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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배경과 목적

우리나라에서 산업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0년대 이래로 지난 수십년 동안 농촌은 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고령화, 산업기반의 약화와 일 자리 감소, 지역사회의 활력 감소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산업화정책이 다름 아닌 도시화와 공업화를 의미하다 보니 농촌의 젊은이 들은 공장에서 산업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대부분 도시로 몰려갔다. 농촌에 서는 농업생산 인력이 감소하고 농촌사회에 전승되던 다양한 산업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젊은층의 감소로 농촌에 전해지던 전통문화의 전승 또한 위기에 처했다.

농촌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것과 함께 장인생산이 몰락하고 지역의 전통문화 전승이 위기에 처한 것은 우리 농촌의 사회·경 제적 조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는 농촌에서 자생적 이고 내생적인 발전의 단초를 제공할 자원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 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농촌에 내재했던 소중한 자원들은 도시화와 공업화의 바람에 사라지고 수십년의 시간 속에 묻혀갔다.

그간 농촌경제의 쇠퇴를 만회하고 재활성화하기 위해 수많은 정책적 노 력이 농촌에 투입되었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농어촌 부업단지(특산단지), 관광농원, 농공단지 조성, 외부기업 유치 등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산업육성보다는 농가의 농외소득 증대 수단에 그치거

2 서 론

나 외생적 발전전략의 한계 등으로 그 효과가 크지 못했다. 특히 외생적 발전전략에 기반한 제조업 및 서비스산업 유치는 농업부문의 축소를 상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으며, 이에 더해 농촌경제를 외부환경 변화에 취약 하게 만들었고 주로 단순 일자리의 제공으로 인해 농촌 주민들은 산업생산 에서 점점 더 탈숙련화(de-skilled)되어 갔다.

반면 2000년대 들어 농촌경제의 활성화 전략이 내생적 발전전략으로 선 회하였다. 신활력사업, 향토산업육성사업, 특화품목육성사업, 향토지적재산 육성사업, 전통음식관광자원화사업, 녹색농촌체험마을, 농촌전통테마마을, 문화·역사마을, 농촌장수건강마을, 신문화공간조성 등과 같은 사업들이 추 진되었다. 이들 사업은 농촌지역사회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농촌의 고유 한 지역자원을 산업화하여 내생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전략적 공통성을 지 닌다. 또 인적자본의 개발과 역량강화, 지역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 분 야 창출, 마을기업·농어촌공동체회사 등 농촌사업조직의 육성, 지역경제의 순환체계 구축 등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들 정책 사업은 그 내용의 면면을 살펴보면 농촌의 전통 및 향토 식품 부문, 전통공예 부문, 전통문화·예술축제 및 전통소재에 기반한 공연 부문, 문화유적에 기반한 농촌관광 부문, 농촌체험관광 부문 등으로 구분이 가능 하다. 그런데 이들 부문은 사업추진의 전략적 관점이나 사업의 내용적 측면 에서 많은 공통점과 산업적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농촌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내생적 발전전략을 기반으로 “농촌의 오래된 미래(농촌지역 의 문화자원)를 통해 농촌경제의 활성화”를 추구한다는 전략적 공통점을 지 닌다. 둘째, 이들 사업의 내용과 추진 과정에서 후방연계를 통한 부문 간 통 합과 전방연계를 통한 시장에서의 융합에 의해 부가가치를 보다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업은 정책적으로 하나의 산 업적 관점에서 접근되지 못하고 개별 단위사업 관점에서 접근되었다.

산업육성정책의 대상은 다양하게 구분되는데, 가장 넓게는 최종 생산물 의 생산방식에 따라 농업, 임업, 수산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으로 분류되 기도 하며, 생산물의 품목에 따라 (예를 들면 제조업 내에서도) 음식료품 제조업, 자동차 제조업, 의류 제조업, 가구 제조업, 컴퓨터 제조업 등으로

