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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의 배경

2018년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1)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이후 보다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 체제 정착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 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핵심으로 한 군사·안보 분야 의 논의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지만, 각 분야에서 민관 모두 실질적인 평화체제를 전제로 한 교류·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북한의 핵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아 유엔의 대북 제재가 유효 한 상황에서 민간의 자유로운 교류·협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정부 주 도의 실질적인 교류·협력 방안이 우선 요구되고 있다.

1995년 북한이 국제사회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 이후 2010년 전후 까지 대북 지원의 중심은 남한 시민사회, 즉 민간기구들이었다(대북협력 민간단체협의회, 2015, p. 29). 물론 민간의 교류·협력 역시 정부의 허가 를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남북협력기금의 공적 자원이 뒷받침되었지만, 의제의 선정과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에서 민간기관들의 역할이 주도적이 었다고 평가된다. 특히 보건복지 분야에서는 국제 NGO를 포함한 민간의

1)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측 지 역 평화의집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 후 5월 26일에는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9 월 18~20일에는 평양에서 각각 양측 정상 간의 회담을 가졌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같은 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번 째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서 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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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교류·협력 노력이 양과 질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래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을 공식화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의 강도를 높여 가면서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은 점차 설 자리를 잃 게 되었다.2)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틀은 여전히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다. 군사·안보 차원의 대북 제재는 민간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결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풀어 나가야 할 숙제이다. 이러 한 국면에서는 남북 보건복지의 교류·협력 역시 정부 당국자 간의 논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북 협력과 지원에서 정부의 역 할과 중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편 대북 제재의 틀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소규모 인도적 지원 및 사 회문화 교류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임수호, 2018, p. 14).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경제협력 분야에 대한 남북한의 관심은 모두 높으나 북한에 대한 제재가 유지되는 기간 동안은 경제협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 서 문화·체육을 비롯한 비경제적 영역과 인도적 지원을 기반으로 한 보건 복지 분야의 교류·협력이 우선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 황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보건복지 분야의 대북 논 의 의제가 남북 간 교류·협력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닐 것이다.

이에 비해 지금까지의 남북 보건복지 분야 의제는 상당히 제한적이었 다. 보건의료 분야의 일부 시의적인 사안들만 논의되었을 뿐 다양한 분야 간의 연계나 중장기적인 계획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주로 보건의료 분 야 의제가 제약공장 지원, 약솜 공장 지원, 병원 신설 지원, 의약품 지원

2) 2018년 12월말 현재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는 9차례에 걸친 유엔 안보리 결의안 (UNSCR 1718, 1874, 2087, 2094, 2270, 2321, 2371, 2375, 2397) 외에도 미국의 15개 국내법을 통한 독자 제재와 한국 정부의 독자 제재 등이 중첩되어 있다.

등과 같은 북한의 단기적 요구에 부응하는 형태로 전개되었다. 여타의 복 지 분야(소득보장, 사회서비스)는 거의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또 남북 실무회담의 북한 측 파트너가 주로 보건성이었기 때문에 다룰 수 있는 의 제의 범위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들이 당시에는 남북 관 계의 특수성에 따라 불가피한 일이었다면, 앞으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 서 한반도 사회통합을 촉진하여 평화복지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의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교류·협력의 의제 범위 확대를 위 해서는 보건복지 분야의 대북 실무접촉 라인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한 의제별 대화 상대의 탐색도 요청되는 상황이다.

2. 연구 목적

이 연구의 목적은 남북 당국 간 합의된 보건복지 공적 의제 분석과 북 한의 사회경제적 요구 탐색을 바탕으로 남북 보건복지 분야의 실효성 있 는 예비 의제(provisional agenda)를 도출하는 데 있다. 이러한 연구 목 적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 당국의 공식적 간행물 분석을 통해 북한의 사회 경제적 요구(demand)를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기존의 당국 간 회담 의 제와 비교하여 변화된 사회경제적 환경을 반영한 영역별 의제를 도출하 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한다.

먼저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이해와 우리 정부의 실현 능력이 일치 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보건복지 의제를 주도하여 남북 간 상호 신뢰 형 성,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의 공고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 한다. 체계적인 의제 개발을 통해 보건복지 분야에서 실무회담의 정례화 등 주기적 대화 창구를 마련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대화를

바탕으로 북한 주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보건복지 분 야의 교류·협력이 활성화된다면 북한 주민의 남측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이고, 남북 당국 간 신뢰 형성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기여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 사회통합 의 정책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목표 중심으로 체계화된 대북 협력 사업 전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교류·협력은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인적자본을 향상시 켜 남북 경제협력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인도적 지원 역 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양과 질의 진폭이 큰데, 중장기적 합의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협력 사업 중심으로 개선된다면 대북 보건복지 지원 사업의 체계화가 가능할 것이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