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제5장 실증분석 결과의 해석 및 정책적 시사점

제5장 실증분석 결과의 해석 및 정책적 시사점 97

I. 실증분석 결과의 해석

앞에서 살펴본 실증분석 결과, 즉 다양하게 설정된 무역보호모 형(trade protection model) 추정 결과의 가장 큰 특징은 Grossman and Helpman(1994)이 제시한 이론적 예측을 추정 결과가 지지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G-H에 따르면 수입의존도, 수입수요탄력 성 등의 변수들이 부문별 특수요소(자본) 소유자들의 정치조직화 변수를 통해 부문별 보호수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즉 특수요 소(자본) 소유자들이 조직화되어 있는 경우, 수입(imports)에 비해 국내생산이 상대적으로 높을수록(수입의존도가 낮을수록) 보호로 인 한 국내가격의 상승이 생산자의 이득을 높이고, 수입수요가 가격 에 대해 비탄력적일수록 보호로 인한 경제적 순손실이 작아지므 로, 이 경우 조직화된 이익집단으로 하여금 보호를 위한 로비의 유인을 높여 결과적으로 보호수준을 높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의 추정의 결과는 이와 같은 이론적 예측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G-H모형을 따른 기본모형에서는 회귀 계수들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고 모형의 적합성이 부족한 것 으로 나타났다. 농업 더미변수와 부문별 노동시장 경직성 변수를 추가한 확대모형에서도 수입의존도의 역수와 수입수요탄력성의 비(z/e)와 정치조직화 더미와 앞의 변수(z/e)의 곱을 나타내는 변수 의 회귀계수는 G-H모형의 예측과 일치하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하 나 두 회귀계수의 합은 0보다 크다는 G-H의 예측은 검정 결과 기각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치조직화 변수가 부문별 보호수준 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뜻한다. 즉 보호로 인한 지대

(rent)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문의 경우 조직화된 이익집단의

보호수준을 높이기 위한 로비의 유인이 높아 정치헌금 등의 로비

98 통상정책 결정요인의 정치경제학적 분석

가 강해지고, 수입수요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이면 보호로 인한 경제적 순손실이 낮아 정부의 이 부문에 대한 보호비용이 낮아지므로 결과적으로 보호수준이 높아진다는 통상정책의 정치 경제학이 한국의 통상정책 결정에 있어서는 작용하지 않고 있음 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서는 먼저 추정 결과로부터 다음과 같은 논리적 설명이 가능하다. 본 연구에서 추정된 모든 모형에서 로비 그룹에 속해 있는 유권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과 정부가 전체 사회후생에 두는 상대적 비중인 의 추정치가 1에 근접하고 있 다. 이는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로비그룹에 속해 있어서 이들 그룹 의 후생, 즉

 ∈ 을 극대화시키는 문제와 전체 사회후 생인

  

를 극대화시키는 문제는 큰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전체 사회후생을 감소시키는 무역보호를 최소화하 려는 유인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17) 즉 이익집단 간의 경쟁의 격 화로 정부는 경제효율성을 감소시키는 무역보호를 최소화하게 되 고, 따라서 부문별 이익집단의 정부에 대한 로비는 보호수준의 결 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통상정책 결정에 있어 부문별 자본소유자의 정치조직화 가 보호수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추정 결과는 일반적으 로 다음과 같은 요인에 의해 부분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가장 중 요한 요인으로 주어진 자료의 세분화 정도(the degree of dis-aggregation of the data)가 충분히 높지 않음을 들 수 있다. 부문 혹 은 산업의 세분화 정도가 낮은 경우 수입수요탄력성의 절대치가

17) 이익집단 간의 경쟁이 정부로 하여금 효율성 손실이 없는 정책수단의 채택을 가 능하게 만들어 이익집단이 얻을 수 있는 지대의 소실(rent dissipation)을 가져온 다는 Dixit, Grossman and Helpman(1997)의 이론적 예측과 논리적 일관성을 갖 는다고 할 수 있다.

제5장 실증분석 결과의 해석 및 정책적 시사점 99

낮고 산업별 변동성(variability)이 적다.18) 따라서 수입수요탄력성 의 보호수준의 결정에 있어서의 역할이 추정 시 실제보다 훨씬 낮게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산업별 세분화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부문의 정치조직화 변수의 측정오차가 커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산업내에서 일부 하위산업은 정치적으로 조직화되어 있고, 다른 부분은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산업을 조 직화된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정치조직 화 변수를 측정하는 것은 조직화된 전체 유권자의 비율()을 높 이는 원인이 된다. 또한 자료의 세분화 정도가 높지 않은 경우 세 분화된 산업에서의 보호수준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 예를 들 면, 어떤 산업 내에서 조직화되어 있는 하위산업의 보호수준은 조 직화되어 있지 않은 하위산업의 보호수준을 반영한 그 산업의 보 호수준에 비해 높을 것이나 산업분류가 세분화되어 있지 않은 자 료의 한계로 이러한 차이는 반영되지 못한다.

