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추진전략
3. 실천과제
위기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미리 준비해 놓을 수만 있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 킬 수 있다. 6·12 회담이 끝난 2018년 6월의 시점에서 향후 벌어질 비핵화 협상에서의 위기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면서 깨닫는 것은 너무 늦을 수 있다. 즉,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기초하여 어떠한 위기가 발생할 것인지를 예측하 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첫째, 기존에 북한이 추구한 핵전략에 근거하여 현시점에서 핵능력을 재평가하고, 둘째, 비핵화 협상위기의 발생 가능성과 이에 기초한 단계별 위기발생 시 나리오 예시를 제시함으로써 단계별 대응방안을 미리 준비하며, 셋째, 북한이 비핵화를 최종적 으로 선택하도록 유인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을 실천과제로서 제시하고 있다.
가. 북한 핵전략에 근거한 핵능력 재평가
(1) 핵전략이 고려되지 않은 북핵 평가의 한계핵보유국의 핵전략(nuclear strategy)은 핵태세(nuclear posture)를 예측할 수 있는 틀이 되기 도 한다. 반대로 핵태세를 통해 핵전략을 판단할 수도 있다. 현재의 핵태세를 구성하는 핵 능력 은 핵태세와 핵전략을 판단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핵전략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부족 한 핵 능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면 앞으로의 핵개발을 예측할 수도 있다. 북핵 능력을 평가하는 데 북한의 핵전략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만 객관적이고 정확한 북핵 능력의 현 주소를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이 선언적으로 주장하는 핵 능력을 그대로 믿음으로써 북핵 능력을 과 대평가하여 대응방안의 선택지를 축소하게 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될 수도 있다.
북핵 위협이 미국의 레드라인(경계선)을 넘게 되면 미국의 군사행동이 개시될 것이라는 전망 이 있다. 그 레드라인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에 핵탄두가 탑재되는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한편, 한국이나 일본은 이미 북핵의 레드존(red zone)에 들어가 있어서 북핵 위협 하에 놓여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 실시했던 여섯 차례의 핵실험과 중단 거리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 결과만을 가지고 보면 그럴 듯한 평가이다. 하지만, 핵전략의 관점 에서 보면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하여 핵무기를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ICBM을 만들고 재진입 능력을 갖추기 위해 위험 을 무릅쓰고 탄도미사일의 태평양상으로의 시험발사를 감행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대미 최소억
제력을 확보하려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국이나 일본 영토를 핵으로 위협하는 것 은 물론이고 핵탄두를 자국 내에서 사용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2) 북한의 핵전략 평가
만일 북한의 핵전략이 최소억제전략이 아니라 단지 핵무기를 소량 보유하는 정도에서 핵억제 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개념의 실존억제전략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굳이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갖출 필요는 없다.37)그러나 북한의 이제까지의 핵개발 행태와 성명 등을 통해 판 단해 보면, 북한은 실존억제전략을 넘어 대미 최소억제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것으 로 판단된다. 만일 북한의 핵전략을 실존억제전략이라 판단했다면 북핵 위협은 이미 미국의 레 드라인을 넘어섰으며, 비핵화는 물론이고 핵시설에 대한 군사적 조치도 너무 늦었다고 볼 수 있 다. 중국의 핵개발 초기에 모택동이 선택한 핵전략이 실존억제전략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에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부흥으로 경제력과 군사력이 향상된 중국은 실존억제전략에서 최소억제 전략으로 전환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듯 한 국가의 핵전략은 해당 국가가 처한 현실에 따라 변 화하기도 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전략이 무엇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는 실존억제전 략에서 최소억제전략으로 가는 과도기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며, 비핵화 과정을 거쳐 다시 실존 억제전략으로 회귀할 수도 있으며, 아예 핵을 완전하게 포기할 수도 있다. 최악을 대비해야 하는 안보적 관점에서는 아무리 북한이 비핵화를 하더라도 중간 단계인 실존억제전략을 선택할 수 있 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기준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북핵 능력을 평가하는 데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실존억제전 략이 기준이라면 북한의 주장대로 ‘국가핵무력 완성’은 이미 오래전에 완성된 것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화성-15형의 첫 시험발사 후에 ‘국가핵무력 완성’을 주장했다는 점에 서 미 본토에 대한 제2격을 갖추어야 하는 최소억제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사실, 북 한이 대미 최소억제전략을 추구한다고 하는 평가는 북한의 안보적 상황에서 보면 합리적일 수 있다.
