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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약법 제정의 의의 및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

문서에서 노동시장 개혁의 주요 쟁점 점검 (페이지 40-43)

(1) 노동계약법 제정의 의의

모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일본기업에서 취업규칙이란 ‘소법전’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직장 내 근로조건 및 복무규율에 대해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노동기준 법은 취업규칙에 대해 일정한 효력(강행적 효력과 보충적 효력)을 부여함과 동시에 법적 규제(취업규칙에 대한 작성의무 및 변경절차 등)를 해왔다.

하지만 노동현장의 근로관계는 매우 복잡할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화를 거 듭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기준법상의 제한된 규정만으로는 적절히 대응할 수가 없었 다. 특히 기업을 둘러싼 고용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고용관계를 계속적 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근로조건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바로 취업규칙의 변경법리이다.

취업규칙의 변경에 대해서는 취업규칙의 법적 성질을 법규범으로 해석하는 입장과 계약으로 보는 입장으로 나뉘어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었지만, 어느 견해도 논리적 약점이 있었다. 그러던 중에 일본 최고재판소는 변경된 취업규칙의 내용이 객관적으 로 합리성이 있으면 그 효력을 인정하는 법리를 새롭게 제시하면서, 취업규칙 변경 을 둘러싼 논의는 혼미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위 견해를 일관되 게 지지해온 결과 적어도 재판실무상에는 판례법리가 확립되기에 이르렀다.

노동계약법의 제정은 첫째, 이러한 종전의 판례법상의 법리를 명문화함으로써 그 동안 취업규칙의 법적 성질을 둘러싼 논의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 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둘째,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을 둘러싸고 그동안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던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합리성 판단기준과 적용범위 등에 대한 룰을 투명하게 하였다 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노동계약법 내에「해고권 남용법리」를 명문화하여 고용의 안정(security)을 도모함과 동시에,「취업규칙에 의한 합리적인 변경법리」도 함께 명문화하여 고용의 유연성(flexibility)을 꾀함으로써, 소위 일본형(日本型) 고용정책(employment policy)을 법적으로 확인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2)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

위에서는 취업규칙에 의한 근로조건 변경에 대하여 주로 일본의 법제 및 판례를 중심으로 검토하였다.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에서도 취업규칙에 대해 여러 가지 규 정을 두고 있는데, 일본의 취업규칙제도를 그대로 도입한 결과 상당부분 유사한 내 용으로 되어 있음은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과반수 노동조 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요구하는 강행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는 결정적으로 다르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이 이처럼 ‘집단적 동의조항’을 두고 있 는 이유는 사용자가 이미 정한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저하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우리나라 법체계는 일견 근로자 보호 차원에서 보면 긍 정적인 면도 있으나, 새로운 고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현실적인 차원에 서 보면 부정적인 면도 있다. 본고에서는 문제제기 차원에서 일본법제와의 비교법적 인 시각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시사점만 지적 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취업규칙을 통한 근로조건 변경절차가 너무 경직되어 있어, 급변하는 고용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취업규칙의 합리적 변경법리의 입법화에 대해서는 ‘계약원리에 대한 사형선고’라 는 비판54)도 있지만, 적어도 해고를 통한 구조조정보다는 취업규칙의 합리적 변경을 통한 해결이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도 일본처럼 고용의 안정화 차원에서 해고를 제한함과 동시에 취업규칙을 통한 합리 적인 근로조건의 변경을 인정함으로써, 고용에 대한 안정성과 유연성에 대한 조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우리나라에서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대한 유․불리 여부를 법해석상 근로자 측 에서만 판단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근로자 측에 불리한 변경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사용자와 근로자 양측에 유리한 변경까지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반대하는 한 취업 규칙을 통한 근로조건 변경은 원천적으로 차단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의 유․불리에 대해서는 노사 양측

54) 労働法学者有志の声明文, “禍根を残す就業規則変更法理の成文化”,『労旬』1639․1640号(2007), 5쪽.

이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거나 법리를 개발할 필 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취업규칙 변경 시의 동의주체를 둘러싸고 취업규칙을 계약으로 볼 것인가(계 약설) 아니면 법규범으로 볼 것인가(법규범설)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즉, 전자의 경우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게 될 모든 근로자(비조합원 포함)가 명시적·

묵시적으로 동의를 하거나 또는 노동조합에 위임을 한 경우에만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 가능하며, 후자의 경우에는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후자의 관점에서 보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집단적 동의를 요구하는 근기법 제94조 1항 단서는 법리적으로 모순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동의한 경 우에는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노조법 제35조)의 법리에 따라 이를 긍정할 수 있 는 여지도 있다. 하지만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에 대해서는 그 입법취지를 둘러 싸고 의견이 대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55)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다수노조가 동의한 경우에 일반적 구속력으로 인하여 다수노조의 취업규칙이 소수노조에게도 그 대로 적용된다고 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다수노조에 의한 소수노조의 약체화(弱體 化)를 합법화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복수노조가 병존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이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55)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과 관련하여 가장 쟁점이 많은 부분은 하나의 기업 내에 소수노조가 존재할 경우, 이 들에 대해서도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을 인정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복수노조 가 허용되고 있기 않아서인지 아직까지 본격적인 논의가 없으나, 복수노조가 병존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학설·판 례가 긍정설과 부정설로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은 이 정(역),「일본노동법」, 법문사(2007), 556쪽 이하 참조.

문서에서 노동시장 개혁의 주요 쟁점 점검 (페이지 4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