부문별 자본소유자의 정치조직화가 보호수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추정 결과가 나오는데 기여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 은 이론모형에서 한 가지의 정책, 즉 부문별 보호수준을 결정하는 통상정책만을 고려하고 있는 반면, 실제로 조직화된 부문의 로비 그룹과 정부 간에 상호작용의 대상이 되는 정책은 통상정책에 한 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직화된 로비그룹의 정부에 대한 지대 추구행위는 정부 정책으로부터 이득을 얻기 위한 것이고 이때 정 부가 특정한 이익집단에 이득을 주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무역보호에 의한 경쟁제한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따라 서 한 가지 정책수단에만 한정된 G-H모형에 근거한 실증분석은

18) 본 연구에서는 수입수요탄력성 추정에 있어서 이와 같은 측정오차의 문제점을 보정하기 위해 Gawande(1997)의 errors-in-variables correction method를 이용 하여 추정치를 수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수정이 세분화 정도가 낮아 발생하는 낮은 탄력성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100 통상정책 결정요인의 정치경제학적 분석

부문별 자본소유자의 정치조직화가 보호수준의 결정에 영향을 미 치지 못한다는 결과, 즉 와 의 값을 과도하게 높게 추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Grossman and Helpman의 이론적 예측을 지지하지 못 하는 추정 결과가 나온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가 1990년대 이 래 수입자유화 및 WTO협정 등에 따른 전반적인 관세인하로 개 방적인 경제가 되었으며, 또한 균등관세체계의 지향으로 명목관 세율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보호수준에 있어서도 산업별․부문별 차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보호를 통한 육성보다는 개방을 지 향하는 전반적인 정책 기조하에서 보호수준을 높이려는 이익집단 의 영향력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균등관세체계하에서 차별적 보호수준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이익집단의 정치적 행 동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부문별 자본소유자의 정치조직화 여부와 부문별 보호수준은 연결고리가 약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실증분석 결과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농업 더미 변수의 통계적 유의성이 높아 부문별 보호수준의 결정에 있어서 농업에 속하는 부문들이 전반적으로 강하게 보호되고 있다는 점 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농업부문 이익집단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동시에 우리 나라의 통상정책이 농업 및 농민에 대한 동정적 여론, 즉 중간투 표자(median-voters)의 농업보호에 대한 심정적 동조에 부응한 대 중영합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수입 자유화 및 우루과이 라운드(Uruguay Round) 협상이 시작된 이후 최근의 한․미 FTA 협상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쟁점은 항상 농 업개방의 문제였고, 앞에서 보았듯이 같은 기간 전반적인 개방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농업부문은 상대적으로 높은 보호수준을 유지

제5장 실증분석 결과의 해석 및 정책적 시사점 101

하고 있다. Lee and Lee(2007)는 효율성 측면에서 정당화되기 어 려운 우리나라 농업보호의 원인이 농업 및 농민을 대표하는 이익 집단의 효과적인 대정부 로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농업 및 농민 에 대한 동정적인 여론과 이에 부응하여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 및 정치권의 행태에 있다는 것을 보였다.19) 이와 같은 연구 는 우리나라 통상정책의 결정이 이익집단의 정치적 로비가 아닌 중위투표자(median-voters)의 성향 혹은 선호도에 영향을 받는 대 중영합적이라는 점을 뒷받침해 주는 연구결과이고 본 연구의 실 증분석 결과와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 변수도 보호수준에 정의 효과를 나타나는 것 으로 추정 결과는 보여주고 있으나 회귀계수의 크기와 그 신뢰수 준을 놓고 볼 때, 그 영향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 또한 부문별 노동공급자의 지대추구를 위한 정치조직화 유인과 우리나라 통상정책, 즉 부문별 보호수준의 결정 메커니즘이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19) Lee and Lee(2007)에서는 한국 정부가 관세화를 통한 쌀시장 개방을 하지 않는 정치적 원인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급격한 인구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 구 변화로 인해 농촌지역의 선거에서의 중요성이 높아진 점도 농업 보호정책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102 통상정책 결정요인의 정치경제학적 분석

II. 정책적 시사점

위와 같은 실증분석 결과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 은 무역자유화의 추진에 있어서 대내협상 및 보완대책과 관련된 것이다. 무역자유화의 추진에 있어서 이에 걸림돌이 될 국내의 정 치적 반대를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대내협상의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통상정책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경제적 요인을 파악하는 것은 대내협상의 전략수립에 필수적이고, 본 연 구의 실증분석 결과로부터 효과적인 대내협상 전략수립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간 수입자유화의 추진과 더불어 UR협상 을 통한 WTO협정 체결, 그리고 한․칠레 FTA로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한․미 FTA와 같은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 등 무역자유화 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에 대한 국내에서 의 반대운동도 격렬하게 전개되어 최근 몇년 간의 경과를 보아도 한․칠레 FTA 비준 진통, DDA협상 반대, 쌀 재협상 반대, 그리 고 한․미 FTA 반대운동 등 무역자유화에 따른 내부적 진통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내부적 진통에 대한 대응으로 대내협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이러한 대내협상의 일환으로 무역자유화 로 인한 피해산업에 대해 정부가 보완대책을 통해 충분히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 및 언론을 통해 힘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피해산업에 대한 보상은 대내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합리적 보상이 되어야 한다.20) 피해산업

20) 최병일(2007)은 이와 같은 합리적 보상수준은 정부의 재정적 제약조건하에서 관 련 이익단체와의 내부 협상과정을 통해 결정해야 할 내용이라고 하였다. 또한 최병일(2007)에서는 1960년대 초에 가장 먼저 무역조정지원제도를 고안했고 지 금까지 이 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는 미국의 경우, 보상은 ‘최소한의 보상수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