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석유 시장과 여타 축산물 시장에 비해 닭고기와 계 란 시장의 비대칭적 조정 과정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17) 이 장은 본 연구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그 중 몇 가지 대표적 선행 연구들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표 3-1>은 기존 연구들의 특징과 본 연구의 차별성을 정리해 보여주고 있다.
우선, 이 분야의 외국 선행 연구 중에는 Bernard and Willett(1996), Ben-Kaabia et al.(2005), Vavra and Goodwin(2005), Mkhabela and Nyhobo(2011)의 연구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그 중 Bernard and Willett(1996)는 Houck 유형 의 차분변수 자기회귀시차분포모형(ARDL: autoregressive distributed lag mod-el)을 이용하여 미국 닭고기 시장 가격 조정의 특징을 분석하였다. 그에 따르면 도매 부문의 가격 변화가 산지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하락할 때가 상승할 때보 다 크지만 도매가격 변화가 소매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대칭적인 것으 로 관찰되었다.
하지만, Bernard and Willett(1996)가 이용한 차분변수 자기회귀시차분포 모 형은 비정상 시계열의 공적분 관계와 동태적 오차수정 과정을 고려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심각한 변수 누락의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한계 17) 석유 시장과 여타 축산물 시장에 관한 서베이 문헌으로는 Meyer and von
Cramon-Taubadel(2004)을 참고.
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의 연구들은 단순한 자기회귀시차분포 모형 대신 비선 형 공적분 모형을 이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Ben-Kaabia et al.(2005)은 문 턱벡터오차수정모형(TVECM: threshold vector error correction model)을 이용 하여 스페인의 가금시장을 분석하였고, 장기적으로는 모든 유통가격의 변화가 다른 부문으로 완전히 전이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생산자가격의 상승이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효과가 하락할 때보다 크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Vavra and Goodwin(2005) 역시 유사한 문턱벡터오차수정모형을 이용하여 미국의 닭고기 및 계란 시장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를 보면, 우선 닭고기의 경우에는 산지가 격은 다른 부문의 가격변화에 대칭적으로 반응하지만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은 다른 부문의 가격 상승에는 잘 반응하지 않고 가격 하락에만 민감하게 반응하 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란의 경우에는 도매가격이 소매가격으로 전이되는 경우 에만 상승할 때의 영향이 하락할 때보다 크고 나머지 경우에는 대체로 대칭적 인 것으로 나타났다. Mkhabela and Nyhodo(2011)는 비대칭 오차수정모형 (ECM: error correction model)을 이용하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닭고기 시장을 분석하였고 산지가격에 대한 소매가격 반응이 상당히 대칭적이라는 결과를 제 시하였다.
국내 연구 중에서는 최승철․정경수(1999), 심춘수․정경수․김민경(2006), 강태훈(2011), 임상수․조승현(2012)의 연구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최승철․정경수(1999)는 Bernard and Willett(1996)와 유사하게 차분변수 자기 회귀시차분포모형을 이용하여 닭고기 시장의 가격조정이 대칭적으로 이루어지 고 있다는 실증 분석 결과를 제시하였다. 최승철․정경수(1999)의 연구는 이 분야에 속한 국내 초기 연구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지만 Bernard and Willett(1996)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변수들 간의 공적분 관계와 동 태적 오차수정 과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심춘수․정경수․김민경(2006)과 강태훈(2011)의 연구는 비대칭 오차수정모 형(ECM)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그 중 심춘수․정경 수․김민경(2006)은 닭고기와 계란 시장 모두 ‘도매→소매’ 단계를 중심으로 가격 전달이 비대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그와 달리
강태훈(2011)은 계란의 경우에는 ‘도매→소매’ 단계에서 도매 단계의 가격 상 승이 하락보다 소매 단계의 가격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비대칭성이 관찰 되지만 닭고기의 경우에는 ‘산지→도매’ 및 ‘도매→소매’의 어느 단계에서도 가격 전이의 비대칭성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하였다.
