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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연구결과

3. 맥락적 조건

맥락적 조건은 어떤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나 문제들을 만들어 내

데 작용하는 것이다. 이는 행위/상호작용 전략을 다루고 조절하고 수행하며 어떠한 특정 현상을 대응하기 위해 취해지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것으로 현상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다. 참여자들의 산재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극복 과정의 맥락적 조건에서는 ‘위축된 사회적 관계’, ‘생계를 위한 활동의 제한’, ‘장애에 대한 편견과 낙인’, ‘산재보상 지원의 높은 장벽’의 범주로 규 명할 수 있었다. 이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위축된 사회적 관계

이 범주에는 ‘무능한 가장의 역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회피’, ‘직장복 귀의 두려움’이라는 하위범주를 포함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일을 하지 못하 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으로서 무능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하였으며 치료 와 재활이 장기화됨으로 인해 무능력한 자신의 모습에 대하여 점차 자존감 이 낮아졌다고 하였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다친 모습이나 장애로 다른 사 람들과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참여자들은 직장에 복귀하더라도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신체적인 장애 문제로 예전보다 작업 수행에 어려움을 느끼고 다른 동료들보다 일처리 부분이 많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동료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스스로 소외감을 느낀다고 하였다.

저는 일용근로 건설 그거를 하기 때문에 일을 안하면 가족들이 살아가기 좀 힘들어요. 산재보상에서 주는 그 급여는 70%밖에 안줘요. 그러다보니 제가 일을 안하면 힘들죠. 그게 얼마 됩니까? 그거 받는 거보다는 공사 장에 가서 일하는 게 더 낫죠. 이게 장기로 가다보니까. 첨에는 다들 걱 정하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뭐 빙시되가 일하겠나 하면서 집사람도 한숨만 쉬죠. 안 죽은 게 다행이다 했는데. 이제 내가 이러니까 집사람이 두탕을 뛰어요. 그래야 먹고 살거든. 많이 미안하죠.(참여자 8)

친구들은 뭐 한번 씩 왔다가고. 첨 다쳤을 때는 귀찮더라구요. 오는 것도 사실... 위로.. 말하는 것도 그러코, 오면 빨리 속으로 인제... 빨리 안가 나... 말 상대하기도 싫고∼그렇지요.(참여자 6)

할 줄 아는 건 이거밖에 없는데. 내 생각엔 다 나아서 이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연장을 잡아보면 이게 힘이 안 들어가는 거라. 이래가 앞으로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겠나 싶고. 뭐∼두드리고 돌리고 해야 하 는데. 마음은 되지∼마음은 다 되는데. 실지로 이게 안 되니... 내가 이걸 로 계속 일을 못하게 되는 거지. 그카고, 회사에서 누가 좋아합니까? 괜 히 피해주까 싶어가 눈치도 보이고.(참여자 13)

2) 생계로 인한 활동의 제한

이 범주에는 ‘소득상실로 인한 경제적 빈곤’, ‘재취업의 높은 벽’이라는 하 위범주를 포함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하 였다. 이들은 생각보다 치료나 재활이 길어짐으로 인해 양육이나 생활에 많 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하였다. 또한 참여자들은 대부분 건설업 또는 제조업 에 종사하는 계약직이거나 일용직근로자로 공사 현장과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상태로 작업을 하였기 때문에 신체적 기능손상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된다고 하더라도 같은 직종에서 다시 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였다.

