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실존주의적 주제: 부조리성

문서에서 작 품 에 나 타 난 반 전 통 주 의 적 (페이지 107-111)

D. 사회적, 관계적 폭력

7. 실존주의적 주제: 부조리성

무엇보다 나우만과 베케트는 작품의 주제, 곧 인간존재를 다룬다는 실존주의적 주 제를 공유하고 있다. 둘 다 부조리한 행동을 드러내기 위해 고통스러운 상황을 설정 하고 객관적으로 인간의 행동을 관찰한다. 베케트는 인물들의 행위를 통해 전통적인 믿음과 진실에 질문을 제기하고 결국 이러한 질문은 존재론적인 의문,“나는 누구인 가?”그리고“나는 무엇을 하는가?”라는 문제에 종착하게 된다. 나우만의 출발점도 베케트와 같다: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둘 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행위 속에서 부조리성을 찾아내고 있다. 부조리는 목적이 없는 것을 의미한 다. 즉 목적이 없는 인간의 행동은 무의미하고 허무하며 헛된 것이다. 그들은 우리 에게 의미없는 행동을 반복해서 하고 있는 작품 속의 인물들은 바로 우리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그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자신의 모습을 다시 살펴보게 한다. <고도를 기다리며>에 등장하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곤은 존재의 목적을 잃은 체 자신들의 상황을 얘기하며 스스로를 비웃는다.

블라디미르: 우리가 참회를 한다면 말야.

에스트라곤: 참회라니?

블라디미르: 오... (그는 생각에 잠긴다.) 시시콜콜 캐묻지 좀 말게!

에스트라곤: 우리가 태어난 것에 대해서?

(블라디미르는 신나게 웃어대다가 갑자기 웃음을 참으려고 애쓴다. 손으로 치골부위를 감싸 쥐고, 그의 얼굴은 일그러 져있다.)

블라디미르: 더 이상 웃지도 못하겠어.137)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곤은 자신들이 태어난 사실에 대해서 참회를 해야 한다는 사실 을 말하며 웃음을 참지 못한다. 삶의 의미에 대한 의문 자체가 무의미한 그들은 무엇 을 참회해야 하는지 부터가 의문이고 무의미해진다. 태어난 것이 죄이기 때문에 고 통을 당해야 한다면 그들은 죽음으로 그 고통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몇 차례 극 속에서 죽음을 택하려 한다. 이것이 부조리의 결말인 것이다.

두 작가의 작품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주요 요소는 말의 한계성과 존재의 무의미 성이다. 작가 탈 코트(Tal Coat)는 현대 예술가가 처하는 딜레마를‘표현할 대상도 없고, 표현할 수단도 없으며, 표현의 가능성이나 표현할 힘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 도 없다. 단지 표현해야할 의무만 이 존재한다.’라고 표현하였다.138) 무언가를 표 현해야하지만 표현할 대상이 너무나도 의미가 없고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베케트에 있어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이러한 근본적인 회의와 좌절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그는‘나는 불능과 무지로써 작업을 합니다. 과거에 불능이란 개념

137) 홍복유(역), 『고도를 기다리며』(서울: 문예출판사, 1969), p. 11.

138) Martin Esslin, Samuel Beckett: A Collection of Critical Essays (Englewood Cliffs: Prentice-Hall, 1980) #. 17.

이 사용되었던 적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139)라고 자신의 예술관을 표현하기도 하 였는데 이것은 과거 예술가가 전능함, 완전함을 추구한 것과는 달리 대상의 불완전성 으로 인한 표현의 한계, 예술가의 불가능성을 인정하고 불가능을 표현해야만 하는 작 가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표현할 대상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표현의 불가능을 지 적한 베케트와의 사고에서 한 단계 뛰어넘어 브루스 나우만은 대상의 불완전성에 크 게 개의치 않는다. 불완전한 세상, 모든 가치체계가 무너지고, 존재의 의미의 불확 실 속에서 나우만은 그냥 앉아서 미지의 진리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자체를 인식하고 우리의 실태를 깨닫 게 한다. 나우만은 자기만의 해법으로 예술가의 존재의미의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예술가는 우리에게 삶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해방되어야 하는 것이 며 단지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우리의 실태를 인식할 수 있도록 전통적 관습을 깨는 역할만을 할 뿐임을 강조한다.

부조리극은 관찰자에게 인간조건의 부조리성을 일깨운다. 부조리극은 관찰자에게 모든 절망과 어려움에 빠져있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도록 가르친다. 모든 상황과 어떤 불특정한 두려움과 공포에도 관객은 자신의 처지를 완곡한 언어와 낙관적인 환 상 이면에서 막연하게 예감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의식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인 식하고, 명명하고, 그럼으로써 인간 위에 군림하지 못하게 된다. 부조리극이 관심을 갖는 리얼리티는 심리적인 것이기 때문에 장면과 이미지들이 작가의 감정상태, 두려 움, 꿈, 내적갈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고 그런 작품들의 긴장감은 줄거리의 전개과 정에서 발전되는 드라마의 긴장감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부조리극의 관객들은‘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고 질문하지 않으며 그 질문에 개연성있는 대답도 기대하지 않는다. 나우만의 작품 역시 어떠한 결론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의 존재를 그대 로 받아들이게 하고 그 상황을 통해 인간 존재의 현실을 인식하게 한다. 결국 부조 리한 세상, 부조리한 인간 존재의 결론을 찾을 수 없는 또는 결론이 있을 수 없는 부 조리한 방식으로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이 나우만과 베케트의 해결 방법이 된다. 이 둘은 인간행위의 관찰과 그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부조리한 인간존재라는 주 제를 부조리한 방법론으로 완성시킨 작가들이라 할 수 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인공 블라디미르의 다음 대사는 이러한 부조리한 인간의 존재의미를 대변한다.

139) Samuel Beckett, "Moody Man of Letters," New York Times, May 6, 1956, sec. 2: 1.

블라디미르: (격언 조로) 사람마다 조그만 십자가를 지고 (그는 탄식한 다.) 죽을 때까지 (다시 생각난 듯이) 그리고 기억에서 사 라지네.140)

140) 홍복유(역),『고도를 기다리며』(서울: 문예출판사, 1969), p. 103.

VI. 브루스 나우만과 사뮤엘 베케트의 작품에 나타난 포스트모더니티

전 장에서 나우만과 베케트의 작품을 인문학적 범주인 인간존재 의미, 인간의 부 조리성에 연관시켜 분석해 보았다. 이 장에서는 두 작품 세계를 미술사의 영역인

‘포스트모더니티’, 특히 초현실주의에 드러난 포스트모더니즘적 특징을 중심으로 그 연관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술과 문학과의 관계성을 인문학적 접근뿐 아니라 미술사적으로도 설명함으로 다시각적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주게 된다.

문서에서 작 품 에 나 타 난 반 전 통 주 의 적 (페이지 107-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