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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사망력 변동의 동향과 쟁점

20~40년 수준에서 변동한다. 이 단계에서 사망의 주된 요인은 감염병, 기근(영양실조), 전쟁 등 이른바 맬서스의 적극적 억제(positive checks) 에 해당한다.

둘째,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쇠퇴기(Age of Receding Pandemics)이 다. 이 단계에 들어 사망률 감소가 점차 가속화되며, 기대수명 또한 30년 에서 50년까지 꾸준히 상승한다. 인구 또한 지속해서 증가한다. 셋째, 퇴 행성 및 인조 질환의 시대(Age of Degenerative and Man-Made Diseases)이다. 이 단계에서 사망률은 지속해서 감소하여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된다. 기대수명 또한 50년을 넘어설 때까지 계속 상승한 후 증가세 가 둔화한다. 인구 증가에서 출산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하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다.

앞의 역학변천 단계 구분에서 볼 수 있듯이 Omran(1971)의 역학변천 이론에서는 사망력이 핵심 요인으로 등장한다(Proposition Ⅰ). 역학변 천이론에서 영유아 및 아동, 그리고 청소년 및 가임기 여성은 건강과 질 병 구조에서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는 집단으로 논의된다 (Proposition Ⅲ). 이는 이들 인구 집단이 감염병 혹은 결핍성 질환에 기 초한 사망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Omran, 1971, p. 521).

한편 역학변천에 관한 일반적인 논의에서 출산력의 역할이 명시적이지 는 않지만, Omran(1971, pp. 534-536)의 역학변천이론에서는 사망력 과 함께 출산력 변동 또한 역학변천 유형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 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사망력 변동에 이어 출산력의 변화가 뒤따르며 3 단계에 걸친 사망과 이환 패턴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인구의 연령 구조를 변화시키지만, 사망력 변화를 뒤따르는 출산력 변화 또한 인구의 연령 분 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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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했듯이 역학변천이론에서 역학변천을 특징짓는 건강과 질 병 패턴의 변화는 근대화 과정의 인구학적, 경제적, 사회적 변동과 밀접 히 연계되어 진행된 과정이다(Proposition Ⅳ). 기존의 고사망-고출생 구조에서 역학변천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는 인구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인구의 연령 구조 또한 영유아 및 모성 사망률 감소와 함께 고연령대로 사망이 집중됨으로써 고령화된다. 한편 모성 사망률 감소가 생물학적 가 임 기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영아 사망률 감소는 수유 기간 증가와 연계되어 출산 간격을 넓힘으로써 출산을 억제하는 효과도 지닌다. 영양 및 위생 개선 같은 사회적, 경제적 발전으로 인한 영유아 생존율의 향상 은 희망하는 자녀의 수를 줄이는 효과도 지니며, 피임 기술의 발전은 감 소한 희망 자녀 수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 역학변천은 또 한 사회경제적 변화와도 연계되는데, 사회경제적(영양) 발전 혹은 공중보 건(위생)의 개선은 사망과 이환 위험을 낮춤으로써 노동력 인구의 생산이 나 생산성 향상과도 연관된다(Omran, 1971, pp. 527-531).

전반적으로 Omran(1971)의 역학변천이론, 특히 3단계의 구분은 1960년대 말까지 전개된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역학변천이론의 예외 사례들도 보고된다. 예컨대, 아프리카 및 동유럽 국 가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Caselli, Meslé, & Vallin, 2002). 한편 대부 분의 서구 국가들에서 심혈관 질환의 감소로 인해 기대여명 증가는 1970 년대 초에 다시 가속화된다. 물론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 감소 현상 이 나타난 시기와 그 성별 및 연령별 패턴은 국가별로 상이하다 (Horiuchi, 1999, pp. 56-58; United Nations, 1982a, p. 23).

이에 대한 반응으로 일군의 연구자들은 역학변천의 네 번째 단계를 논 의한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이 Olshansky & Ault(1986, pp. 360-361) 의 논의로, 이들은 Omran(1971)의 세 번째 단계에 이어 네 번째 단계로

‘지연된 퇴행성 질환의 시대’(Age of Delayed Degenerative Diseases)를 추가하였다. 이들이 추가한 역학변천의 네 번째 단계는 남 녀 모두 비슷한 속도로 사망률이 급격하게 감소하여 고연령대에 사망이 집중되는 특징을 보인다. 사망원인별 사망률의 패턴이 세 번째 단계와 대 체로 동일하지만 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사망의 연령 분포가 점진적으로 고연령대로 이동하는 것이 세 번째 단계와 구분되는 네 번째 단계의 독특 한 모습이다. 역학변천의 네 번째 단계와 그 이전 단계의 동질성을 강조 하는 Olshansky & Ault(1986)와 달리 Rogers & Hackenberg(1987, p. 234)는 인류가 역학변천의 새로운 단계(hybristic stage)에 진입하는 것으로 진단한다. 이들은 새로운 역학변천 단계에서는 과거와 달리 개인 수준의 행위와 생활방식의 중요성이 점점 커진다고 설명한다.