이들은 신체기능 저하나 장애로 인하여 새로운 직업을 구하는데도 많은 어 려움이 따른다고 하였다

절실해요. 왜 그러냐면 저 말고는 집에 돈을 버는 사람이 없어요. 빨리 새 일을 구해야하거든요. 애기가 지금 2살인데, 아직도 애기 병원비를 납 부하지 못했어요. 그만큼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워요. 많이 힘들어요.(참 여자 3)

앞으로 여기 철판 박아논거 못 뺀다고 하더라구요. 앞으로 일도 못 할거 같구 옛날에는 대학졸업하고 직장생활도 좀 하고 그랬었는데. 이 나이에 직장도 못 들어가고. 사실 누가 받아주겠어요. 건설일을 어쩌다가 하게 됐는데, 이제 이것마저도 힘든 거죠. 다리가 이렇고 한데. 다른 일을 찾 아봐야 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죠. 그리고 아무래도 장애가 있다하면 회 사서 안 좋아하니까 더 구하기 힘든 것도 있고.(참여자 6)

3) 장애에 대한 편견과 낙인

이 범주에는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 ‘회사와 동료의 편견과 차별’

이라는 하위범주를 포함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거나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돌리거나 다른 곳을 보고 다녔다.

이들은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자신의 모습을 안 좋게 볼 것이라는 자격지 심으로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또한 이들은 회사의 업무 중에서도 동료들의 편견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하였다.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내주다가 그 사람이 내 손을 보거나 그러면 괜히 불편하게 되고 신경 쓰게 되고. 슬그머니 감추게 되죠. 손가락이 하나 없 으니까. 안 좋게 보는 인식이 있으니까 자꾸 가리게 되고. 그 사람들 반 응을 보면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자꾸 손을 숨기게 되요.(참여자 7)

워∼낙 사고가 많다보니 내가 산재였다는 걸 동료들이 알고는 삐딱하게 보는 거에요. 산재 받은 사람들은 쪼매만 다치도∼또 산재 해달라카고 그만두거든요. 나도 그러는거 아인가∼뭐...그렇게 보니 마음이 안좋죠.

(참여자 15)

4) 산재보상 지원의 높은 장벽

이 범주에는 ‘산재보상을 꺼리는 회사’, ‘산재보상 신청절차의 어려움’이라 는 하위범주를 포함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신체적 고통 속에서 산재보상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였 다. 이들은 직장에서 작업하다가 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산 재보상을 신청하는 단계부터 미루거나 회사에 불이익이 생길 것을 우려하 여 산재처리를 꺼리거나 인정해주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들 은 산재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회사를 상대로 처절한 투쟁을 해야만 하 였다. 또한 참여자들은 산재보상을 받기 위해서 개인이 직접 절차를 받는 것이 어렵다고 하였다. 우리나라는 산재보상을 받기 위한 산재보험 요양 신

청을 산재근로자가 직접 신청하게 되어있는데 신청절차와 산재 승인받기가 매우 까다로워서 혼자서 처리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들은 대부분 손해보험사정사와 같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보상지원을 받았다고 하였다.

병원에서는 ‘산재 안되믄 모든 비용을 다∼한꺼번에 해야 되고 엄청난 불이익이 있다’ 이런 쪽으로 얘기해버리니까. 내가 개인적으로 일하다가 다칬는데. 분명히 그∼휴식시간도 아이고 일하다가 다칬는데. 또 요새는 출퇴근도 인정해준다 카든데. 산재 안된다는 주위에서의 이야기도 있고 신속, 정확하게 해주야 되는데 안해줄 때 마이 섭섭했죠. 산재를 하게 되 면 회사에서 불이익이 돌아 올까봐. 산재도 거의 뭐. 거의 한 20일쯤 되 가 산재로 바꿔주고. 그사이에 섭섭한기 쌓이는기라.(참여자 5)

아직도 산재 홍보가 우리 일용직 근로자에게는 영 안되있어요. 저는 모 든 절차나 그런 거를 모르기 때문에 병원마다 손보사라고 이게 소송이나 산재보험 돈을 받아주고 산재처리 해주고 의료브로커라고 봐야되죠. 그 런 분들이 와가지고 ‘산재등급 올려 주께’ ‘정상적으로 받아 주께’ 하면서 순회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이 다 알아서 절차 밟아가 자기가 알아 서 다 해주더라고.(참여자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