서 론 3

구분되기도 한다. 이들 산업은 각각의 분류 기준에 따라 구분되며 정책적 의도에 따라 그 구분 경계를 넘나들며 산업정책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 나 기존의 산업분류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환경에 적합한 구분으로 최근의 산업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이른바 특수분류 에 의한 구분을 통해 현실을 보다 잘 반영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산업 특수분류의 대표적인 사례가 문화산업 특수분류이 다.1 문화산업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방송, 출판 부문 등으로 구 성된다. 이들 부문을 정책적으로 하나의 산업, 즉 ‘문화산업’이라는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하게 된 이유는 이들간 기술적 융합성과 윈도우 효과 등을 통한 시장에서의 호환성 등에 기반하고 있다. 이들을 하나의 산업으로서 통합적으로 접근하여 육성할 때 바로 기술적 융합을 통한 새로운 상품의 생산과 윈도우 효과 등을 통한 시장에서의 부가가치 증대라는 정책적 효과 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문화산업과 같은 특수분류에 적용된 논리는 앞서 제시한 농촌의 5가지 부문에도 적용될 수 있다. 즉, 이들 부문은 사업 내용과 추진전략의 공통성, 그리고 산업적 연관성의 특성으로 인해 정책의 통합적 관점에서 하 나의 산업부문으로 분류될 수 있다. 또 그럴 때 다음과 같은 정책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첫째, 이들 부문은 많은 경우 자원과 소재를 공유하며, 또 는 한 하위 부문의 생산물이 다른 부문의 원료 또는 소재로 투입되어 시너 지를 창출한다. 둘째, 자원 및 소재의 공유 외에도 시장에서 하위 부문들 간 에 결합이 있을 때 시장성이 증대되고 부가가치 창출이 촉진될 수 있다. 셋 째, 자원의 공유와 시장의 결합은 이들 부문의 생산과정에 있어 지역 내에 서 발생하는 투입-산출 과정의 단계 또는 가치체인의 단계(roundaboutness) 를 증대시켜 다양한 부가적 경제활동과 부가가치를 창출함은 물론 지역경 제의 순환구조 구축과 내생적 지역발전을 촉진한다.

이와 같은 논리로 앞서 제시한 다양한 농촌활성화 사업들, 그리고 이들 을 사업 내용이나 대상에 따라 일반화해 분류한 농촌의 전통 및 향토 식품

1 현재는 콘텐츠산업 특수분류로 개정된 상태이다.

4 서 론

부문, 전통공예 부문, 전통문화·예술축제 및 전통소재에 기반한 공연 부문, 문화유적에 기반한 농촌관광 부문, 농촌체험관광 부문 등은 정책적으로 통 합적인 관점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접근될 수 있으며 그럴 때 보다 큰 정책 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들 부문을 정책적 관점에서

‘농촌 문화산업’으로 통합하고자 한다. 이들 부문이 공통적으로 농촌성을 지니는 농촌의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산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2000년대 이후 농촌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추진되었던 다 양한 내생적 발전전략의 사업들을 농촌 문화산업으로 통합하여, 농촌 문화 산업의 현황과 특성, 농촌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여 실태, 애로점과 정 책 수요 등을 분석하여 “농촌 문화산업의 실태를 분석하고 육성 방안을 제 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연구목적을 보다 세분화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농촌 문화산업의 개념을 정의하고 범위 설정을 위해 하위 부문을 구성한다.

둘째, 농촌 문화산업의 부문별 현황과 실태를 분석한다.

셋째, 농촌 문화산업의 부문별 사례와 사례지역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 해 농촌 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한다.

넷째, 농촌 문화산업 육성정책의 실태와 문제를 분석한다.

끝으로, 이들 분석을 토대로 농촌 문화산업의 발전 방안을 제시한다.

산업육성정책 분야의 연구는 분석 대상이 되는 산업이 이미 국가적 차원 에서 중요하게 인식될 정도로 성장한 후에야 실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존의 문화산업이 그 예인데, 문화산업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출판 등 하위 부문들이 이미 상당한 성장 수준에 도달하여 국가적 차원에 서 주요 산업부문으로 인식된 후에야 문화산업이라는 통합적 관점에서 접 근되었다. 정부에서는 기존의 표준산업분류를 바탕으로 특수분류를 만들어 공표함으로써 현황파악을 위한 통계의 구축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본 연구의 대상이 되는 농촌 문화산업은 그 하위 부문들이 국가 적 차원에서 중요한 부문으로 인식될 정도로 성장하지는 못하였다. 반대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 이들 부문을 농촌 문화산업으로 통합하여 접근하려는 이유는 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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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역경제의 발전전략으로서의 당위성에 근거한다. 즉, 지역경제의 쇠퇴 를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우리 농촌의 경제적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농촌에 분포하는 문화자원을 산업화하여 내생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본 연구를 추진하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