Olshansky & Ault(1986)와 Rogers & Hackenberg(1987)의 논의 는 모두 Omran(1971)의 초기 역학변천이론에 대한 비판의 일환으로 이 해할 수 있다. Omran(1971)의 역학변천이론에 대한 또 다른 비판들로 는 역학변천 단계들(1~3단계) 사이의 시작과 종료 시점을 정의하는 기준 이 불분명하다는 점(Mackenbach, 1994, pp. 329-330)과 성별, 인종/

민족, 사회계층 등 전체 인구를 구성하는 하위 집단별로 나타나는 차별적 인 역학변천 양상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Gaylin & Kates, 1997).

역학변천이론에 대한 관심은 1990년대 이후 건강변천이론(health transition theory)을 통해 다시 활성화된다(Caldwell & Caldwell, 1991; Frenk, Bobadilla, Stern, Frejka, & Lozano, 1991). 기본적으 로 건강변천이론에서는 역학변천을 건강변천의 하위 개념으로 이해한다.

예컨대, Caldwell & Caldwell(1991, p. 3)은 건강변천을, 의료적 개입 과 소득을 제외하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사회적, 행동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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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인들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2)

Frenk et al.(1991, p. 23)은 건강변천을 기존의 역학변천, 즉 질병, 장애, 사망 구조의 변화를 포함하는 건강 상태의 장기적 과정과 함께 이 러한 역학변천에 대한 조직화된 사회적 반응 양식에서의 변화, 특히 보건 의료 체계에서 나타나는 변화 과정(health care transition)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한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초점을 맞 춘 Caldwell & Caldwell(1991)에 비해 Frenk et al.(1991, p. 22)은 건강변천이론을 구성하는 요소들로 1) 건강변천의 영향 요인, 2) 건강변 천의 작동 기제, 3) 상이한 건강변천 유형을 특징짓는 속성, 4) 건강변천 의 결과(파급 효과)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적인 이론 체계의 구축을 지향 한다.

특히 기존의 역학변천이론이 일방향적(uni-directional) 변천(예컨대, Omran의 1~3단계 변천)을 기술한 것에 비해 건강변천이론은 일방향적 변천 과정을 전제하지 않는다. 건강변천이론은 새로운 유형의 감염병이 출현할 수 있음을 배제하지 않는 동시에 기존에 통제된 감염병이 새롭게 발병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역학변천의 단계를 명확히 구분하 지 않고 다양한 단계가 중첩될 수 있다고 전제한다. 이에 따르면 일부 인 구 집단에서는 감염성 질환의 감소가 지연되거나 장기간 지속되는 반면 다른 인구 집단에서는 비감염성 질환이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도 있다 (Frenk et al., 1991, p. 34).

전반적으로 건강변천이론이 역학변천이론을 넘어 역학변천의 영향 요 인과 작동 기제 및 그 파급 효과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수준의 이론화를

2) 물론 Caldwell & Caldwell(1991, p. 3)도 건강변천 연구들이 건강변천 변수들(문화적, 사회적, 행동적 영향 요인들)에 대한 검토를 넘어 의료적 개입이나 소득과의 상호적 관계 를 포괄하는 방식으로 분석을 진행할 필요가 있음을 받아들이지만, 건강변천 개념 정의에 는 이들 변수를 포함하지 않는다.

지향하지만, 현재까지 경험적으로 그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이 론화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건강변천의 이론화 작업을 위한 기본 구조(분석 틀)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는 의의가 있다.

건강변천을 둘러싼 논란 중의 하나는 건강변천의 영향 요인에 관한 것 이다. 건강변천과 관련하여 1960년대에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의료기술 의 진보가 건강변천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에 동의하였다. 잘 알려져 있듯 이 Thomas McKeown 같은 연구자는, 이러한 주장과는 반대로 19세기 잉글랜드/웨일즈 지역의 인구 증가가 대부분 경제적 및 사회적 조건(위생 및 영양)의 개선에 있음을 주장한다(McKeown & Record, 1962). 그러 나 오늘날의 일반적인 견해는 이들 요인만으로 건강변천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에는 현실이 매우 복잡한 동시에 다양한 요인들이 개입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초기의 감염병 통제에 기초한 건강변천과 비교할 때 상대 적으로 최근의 기대여명 상승 원인은 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감 소에 기초하는 관계로 훨씬 더 복잡한 구조를 취한다는 것이다(Meslé &

Vallin, 2006, pp. 253-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