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칼럼니스트

문서에서 국토의 (페이지 52-58)

인터뷰│홍사흠 국토연구원 국토계획평가센터장 (saheum@krihs.re.kr) KrIHS가 만난 사람 • 29

KrIHS가 만난 사람 • 29

460호 2020 february

사회전반적으로 불안감이 높다. 인구감소 특히 그로 인한 수도권과 지방과의 격차, 저성장과 소득불평등 심화로 인한 계층분리,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 재해재난과 최근 코로나19와 같은 다양한 질병의 발생,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등.

개인이 극복하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의 발생은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호 인터뷰에서는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을 만나 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응방안을 모 색해본다.

홍사흠(이하 홍) 기술의 발전이나 사회가 변하는 속도를 감안할 때, 많은 사람들이 다가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급격한 변화가 과연 우리에 게 위기일 것인가에 대한 소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김용섭(이하 김)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변화는 큰 위기일 것입니다. 미래는 우리를 위해 속도 조절하면서 오는 게 아니니까요. 미래라는 것은 개개인이 만드는 게 아니고 사회전반적인 흐름입니다. 이때 변화를 잘 따라가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은 득 을 볼 것이고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은 손해를 볼 것입니다. 손해를 보는 사람은 변화하 지 않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변화에 더디게 대응하는 경우인데, 그런 사람들 입장 에서 보면 변화 자체가 모두 위기입니다.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나 준비하는 정도에 따라 위기와 기회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변화 자체가 위기는 아닙니다.

홍 변화 자체에 대해서는 가치 중립적으로 생각하신다는 말씀이신지요.

김 그렇습니다. 변화가 누군가를 어렵게 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술적 진화 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를 보편타당하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 기술인데, 그 기술로 인해 누군가는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전기차가 늘어나면 내연기관차 관련 업종에 종사 하는 노동자나 부품회사는 손해를 보겠지요. 일부는 변화가 싫을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 로 볼 때 나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변화를 바라볼 때 무조건 위기냐, 기회냐를 나누기 보다는 태도의 문제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양산업이라는 말이 대표적 입니다. 사람들에게 당장 쌀가게를 차리자고 하면 바보라고 합니다. 쌀의 소비량이 급격

460호 2020 february

히 줄고 대형 마트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뜨고 있는 것이 쌀가게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쌀가게와 다 른 개념입니다. 쌀가게라고 해서 사양산업이라고 낙인 찍 으면 누군가에게는 기회를 막는 것입니다. 변화는 기술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회가 같이 바뀌는 것입니다.

더 이상 매력이 없어 보였던 것도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 회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홍 저는 개인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일들에 대한 막연한 우 려가 가상의 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의견에 대해 매우 동의하 는데요. 더 나아가서 예전 모 대기업 회장처럼, 확인되지도 않은 위기에 대한 지속적인 강조가 조직원들을 단속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여전히) 활용되기도 한다고 생 각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이른 바 이러한 ‘위기의식’을 통해 미래에 대한 대비와 혁신이 가 능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소장님께서는 우리가 위기를 어떠한 관점이나 시각에서 바 라봐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 가만히 생각해보면 한국사회가 위기, 혁신이라는 말을 20년째 쓰고 있습니다만 실 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거의 없습니다. 그동안 위기가 심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기 업의 위기는 더욱 심각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의 경우 구성원들의 위기의식을 각성시켜 품질 향상을 이루어냈습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지만 20년 전만 해도 우리 나라에서만 알아주는 브랜드였습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에게 두려움을 조성할 수도 있습니다만 방법의 문제라고 봅니다. 별다른 위기가 없는데 위기를 조장하는 것과, 위기가 있어서 위기를 풀어가는 것과는 다른 각도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에는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위기인데도 위기가 아닌 것처럼 속사정을 감 추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기업들이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명확한 해 답을 내놓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각각 다른 사례니까요.

국토연구원을 생각해볼까요. 예나 지금이나 국토라는 개념은 똑같은데 국토를 활용하는 관점이나 국토를 활용하는 연결고리는 다를 것입니다. 연구의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지 요. 기성세대들이 이루어놓은 성과물에 대해 새롭게 진입한 연구진들이 볼 때는 구태의연하 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갈등을 누군가는 위기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위기라는 것이 전체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큰 개념도 있지만 기업의 위기, 연구의 위 기, 직원들 간의 위기가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KrIHS가 만난 사람 • 29

김용섭

460호 2020 february

홍 다양한 위기의 종류가 있습니다. 세대 간 혹은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지닌 사람들 사 이의 갈등과 분열, 인구감소와 소득불평등, 환경 문제, 재해재난, 전염병 발생, 일자리 문제 등. 소장님이 생각하시기에 우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위기가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김 말씀하신 위기 중에는 한국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도 많습니다. 특히 세대 간 갈 등, 지역감정 등은 위기가 아니라 해묵은 사회문제라고 봅니다. 최근 세대갈등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세대갈등의 실체는 조직문화의 변화입니다. 그동안의 조직은 위계 중심 의 호봉제였습니다. 장점은 안정성이고, 단점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생산성이 떨어진다 는 것입니다. 월급은 많은데 일을 안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기업에서 보면 큰 손 해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수평화 구조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호봉제를 없애기도 하 고, 업무성과 중심의 평가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일을 더 잘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제도 의 변화입니다. 선배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신중한 것이고, 후배들은 빠르게 적응하는 것인데 이 갈등은 금방 끝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수평화된 문화 속에서 업무성과를 높여 야만 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경향은 위기가 아닙니다. 이런 갈등을 겪어야 사회적으로 발전이 있습니다.

홍 그렇다면 위기라고 생각할 만한 것은 무엇입니까?

김 인구감소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역대 최 저 출산율과 최저 혼인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당사자는 요즘 세대들, 20~30대가 선 택한 것입니다. 20~30대에게는 결혼이 더 이상 관성적 인 선택일 수 없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이 바뀌었 는데 결혼제도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 부장적 결혼관이 여전히 견고합니다. 과거에는 삶이 팍팍 하더라도 앞날이 밝으면 사서 고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세대는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혼과 출산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이거나 밝은 미래를 전 제로 합니다. 지금보다 경제상황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 는데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요즘 세대들이 문제 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벌써 20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요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출산율 감소의 결정적 홍사흠

460호 2020 february

인 이유는 도시화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노동력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많은 것 이 가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도시화가 되면서 아이들은 곧 비용이지요. 전 세 계적으로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사항은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세가 주요 선진국보다 더 가파르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으면 정부가 키워준다는 신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보 조금을 준다는 것 외에 대안이 없습니다. 이런 여건에서는 출산율 하락을 막을 수가 없 습니다. 저는 인구를 증가시키자는 공허한 구호보다는 인구감소 시대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홍 최근 코로나19처럼 예측이 안 되는 위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빈도도 점점 잦아지고 있 습니다.

김 기후나 생태와 관련된 위기는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잖아요.

통제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전염병이 늘어난 이유가 바로 여행 때문이라고 생각합니 다. 우한을 한번 볼까요. 우한은 중국의 교통거점입니다. 산업화도 잘 되어 있어서 통행 이 많습니다. 전염병이 전파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이지요. 과거에는 없었는데 왜 지

통제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전염병이 늘어난 이유가 바로 여행 때문이라고 생각합니 다. 우한을 한번 볼까요. 우한은 중국의 교통거점입니다. 산업화도 잘 되어 있어서 통행 이 많습니다. 전염병이 전파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이지요. 과거에는 없었는데 왜 지

문서에서 국토의 (페이지 52-58)

관련 문서