 추구한다는 적극적인 입장인 데 비해, 북측은 대남 경제협 력을 경제회생을 위한 불가피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여전히 남측과 의 접촉과정에서 체제 위협 요소가 급격히 유입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남북한 농업협력은 인적교류가 크게 제한된 상태에서 물 적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남북한 농업협력은 인적교류가 크게 제한된 상태에서 물 적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