37) 앤드류 퍼터, 고봉준 옮김, 핵무기의 정치(서울: 명인문화사, 2016), p. 109. 핵전략에 대한 정의 참조.
(3) 대미 최소억제전략 달성을 위한 북한 핵개발 전망 핵동결 조치에 상반된 반응,” 한국일보2018.04.22., <http://hankookilbo.com/v/d2f21521a70e475283ccfd6c5 53423d0> (검색일: 2018.05.23.).
(5) ‘국가핵무력 완성’의 허구성
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협상 기간에 핵개발을 완성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
41) “Iran nuclear deal: Trump pulls US out in break with Europe allies,” BBC NEWS, May 9, 2018, <http://www.bbc.c om/news/world-us-canada-44045957> (검색일: 2018.06.30.).
42) “김정은의 2차 파격 방중…중국 손잡고 대미 협상력 높이기” 제목의 기사에서 ‘북-미 대화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유관 각국이 단계별로 동시적으로 책임 있게 조처”를 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길 바란다”고
미국의 일괄타결 방식의 협상기조와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협상방식의 대립은 비핵화 협상의
안 된다. 그러나 핵개발을 지속하는 것이 오히려 자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하면 비핵 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비핵화를 통해 안보이익이 지켜진다는 확신이 있기 전까지 는 쉽게 비핵화 완성에 이르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 성이 합리적인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며, 남겨진 10%의 핵 능력은 정치적으로 타협을 이루기 전 까지는 비핵화 협상의 장애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대 비책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림 Ⅲ-1 북한 비핵화 협상과정 전망
출처: 저자 작성.
비핵화 협상을 단계화함으로써 발생될 수 있는 임의의 위기발생 시나리오를 예상해 보았다.
① 비핵화 협상 1단계: 2018년 5~6월 사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에 성공하였다는 가정 하에,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최초의 행동이 1단계에서 있을 것이다.43) 그 이후에 최우선적으로 미국에 위협이 되는 화성-12, 14, 15형에 대한 폐기에 합의하고, 미 본토에 대한 실질적 핵 위협 감소를 위해 화성-15형을 폐기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스
43)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지만, 본고가 작성중인 6월 17일 현재까지 공동선언문 이외에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밝혀지진 않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동창 리 미사일 발사장의 엔진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서 미국이 인정하고 북한이 수용한 비핵화의 진정성 입증의 첫 행동이 그것이 될 것이란 사실을 짐작할 수는 있다.
스로 이상적인 비핵화 협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일괄타결에 가까운 협상이 순조롭게 시
검증과정의 복잡성으로 어쩔 수 없이 기간이 연장된다는 것을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서 2차 협상위기를 타계하려 노력할 것이다. HEU와 LEU가 핵 분열물질에서의 논란의 대상이라면, 핵융합물질에서는 LiD와 T(삼중수소)에서 발생할 가 능성이 있다. HEU에 대해서는 북한이 생산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지만, LiD나 T는 이미 수소탄 실험을 했다고 주장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논리를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만일 북 한이 Li(리튬) 광산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Li을 정제하고 핵융합에 필요한 Li6만을 분리해 낼 수 있다면 굳이 LiD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원자로에서만 생산이 가 능한 T는 생산여부를 부인할 수 있다. 비록 반감기가 12년 정도로 짧아서 T의 장기보존이 어렵기는 하지만, LiD를 이용한 핵융합이 T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점에서 북한이 아직 LiD 가 아닌 T에 의한 핵융합방식만을 사용하는 수준이라면 T를 은닉하려 할 것이라고 미국은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쯤에서 북한은 HEU의 생산을 위한 은닉시설을 일부 협상 테이 블 위로 꺼내놓음으로써 2차 협상위기가 타결될 수도 있다. 적당한 선에서 HEU의 존재를 인정하고 일체의 원심분리기를 폐기하고 보유한 HEU의 일부만을 남기고 전량 포기함으로 써 최소한의 HEU를 지키는 전략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국 제기구의 상당한 검증 및 사찰 인력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므로 실제로 실현 가능성이 높지 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⑤ 비핵화 협상 5단계: 4단계에서 합의된 HEU 및 LEU와 LiD 관련 시설, 장비, 기술 등에 대한
⑤ 비핵화 협상 5단계: 4단계에서 합의된 HEU 및 LEU와 LiD 관련 시설, 장비, 기술 등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