임상수․조승현(2012)의 연구는 비대칭 GARCH 모형을 이용하여 닭고기 시 장의 유통단계별 가격 전이뿐만 아니라 가격 변동성의 전이도 분석하고 있다 는 점에서 기존의 연구와 차별된다. 이들의 연구에서는 일부 변수들이 단위근 을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공적분 모형을 이용하지 않았다. 분석 결과, ‘산지
→도매’ 단계의 경우에는 가격 전이와 변동성 전이 모두 대칭적인 것으로 나타 났으나 ‘도매→소매’ 단계에서는 가격 전이와 변동성 전이 모두 비대칭적인 것 으로 나타났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닭고기와 계란 가격의 조정과정이 대칭적이냐는 문 제는 분석 자료와 방법에 따라 상이한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고 아직까지 뚜렷 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서론에서 언급한 대로 이 문제가 학술 적, 정책적 관점 모두에서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 만큼 새로운 기법을 이용 하여 기존 연구 결과들의 강건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검토하는 노력이 계속 이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본 연구의 관점에서 볼 때 기존의 연구들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중대한 한계를 갖는다고 판단된다.
첫째, 지금까지의 모든 연구들은 유통단계별 가격들의 장기 공적분 관계는 선형 관계로 가정하고 불균형 오차의 해소과정과 단기적 조정 과정의 비대칭 성 여부에만 초점을 두었다. 즉, 분석의 첫 번째 단계에서 장기 공적분 관계를 추정할 때는 가격 상승의 효과와 가격 하락의 효과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추정 한 후 두 번째 단계에서 오차수정 모형을 구성할 때만 불균형 오차항 및 단기 조정계수의 비대칭성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통 단계별 가격들이 장기 적으로 선형 관계를 갖느냐는 문제는 연구자가 선험적으로 가정할 문제가 아 니라 자료의 특성에 근거해 엄밀히 검토해 봐야할 문제이다. 만약 실제 자료에 서는 변수들 간의 장기적 관계가 비대칭적 특징을 갖는데도 불구하고 연구자 가 이를 선형 관계로 가정하면 변수들 간의 동태적 조정과정에 대해 심각히 왜
곡된 결과를 도출할 위험이 크다. 더욱이 비대칭적 가격 전이 문제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소비자 후생이 더 크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적 관점에서도 장기적 공적분 관계의 비대칭성 여부가 매우 중요 한 함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기존의 연구들은 회귀계수의 일치 여부에 대한 가설 검정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의 비대칭성 현상을 분석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접근법은 Borenstein et al.(1997), Bachmeier and Griffin(2003), 산업연구원(2012) 등이 지적한 대로 분석 결과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전달하는 데 상당한 한계를 가질 수 있다. 예컨대, 1분기 전 시차항의 경우에는 가격 상승의 전이 효과가 가격 하락의 전이 효과보다 크지만 2분기 전 시차항의 경우에는 반대의 양상이 관찰 된다고 생각해 보자. 이와 같은 경우에는 회귀계수의 일치 여부에 대한 가설 검정 결과만으로는 어떠한 효과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우세하게 될지를 판단 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추정치의 신뢰구간 문제, 불균형 오차의 조 정 속도 문제까지 고려하면 분석 결과의 의미를 직관적,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 그동안 닭고기 시장과 계란 시장의 유통구조에서 중대한 구조적 변화 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구들은 그와 같은 문제 를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산업연구원(2012)은 우리나라의 쇠고기와 돼지 고기 시장의 유통구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구조적 변화가 있었고 가격 전 이 비대칭성의 추이도 그와 같은 구조변화 시점을 전후로 하여 상당히 다르게 관찰된다는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를 볼 때 닭고기 시장 과 계란 시장의 경우에도 구조적 변화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가격 전이의 비대칭성에 대한 분석 결과가 표본 기간 동안 일관되게 유 지되었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기존 연구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최근 Shin, Yu, Greenwood-Nimmo(2012)가 제안한 비대칭적 ARDL 모형을 이용하여 우리나 라 닭고기 시장과 계란 시장의 가격 조정 과정을 분석한다. 이 방법은 단기적 관계의 비대칭성뿐 아니라 장기적 공적분 관계의 비대칭성도 허용한다는 점에
서 장기적 선형 관계를 가정하는 기존 모형보다 더욱 일반화된 방법이라고 할
<표 3-1> 계속 주: ARDL은 AutoRegressive Distributed Lag model, (TV)ECM은 (Threshold Vector) Error
Correction Model의 약자이다. 양(+)의 비대칭성은 가격 상승 시의 전이 효과가 더 크다 는 것을, 음(-)의 비대칭성은 가격 하락 시의 전이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